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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골드
작품등록일 :
2021.02.0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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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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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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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DUMMY

70.


목욕탕에는 유령이 산다.

그게 아니라면 이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다.


“별 일 없으십니까. 포웬 경.”


어째서 하고많은 장소를 놔두고... 아니. 이젠 그냥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자.

목욕탕의 탕 안에서 늘 만나던 익숙한 얼굴의 청년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다.


“오랜만입니다. 위그데인. 그보다 던전은 어떠셨습니까.”


이틀 전에 장비를 구하는 일로 조언을 해줬으니. 오늘 정도면 던전에 출정해 무사히 복귀한 게 아닐까 추측했다.

이제는 내 머릿속에 목욕탕 유령같은 이미지로 각인된 호감형의 꽁지머리 금발 청년이 해맑은 표정으로 미소짓는다.


“오늘 {스톤비틀}과 무려 다섯 번을 싸워서 모두 이겼습니다. 전리품도 2개나 얻었구요.”


“오오 그러신가요! 대단하군요.”


기준을 어디로 잡느냐의 문제겠지만. 처음 맺은 4인 파티로 다섯 번의 교전을 거뜬하게 이겨냈다는 것은 분명 0레벨의 모험가로서 자랑스러워할 만 한 업적이다.

게다가 던전 첫 출전에서 기쁨을 간직 한 채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면. 그건 정말로 대성공이라고 할 만 했다.

그가 물장구를 치며 겸손하게 손을 내젓지만 행복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얼굴은 숨길 수가 없어보였다.


“하하. 뭘요. 이게 다 천사께서 인도해주신 덕분입니다. 포웬 경이 도움을 주신 것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치신데는 없습니까.”


“저 혼자 스치면서 긁힌 상처가 조금 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수준입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밀레나가 그랬지.

다치지 않고 살아돌아오는 것 역시 실력이라고.

어떤 대단한 적들과 거창한 싸움을 했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닌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위그데인이란 사내 역시 파티 리더로서의 첫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돌아온 셈이다.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주자.


“뭘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은 {네 발 거미} 나 {도그고울} 과도 싸워보고 싶네요.”


“행운을 빕니다.”


목욕탕은 저녁시간이었으니 만큼 사람들로 붐볐기 때문에 이 이상의 대화는 무리인 것 처럼 보였다.

그렇게 한동안 나도 위그데인도 몸을 씻고나서. 역시나 약속이라도 한 것 처럼 늘 그 자리의 벤치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니. 근데 왜?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한데.

딱히 대화를 나눌 이유가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몸을 씻고 나왔고. 위그데인도 아무 위화감 없이 나를 따라와 놓고는 아차 싶은 표정으로 웃었다.

그런던 그가 이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내게 묻는다.


“포웬 경 께선 어떠셨습니까.”


“저는....”


나도 별 일 없이 던전을 끝마쳤다.

그냥 그렇게만 대답하면 되는 별 거 아닌 질문이었다.

그러니 적당히 상대해주고 대화를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어째선지 혀가 떨어지지 않는다.

어... 어라?

나도 모르게 순간 아무 말도 꺼내질 못했다.

위그데인도 예상치 못한 그 모습에 조금 당황한 듯 표정이 굳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나를 자리에 앉혔다.


“제가 비록 포웬 경 보다는 한참 모자를 지 몰라도. 이야기는 들어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모자라다뇨. 당치도 않군요.”


위그데인이 고개를 젓는다.


“겸양이 아닙니다. 제가 포웬 경의 조언 덕분에 얼마나 구원을 받았는지. 또 지금 파티와 만날 수 있어서 매일 아침 어떤 마음으로 천사께 기도를 드리는 지 전혀 모르실 겁니다. 저 같은 낯선 사람한테. 처음 보는 모험가에게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는 건 분명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겠죠.”


솔직히 그때는 그냥 라임베리 파이를 먹을 생각 밖에 없었지만.

사실은.

