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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골드
작품등록일 :
2021.02.0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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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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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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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9. (4)

DUMMY

“그리고 아까 말한 거 있잖아. 모험가들이 상대를 안해줬다는 거. 그건 아마 오해일 거야.”


셰피도 내 말에 궁금한지 나를 돌아보며 묻는다.


“왜?”


“가방에 책이 들어있다고 말한 것도 실은 주문책이지? 물론 그런거 없이도 척봐도 후위직이란 걸 알 수 있지만. 후위직은 자기 외에 파티를 찾으려면 전위직으로 찾아야 하잖아."


"응"


"그런데 전위직이나 적과 근접할 수 있는 중위직 까지 포함해서 파워 팀은 어느 파티를 가나 인기가 많고 수요가 있어. 후위가 인기가 없다기 보다 순서로 따지면 보통은 전위직이 먼저 자신과 함께할 후위직을 찾는 거지.”


“그렇구나.”


셰피가 아멜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해준다.


“여러가지 이유가 겹쳤겠지만. 전위직 입장에서는 제대로 길드를 통해 동료를 소개받고 싶을 거야. 자기는 서두를 게 없으니까. 섣불리 아무나하고 파티를 맺었다간 약속을 취소하자고 하기도 곤란할 테고.”


“응.”


“반대로 중위직이나 후위직은 자기들 외에 또 다른 후위직과 파티를 짜기엔 힘이 드니까 당연히 거절하겠지.”


마법사 처럼 보이는 엘프가 파티를 구하는데 나도 중위직이거나 후위직이라면.

역시 조금 주저하게 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 조건하에서. 하나. 각성의 의식을 통과하고. 둘. 오늘 도시를 출발할 계획이면서. 셋. 마침 또 파티를 구하는 전위직을 찾는다? 나 였으면 진작에 포기했을 거야.”


“....”


“그러니까 딱히 네가 싫다 거나. 스타리 엘프라서 우습게 본 게 아니야. 분명 그거 하나는 말해줄 수 있어.”


아멜이 한 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바닥만 쳐다보았다.

그리곤 생각을 떠올리자 또 서러움이 북바치는지 눈썹이 모이며 눈물이 그렁그렁 해진다.


“그래서 그랬구나. 난 또 나랑 스승님을 무시한다고 오해했는데... 내가 바보였네.”


이렇게 까지 금세 기분이 오르락 내리락하면 나였으면 자기 감정에 지쳐서 내가 먼저 쓰러졌을 거다.

그렇지만 아직 내 말은 다 안끝났다.


“그러니까... 나였으면 분명 포기했다는 얘기지만. 그래도 넌 포기하지 않았잖아.”


“응...?”


올려다보는 눈 속에 마치 밤하늘에 별이 담겨있는 듯 하다.

이런 커다란 눈망울 때문에 스타리 라고 불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저렇게 바보같이 커다란 짐들을 들고 거기까지 걸어간 거야. 마지막까지 버티고 버티다가 넘어지고 나서야 최후에는 신에게 기도를 한 거고. 그러니까 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


저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스타리 엘프가 되어본 적 없으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와서는 조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우리랑 만나서 셰피가 널 들어올릴 수 있었어.”


우울해하는 아멜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분명 내 진심이었다.


“포웬.”


어쩐지 셰피도 조금 감격스러워 보인다.

어라. 조금 괜찮았나?


“그리고 생각해봐. 신에게 기도하자마자 1초만에 신의 사자가 네 앞에 도착한 거잖아. 이것만 봐도 넌 그냥 운 없는 모험가가 아니라는 거야. 사실은 오히려 축복받은 쪽이 아닐까.”


주문이나 스킬도 아닌데.

신에게 기도드리자마자 즉발성으로 신의 사자가 눈앞에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세상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다.

그러니 그런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면. 그 사람은 실은 엄청나게 운이 좋은 사람일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우우.”


아멜의 눈망울이 촉촉하게 차오른다.

이젠 진짜로 보는 맘이 안쓰러워지려 하니 울지 말아줬음 좋겠다.


