Labency T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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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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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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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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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주인공이냐(3)

DUMMY

수백 명에 달하는 인원이 길을 가고 있었다. 자신이 다프텐시아의 기사임을 증명하겠다는 듯 전쟁 군마인 나흐트 페르트를 타고 움직이는 자들도 있고, 창과 총으로 무장한 사병도 있었으며 마차에 타서 이동하는 자들도 다수였다.

인원이라기보다는 인파에 가까운 규모의 무리 중, 유달리 눈에 띠는 한 물체가 있다.

그것은 스무 마리나 되는 나흐트 페르트가 끄는 마차였다. 사실상 마차라기보다는 이동형 저택이라고 불러야 좋을 법한 크기로, 사람이나 평범한 말 따위로는 옮기지도 못할 만큼 크고 묵직했다.

마차는 크기에 걸맞게 화려했다. 회반죽으로 깔끔하게 포장한 외부 전체에 금박을 입혔고, 각종 보석으로 화려하게 치장되어 멀리서 보기에도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였다.

상재가 없는 사람이라도 단숨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마차의 가치는 높았다. 그러나 그것은 마차에 탄 인물의 가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마차의 주인은 다프텐시아 제국의 황제, 레오폴드 아슈탈트 드 다프텐시아 2세였다.


"믿을 수가 있어야지."


레오폴드의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조아렸다.

마차 내부에 있는 건 황제 한 명이 아니었다. 몇 명의 시녀들과 로얄 가드가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 황제의 말에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물론 애초에 질문을 상정하고 한 발언이 아니었기에, 황제 역시 딱히 마음을 쓰진 않았다.

마차의 내부는 외부에 비교하면 검소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소박했다. 기실 각종 진기한 비단이나 소파 등 무게가 많이 나갈 물건은 많았으나, 쓸데없이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지는 않았다.


"라쳇 경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갑작스런 말에 라쳇이라 불린 인물의 귀가 움찔했다. 머리 위로 솟은 늑대의 귀만 봐도 알 수 있듯, 그는 수인족이었다.


"송구하옵니다, 폐하. 제 배움이 일천하여 폐하의 뜻을 알지 못하나이다."


사실 앞뒤 다 잘라먹고 저 소리만 하면 세기의 어떤 현자도 발언자를 미친놈 취급할 것이다. 그때가 되어서야 황제는 자신이 마음 속으로 생각하던 사실을 묘사 없이 상대에게 털어놓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아, 그렇군. 짐의 말은 이것일세. 현재 전 대륙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인물, 그러니까 정천 경이라 불리는 안도혁에 대한 평가가 너무 과장되지 않았냐 하는 것이야."


보통의 지도자를 대하는 자리라면, 이런 시덥잖은 대화에선 그저 상대방을 치켜 세워주는 화법을 사용할 것이다. 사실 여부야 어찌됐든 기분이라도 좋으라고.

그러나 레오폴드는 그 직언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었다. 오히려 영혼 없는 대답을 하면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라쳇은 고개를 조아렸다.


"결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리자면, 솔직히 잘 모르겠사옵니다. 증언은 수도 없이 많은데, 행적이 인간의 그것이라기보다는 신화의 묘사에 가까운지라······."


황제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역시 그렇지. 그렇기에 내가 직접 가는 것이야."


현재 이 인원의 목적지는, 정확히 말하면 황제의 목적지는 하나였다. 바로 타란토스의 수도로 향해, 이번에 새로 집권하는 아레스틴 그라티아 타란토스의 대관식에 참여하는 것이다.

본디 아무리 큰 행사라 하더라도 국가의 지도자가 공식적으로 직접 움직이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소국 정도라면 혹시 모를 일이지만, 제국의 황제가 타국으로 직접 움직인다? 관례상으로도 그렇고 현실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다.

한 국가의 원수가 타국의 행사에 직접 참여한다는 건 은연중에 대상 국가를 자신의 격보다 높게 판단한다는 뜻이 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며 그것이 본연적인 의도는 아니지만, 겉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즉, 제대로 생각이 박혀 있는 정치인이라면 그런 짓은 가급적 자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오폴드 2세는 대관식에 참여하기 위해 몸소 나섰다.