모노톤의 흑백 영상 속에서. 길드의 정문을 눈앞에 두고 고개를 떨군 채 등을 돌려 떠나가는 이 사내의 뒷모습이 결코 현실로 나타나지 않게 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나는 무례를 무릅쓰고 그런 말을 꺼낸 것이다.


“절 너무 높이 평가하네요.”


위그데인이 웃는다.


“그렇지만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니. 저도 포웬 경께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길게.

한숨이 나왔다.

그래서 금방 말을 꺼낸 건 아니었다.


“저는... 전 첫 출정에서부터 죽을 뻔 했습니다.”


그리고 막혀있던 숨구멍이 열리는 것 처럼 나도 모르게 위그데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하필 첫날의 던전 입장에서. 제 잘못된 판단 때문에 이상한 아이템을 줏었고. 그게 원인이 되어서 {도그고울}들에게 쫓겼습니다.”


그제야 눈치챘는데.

손이, 조금씩 떨려오고 있었다.


“도망치는 와중에 파티가 쓰러트린 개체도 다섯 마리나 됩니다. 그럼에도 앱서드들이 끊임없이 늘어나더니 마지막에는 거의 스무 마리 가까이가 저흴 쫓아왔습니다.”


내 이야기를 듣는 위그데인 역시 한 손으로 턱을 감싸쥐며 침음성을 흘렸다.


“...정말 위험하셨군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누군가 크게 다치거나 부상을 입으신 분은.”


“다행이 무사히 빠져나왔습니다. 가까스로 도망친 뒤 일부러 함정을 밟았는데 1계층의 다른 장소로 전이했고. 그 덕분에 탈출 할 수 있었죠.”


그가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숨을 삼키지만 이내 표정을 수습했다.


“입구에 도착해보니 다른 모험가들은 좋은 일이 생겼다면서 눈에 불을 켜고 앱서드를 찾아다니더군요.”


조금 자조섞인 웃음을 흘렸다.


“바보같은 욕심 때문에. 파티원들을 그런 위험에 빠트렸다는 게 지금도 잘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나 자신조차 모르게 이런 이야기를 속에 담아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방금까지 셰피와는 데이트를 하고. 아멜과 농담따먹기를 하며. 밀레나에게는 스킬 강화를 알려주겠다고 거드름 피우던 내가. 작게 손을 떨고 체온이 내려가 있었다.

던전에서 죽을 때 까지 싸우자며 웃던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지금 여기있는 겁쟁이는 대체 누구인가.

조금 혼란스러웠다.

이야기를 듣던 위그데인이 고개를 하늘로 들고 숨을 토해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가장 분주한 시간이었다.

저녁하늘은 이미 태양이 저문 채 보라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여관의 배기구며 식당 건물에서는 온통 물을 끓이는 김이 새어나와 끊임없이 공중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위그데인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포웬 경 께서는. 저와는 다른 의미로 껍질에 갇혀계신 것 같군요.”


“...네?”


고개를 돌렸다.


“저는. 단지 파티를 깨고 싶지 않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억지로 옛 동료들을 붙잡으려고 했습니다. 그치만 지금은 이렇게 무사히 하루를 마무리하는 기쁨을 느끼며 내일 또 다시 던전에 들어갈 생각 만 하고있죠. 모두 포웬 경 덕분입니다.”


“....”


“그렇지만. 지금의 포웬 경은 어쩐지 던전에 들어가는 일이 행복해 보이시질 않는군요.”


“행....”


행복이라니.

대체 무슨 바보같은 소린가.

던전은. 죽고 죽이는 장소이다.

모험가들이 싸우는 장소이고. 생계를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무기를 들고 칼날 위에 생명을 걸어야 하는 곳이다.

행복이니 기쁨이니 그런 낭만을 찾는 공간이 아닌 거다.


“....”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선지 나는 그 당연한 말도. 아무런 반박조차도 할 수 가 없었다.

던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기쁘다는 것은 일견 제정신이 아닌 것 처럼 보일지 몰라도. 모험가로서 실은 너무나 당연한 감정이 아니었을까.


“혹시. 자기도 모르게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지신 것 아닙니까.”


“그건....”


