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핀 꽃, 은원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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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에스타
작품등록일 :
2021.02.0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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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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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황자의 자리를 되찾은 허흥 (95)

DUMMY

허월은 멍한 얼굴로 허흥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여전한 그 표정. 그 표정만 보이면 나는 널 놀릴 생각만 하고 괴롭히곤 했었지.”


“...”


“그리고...이 표정 다음에...내가 맞이해야 하는 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허흥은 무언가 푹신한 것이 얼굴을 강타하는 걸 느꼈다.

‘퍽!’

감히..황자의 얼굴에...베개를 그대로 명중시키는 허월...이었다.


“그래...이걸 미리 알고 있는데...너무 하지 않느냐! 난 아직 환자..”


“환자라는 사람이 지금..누굴 놀려요!”


버럭 하는 소리. 허월은 자신의 말을 다 들었을 허흥 때문에 부끄러움. 화남. 짜증...기쁨...여러가지 감정이 섞인 채로..어릴 때처럼 베개로..그의 얼굴을..그대로 강타시킨 것이다. 아주 잠깐이나마 두 사람은 어릴 때 그 천진난만했던 시절로 돌아간 듯 다투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느새 허월은 자신도 모르게 베개를 내리며 벌떡 일어섰다.


“월아.”


“..갈래요. 깨어난 거 알면서 이 공자께서는 날..이리로 데려온거군요!”


“내가...이형께 부탁하였다. 널 데려와 달라고.”


“...나쁜 사람들! 아직도 날 놀릴 힘이 있는 걸 보니 다 나았군요! 그만 가겠어요!”


“월아. 잠시만..답을..”


“답은 무슨 답! 닥치고 그냥 누으세요!”


“허허..아무리 그래도 황자인 내게 그런 말 버릇은..”


“죽일테면 죽여봐요! 날 놀리는 건 절대 안 참아! 어릴 때부터 그랬죠, 오라버닌 진지하다가도 꼭 그리 날 놀려서 날 약을 올리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절 달래준 건 소왕야였다구요! 정말...바보 같은!”


“이야. 아직 나를 기억해 준다니 고마운데. 월아?”


난데없는 호탕한 목소리, 월은 깜작 놀라 문 쪽을 바라보니 언제 왔는지 우림과 청아가 웃고 있었다.


“소왕야께서 어떻게..언니?”


잠시나마 어릴 적 기억에 장난치듯이 웃던 허월은 갑자기 청아를 보자 웃음기가 사라졌다.


“오라버니가 정신이 들었다고 가보라는 연락을 받았어. 이 오라버니가 알려주셔서 같이 왔지.”


청아는 미소 지으며 월에게 다가가 가만히 월을 끌어안았다.

순간적으로 움찔하는 월이 빠져나가려고 해도 청아는 놓지 않더니..속삭였다.


“우리는 혼인을 할거야. 내 대신 돌봐줘서 고마웠어. 이젠..내가 할게.”


그 말을 끝내고 청아는 여전히 화사하게 웃으며 월을 놓아주곤 허흥에게 다가섰다.


“어때요? 기분은? 10일 동안 잠만 자는데 월이가 꼼짝도 않고 붙어 있는다기에 못왔어요. 괜히..월이 마음이 안 좋을까봐요.”


청아가 조금 전 속삭인 소리에 멍해졌던 월. 그런 월을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우림.


“월아, 잠시 나갈래?”


허흥의 시선은 청아를 잠시 향했다가 금새 월에게 향했다.

아직..답을 듣지 못했다.


“월아!”


허흥은 몸이 아직 완쾌된 것이 아님에도 벌떡 일어났다.

그런 허흥을 청아가 붙잡으며 말했다.


“오라버니의 몸이 나아지면 황상께서 기일을 바로 잡으신댔어요. 그러니 그때까진 날 더 이상은 걱정 시키지 마세요, 오라버니.”


다소 냉정한 듯한 청아의 손길과 목소리.

월은 그 말에 우림을 따르려다가 휙 돌아보았다. 그러다 허흥과 눈이 마주친 월.


“월아! 대답을..기다리겠다.”


하지만 월은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어느순간 다시 싸늘한 얼굴로 그들을 외면하고 우림과 나갔다.


“오라버니.”


“청아.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난 이제 겨우 정신이 들었고, 황상께서 기일을 잡는다니.”


“언젠가 잡으실 거잖아요. 어차피 일어날 일이니까 미리..”


“청아! 무슨 생각인 것이냐.”