물론 그가 타란토스를 다프텐시아보다 높게 평가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레틴을 자신의 위라고 판단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실제 전력이야 어찌됐든 다프텐시아에 비교하면 신생 국가나 다름없는 역사를 가진 나라에, 이제 젖이나 간신히 떼었을 법한 애송이가 자신과 맞붙을 격을 가지고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황제의 행보는 단 한 사람 때문이었다.


'정천 경이라.'


솎아내기에서 황자를 살리고 귀환시킨 와중 벌인 행위도 기가 막힐 정도인데, 얼마 전에는 마경을 직접 작살을 냈다고 한다.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 것이, 그 소식이 전해진 즉시 전쟁이 종결되었기 때문이다. 믿기 싫어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레오폴드는 마리아 피셔의 공식 연인이라 알려진 남자를 불러 추궁에 가까운 대화를 시도했다.

서석진이라 불리는 그 인물이 멋쩍은 표정으로 황성에 입장했을 때, 황제는 자신이 남색가가 아님을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남색가인데 저런 미모의 남자가 곁에 있다면 결코 이성을 주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조가 황제의 머릿속에서 왔다갔다 한 것도 모른 채 서석진은 조심스레 황제와 대담을 나누었다.

원래부터 강했냐는 질문에 서석진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소년 시절부터 대적할 사람이 없었어요. 한 번은 여흥 삼아 마을 사람 전체와 도혁이 혼자 줄다리기를 해본 적도 있었는데,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죠."


정체가 뭐냐는 질문에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봐 온 친구예요. 솔직히 저도 그 녀석이 진짜 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인 것만은 확실해요. 이 질문은 어째 요즘 자주 듣는 것 같은데······."


그 밖에도 성향이나 사상, 좋아하는 여자 취향이나 취미 등 자질구레한 것들을 죄다 물었다.

서석진은 자신이 이런 걸 말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국가의 최고 권력자가 명하는데 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안도혁이 딱히 자신에게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말은 없었으니,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그렇게 막대한 양의 쓸데없는 정보를 취합한 후, 황제가 내린 결정은 하나였다.


'대체 뭐냐, 이 새끼?'


들으면 들을수록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돈에 초연한 듯 보이면서도 금전적으로 확실하고, 여자에 인색하지도 않지만 품지도 않는다. 감정만으로 움직인다고 보기엔 이성적인 면모가 강하다. 역설에 역설을 곱하면 저런 기이한 인간이 나오나 싶은 모양새였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결론은 나왔다. 그것은 그가 제국의 위협으로 다가오진 않을 거라는 확신이었다.


'성격이 자유인에 가깝고, 남을 위하는 듯 보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철저히 자신을 위한 것. 쓸데없는 인명살상에 손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전장에서 마주칠 일은 없다고 봐야 한다.'


즉 치안 유지 쪽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병력을 이끌고 타국을 침공하는 종류의 작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상당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현재의 정보에 기반하는 것이다.


'만약 그가 마음이 바뀌어서 대륙 전역을 통일하겠다는 마음을 먹는다면?'


이 질문에 서석진은 배를 잡고 웃었다.


"아하하핫. 크큭, 도, 도혁이가요? 아하, 아하하하!!"


그나마 황제 앞이라고 뒹굴지만 않는 수준이었다. 이만큼 웃기는 건 난생 처음 들어본다는 듯, 한참 동안 웃은 서석진은 얼굴 전체를 뒤덮은 눈물을 닦아냈다.


"절대 그럴 리 없어요. 남 위에 서는 것도 성격상 못 하고, 무엇보다 그런 귀찮은 일을 감당할 만큼 대단한 위인이 못 돼요. 제가 견식이 없어 4모르겠지만, 폐하께선 하루에 자유시간을 얼마나 가지고 계시나요?"


상당히 무례한 발언이라고 봐도 좋았으나, 레오폴드는 이런 하찮은 무례함을 걸고 넘어질 만큼 그릇이 작은 남자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서석진의 똘망똘망한 눈동자는 순수함 그 자체만을 담고 있는 게 너무나도 명확했다.

황제는 손가락 네 개를 폈다.


"네 시간인가요? 생각보다는 많은걸요."

"40분일세."

"······."


황제의 직위는 생각 이상으로 바쁘다. 식사 시간도에 각종 토론과 의견을 나누는 장으로 쓰인다. 숨을 쉬는 것조차 정무를 보는 데에 쓰일 정도라고 봐도 무방할 수준이었다.