“도움도 구했고 열심히 해보려고 했지만 계획대로 안된 것 뿐이야.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가혹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버티고 버텼잖아. 가장 힘든 순간에도 끝까지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에는 신의 인도를 받는다. 그거야말로 훌륭한 모험가의 덕목이 아닐까.”


작은 키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보이지만.

실은 한 사람의 모험가로서 힘겨운 도전에 정면으로 부딪혀 누구보다도 용감하게 맞서 싸운 거다.

그게 비록 던전에서 적들을 무찌르는 화려한 역할은 아닐지라도.

그 용기야 말로 모험가의 귀감이 되기 충분하다.

그러니까 그런 모험가가 동료가 된다면.


“그런 모험가라면 나도 믿을 수 있어.”


단순히 돕고싶다는 게 아니다.

파티로서 함께 할 수 있는가.

믿을 수 있는가.

신뢰할 수 있는가.

그런 의미에서 아메리온이라는 이 스타리 엘프의 끈기와 인내는 분명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가 파티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도 나와 셰피 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지탱해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제안을 하는 것이다.

어쩐지 말을 하고나니 정말로 신들에게서 인도를 받은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너만 좋으면 우리 파티에 들어와. 아멜.”


“흐극.”


그게 신호가 됐는지.

마치 물이 가득 담긴 자루에 퐁 하고 구멍을 낸 것처럼.

아멜의 눈에서 물줄기가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눈물이란게 저렇게 나오기도 하는 건가.


“흐아아아아앙.”


그리고는 지난 며칠 동안 쌓여있던 서러움이 폭발했는지 엉엉 울기 시작했다.


“괜찮아. 신의 사자는 아니지만. 안심해도 돼.”


“으응. 어어엉엉.”


셰피가 다독여주니 그녀의 품에 덥썩 안겼다

그리고는 어깨까지 들썩이며 흐느껴 울었다.

그냥 적당히 우는 거였다면 푸헤헷! 얼레리꼴레리 울보래요 하고 놀려주려고 했는데. 진짜로 서러움에 북받치듯 감정을 쏟아낸다.

그러니 눈치없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없었다.

셰피가 아무 말 없이 아멜의 어깨를 마주 감싸 안아준다.

나이는 아멜 쪽이 많은데 꼭 애가 어른한테 안겨있는 모습 같다.

그러니 결국엔 나도 턱을 괸채 부드럽게 미소짓는 수 밖에 없었다.

다 큰 숙녀가 울고있는 모습을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는 건 실례겠지.

눈을 감고 작게 한숨을 쉬며 앞을 바라보았다.

하트샤인은 똑똑해서 딱히 무언가 고삐를 강하게 쥐고있지 않아도 알아서 제 갈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덜그덕 덜그덕


하고.

정리가 잘 되어있는 도시 밖 대로를 따라 여행객들의 무리와 주변의 다른 마차들을 지나쳤다.

바퀴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멀리서 보면 언뜻 무질서한 인파의 행렬 같아 보이지만. 길이 갈라지거나 나눠질수록 점점 더 서로에게서 멀어져 갔다.

처음에는 같은 길에서 출발한 여행객들도 나중에는 서로가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길동무가 있다는 것은 정말 드문 인연이고. 솔로잉에 비해서는 몇 배나 즐거운 일이었다.

이젠 그걸 알 수 있었다.


“이젠 괜찮으니까. 울지마.”


셰피도 조금 감정이 동화됐는지 울먹이는 기세를 보인다.

이러다가 끝이 없어질 것 같기에 둘 다 조금 진정시키자.


“할 거야? 말 거야?”


소리치니 아멜이 나를 돌아본다.


“싫다고 해도 달투나 까진 태워줄 테니까. 아니 이제는 오히려 거절하고 중간에 내리겠다고 해도 못 내려줘. 억지로라도 달투나까지 끌고가서 네 파티를 찾아줘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신의 사자 역할도 제대로 못했다고 천벌이 내릴 테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알고있어.”


모험가들은 온갖 종류의 징크스나 미신. 축복이나 저주 같은 이야기에 민감하다.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흐으응 흐극. 흐아아앙. 할래에에에. 파티 할래요오오오.”


