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핀 꽃, 은원의 노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라피에스타
작품등록일 :
2021.02.01 10:41
최근연재일 :
2021.03.15 10:23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15,448
추천수 :
254
글자수 :
541,386

작성
21.03.07 09:49
조회
110
추천
2
글자
11쪽

대리사 (86)

DUMMY

한비와 옥면검객이 사연을 듣게 된 후 닷새가 되던 날.

허월은 황제를 통해 황후와 황자의 일로 대리사로 가게 된다는 얘기를 전해 듣는다.


“그럼 오늘 입니까?”


“그래. 닷새 전, 네 사부님과 허천이 날 찾아와 황후의 죄를 증명할 증인들을 찾았다 하더구나.”


“당시의 태의와 황후마마의 궁에서 지냈지만 한비마마를 따르던 궁녀라지요.”


“그렇다. 그래서 오늘 그들도 대리사에서 황후와 대면하여 20년 전 일을 모두 밝힐 것이다.”


“그럼...”


“나 역시 그 때의 죄를 책임지기로 하였다. 1황자의 일은 그 일이 끝난 다음이다.”


“저도..가야할까요.”


“너는 당시의 일을 모르지 않느냐. 하지만, 장씨 가문도 당시의 피해를 받은 집안이니 필히 의매 역시 참석을 해야 한다는 대리사의 전갈이 있었다.”


“대리사는 승상의 사람들 아니던가요.”


“그렇지. 허나..이번엔 내가 직접 나서는 것이다. 나 역시 죄를 피하지 못할 것이니 황후 또한..”


월은 그런 황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가 비록 한비와 장씨 가문을 몰살토록 명령한 장본인이라지만 따지고 보면 그 역시 치정에 의해서 황후의 계략에 당한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그에게 죄가 있다면 한비를 너무나 사랑한 죄, 그리고 의심한 죄였다.

허월은 그에게 황자의 존재가 증명되면 선위를 하라는 말까지 내뱉었지만 황제의 전혀 생각지도 못한 행보에 오히려 허월 그녀가 더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알겠습니다. 곧 채비하겠습니다.”


“대리사까지 가려면 3일은 걸릴 것이니 잘 준비해서 출발해야한다. 이번엔 한 귀비는 가지 않아.”


“알아요. 황자마마께서 아직 어리시니..”


“유 귀비도 함께 간다. 당시의 일을 증언할 또 한 명의 증인이니까.”


“유 귀비마마라면 걱정할 필요 없을겁니다. 헌데 황상.”


“무엇이냐.”


“이 일로 황후께서 만약 정말로 폐서인이 되어 냉궁으로 내쳐진다면...”


“유 귀비를 황후로 올리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


“그녀가 황후가 되어야 합니다.”


“뭐라고?”


“그녀는...저희 어머니와 한비마마를 죽인 장본인이기도 하잖아요.”


“의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


“....”


“알겠구나, 넌 유 귀비를 가장 꼭대기에 올렸다가 끌어내리려는 것이냐?”


“...이번 황자마마의 일은 매실즙으로 인한 일이었지요. 제가...그 장본인이었지요.”


“...의매 더는 말하지 말거라. 어떤 사연인지 알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다. 이 일은 황후가 모두 다 안고 가야 할 문제다. 더는...죄를 추궁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황제는 어쩌면 예감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이번 매실즙 사건. 유 귀비는 본디 허월의 동생 같은 아영을 죽인 장본인이다.

그런데도 허월은 아무런 처벌도 요청하지 않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지나치게 가까워졌다. 이것은..여자들의 전쟁이니 황제가 끼어들 순 없었지만 오래도록 후궁들의 싸움을 알고 있는 황제는..이 일의 배후에 분명 허월의 입김이 있었을 것이라는 건 경험으로 느끼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일이 커지길 원치 않았고, 가족을 순식간에 잃어야만 했던 허월, 아니 장예월의 아픔을 더는 들추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설령 장예월이 유 귀비를 이용하여 어린 황자를..위협하는 도박을 했다고 할지라도...그녀를 탓할 생각은 없었다. 그것은 지난 밤 한 귀비와의 얘기를 통해서 결정한 일이었던 것이다.


사실..한 귀비는 허월이 처음부터 그 약을 줬던 일과 자신까지도 믿어선 안된다고 했던 그 일을 빌어 이번 어린 황자의 일에 허월이 무관할 것이라고는 사실 생각지 않고 있었다. 황자가 위급했던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모든 정황 상...허월이 배후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황자의 목숨을 앗아가지 않도록 미리 그녀에게 해답을 주었던 허월이 아닌가.


“황상, 그렇다면 준비해서 뒤따르겠습니다.”


.

.