어쨌든 이래저래 서석진은 안도혁이 실질적 위협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입장에서야 원한을 사면 무서울지 모르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문제는 황제가 이 사실을 백 퍼센트 신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진짜 마음 바꾸면 어떡하라고.'


높은 자리에서 사람드를 굽어보는 위치가 된 지 수십 년이 되자, 레오폴드는 한 가지 사실을 명확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인간이라는 명사에 신용이라는 묘사를 붙일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인간은 언제든지 등을 돌릴 준비가 되어 있는 생물이다. 자신의 이익이 걸려 있다면 망설임 없이 부모의 등에 칼을 꽂고 형제을 팔아넘긴다. 사회적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물론 가장 하류층이라고 해도 이러한 도덕적 견해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런 인간들을 평생 봐온 황제에게 사람을 온전히 신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드넓은 다프텐시아 제국에서 레오폴드가 등을 맡길 정도로 신뢰하는 사람은 오직 한 명밖에 없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했다.


'윌리엄 경도 왔으면 좋았을 것을.'


그러나 전 제국 기사들의 중심인 그가 쉬이 자리를 비우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 황제가 친히 대관식에 온 것만으로도 차고 넘치는데, 윌리엄까지 대동한다면 중대한 외교적 문제로 불거질 것이 뻔했다.


'여러 모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일정이야. 안 그래도 이 나라 때문에 손해를 많이 봤는데.'


레틴이 황제에 등극하지 않았더라면 레오폴드는 아멜튼 가문에게서 막대한 것을 뜯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로젤린의 아들이 황제가 되는 건 아예 그른 상황이니, 일전에 했던 거래도 무산되고 말았다.

따질 수도 없었다. 아는 사람은 암암리에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만약 그 거래가 수면 위로 올라갔다간 큰일 난다. 타란토스 제국의 황자를 암살하려 했다니, 바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의 문제다.

그렇게 상념을 이어가던 도중이었다.


덜컹


마차가 갑자기 멈추었다. 뜻밖의 상황에 라쳇은 본능적으로 검 손잡이를 움켜쥐었으나,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곧 긴장을 풀었다.


"수도에 당도했사옵니다!"


시간을 본 라쳇은 황제에게 고개를 숙이며 마차 밖으로 나갔다. 근무 교대 시간이다. 이제 다른 로얄 가드가 황제의 곁을 지킬 것이다.

타란토스의 수도 성벽은, 그 일천한 역사와는 걸맞지 않게 웅장했다. 어지간한 저택 수준의 크기인 황제의 마차도 무리 없이 드나들 수 있었다.

아직 대관식까지는 하루가 남았다. 때문에 황제가 기거할 장소가 필요했다. 아무리 크고 넓고 편안한 마차에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결국 마차. 주거의 공간이 될 수는 없었다.

물론 기거할 장소의 준비는 이미 완료해 놓았다. 황제의 격에 걸맞는 숙소를 타란토스 측에서 제공해 준 것이다.

그렇게 되니 라쳇은 할 일이 없어졌다.


'순번 상 내 임무는 내일 대관식 도중이 되겠지. 그 전까지는······.'


로얄 가드라고 해서 하루 종일 황제의 곁을 지키는 것은 아니다. 하루의 일부만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적당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아무리 초인의 극에 오른 로얄 가드라도 항상 긴장한 상태로 있으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리 없으니까.

깐깐하지만 합리적인 현 황제 레오폴드는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로얄 가드에게 휴식 여건을 부여하는 것을 아끼지 않았다. 휴가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보내 주었다.

그러다 보니 라쳇은 이 시점에서 하루의 휴식 시간이 생겼다. 말 그대로 뭘 해도 상관 없는 자유시간이다.

원래대로라면 스스로의 수련에 힘쓸 시간이다.

라쳇은 수인족이다. 그리고 그 육체적 능력에 안주하지 않고 상당한 수련을 쌓았다.

수인족이기 때문에 라쳇은 초인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단련한 그의 힘과 기술은 어지간한 초인 수준을 넘어, 로얄 가드의 위치에까지 오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바꿔 말하면, 항상 육체를 단련하지 않으면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초인처럼 일반적인 무력의 범주를 넘어 이적의 범위까지 닿는 힘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사실보다 생리적 현상이 먼저 그를 덮쳤다.