내 말에 또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잠잠해져가던 울음 소리가 다시 커진다.

그리고는 도저히 막을 길 없는 감정을 쏟아내며 아멜이 시원하게 대답한다.


“좋은 대답이야. 난 포웬 고릴리아다. 우리 집안은 북부의 어머니 고릴라를 수호성으로 섬기지. 앞으로 잘 부탁해. 아멜.”


“잘 부탁해. 아멜.”


“응. 히끅. 으응. 나도.”


그러고도 한참동안 소매로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가를 닦아내려 애쓰며 말을 한다.


“나도 잘 부탁해. 포웬. 셰피.”


그러면서 눈물이 가득찬 얼굴로 빵싯 웃는다.

사탕 하나라도 손에 쥐어주고 싶구나.


“파티를 맺어본 적은 있어?”


내 물음에 고개를 젓는 아멜.

하긴. 괜한 걸 물었구나.


“그러고보니 나도 직접 하는 건 처음인데. 혹시 모르니 셰피도 도와줘.”


“알았어.”


손을 앞으로 내밀어서 내 손등 위로 다시 셰피의 손바닥이 내려온다.

서로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직접 닿진 않지만 체온같은 게 느껴질 정도는 된다.


“우리처럼 손등이 보이게 여기에 올려봐.”


악수의 일방통행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손등을 차곡차곡 포개었다.

그런데 이 다음엔 어떻게 했더라?

내가 바보란 게 여기서 들통나면 안되기에 조금 고민하는데 다행이 셰피가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보며 눈으로 웃는다.

다음으로 아멜을 바라본다.

그러자.

나와 셰피 사이에 서로 연결된 스테이터스의 거미줄.

그 몸과 영혼을 감싼 투명한 줄 위에 또 다시 가느다란 실 하나가 사그라들 듯 미끄러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어쩌면 스테이터스의 선에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개성 같은 것이 반영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성격이 불 같은 사람은 스테이터스의 거미줄도 활활 타오르거나 하지 않을까.

아멜의 스테이터스 줄은 강하거나 단단한 끈은 아니었지만 밤하늘의 별빛이 담겨있는 듯이 투명하게 반짝거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걸 대체 어떻게 알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스테이터스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전해주었다.

그 실이 나와 셰피의 끈으로 다가와 우리 둘의 사이에 스르륵 묶어졌다.

파티계약처럼 절대로 잘리지 않을 만큼 단단하게 잇는다기 보다는. 마치 내가 이래도 되나를 조심스럽게 확인하는 것 처럼 살포시 얹혀지는게 간지럽기까지 했다.

그렇게 파티가 맺어졌다.


“파티 완료야. 어때. 신기하지?”


처음 파티를 맺으면 그 느낌이 무척이나 신기하다.

내가 셰피와 맺은 파티계약 만큼은 아니겠지만. 동료 파티원의 위치랑 거리가 어림짐작이 가능하게 스테이터스 줄에 진동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아멜이 방금 전에 파티를 맺기 위해 내밀었던 자신의 오른손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다.


“금방 익숙해질 거야.”


셰피가 아멜을 다독여준다.


“이게... 파티구나. 정말로 파티를 찾은 거구나.”


잠시 여운을 즐기도록 내버려 둔다.


“진짜 모험가로 시작하는 거구나.”


방금까지 감정들을 다 쏟아낸 탓인지 다행이 또 울거나 하진 않았다.

어째 나나 셰피도 비슷한 소리를 한 적이 있던것 같은데. 라는 생각에 둘이서 동시에 웃어버렸다.

그리고 나와 셰피가 바라보는 시선을 눈치챈 아멜이 그제서야 허겁지겁 소매로 얼굴에 난 눈물 자국을 닦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미 푹 젖어버린 소매가 축축해서 기분나쁜지. 그 다음에는 자기의 어깨에 걸친 두툼한 바람막이 숄에다가 얼굴을 문질렀다.


“자. 다음 목적지는 달투나 입니다. 이제부터 해가 질 때까지는 내가 마차를 끌테니까 둘은 당분간 짐칸에 들어가서 쉬고 있어.”


“네~.”


“응.”