“승상께서도 대리사로 가시는 거지요. 어떻습니까, 황후마마와 황자마마를 모두 구할 수 있습니까?”


승상의 관저였다. 그는 그곳에서 몇 몇 고관 대신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대리사의 사람들은 내 사람들이니 문제는 없겠지만...이번에 20년 전 일은 황후마마뿐이 아니오. 그 무기력하고 무능했던 황제마저도! 스스로 자신의 죄를 달게 받겠다고 하지 않겠소!”


“대체 무슨 생각인걸까요. 황제가 아무리 죄를 지었다고 하지만...그를 어찌 벌한다고.”


“황제를 물러나게 하려는 생각이었는데 1황자라는 자의 등장으로 곤란하게 됐소. 그자가 만약 정말로 20년 전 한비의 친 아들이고, 황제의 친자라면! 3황자를 살린다고 한들...절대 황태자가 될 수 없소.”


대신들 몇 명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참석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대화였다.

승상은 대략적으로 이미 그 참석하지 않은 대신들은 몸을 사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3황자가 무너지길 기다리고 있는 거겠군요.”


한 대신이 그리 말하며 씁쓸히 웃었다. 처음부터 오만하고 흉폭한 성정으로 대신들의 충성을 한몸에 받을 수 없는 3황자 대신 1황자로 밝혀졌다는 허흥에 대해서는 그들 모두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 지독하다는 변방 훈련까지 이욱과 겨뤄서 2인자가 되었던 허흥의 존재를 말이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황제가 그들을 신뢰해서 황제의 호위무사로 곁에 두었다는 사실도 말이다. 그러다보니 그들은 줄을 다시 서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예견되어진 황후의 몰락과 3황자의 몰락은 곧..승상의 몰락을 예견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

.


“허..흥. 그만 우리도 대리사로 출발해야 하네. 무엇을 하는건가.”


“...별 거 아닙니다. 참, 대리사에 고발장을 직접..장 낭자가 작성해야 하는 것을 알려주었습니까.”


“아, 물론이네. 아마 다 준비해 놓았겠지.”


“황상께서..정말로..스스로 죄를 받으시겠다고 하다니.”


“...장 낭자는 여린 사람이지. 그녀는...아마 그렇게까지 황상을 끌어내리려는 건 아니었을거야.”


이욱은 그리 말하며 허흥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엄밀히 말하면 그의 부친일 수도 있는 황제의 일이었다. 비록 그의 모친도 황제와 황후에 의해 그 때 누명을 쓰고 쫓겨났다지만 어쨌든 그것 역시 그의 아버지라면 그에겐 덮고 싶은 기억일 수 있었다.

그런 황제에게 정면으로 칼을 들이댄 건 허월이자 장예월의 선택이었다.

그가...황자일 것이라는 것을 밝혔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말이다.


“황족이라 할지라도 죄를 지었다면 응당 그 죄 값을 치루는 것이 맞습니다.”


“만약..만약 자네가 정말..황상의 아들이 맞다면..나는..”


“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저를 아랫사람을 대해주시는 게 맞습니다.”


“출발 전에 늘 궁금한 게 하나 있었네. 아랫사람으로 대하라니 묻고 싶어.”


“말씀하시지요.”


“자네에게 있어 허 낭자...는 어떤 사람이었나.”


“예?”


“나와 갑작스럽게 정혼을 한다고 했을 때..자네의 기분이 어땠나 궁금해서 말이야.”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두 사람의 마음이 하나라면 저는 월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만약..에 말이야. 그게 아니라면? 두 사람의 마음이 하나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그 말에 갑자기 허흥은 말을 멈췄다.

문득..자신이 처해진 상황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백 청아와 혼인에 대한 말이 오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모든 건 그의 신분이 드러난 후에 진행되겠지만 벌써 두 사람의 일에 대해서 황궁에서는 말이 오가고 있었다. 허흥은 1황자고 그 세력을 보다 견고히 하기 위한 황제의 명으로 백 청아와의 혼인이 성립이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 모든 것은 두 사람의 마음보다 대의를 위해서일것이라고.


“갑자기 그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네도 청아와 혼인 얘기가 오가고 있지 않나. 그 마음을 묻는 거야. 진정으로 원하는 지.”


“그것은 별개의 문제이며 아직은 결정하긴 이릅니다. 그 일은...나중에 생각하겠습니다.”


이욱은 허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난 밤, 허월이 3황자의 춘약에 당해서 정신을 잃었을 때, 그가 본 허흥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았다.

그 눈빛은..결코 동생을 위한 눈빛이라고만 하기엔 더 많은 감정을 담고 있었으니까.

아니, 적어도 이욱이 보기엔 그렇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만 황상과 함께 출발준비를 서두르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

.


허월은 미리 준비해 놓은 고발장을 챙겼다.