꼬르륵


뱃속에서 울리는 요란한 거지들의 반란에, 라쳇은 자신이 마지막으로 뭘 먹은 게 언제였는지를 상기했다.


'근무 들어가기 네 시간 전이었던가?'


안 그래도 많이 먹는 수인족이다. 황제와 함께 이동하기에 식량 사정이 부족할 리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근무 중에 뭘 먹고 있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심지어 로얄 가드임에야.

수련이고 나발이고 배부터 채우자 생각한 라쳇은 근처에 문을 연 가게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때, 그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아, 분명 타란토스 제국은······.'


수인족에 대한 대우가 박하기 그지없다. 타란토스에서 탈출한 동족들을 통해, 또한 선조를 통해 귀가 아프도록 들은 사실이다.

길거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썩은 과일이나 돌이 날아오기 일쑤다. 지금까지는 황제의 수행원으로 행동했기에 그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겠지만, 현재는 고립무원이나 다름없다.

동료들을 불러와서 함께 식당을 찾아야 하나 고민하던 라쳇의 눈에 기현상이 보였다.


"엥?"


분명 전체 행인의 숫자에 비하면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비율이다. 그러나 분명 라쳇의 눈앞을 지나가고 있는 것은 한 수인족 모녀였다. 손에 든 바구니에 당근이나 빵 등의 식료품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아, 저녁거리를 사러 나온 것이리라.

다프텐시아 제국이라면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곳은······.

아무도 모녀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인간을 대하는 것처럼 자연스레 두 모녀를 지나쳐 사라진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좋은 일임엔 틀림이 없지만, 한순간에 종족 차별이 사라지다니?

고개를 갸웃하며 라쳇은 근처의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식당 안에서의 대우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어서 옵쇼!"


바빠 보이는 점원에게 메뉴를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혹시나 음식에 장난이라도 쳤나 생각하며 다른 테이블을 흘끔 보니, 자신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음식을 먹고 있었다.

맛도 크게 나쁠 것 없었다. 그냥 그 가격에 맞는 적당한 메뉴였을 뿐이다.


'타란토스가 살기 좋은 나라가 됐나?'


라쳇이 아무리 황궁에서 근무한다고는 하지만 그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경비에 불과하다. 이국의 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도리가 없는 것이다.

한참 음식을 먹는 와중, 술에 취한 몇 명이 라쳇을 보더니 지껄이기 시작했다.


"요즘은 개새끼도 식당에서 밥을 먹는구만."

"개 팔자가 상 팔자지."


라쳇의 귀가 움찔했다.

본국이었으면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발언한 사람을 미친 놈 취급하던지, 흠씬 두들겨 패기 일쑤다. 애초에 저런 소리를 한다는 상식 자체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군사 국가인 다프텐시아에서 로얄 가드에게 일반 서민 따위가 막말을 한다? 바로 베어 죽여도 뭐라 할 사람 따위는 없다.

하지만 이곳은 엄연한 남의 나라. 아무리 로얄 가드라고 한들 함부로 민간인을 심판할 수는 없다.

라쳇은 씁쓸히 식기를 놀렸다.


'그럼 그렇지. 내 착각이었군.'


빨리 먹고 나가버리자. 그렇게 생각하며 음식을 힘없이 우물거리고 있던 중, 주방에서 일하던 주인장이 뛰쳐나와 주정뱅이들의 테이블 앞에 섰다.

한평생 주방에서 일했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의 팔뚝은 우람하기 짝이 없었다. 저 정도의 팔뚝이 되어야 하루 종일 철냄비를 휘저을 수 있을 것이다.

무슨 말을 하는지 보고 있으려니, 의외로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나가, 이 새끼들아."


주정뱅이들은 갑자기 시비를 걸어오는 주인장에게 화가 난 듯 눈을 부라렸으나, 식칼을 들고 있는 우람한 팔뚝을 보자 곧 얌전해졌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듯 입은 열려 있었다.


"아니, 우리 손님인데······."

"손님을 이런 식으로 대우하나?"


주인은 문을 가리키며 식칼을 빙빙 돌렸다.