“왜요? 우리 이미 얘기 끝났잖아요. 오라버닌 나와 혼인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 날..”


허흥은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정신을 잃기 직전에 월을 생각했다.

자신이 월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결코 오직 동생만으로 여겨서는 아니란 것을 깨닫고 얼마 안되었던 그 날, 대리사에서 황제를 대신해 칼에 맞고 쓰러진 것이다.

그리고 정신을 잃고 있어 몰랐지만 청아 말대로라면 그가 의식을 잃고 있었던 기간동안 월이는 매일 이 곳에서 와서 그를 돌봤다는 것이 틀림없었다. 월의 창백하게 야윈 얼굴이 그 대답이었다.


“놓거라. 월이에게 들어야 할 말이 있어.”


그러나 이번에는 청아의 행동이 달랐다.

그녀는 일어서려던 허흥을 잡고 탁 눌러 도로 눕혔다.


“청아.”


“날 보세요, 나 질투 많은 여자예요. 내 사람이라 생각한 순간부터..다른 사람 생각하는 거 용서안해. 그게 설령 허월, 저 아이라도 전 용납하지 않아요!”


“청아?”


늘 화사하게 웃고 호탕하고 그와 검을 겨루던 청아의 태도와는 전혀 달랐다.

허흥은 그런 청아의 모습에 당황하여 더는 월을 따라가지 못한 채 도로 침상에 누웠던 것이다.


“죽을 만들어왔어요. 우리 어머니 음식솜씨 잘 알죠? 제가 배워서 만들어서 부족할 수 있어요.”


“청아..너..”


“하지만 앞으로 혼인을 하게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황자마마의 식사는 제가 꼭..준비할래요.”


“청아, 대체 왜...”


.

.


우림을 따라 나온 월은 멍했다.

청아의 속삭임에 당황한 탓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정말로 혼인을 할 것이라는 말이 자꾸만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림은 잠시 그런 월을 지켜보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직.”


“....?”


“아직 황상께서는 혼인에 대한 얘기를 하신 적 없어. 그저 청아가 조바심에 널 자극하려는 걸거야.”


“조바심?”


멍하던 월의 귀에 들려온 단어는 조바심이었다. 대체 무얼? 무엇 때문에?


“두 사람은 지난 번 네가 대리사로 떠나기 전 백 장군님 댁에 갔을 때 혼약을 서로 맺은 거 같아.”


“뭐라구요?”


“그 날, 청아는 허흥과 얘기를 했고 내가 아는 한 그 역시 동의했을 것이다.”


그러자 월은 또 다시 혼란스러웠다. 그렇다면 조금 전 그의 행동과 말은 무엇이란 말인가. 다시 생각해보라는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던 허흥의 그 말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너와 남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어쩌면 너에 대한 심경의 변화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허나 그건 잠시일 뿐이다. 너는...황상의 딸이 되어 네가 원하는 그 어떤 누구라도 혼인할 수 있을거야.”


딸이라니, 허흥은 황제의 아들이고 자신이 동생이면 두 사람은 결국 남매 같은 사이로 돌아간다. 그게 가장 바람직한 결과일 것임은 틀림없었다.

이제 막 황후와 승상이 폐위되고, 잠시라도 이 대명제국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황제의 말대로라면 그는 허흥을 황태자로 세울 것이나 오래도록 공백이었던 그가. 1황자라는 이유만으로 쉽게 대신들의 지지를 얻는 건 어려울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허흥을 도와줄 수 있는 세력이 있다면..문제가 없을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백 장군이었다. 충신으로 이미 고관대신이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그를 명장으로 인정해 그를 존경하는 정황상, 그가 청아와 혼인한다면 대신들의 마음도 쉽게 움직일 것이니까.

백 장군은 남송 시절의 악비와 같은 명장으로 칭송받고 있었으니까.

역사적인 시점으로 볼 때 남송 초기 명장이고 남송의 영웅인 악비 대장군은 간신 진회의 모함 속에 역모 죄로 죽었지만, 지금도..그리고 앞으로도 중국인들의 마음속에는 민족의 영웅이 될 악비 말이다.

그런 자의 사위가 된다면 1황자로써의 입지를 탄탄히 다지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억울하게 죽었다지만 실질적인 아무런 세력이나 지지기반이 없는 허월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


“허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곧 1황자로써 정식으로 명명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처음 황자로써의 일이 바로...이웃나라의 사신으로 가는 일이지.”


“이웃나라..어디요?”