“셰피는 그리고 아멜이 싼 짐을 다시 정리하는 것도 도와줘. 식료 포대들은 합치는 걸로 하자. 앞으로 이틀 간은 같이 먹어야 하니까.”


달투나 까지의 거리를 도보로 3일이라고 한다면 마차로는 내일 모레 정도면 도착할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틀 동안 4인 분의 사흘치 식재를 처리하게 생겼다.

분명 다 못먹고 남기겠지만.

아멜이 구입한 포대의 내용물은 아무래도 우리가 구입한 포대와 안의 구성이 다른 것 같다.

덕분에 훨씬 다양한 요리들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아멜에게는 무거운 짐짝에 불과했던 식료 포대도 이렇게 마차에 실으니 훌륭한 파티의 여행 자원이 됐다.

그러니 뭐든 쓸모없기만 한 것은 없는 법이다.

내일 아침부터는 조금 호화스럽게 식사를 차려도 될 것 같았다.

입도 늘었으니 다행이고.


“마차를 멈춰줄까?”


“됐어. 그냥 넘어가도 돼. 흔들림도 적고.”


달리는 도중의 마차 위에서 셰피가 먼저 일어나서 가볍게 짐칸으로 넘어갔다.

뒤이어 아멜이 흔들림에 적응하려 잠깐 고생하더니 셰피가 도와줘서 어렵지 않게 마부석 뒤로 넘어갔다.


“아늑해...? 왜? 짐마차가 이렇게 아늑한 거였나?”


아멜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셰피가 그런 아멜이 귀엽다고 느끼는지 옆에서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바라보고있다.


“아마 이제는 같은 파티가 돼서 그런 게 아닐까. 우리 마차잖아.”


아무리 허름한 곳도 내 집이라면 세상 아늑하고 편안한 법이다.

'같은 파티' 라는 단어에 아멜이 또 감격스러운지 잠시 찡하다는 표정으로 오른손을 감싼다.


“응. 그렇겠지.”


실상은 12골드 짜리 2.5형 사이즈의 짐마차라서 그렇습니다 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괜히 비싼 물건이라고 으스대는 것도 이상하잖아.

그냥 파티가 함께쓰는 마차 라는 이유로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진다면 짐마차도 행복해 할 것이다.


“하트샤인. 부탁한다. 우리 둘이서 이제부터라도 서로 친해지기로 하자.”


하트샤인이 내 목소리가 들리자 뒤를 힐끔 본다.

그리곤 고삐를 쥔게 나라는 걸 알았는지 불만스럽게 콧소리를 푸르륵 거렸다.

그렇다고 물론 갑자기 심통을 부리거나 하지는 않고. 어디까지나 넌 맘에 안들지만 동료로서 인정은 해 줄 게 라는 느낌이다.


“그래. 일단은 거기서 부터 시작해야지.”


오늘 하루의 피로가 기분좋게 머리 위로 내려온다.

하지만 이만큼 피곤하다는 것은 그만큼 충실한 하루를 보냈다는 의미일 것이다.

뒤쪽에서 레이디 둘이서 무언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짐칸의 짐들을 정리하면서도 때때로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쩐지 벌써부터 소외된 기분이 든다.

그나저나 아멜은 마차를 몰 수 있을까?

아마 무리겠지.

내가 마차를 몰 때는 셰피가 짐칸에 들어갈테고. 셰피가 마차를 몰 때는 아마 아멜도 같이 나와서 당분간은 그렇게 로테이션이 돌아갈 것 같다.

그러니 나도 하루 빨리 말동무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마차로는 4인 파티 까지는 괜찮을 것이다.

4인 파티는 보편적이라고 할 만큼 흔한 파티 구성이고 거의 왠만한 던전의 층계를 돌파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이다.

오히려 6인 풀파티 쪽이 너무 많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해가 기우는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늘의 오른편과 왼편. 서로의 끝과 끝이 이제는 서로 완연하게 다른 빛깔을 띠고 있었다.

동쪽의 하늘은 보라색 혹은 옅은 남색이 천을 염색하는 것 처럼 어두운 빛깔이 하늘 위로 스며들고 있고. 서쪽의 하늘은 황금빛과 짙은 주홍빛이 타오르듯 뒤섞여서 하루의 끝을 알려오고 있었다.