입을 벌렸다가 어깨를 떨구는 수 밖에 없었다.


“그건. 정말로 그럴 지도 모르겠네요.”


내가 순순히 인정하자 위그데인도 빙그시 웃음을 지었다.


“제게 해주신 조언을 저도 똑같이 돌려드리고 싶군요. 동료가 다치고 위험에 처하는 것이 불안하다면. 그걸 나약한 감정이라고 숨기려 하지 마시고 한 번 이야기를 꺼내보세요.”


정말로. 한 방 먹었다.

단어 한 마디 한 마디가 복부를 때리는 것처럼 퍽퍽 하고 숨막히게 가슴 속을 치고 들어온다.


“포웬 경의 동료들이니 분명 강하고 존경스러운 분들이겠죠. 말씀하신 것처럼 20마리가 넘는 도그고울들에게서 무사히 빠져나오신 것 아닙니까.”


위그데인이 고개를 흔든다.


“저는 감히 상상도 못하겠습니다. 포웬 경을 따라잡기 위해서 더 분발해야겠군요.”


그제서야 나도 작게 웃음이 나왔다.


“같은 0레벨에 그런 게 어딨습니까.”


“아니요. 제 스스로가 겸손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포웬 경과 동료분들에 비하면 제 파티는 아직 배워야할 게 많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웬 경을 목표로 삼았던 제 판단은 틀리지 않았군요.”


정말로.

저런 말도 못하게 낯부끄러운 대사를 당당하게 꺼낼 수 있다는 게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그러니 이 위그데인이라는 사내도. 실은 보통이 아닌 것이다.

고작 {스톤비틀}을 잡았다고 기뻐하는 멋모르는 초보자처럼 보여도. 모든 모험가들이 당연히 거치는 과정일 뿐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파티원들과 함께 성장하고 끊임없이 싸워나갈 수 있다면. 결국 던전의 밑바닥까지 꿰뚫을 수 있을 지 모른다.

4인 파티는 그 자체로 이미 완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고. 그렇기에 어디까지도 갈 수 있는 것이다.

떨리던 손끝도 어느새인가 차분하게 돌아왔고. 속 이야기를 털어놓았기 때문인지 정말로 가슴이 조금 후련해진 기분이 됐다.

위그데인은 내 상태가 변했다는 걸 아는 지 모르는 지. 딱히 묻지도 않았는데 수다쟁이 아줌마처럼 자기 파티에 대한 이야기를 이리저리 늘어놓기 시작했다.


“포웬 경 께서 조언해주신 대로. 파티 자금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을 나눠보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동료들도 모두 이 여관으로 숙소를 옮겼죠. 지출은 조금 있는 편이지만 파티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니 그 세 사람 모두 절 따라와 주더군요.”


아무래도 자기 파티에 대한 자랑을 하고 싶은가보다.

그냥 웃으면서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러신가요.”


“그 셋은 인간사회에 대해서는 아직도 조금 어려워하지만. 던전에 관해서 만큼은 놀라우리만치 전문가 입니다. 가지고 있는 지식도 굉장하구요. 그러니 제가 부족한 부분은 도움을 받고 서로가 모자란 부분들 보완해줄 수 있다는 게 이렇게 든든하고 또 자랑스러운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자랑이라면 자랑이 맞지만.

그보다는 뭐랄까.

인생에서 생각치도 못 한 성취감으로 흥에겨워 하는 모습에 더 가까워 보였다.

남들한테 자기 이야기해주고 싶은데 이런 말을 들어줄 사람이 나 밖에 없었나보다.


“떠올려보니. 제 옛 동료들은 클래스 적성은 달라도 어릴 때부터 같은 스승 밑에서 훈련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자라온 환경이나 배운 지식도 비슷비슷 했죠. 처음엔 그걸 장점이라고 여겼는데 지금 생각하면 실은 서로가 비슷한 껍질 속에 갇혀있었던 거였나 봅니다.”