그녀가 황제와 함께 대리사로 가기 위해 출발할 때, 낯선 소년이 그녀를 갑자기 찾아왔다.


“당신이 황상의 의매인가요?”


왠 아이가 자신에게 그리 물으니 월은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걸 어떤 사람이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대리사로 출발 전 꼭 읽어보라고.”


소년은 그리 말하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처음 보는 아이였지만 허월은 종이를 펼쳐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얼굴이 굳어졌고 급하게 어딘가로 향했다.


“날 보자고 하다니. 무슨 생각인가요, 설마 날 죽이기라도 하시려고?”


허월이 찾은 곳은 황후 궁 근처였다. 바로 무영이 그녀에게 서신을 전달한 것이다.


“설마. 사부님의 제자에게 그리 대하고 싶진 않아. 다만...묻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묻고 싶은 것이라...”


“황후를...무너뜨리는 데 성공한 것을 축하해야 하나?”


“그건 당신의 진짜 의도가 아닐텐데요? 진짜 날 불러낸 목적을 말해요.”


“역시 화통하군. 그렇다면 한 가지 물어보지.”


“좋아요.”


“이번 한 귀비의 어린 황자의 일, 너야말로 이번 일의 배후자가 되어 벌인 일이라는 것 말이지.”


그 말에 허월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어린 황자의 일의 배후라니.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웃어넘기고 말텐데 허월은 침묵했다.


“난 황후의 명으로 널 감시했던 것을 잘 알텐데? 내가 다 보고 있음을 알면서도 왜 그랬지?”


“뭘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어린 황자의 목숨을 담보로 너는 도박을 했지. 유 귀비를 움직이고 황제 앞에서 황후가 했던 말들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말했던 그 궁녀까지! 모두 너의 작품일텐데? 어째서 그런 짓을 했지? 그리고 모든 정황을 황후에게 불리하게 만드는 것이 결국 너의 계획이었다는 건가?”


“우습군요.”


“?”


“이제와서 진정한 충심으로 황후를 떠받들기라도 하는 건가요? 당신은...진심이 아니었잖아! 황후의 곁에 있는 건 오로지 지금껏 황후가 승상의 세력을 믿고 권력을 휘둘렀기 때문 아닌가?”


“...”


“아니라곤 못하겠지. 내가 그렇게 했었다는 걸 알면서도 왜 그걸 그럼 황후 앞에서 밝히지 않고 굳이 날 찾아와서 내게 묻는거지? 그건..곧 갈아탈 세력을 물색하기..위함 아니던가?”


“하하하하!”


“인정해요. 그래요! 내가 황자의 목숨을 담보로 도박을 했다고 치죠. 하지만 대체 무슨 근거로? 이번 매실즙 사건에서 내가 직접적으로 나선 건 단 한 번이었어. 그러나 내 말을 듣고 움직인 건 저들의 선택이었지. 그런데 그게 다 내 탓이라고 하고 싶은건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못다핀 꽃, 은원의 노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3 끝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 (번외) +2 21.03.15 107 1 18쪽
102 새로운 시작. 그리고 영원한 맹세 (終) 21.03.14 109 3 13쪽
101 愛得太遲. 너무 늦게 사랑을 깨달아서 미안합니다. (100) 21.03.14 92 3 18쪽
100 바보 같은 두 사람의 마음 (99) 21.03.14 117 3 8쪽
99 떠난 사람의 자리는 유독 크게 느껴집니다. (98) 21.03.13 127 3 11쪽
98 악을 행한 자들의 최후 (97) 21.03.13 100 2 15쪽
97 그녀들의 결단 (96) +2 21.03.11 113 3 10쪽
96 1황자의 자리를 되찾은 허흥 (95) +2 21.03.11 96 2 11쪽
95 깨어난 허흥의 진심과 허월의 마음 (94) +2 21.03.11 127 2 10쪽
94 마지막 일격 (93) +2 21.03.11 115 2 13쪽
93 친자검사(2) (92) +2 21.03.10 115 2 11쪽
92 친자검사(1) (91) +2 21.03.10 119 2 12쪽
91 백면여협과 무영의 만남 (90) +2 21.03.09 102 3 10쪽
90 황후와 황자의 몰락. (89) +2 21.03.09 99 2 14쪽
89 허흥의 마음 (88) +2 21.03.08 105 1 11쪽
88 선택권은 그들에게 있었다. (87) +3 21.03.08 103 2 13쪽
» 대리사 (86) 21.03.07 111 2 11쪽
86 20년 전 한 귀비와 옥면검객 (85) 21.03.07 114 3 12쪽
85 승상의 반격 (84) 21.03.06 144 2 9쪽
84 3황자의 처벌과 황후를 향한 칼날 (83) 21.03.06 125 2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