주변에 함께 길동무처럼 흘러가던 사람들과 인파의 행렬도 어느새 전부 지나쳐 버렸다.

그리고 우리 마차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넓은 평야 위를 달리고 있었다.

농토나 밭들은 아까 전부터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기나긴 하루의 끝과 그리고 모험가로서 처음 떠나는 여행의 시작이. 낮과 밤이 뒤섞이는 하늘처럼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서로의 위치를 바꿔가고 있었다.


“조금 달려볼까? 마침 길도 비었고. 해도 떨어지기 전이니까.”


뒤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렇게 소리쳤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 으응!”

“알았어.”


“넘어지지 않게 붙잡아.”


이 마차와. 각성자들의 지식이 섞여있다는 현가장치와. 그리고 하트샤인의 한계가 어느정도인지 시험해 봐야겠다.

여정이 늦어졌을 때를 대비해 얼마만큼 달릴 수 있는지 알아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짐칸에 앉아있는 파티원들도 마차가 최고속도로 달릴 때의 흔들림에도 익숙해지는 편이 좋았다.


“하트샤인. 용맹한 전사 셰우페니르의 애마. 빛나는 심장을 가진 타오르는 은빛의 질주자여.”


마부석에서 살짝 일어나서 고삐를 단단히 쥐고 소리친다.


이히히히힝.


개소리하지 말라는 듯이 하트샤인이 웅장하게 대답한다.


“그게 뭐야. 꺄하하.”


어차피 누가 듣는 사람도 없는데 셰피가 짐칸에서 자지러지듯이 폭소한다.

아멜도 조금 민망한 웃음을 흘렸다.

흠흠. 하지만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가끔은 뻔뻔한 소리를 해야할 때도 있는 법이다.


“가자!”


착!


그렇게 소리치며 고삐를 내려쳤다.

그러자.

하트샤인이 지금까지는 몸풀기에 불과했고 다리가 근질거려서 혼났다는 듯. 온몸의 근육을 꿈틀거리며 어마어마한 속도로 마차길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우아아아악.”


이마가 드러나며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바람결에 파르르 떨린다.


“너 진짜 대단하구나!”


마차가 없는 말 한 마리가 순수하게 내달리는 갤럽Gallop에 가까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다.

마차 바퀴들도 그에 응답하듯이 휘리리릭 바람이 스치는 소리를 내며 호응한다.