헤어진 파티원들을 원망하는 게 아니라. 과거의 자신까지 포함해 그들 모두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러니 이쯤부터는 내가 굳이 대꾸할 필요도 없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래도 옆에서 보는 입장에선 흐뭇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파티로 만나. 다양한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신들께서 모험가에게 바라는 일을 실천하는 거겠지.


“참고로. 전 <로그> 계통의 <스워시버클러> 를 노리고 있습니다. 클래스 적성도 확인했구요. 비록 로그이지만 전열에도 설 수 있는 클래스입니다. 던전에서 함정을 찾거나 적을 탐지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파티원들을 지켜줄 수 있다니 정말 최고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포웬 경 께서도 목표로하시는 클래스가 있나요?”


“전 일단은 <레인저> 가 목표입니다. 제 스승님도 레인저였죠. 수호성인 북부의 어머니 화이트 고릴라를 모시고 있기에 [동물 동료]로 고릴라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위그데인이 오오 하며 다시금 감탄한 표정을 짓는다.


“이런 말씀 드리면 어떨 지 모르지만. 살면서 레인저를 본 건 처음입니다. 줄곧 도시에서만 살아서요.”


“그러신가요? 전 워낙 시골 깡촌이라서. 오히려 로그를 볼 일이 없었네요.”


위그데인도 나도 웃어버렸다.

진짜 강도나 도적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클래스로서의 로그를 말하는 거지만. 아무리 그래도 시골 깡촌에서 살길 원하는 로그는 없다.

자물쇠 따기나 함정 해제 같은 기술을 연마하는 문제 이전에. 그냥 아무 것도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조금 궁금해져서 물었다.


“그렇다면 파티의 동료도 레인저가 없나요?”


말을 꺼낸 뒤에야. 다른 파티에 대한 걸 물을 땐 조심했어야 했다 란 생각이 들었지만 위그데인은 흔쾌히 대답해 주었다.


“네. 제 동료들은 말씀드렸다시피 릴팅족 남매인데. 누나인 캐롤 양이 <위저드>. 쌍둥이 동생들인 티린와 보우린이 둘다 <위버> 계통입니다.”


와.

다른 파티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한 이야기를 듣는 건 요랄다 파티 이후로 오랜만라서 정말로 순수하게 호기심이 동했다.


“쌍둥이 위버라니. 어떻게 싸우는 지 궁금하네요.”


위그데인이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다.


“정말 정신없이 싸웁니다. 단 한순간이라도 입을 쉬지 않을 정도로요. 입으로 싸우는지 손으로 싸우는지 구분이 안간다니까요.”


신장이 1톨미터가 안되는 두 쌍둥이 형제가 [재주넘기]를 하며 스톤비틀들 사이를 펄쩍펄쩍 뛰어다닌다고 한다.

한 사람이 앱서드들의 시야를 정 반대로 돌려놓으면 다른 한 사람은 곧바로 배후공격으로 순식간에 끝을 내버린다고.


“대체 어떻게 그렇게 잘 뛰어다니는 건지 눈으로 보면서도 신기하긴 하지만. 한편으론 다칠까봐 조마조마하긴 합니다.”


“그렇긴 하겠네요. 제 파티엔 파이터와 클레릭 동료가 전열을 서고있습니다. 위저드도 있구요.”


위그데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과연. 그야말로 정석에 가까운 조합이군요. 저나 제 파티였다면 수 십 마리의 도그고울들이 몰려오는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한숨을 쉬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아니요. 제 말은 파티의 밸런스도 대단하지만. 순식간에 그런 판단을 내린 포웬 경도 대단하고 그 판단을 믿고 따라와준 동료분들도 감탄스럽다는 의미입니다."


위그데인이 기운빠진 웃음을 짓는다.


"저희 파티는 솔직히 전열이 너무 위태로워서. 제가 하루라도 빨리 1레벨이 됐으면 하는 바람 뿐입니다. 제대로 된 파워팀 역할을 할 수 있게요”


후방에 위저드 동료를 두고 전방으로 세 사람이 뛰어나가는 형태이기에 밸런스 적으로는 무척이나 걱정스럽다고 말 한다.


“그렇지만. 제 생각엔 그 쌍둥이 들의 전투방식도 나름의 장점이 있어보입니다.”