"나라를 지킨 분들에게 개새끼? 이 새끼들, 오늘 식재료도 다 떨어져 가는데 네놈들 고기로 대신 채워 넣을까? 혓바닥이 잘 돌아가니 그 혀부터 쓰면 되겠구만."


주정뱅이들은 우물쭈물하더니 후다닥 사라졌다. 그 와중에도 계산 정신은 철저했는지, 테이블 위엔 자신이 먹은 음식값을 내려놓은 채였다.

혀를 차던 주인이 라쳇에게 다가왔다.


"손님,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저런 치들이야 항상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 그렇습니까."


놀라운 것은 다른 손님들도 주인의 행위에 별다른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박수를 치는 사람까지 있었다.


"그런데 나라를 지켰다는 게 무슨 뜻인지요?"


주인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곧 손바닥을 탁 쳤다.


"아하, 손님. 혹시 외국인이신가요?"


라쳇은 자신의 신분을 간단히 설명했다. 물론 로얄 가드라는 것까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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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초콜릿을 좋아하는 청년(6) 21.07.18 51 0 10쪽
180 초콜릿을 좋아하는 청년(5) 21.07.18 52 0 12쪽
179 초콜릿을 좋아하는 청년(4) 21.07.17 50 0 16쪽
178 초콜릿을 좋아하는 청년(3) 21.07.16 56 0 14쪽
177 초콜릿을 좋아하는 청년(2) 21.07.15 52 0 15쪽
176 초콜릿을 좋아하는 청년(1) 21.07.14 51 1 13쪽
175 황혼과 여명(2부 시작) 21.07.14 68 1 3쪽
174 마른 하늘의 태동(1부 완) 21.07.13 61 1 14쪽
173 옛말에 틀린 것 하나 없다(6) 21.07.12 61 1 9쪽
172 옛말에 틀린 것 하나 없다(5) 21.07.11 57 1 12쪽
171 옛말에 틀린 것 하나 없다(4) 21.07.10 62 1 13쪽
170 옛말에 틀린 것 하나 없다(3) 21.07.09 59 1 14쪽
169 옛말에 틀린 것 하나 없다(2) 21.07.08 67 1 13쪽
168 옛말에 틀린 것 하나 없다(1) 21.07.07 70 1 13쪽
167 특이점 사냥(5) 21.07.05 72 1 16쪽
166 특이점 사냥(4) 21.07.04 61 1 11쪽
165 특이점 사냥(3) 21.07.03 56 1 13쪽
164 특이점 사냥(2) 21.07.02 64 1 11쪽
163 특이점 사냥(1) 21.07.01 66 1 13쪽
162 누가 주인공이냐(6) 21.06.30 61 1 13쪽
161 누가 주인공이냐(5) 21.06.28 67 1 13쪽
160 누가 주인공이냐(4) 21.06.27 56 1 14쪽
» 누가 주인공이냐(3) 21.06.26 56 1 18쪽
158 누가 주인공이냐(2) 21.06.25 60 1 16쪽
157 누가 주인공이냐(1) 21.06.24 73 1 16쪽
156 퇴마(15) 21.06.23 62 1 13쪽
155 퇴마(14) 21.06.21 63 1 15쪽
154 퇴마(13) 21.06.20 67 1 18쪽
153 퇴마(12) 21.06.19 62 1 14쪽
152 퇴마(11) 21.06.18 65 1 16쪽
151 퇴마(10) 21.06.17 68 1 17쪽
150 퇴마(9) 21.06.16 61 1 12쪽
149 퇴마(8) 21.06.15 63 1 10쪽
148 퇴마(7) 21.06.14 63 1 13쪽
147 퇴마(6) 21.06.13 65 1 13쪽
146 퇴마(5) 21.06.12 61 1 12쪽
145 퇴마(4) 21.06.11 69 1 12쪽
144 퇴마(3) 21.06.10 65 1 13쪽
143 퇴마(2) 21.06.09 66 1 14쪽
142 퇴마(1) 21.06.08 67 1 14쪽
141 노예(6) 21.06.07 61 1 15쪽
140 노예(5) 21.06.06 7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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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집으로(8) 21.05.24 6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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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집으로(6) 21.05.22 64 1 14쪽