해가 완전히 저물기 전까지 앞으로 한 시간도 채 안남았겠지만. 저기 시야에 보이는 능선 너머까지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 파티의 모험은 이 질주와 함께 시작된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유치한 대사에 소름이 돋았지만 그렇게 말하기에 가장 적절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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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72. (2) +1 21.05.31 233 25 18쪽
186 72. (1) +3 21.05.29 237 21 18쪽
185 71. (2) +1 21.05.28 240 21 15쪽
184 71. (1) 21.05.27 237 20 16쪽
183 70. +3 21.05.26 250 20 20쪽
182 69. (2) +1 21.05.25 258 16 14쪽
181 69. (1) +2 21.05.24 254 15 15쪽
180 68. (3) +3 21.05.22 256 25 14쪽
179 68. (2) +2 21.05.21 243 19 15쪽
178 68. (1) +1 21.05.20 244 23 16쪽
177 67. (3) +2 21.05.19 253 21 14쪽
176 67. (2) 21.05.18 253 17 14쪽
175 67. (1) +1 21.05.17 286 17 16쪽
174 66. (2) +4 21.05.15 295 27 14쪽
173 66. (1) +5 21.05.14 269 29 14쪽
172 65. (2) +3 21.05.13 264 21 15쪽
171 65. (1) +3 21.05.12 286 25 15쪽
170 64. (3) +2 21.05.11 269 25 11쪽
169 64. (2) +3 21.05.10 285 25 11쪽
168 64. (1) +1 21.05.09 288 23 10쪽
167 63. (2) +5 21.05.08 278 25 9쪽
166 63. (1) +3 21.05.07 263 23 10쪽
165 62. (2) +4 21.05.06 282 28 15쪽
164 62. (1) +5 21.05.05 299 27 14쪽
163 61. (3) +2 21.05.04 272 30 13쪽
162 61. (2) +2 21.05.03 272 26 14쪽
161 61. (1) 타오르는 눈동자들. 21.05.02 305 22 14쪽
160 60. (2) +5 21.05.01 281 32 14쪽
159 60. (1) +1 21.05.01 248 17 13쪽
158 59. (2) 21.04.30 317 28 11쪽
157 59. (1) 21.04.30 262 22 11쪽
156 58. (2) +3 21.04.29 277 30 14쪽
155 58. (1) 21.04.29 277 26 15쪽
154 57. (3) +7 21.04.28 320 30 10쪽
153 57. (2) +1 21.04.28 267 19 11쪽
152 57. (1) +1 21.04.27 304 24 10쪽
151 56. (3) +2 21.04.27 269 19 14쪽
150 56. (2) +2 21.04.26 297 24 12쪽
149 56. (1) +1 21.04.26 291 21 13쪽
148 55. (4) +1 21.04.25 313 22 13쪽
147 55. (3) +2 21.04.25 272 22 12쪽
146 55. (2) +5 21.04.24 318 30 14쪽
145 55. (1) +1 21.04.24 300 20 14쪽
144 54. (2) +1 21.04.23 310 26 13쪽
143 54. (1) 21.04.23 322 20 14쪽
142 53. (2) +12 21.04.22 366 33 13쪽
141 53. (1) +1 21.04.22 306 25 14쪽
140 52. (3) 21.04.22 295 20 12쪽
139 52. (2) 21.04.21 317 17 15쪽
138 52. (1) 21.04.21 299 18 15쪽
137 51. (2) 21.04.20 363 30 13쪽
136 51. (1) 21.04.20 334 22 12쪽
135 50. (5) 21.04.19 358 30 13쪽
134 50. (4) 21.04.19 335 25 11쪽
133 50. (3) +2 21.04.18 354 34 12쪽
132 50. (2) 21.04.18 327 32 12쪽
131 50. (1) 21.04.17 368 32 13쪽
130 49. (4) 21.04.17 323 26 12쪽
129 49. (3) +1 21.04.16 372 29 11쪽
128 49. (2) +1 21.04.16 348 23 13쪽
127 49. (1) +4 21.04.15 380 32 15쪽
126 48. 우리도 그 길로 향한다. 21.04.15 341 29 14쪽
125 47. (2) +9 21.04.14 380 48 13쪽
124 47. (1) +2 21.04.14 329 26 14쪽
123 46. (3) +2 21.04.13 371 34 16쪽
122 46. (2) +8 21.04.13 342 28 13쪽
121 46. (1) +7 21.04.12 368 33 11쪽
120 45. (2) 21.04.12 324 24 15쪽
119 45. (1) +2 21.04.11 359 26 14쪽
118 44. (3) +2 21.04.11 353 27 11쪽
117 44. (2) +1 21.04.10 354 31 12쪽
116 44. (1) 21.04.10 334 27 10쪽