고개를 갸웃한다.


“장점 말씀입니까?”


“네. 체구가 작고 동작이 빨라서 적들의 공격방향을 분산시킨다면. 오히려 틀에 박힌 관점으로 무거운 전열을 갖추려는 게 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파티원들의 민첩함이 무기라면 그 걸 살리는 쪽을 생각해보면 어떻습니까. 스워시버클러를 노리는 위그데인이랑도 잘 어울릴 것 같군요.”


그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렇군요. 전열이라고 하면 언제나 듬직하게 파티를 보호해줘야한다고 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지금의 형태를 더 살리라는 말씀이시군요.”


그치만 역시나 조금 주저한다.


“하지만 그렇게되면 후방에 캐롤 양이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렇구나.

당연히 그런 부분도 생각해 볼 만 하다.


“정 위험한 순간이 오면 위그데인이 그녀를 들어서 옮기는 방법도 생각해 볼 만 합니다. 릴팅족은 체구가 작으니 그 이점을 이용하는 거죠.”


솔직히 이건 셰피가 아멜을 안고 달린 걸 떠올리고 아무렇게나 던진 소리였다.

반쯤 농담이었다며 사과하려고 했는데.

위그데인은 오히려 실마리를 찾았다는 얼굴로 눈썹을 들어올렸다.


“그건. 꽤 괜찮은 것 같군요.”


당황한 건 나였다.


“그...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시죠.”


“아닙니다. 포웬 경. 진짜로 나쁜 생각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체구가 작은 종족들은 함부로 들어올리거나 하는 걸 무척이나 싫어할 텐데요.”


“그 점도 분명 있겠죠. 그렇지만 위급한 상황에선 당연히 파티원들의 생존을 우선시해야합니다. 쌍둥이들의 이동속도는 저만큼 빠르니 캐롤 양의 속도만 맞춰줄 수 있다면 방금 전에 말씀해주신 파티의 이점도 최대한 살려볼 수 있을 것 같군요.”


“....”


“물론 기본을 무시한 채로 매번 그런 식으로 전투를 벌일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방법 하나는 찾은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포웬 경.”


위그데인이 내 말을 정말로 진지하게 받아들였는지. 눈이 초롱초롱해진 상태로 고개를 숙였다.


“또 이렇게 도움을 받는 군요.”


허공에 손가락이 올라갔다가 다시 입을 다물어 버렸다.

위그데인 파티의 얼굴도 모르는 위저드양. 미안해요.

이상한 소릴 한 덕분에 위그데인 한테 어부바를 당하거나 목마를 탈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때는 아직 채 실감을 하지 못했다.

이 별 거 아닌 대화가 누군가의 목숨을 살릴 거라는 걸 말이다.


“도움을 받은 건 접니다. 이야길 들어줘서 고맙습니다.”


내 인사에 위그데인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은인에게 이 정도는 당연한 겁니다.”


“...그 은인 말고. 하다못해 친구 정도로는 안되겠습니까?”


위그데인이 정중하고 예의바른 건 미덕이 맞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가끔씩 튀어나오는 저 낯간지러운 단어들은 정말로 견디기가 힘들다.

그런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위그데인이 잠시 말을 멈추고 울컥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말로 부탁을 드리고 싶군요. 감사합니다. 포웬 경. 누군가 제게 모험가 친구가 있냐고 묻거든 자랑스러운 이름으로 널리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니 고릴라시여. 제발.


“아. 그렇게까지 마음에 안드시면 제 속으로 간직하겠습니다.”


위그데인이 헛기침을 하며 말을 정정해준다.

너무 표정에 드러났나보다.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 저도 누군가 묻거든 위그데인 당신을 제 친구라고 소개하겠습니다.”


얼마나 민망한 멘트인지 한 번 느껴보라고 그가 한 말을 조금 따라해봤는데. 역효과였나보다.

그가 내게 보내는 눈빛의 초롱초롱함이 살짝 더 심해져 버렸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일도 던전에 들어가십니까?”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작별인사 전에 내게 물었다.