125 집으로(5) 21.05.21 65 1 13쪽
124 집으로(4) 21.05.20 65 1 12쪽
123 집으로(3) 21.05.19 63 1 15쪽
122 집으로(2) 21.05.18 67 1 13쪽
121 집으로(1) 21.05.17 76 1 12쪽
120 대륙의 지배자들(2) 21.05.16 65 1 14쪽
119 대륙의 지배자들(1) 21.05.15 71 1 14쪽
118 정천 경(10) 21.05.14 62 1 15쪽
117 정천 경(9) 21.05.13 91 1 12쪽
116 정천 경(8) 21.05.12 84 1 12쪽
115 정천 경(7) 21.05.11 68 1 12쪽
114 정천 경(6) 21.05.10 82 1 11쪽
113 정천 경(5) 21.05.09 79 1 11쪽
112 정천 경(4) 21.05.08 76 1 13쪽
111 정천 경(3) 21.05.08 66 1 15쪽
110 정천 경(2) 21.05.06 68 1 14쪽
109 정천 경(1) 21.05.05 69 1 14쪽
108 시초의 의식(14) 21.05.04 91 1 16쪽
107 시초의 의식(13) 21.05.03 90 1 15쪽
106 시초의 의식(12) 21.05.02 78 1 12쪽
105 시초의 의식(11) 21.05.01 94 1 12쪽
104 시초의 의식(10) 21.04.30 71 1 12쪽
103 시초의 의식(9) 21.04.29 65 1 14쪽
102 시초의 의식(8) 21.04.28 76 1 15쪽
101 시초의 의식(7) 21.04.28 86 1 14쪽
100 시초의 의식(6) 21.04.27 67 1 13쪽
99 시초의 의식(5) 21.04.26 72 1 14쪽
98 시초의 의식(4) 21.04.25 88 1 13쪽
97 시초의 의식(3) 21.04.24 73 1 13쪽
96 시초의 의식(2) 21.04.23 71 1 14쪽
95 시초의 의식(1) 21.04.22 91 1 13쪽
94 어느 군인의 하루(5) 21.04.21 75 1 12쪽
93 어느 군인의 하루(4) 21.04.20 81 1 13쪽
92 어느 군인의 하루(3) 21.04.19 81 1 13쪽
91 어느 군인의 하루(2) 21.04.19 70 1 13쪽
90 어느 군인의 하루(1) 21.04.15 78 1 11쪽
89 황궁에서(5) 21.04.14 75 1 10쪽
88 황궁에서(4) 21.04.12 93 1 16쪽
87 황궁에서(3) 21.04.11 73 1 12쪽
86 황궁에서(2) 21.04.10 92 1 14쪽
85 황궁에서(1) 21.04.09 86 1 14쪽
84 차가운 겨울 하늘 아래(6) 21.04.08 104 1 16쪽
83 차가운 겨울 하늘 아래(5) 21.04.07 81 1 15쪽
82 차가운 겨울 하늘 아래(4) 21.04.06 75 1 14쪽
81 차가운 겨울 하늘 아래(3) 21.04.05 106 1 14쪽
80 차가운 겨울 하늘 아래(2) 21.04.03 79 1 14쪽
79 차가운 겨울 하늘 아래(1) 21.04.02 89 1 14쪽
78 소드마스터(4) 21.04.01 94 1 13쪽
77 소드마스터(3) 21.03.31 84 0 14쪽
76 소드마스터(2) 21.03.31 84 0 13쪽
75 소드마스터(1) 21.03.30 89 0 15쪽
74 인연의 끈(5) 21.03.30 86 0 13쪽
73 인연의 끈(4) 21.03.29 83 0 14쪽
72 인연의 끈(3) 21.03.28 85 1 15쪽
71 인연의 끈(2) 21.03.27 80 1 13쪽
70 인연의 끈(1) 21.03.25 97 0 13쪽
69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15) 21.03.24 108 0 14쪽
68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14) 21.03.23 87 0 10쪽
67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13) 21.03.23 107 0 9쪽
66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12) 21.03.22 114 1 10쪽
65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11) 21.03.21 102 1 8쪽
64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10) 21.03.20 83 1 10쪽
63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9) 21.03.20 77 0 9쪽
62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8) 21.03.19 107 1 11쪽