115 43. +4 21.04.09 378 32 11쪽
114 42. (4) +5 21.04.09 343 33 13쪽
113 42. (3) +7 21.04.08 394 42 12쪽
112 42. (2) +2 21.04.08 329 25 13쪽
111 42. (1) +4 21.04.07 383 32 13쪽
110 41. (3) +2 21.04.07 329 27 13쪽
109 41. (2) +4 21.04.06 430 34 11쪽
108 41. (1) +2 21.04.06 411 30 13쪽
107 40. (2) +5 21.04.05 438 31 13쪽
106 40. (1) +5 21.04.05 397 27 14쪽
105 39. (4) +8 21.04.04 450 30 12쪽
104 39. (3) +1 21.04.04 404 25 13쪽
103 39. (2) +6 21.04.03 457 29 10쪽
102 39. (1) +1 21.04.03 422 25 14쪽
101 38. (2) +3 21.04.02 424 26 13쪽
100 38. (1) 21.04.02 423 21 13쪽
99 37. (3) 21.04.01 421 23 13쪽
98 37. (2) 21.03.31 377 17 13쪽
97 37. (1) 21.03.31 404 21 12쪽
96 36. (4) +1 21.03.30 394 23 12쪽
95 36. (3) 21.03.30 395 23 12쪽
94 36. (2) +1 21.03.29 416 23 13쪽
93 36. (1) 21.03.29 393 21 13쪽
92 35. +1 21.03.28 397 27 19쪽
91 34. (3) +3 21.03.28 425 30 13쪽
90 34. (2) +3 21.03.27 377 20 13쪽
89 34. (1) 21.03.27 430 26 12쪽
88 33. (3) +2 21.03.26 446 26 11쪽
87 33. (2) 21.03.26 412 21 10쪽
86 33. (1) 21.03.25 413 25 9쪽
85 32. (3) 21.03.25 430 20 11쪽
84 32. (2) +1 21.03.24 434 21 11쪽
83 32. (1) Equipment Quest. 21.03.24 433 24 13쪽
82 31. (4) +7 21.03.23 455 44 12쪽
81 31. (3) +1 21.03.23 423 22 11쪽
80 31. (2) 21.03.22 423 23 11쪽
79 31. (1) 21.03.22 428 24 13쪽
78 30. (4) 21.03.21 450 29 12쪽
77 30. (3) +2 21.03.21 429 24 11쪽
76 30. (2) +3 21.03.20 439 24 15쪽
75 30. (1) +1 21.03.20 483 26 17쪽
74 29. (2) +1 21.03.19 440 29 13쪽
73 29. (1) 21.03.19 443 28 13쪽
72 28. (4) +3 21.03.18 446 27 12쪽
71 28. (3) 21.03.18 413 26 12쪽
70 28. (2) 21.03.17 407 25 12쪽
69 28. (1) 21.03.17 474 26 11쪽
68 27. (3) 21.03.16 439 33 15쪽
67 27. (2) +1 21.03.15 491 27 15쪽
66 27. (1) +1 21.03.15 471 32 14쪽
65 26. (4) +6 21.03.14 472 35 16쪽
64 26. (3) 21.03.14 473 33 17쪽
63 26. (2) +1 21.03.13 476 32 15쪽
62 26. (1) 21.03.13 489 30 17쪽
61 25. (4) +5 21.03.12 483 30 13쪽
60 25. (3) +1 21.03.12 456 28 14쪽
59 25. (2) 21.03.11 468 25 18쪽
58 25. (1) 21.03.11 432 25 14쪽
57 24. (4) 21.03.10 488 29 14쪽
56 24. (3) 21.03.09 485 26 12쪽
55 24. (2) 21.03.08 466 28 16쪽
54 24. (1) +1 21.03.08 469 24 14쪽
53 23. (3) +1 21.03.07 501 31 11쪽
52 23. (2) 21.03.07 480 30 12쪽
51 23. (1) +2 21.03.06 494 29 13쪽
50 22. (3) +5 21.03.06 470 32 9쪽
49 22. (2) +1 21.03.05 521 29 10쪽
48 22. (1) +1 21.03.05 509 34 15쪽
47 21. (4) +2 21.03.04 522 36 11쪽
46 21. (3) +1 21.03.04 523 31 11쪽
45 21. (2) 21.03.03 495 35 11쪽
44 21. (1) +1 21.03.03 552 34 12쪽
43 20. (4) +1 21.03.03 486 37 12쪽
42 20. (3) +2 21.03.02 565 31 11쪽
41 20. (2) +2 21.03.01 525 37 14쪽
40 20. (1) 얼지 않은 라임베리. 21.03.01 737 35 11쪽
» 19. (4) +3 21.02.28 560 44 17쪽
38 19. (3) 21.02.28 567 31 13쪽
37 19. (2) +1 21.02.27 558 36 14쪽
36 19. (1) 21.02.27 584 31 15쪽
35 18. (3) +1 21.02.26 581 41 12쪽
34 18. (2) +1 21.02.26 608 43 12쪽
33 18. (1) +3 21.02.26 582 3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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