“예. 제 적과 끝마쳐야 할 싸움이 있습니다.”


“적, 이요?”


그 붉은 도그고울 때문에 다른 모험가 한 사람이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를 간단하게 전해주었다.

그리고 그 녀석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라는 것도 말이다.


“...어려운 싸움을 택하셨군요.”


이야기를 들은 위그데인이 진중한 얼굴로 내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부디 행운을 빕니다. 포웬 경과 파티원 분들에게 천사의 안녕과 평안이 함께하길.”


“네. 위그데인 당신과 파티원 모두 늘 천사가 함께할 겁니다.”


손을 마주잡았다.

그가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패턴으로 먼저 여관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잠시 여유를 갖고 머릿속에 떠다니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조금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보았다.

사람이 바뀌는 건 참으로 신기하구나.

첫 만남에서 이 자리에 멍한 얼굴로 앉아있던 그를 보던 게 불과 며칠 전인데.

이제는 그가 오히려 조언을 해주고 나는 그의 말을 곱씹어보며 이렇게 같은 자리에 앉아있었다.

기껏 라이벌이라던가 친구라던가. 그렇게 불러주었는데.

나도 제자리에서 가만히 멈춰있어선 안되겠다.

조금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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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82. (1) +3 21.07.27 183 24 25쪽
207 81. +8 21.07.26 190 24 24쪽
206 80. (2) +5 21.07.22 221 28 26쪽
205 80. (1) +4 21.07.21 192 22 20쪽
204 79. (2) +3 21.07.20 187 20 20쪽
203 79. (1) +1 21.07.19 181 24 25쪽
202 78. (4) +12 21.07.14 246 31 28쪽
201 78. (3) +5 21.07.13 191 25 23쪽
200 78. (2) +9 21.07.12 188 27 21쪽
199 78. (1) +2 21.07.10 190 19 19쪽
198 77. (2) +2 21.07.09 194 18 22쪽
197 77. (1) Level One. +2 21.07.08 201 16 19쪽
196 76. (2) +2 21.07.07 184 21 19쪽
195 76. (1) +2 21.07.06 203 20 18쪽
194 75. (2) +1 21.07.05 188 19 16쪽
193 75. (1) +2 21.07.03 191 18 17쪽
192 74. (2) +1 21.07.02 221 20 16쪽
191 74. (1) +8 21.07.01 223 20 17쪽
190 73. (2) 21.06.03 219 16 16쪽
189 73. (1) +1 21.06.02 230 17 16쪽
188 72. (3) +1 21.06.01 212 26 16쪽
187 72. (2) +1 21.05.31 233 25 18쪽
186 72. (1) +3 21.05.29 237 21 18쪽
185 71. (2) +1 21.05.28 240 21 15쪽
184 71. (1) 21.05.27 237 20 16쪽
» 70. +3 21.05.26 250 20 20쪽
182 69. (2) +1 21.05.25 258 16 14쪽
181 69. (1) +2 21.05.24 254 15 15쪽
180 68. (3) +3 21.05.22 256 25 14쪽
179 68. (2) +2 21.05.21 243 19 15쪽
178 68. (1) +1 21.05.20 244 23 16쪽
177 67. (3) +2 21.05.19 252 21 14쪽
176 67. (2) 21.05.18 253 17 14쪽
175 67. (1) +1 21.05.17 286 17 16쪽
174 66. (2) +4 21.05.15 295 27 14쪽
173 66. (1) +5 21.05.14 269 29 14쪽
172 65. (2) +3 21.05.13 264 21 15쪽
171 65. (1) +3 21.05.12 286 25 15쪽
170 64. (3) +2 21.05.11 269 25 11쪽