61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7) 21.03.19 100 0 9쪽
60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6) 21.03.16 88 1 12쪽
59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5) 21.03.15 93 0 11쪽
58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4) 21.03.14 83 1 11쪽
57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3) 21.03.13 93 0 10쪽
56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2) 21.03.10 88 1 9쪽
55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1) 21.03.10 92 0 10쪽
54 달갑지 않은 만남(8) 21.03.09 94 0 9쪽
53 달갑지 않은 만남(7) 21.03.08 87 0 11쪽
52 달갑지 않은 만남(6) 21.03.07 93 0 9쪽
51 달갑지 않은 만남(5) 21.03.05 94 0 8쪽
50 달갑지 않은 만남(4) 21.03.05 100 1 9쪽
49 달갑지 않은 만남(3) 21.03.04 94 0 10쪽
48 달갑지 않은 만남(2) 21.03.03 96 0 11쪽
47 달갑지 않은 만남(1) 21.03.02 132 1 10쪽
46 이별과 만남(9) 21.03.01 95 1 9쪽
45 이별과 만남(8) 21.03.01 97 0 12쪽
44 이별과 만남(7) 21.02.20 99 1 9쪽
43 이별과 만남(6) 21.02.19 100 1 10쪽
42 이별과 만남(5) 21.02.17 98 1 11쪽
41 이별과 만남(4) 21.02.17 135 1 11쪽
40 이별과 만남(3) 21.02.15 116 1 12쪽
39 이별과 만남(2) 21.02.14 115 0 17쪽
38 이별과 만남(1) +1 21.02.13 123 1 13쪽
37 요정의 숲(7) 21.02.12 121 0 16쪽
36 요정의 숲(6) 21.02.11 115 0 10쪽
35 요정의 숲(5) 21.02.10 126 0 13쪽
34 요정의 숲(4) 21.02.10 113 0 13쪽
33 요정의 숲(3) 21.02.09 115 1 12쪽
32 요정의 숲(2) 21.02.08 110 0 12쪽
31 요정의 숲(1) 21.02.07 105 1 11쪽
30 바다 위에서(8) 21.02.07 119 0 13쪽
29 바다 위에서(7) 21.02.06 115 0 10쪽
28 바다 위에서(6) 21.02.05 116 0 11쪽
27 바다 위에서(5) 21.02.05 120 0 10쪽
26 바다 위에서(4) 21.02.04 123 0 11쪽
25 바다 위에서(3) 21.02.03 121 0 11쪽
24 바다 위에서(2) 21.02.03 126 0 10쪽
23 바다 위에서(1) 21.02.03 131 0 12쪽
22 계획 변경(7) 21.02.02 122 0 11쪽
21 계획 변경(6) 21.02.01 128 0 11쪽
20 계획 변경(5) 21.02.01 135 0 10쪽
19 계획 변경(4) 21.01.31 135 0 12쪽
18 계획 변경(3) 21.01.31 137 0 13쪽
17 계획 변경(2) 21.01.30 130 0 12쪽
16 계획 변경(1) 21.01.30 135 0 11쪽
15 이불 밖은 위험해(8) 21.01.29 147 0 12쪽
14 이불 밖은 위험해(7) 21.01.29 142 1 12쪽
13 이불 밖은 위험해(6) 21.01.28 145 0 12쪽
12 이불 밖은 위험해(5) 21.01.28 152 0 11쪽
11 이불 밖은 위험해(4) 21.01.27 172 0 13쪽
10 이불 밖은 위험해(3) 21.01.27 165 0 9쪽
9 이불 밖은 위험해(2) 21.01.27 167 1 11쪽
8 이불 밖은 위험해(1) 21.01.27 181 0 10쪽
7 모(毛)자라지 않은 녀석(7) 21.01.26 199 2 11쪽
6 모(毛)자라지 않은 녀석(6) 21.01.26 229 1 11쪽
5 모(毛)자라지 않은 녀석(5) 21.01.26 205 3 10쪽
4 모(毛)자라지 않은 녀석(4) 21.01.25 265 2 12쪽
3 모(毛)자라지 않은 녀석(3) 21.01.25 320 2 12쪽
2 모(毛)자라지 않은 녀석(2) 21.01.25 370 1 10쪽
1 모(毛)자라지 않은 녀석(1) +1 21.01.25 797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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