“류큐왕국(현재의 일본 오키나와)의 축하연회에 첫 공식 일정으로 가게 된다.”


“류쿠왕국에 어떻게 1황자가 직접..”


“류큐왕국은 조선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조공을 바치고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현 황상께서는 그곳에서 보내온 조공에 보답하는 의미로 1황자를 첫 공식일정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이 공자께서도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황상께 가자, 황자님께서 깨어나는데로 너를 데려오라고 하셨다.”


허월은 복잡한 마음을 애써 숨긴 채 우림과 함께 어서방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이욱이 있었고, 황자를 안은 한 귀비도 있었다.


“황상께 인사 드립니다. 황상 만세만세 만만세. 한 귀비 마마께 인사 드립니다. 천세천세 천천세.”


“그만하거라. 의매. 오늘은...아주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 거 같아서 불렀다. 어차피 다른 이들은 잘 모르는 상황이지만 이제 소왕야는 알아야 할 거 같아 함께 부른 것이다.”


영문을 모르는 우림은 허월과 이욱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황상, 말씀하십시오.”


“1황자가 자신의 자리를 찾았고, 곧 첫 공식일정으로 류큐왕국에 다녀올 것이다. 그 때 함께 가기에 가장 좋은 건 역시나 이 공자, 그대였고. 그대에게 이미 짐은 두 가지 선택지를 주었을 것이다. 이제 의매가 하고자 했던 모든 원을 풀었으니 우리의 연극을..끝낼 때가 되지 않았는가.”


그 말에 우림은 알아들을 수 없다는 얼굴로 이욱과 허월 그리고 황제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소왕야께서는 사실을 잘 모르시니 제가 간단히 말씀드릴까 합니다, 황상.”


“그러시오.”


“소왕야, 이욱 공자와 허월 낭자의 혼약은...정략이라고 했지만 실은...그것 또한 진짜가 아닙니다.”


“네?”


“두 사람이 정략결혼을 방패삼아 황후로부터 허...아니죠, 이젠 장 낭자라고 부를께요. 장 낭자에게 가해질 수 있는 황후의 세력의 피해로부터 보호하고자 황상과 함께...의논한 연극이라는 겁니다.”


그 말에 우림은 당황한 모습으로 허월을 먼저 바라보다가 다시 이욱을 바라보았다.


“그럼 두 사람이..”


“이 공자, 그대에게 먼저 묻지.”


“네 황상.”


“이미 짐의 말을 들었을 때 그대는 분명 후자를 선택한다고 했지. 지금도 그런가, 정략이고 연극들에 불과했다지만 그대는 의매에 대한 정이 깊은 거 같은데..”


허월만이 아무 말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정말로 이욱에게 미안한 마음인 것이다.


“다시 한 번..”


“황상...신이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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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새로운 시작. 그리고 영원한 맹세 (終) 21.03.14 109 3 13쪽
101 愛得太遲. 너무 늦게 사랑을 깨달아서 미안합니다. (100) 21.03.14 92 3 18쪽
100 바보 같은 두 사람의 마음 (99) 21.03.14 117 3 8쪽
99 떠난 사람의 자리는 유독 크게 느껴집니다. (98) 21.03.13 127 3 11쪽
98 악을 행한 자들의 최후 (97) 21.03.13 100 2 15쪽
97 그녀들의 결단 (96) +2 21.03.11 113 3 10쪽
» 1황자의 자리를 되찾은 허흥 (95) +2 21.03.11 97 2 11쪽
95 깨어난 허흥의 진심과 허월의 마음 (94) +2 21.03.11 127 2 10쪽
94 마지막 일격 (93) +2 21.03.11 115 2 13쪽
93 친자검사(2) (92) +2 21.03.10 115 2 11쪽
92 친자검사(1) (91) +2 21.03.10 119 2 12쪽
91 백면여협과 무영의 만남 (90) +2 21.03.09 102 3 10쪽
90 황후와 황자의 몰락. (89) +2 21.03.09 99 2 14쪽
89 허흥의 마음 (88) +2 21.03.08 105 1 11쪽
88 선택권은 그들에게 있었다. (87) +3 21.03.08 103 2 13쪽
87 대리사 (86) 21.03.07 111 2 11쪽
86 20년 전 한 귀비와 옥면검객 (85) 21.03.07 114 3 12쪽
85 승상의 반격 (84) 21.03.06 144 2 9쪽
84 3황자의 처벌과 황후를 향한 칼날 (83) 21.03.06 125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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