169 64. (2) +3 21.05.10 285 25 11쪽
168 64. (1) +1 21.05.09 288 23 10쪽
167 63. (2) +5 21.05.08 278 25 9쪽
166 63. (1) +3 21.05.07 263 23 10쪽
165 62. (2) +4 21.05.06 282 28 15쪽
164 62. (1) +5 21.05.05 299 27 14쪽
163 61. (3) +2 21.05.04 272 30 13쪽
162 61. (2) +2 21.05.03 272 26 14쪽
161 61. (1) 타오르는 눈동자들. 21.05.02 305 22 14쪽
160 60. (2) +5 21.05.01 281 32 14쪽
159 60. (1) +1 21.05.01 248 17 13쪽
158 59. (2) 21.04.30 317 28 11쪽
157 59. (1) 21.04.30 262 22 11쪽
156 58. (2) +3 21.04.29 277 30 14쪽
155 58. (1) 21.04.29 277 26 15쪽
154 57. (3) +7 21.04.28 320 30 10쪽
153 57. (2) +1 21.04.28 267 19 11쪽
152 57. (1) +1 21.04.27 303 24 10쪽
151 56. (3) +2 21.04.27 269 19 14쪽
150 56. (2) +2 21.04.26 297 24 12쪽
149 56. (1) +1 21.04.26 291 21 13쪽
148 55. (4) +1 21.04.25 313 22 13쪽
147 55. (3) +2 21.04.25 272 22 12쪽
146 55. (2) +5 21.04.24 318 30 14쪽
145 55. (1) +1 21.04.24 300 20 14쪽
144 54. (2) +1 21.04.23 310 26 13쪽
143 54. (1) 21.04.23 322 20 14쪽
142 53. (2) +12 21.04.22 366 33 13쪽
141 53. (1) +1 21.04.22 306 25 14쪽
140 52. (3) 21.04.22 295 20 12쪽
139 52. (2) 21.04.21 316 17 15쪽
138 52. (1) 21.04.21 299 18 15쪽
137 51. (2) 21.04.20 363 30 13쪽
136 51. (1) 21.04.20 334 22 12쪽
135 50. (5) 21.04.19 358 30 13쪽
134 50. (4) 21.04.19 335 25 11쪽
133 50. (3) +2 21.04.18 354 34 12쪽
132 50. (2) 21.04.18 327 32 12쪽
131 50. (1) 21.04.17 368 32 13쪽
130 49. (4) 21.04.17 323 26 12쪽
129 49. (3) +1 21.04.16 372 29 11쪽
128 49. (2) +1 21.04.16 348 23 13쪽
127 49. (1) +4 21.04.15 380 32 15쪽
126 48. 우리도 그 길로 향한다. 21.04.15 341 29 14쪽
125 47. (2) +9 21.04.14 380 48 13쪽
124 47. (1) +2 21.04.14 329 26 14쪽
123 46. (3) +2 21.04.13 371 34 16쪽
122 46. (2) +8 21.04.13 342 28 13쪽
121 46. (1) +7 21.04.12 367 33 11쪽
120 45. (2) 21.04.12 324 24 15쪽
119 45. (1) +2 21.04.11 359 26 14쪽
118 44. (3) +2 21.04.11 353 27 11쪽
117 44. (2) +1 21.04.10 354 31 12쪽
116 44. (1) 21.04.10 334 27 10쪽
115 43. +4 21.04.09 377 32 11쪽
114 42. (4) +5 21.04.09 343 33 13쪽
113 42. (3) +7 21.04.08 394 42 12쪽
112 42. (2) +2 21.04.08 329 25 13쪽
111 42. (1) +4 21.04.07 383 32 13쪽
110 41. (3) +2 21.04.07 328 27 13쪽
109 41. (2) +4 21.04.06 430 34 11쪽
108 41. (1) +2 21.04.06 411 30 13쪽
107 40. (2) +5 21.04.05 438 31 13쪽
106 40. (1) +5 21.04.05 397 27 14쪽
105 39. (4) +8 21.04.04 450 30 12쪽
104 39. (3) +1 21.04.04 404 25 13쪽
103 39. (2) +6 21.04.03 457 29 10쪽
102 39. (1) +1 21.04.03 422 25 14쪽
101 38. (2) +3 21.04.02 424 26 13쪽
100 38. (1) 21.04.02 423 21 13쪽
99 37. (3) 21.04.01 421 23 13쪽
98 37. (2) 21.03.31 377 17 13쪽
97 37. (1) 21.03.31 404 21 12쪽
96 36. (4) +1 21.03.30 394 23 12쪽
95 36. (3) 21.03.30 395 23 12쪽
94 36. (2) +1 21.03.29 416 23 13쪽
93 36. (1) 21.03.29 393 21 13쪽
92 35. +1 21.03.28 397 27 19쪽
91 34. (3) +3 21.03.28 425 30 13쪽
90 34. (2) +3 21.03.27 377 20 13쪽
89 34. (1) 21.03.27 430 26 12쪽
88 33. (3) +2 21.03.26 446 26 11쪽
87 33. (2) 21.03.26 412 21 10쪽
86 33. (1) 21.03.25 413 25 9쪽
85 32. (3) 21.03.25 430 20 11쪽
84 32. (2) +1 21.03.24 434 21 11쪽
83 32. (1) Equipment Quest. 21.03.24 433 24 13쪽
82 31. (4) +7 21.03.23 455 44 12쪽
81 31. (3) +1 21.03.23 423 22 11쪽
80 31. (2) 21.03.22 423 23 11쪽
79 31. (1) 21.03.22 428 24 13쪽
78 30. (4) 21.03.21 450 29 12쪽
77 30. (3) +2 21.03.21 429 24 11쪽
76 30. (2) +3 21.03.20 439 24 15쪽
75 30. (1) +1 21.03.20 483 26 17쪽
74 29. (2) +1 21.03.19 440 29 13쪽
73 29. (1) 21.03.19 443 28 13쪽
72 28. (4) +3 21.03.18 446 27 12쪽
71 28. (3) 21.03.18 413 26 12쪽
70 28. (2) 21.03.17 407 25 12쪽
69 28. (1) 21.03.17 474 26 11쪽
68 27. (3) 21.03.16 438 33 15쪽
67 27. (2) +1 21.03.15 491 27 15쪽
66 27. (1) +1 21.03.15 471 32 14쪽
65 26. (4) +6 21.03.14 472 35 16쪽
64 26. (3) 21.03.14 473 33 17쪽
63 26. (2) +1 21.03.13 476 32 15쪽
62 26. (1) 21.03.13 489 30 17쪽
61 25. (4) +5 21.03.12 482 30 13쪽
60 25. (3) +1 21.03.12 455 28 14쪽
59 25. (2) 21.03.11 468 25 18쪽
58 25. (1) 21.03.11 432 25 14쪽
57 24. (4) 21.03.10 487 29 14쪽
56 24. (3) 21.03.09 485 26 12쪽
55 24. (2) 21.03.08 466 28 16쪽
54 24. (1) +1 21.03.08 469 24 14쪽
53 23. (3) +1 21.03.07 501 31 11쪽
52 23. (2) 21.03.07 480 30 12쪽
51 23. (1) +2 21.03.06 494 29 13쪽
50 22. (3) +5 21.03.06 470 32 9쪽
49 22. (2) +1 21.03.05 520 29 10쪽
48 22. (1) +1 21.03.05 509 34 15쪽
47 21. (4) +2 21.03.04 522 36 11쪽
46 21. (3) +1 21.03.04 523 31 11쪽
45 21. (2) 21.03.03 495 35 11쪽
44 21. (1) +1 21.03.03 552 34 12쪽
43 20. (4) +1 21.03.03 486 37 12쪽
42 20. (3) +2 21.03.02 565 31 11쪽
41 20. (2) +2 21.03.01 525 37 14쪽
40 20. (1) 얼지 않은 라임베리. 21.03.01 737 35 11쪽
39 19. (4) +3 21.02.28 559 44 17쪽
38 19. (3) 21.02.28 567 31 13쪽
37 19. (2) +1 21.02.27 558 36 14쪽
36 19. (1) 21.02.27 583 31 15쪽
35 18. (3) +1 21.02.26 581 41 12쪽
34 18. (2) +1 21.02.26 608 43 12쪽
33 18. (1) +3 21.02.26 582 3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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