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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슈퍼리어 - 모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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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골드
작품등록일 :
2021.02.01 17:52
최근연재일 :
2021.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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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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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78. (1)

DUMMY

78.


검은 벽.

벽이 검다는 이야기다.

색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벽부터 살펴보자.

높이는 약 10 에서 12 톨미터.

좌우 폭은 8 톨미터.

채석장의 까마득한 높이의 천장에 비하면 십 분의 일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던전의 사암석 통로에 비하면 분명히 거대한 벽이 맞았다.

마치 굳게 닫힌 성문 같다고 해야할까.

높이가 압도적이진 않지만 직사각형의 검은 금속 재질의 벽면은 채석장과는 또다른 종류의 위압감을 전해주었다.

꼭 거인들이나 쓸 법한 새까만 거울이 정면의 벽에 덩그러니 박혀있는 듯한 모양이다.

검은 벽이 있는 방.

그 벽 너머 안에 무언가의 광원이 있는 것인지. 희미한 푸른색과 짙은 녹색계열의 투사광이 르당바울의 교회에서 보았던 색유리처럼 공간 내부를 비춰주고있었다.

공간의 전체적인 형태는 위에서 내려다 보면 역삼각형으로 보인다.

정면에서 올려다보면 직사각형의 검은 벽이 있고 벽이 공간의 끝과 닿는 윗면에선 다시 사암석의 천장으로 이어져 비스듬히 경사진 천장이 출입구 통로를 향해 내려온다.

그 삼각형 공간의 크기는 한 변의 길이가 대략 20여 톨미터.

공간의 출입구가 하나 뿐인 막혀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두세 개 정도 나아있는 던전의 통로는 검은 벽 반대편의 한쪽 모서리에 몰려있으니 사실상 통로가 하나인 거나 다름 없는 셈이다.

그리고.

녀석이 있었다.


“찾았다.”


나도모르게 중얼거렸다.

정말로.

찾았다.

심장이 두근거려왔다.

숲에서 사슴을 기다리다가 새끼 딸린 암곰을 마주쳤을 때 보다 더 심장이 쿵쾅거리는 느낌이었다.

녀석이.

우리가 싸워야 할 적이.

바로 저기에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뛰쳐나갈 수는 없다.

검은 벽이 있는 공간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꺽인 던전의 통로 구석. 그 그림자에 숨어 녀석을 관찰했다.

놈의 위치는 벽 바로 몇 톨미터 앞에 있는 지점.

주변에는 총 다섯 마리 정도의 도그고울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여섯 마리 째의 부상당한 도그고울이 녀석에게 다가간다.

우리가 쫓아왔던 바로 그 녀석이다.

흐음.

수가 많구나.

그렇게나 많은 모험가들이 던전으로 몰렸었는데 아직도 저만큼 남아있다니.

역시나 첫번째 시나리오로 가야하나.

붉은 앱서드는 지금 우리에게 등을 보이며 배를 땅에 대고 엎드려 있었다.

언뜻 보면 지쳐있는 듯이 보이지만. 신체가 돌로 된 생물체가 과연 피로를 느끼기나 할까.

녀석의 등에는 끝대가 부러진 화살 한 발이 절반 정도 박혀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병원에서 만난 모험가 말대로 꽤나 전투에 시달렸는지 몸 여기저기에 부서지거나 돌조각이 패이거나 하는 상처들이 많았다.

상처라는 말도 웃기구나.

손상을 입었다고 하자.

붉은 개체의 크기는 다른 도그고울들에 비해 배 정도는 더 커보였다.

형태는 다른 주변의 도그고울들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머리 하나 정도 더 덩치가 커다랬고 그래서 언뜻 보면 개라기 보다는 늑대를 조각한 형태에 더 가까워 보였다.

일반 통로에 도그고울 네 마리 정도가 가로로 설 수 있다고 한다면. 녀석 정도의 크기는 두 마리만 있어도 꽉 차겠다 싶었다.

나는 직접 녀석을 관찰한 적 없지만 아멜은 봤다고 했지.


“조금... 커진 거 같은데.”


아무래도 아멜이 보기에도 커졌나보다.

우리가 쫓아왔던 부상입은 도그고울이 역시나 다리를 절뚝거리며 비틀비틀 붉은색 도그고울에게 다가간다.

그런데 그때.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우리 옆 통로에서. 그러니까 거리는 그다지 떨어져있지 않지만 다른 방향에 위치한 연결 통로 쪽에서부터 다급한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크워워우!


격정이 느껴지는. 분노에 잠긴 울부짖음이 검은 방을 가득 울렸고.

그 울부짖음보다 한 발 더 빠르게.

붉은 녀석이 그리고 다음 순간.

부상당한 도그고울의 목을 물어뜯었다.


우드득.


“?!”

“...?”

“!!!”


어어?

우리 네 사람 모두 잠시 입을 가리며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앱서드는 평범한 의미로 생물이 아니다.

배고프지 않고 굶어죽지 않는다.

그러니 무언가를 ‘먹을’ 필요가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앱서드가 다른 앱서드를 공격한다면. 그건 단순히 개체로서 더 성장하고 강해지기 위해서라고만 생각했다.

너무 순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생물체의 모든 습성과 행동 구조를 모방한 불합리한 존재가.

상처를 입고 죽을 위기에 처해있다면.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딱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행위는 ‘살기위해 음식을 먹는 행위’ 와 그다지 다를 바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붉은 도그고울. 이제는 도그고울이라고 부르지도 못하겠다.

붉은색 특이체의 몸에 박혀있던 부러진 화살 한발이.


투둑.


하고 몸 밖으로 뽑혀져나왔다.

이거였구나.

이거였다.

그래서 그랬던 거다.

녀석을 대할 때 마다 느꼈던 그 이유를 모르는 불길함의 원인이 여기에 있었다.

녀석은.

다른 앱서드를 잡아 먹음으로서 상처를 회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족포식Cannibalism]


모험가에게 특기와 스킬이 있듯 앱서드에게도 개체마다 발현되는 무언가의 비정상적인 전투 능력이나 특성이 있을 지 모른다.

그게 저 붉은색 앱서드 정도 되는 수준의 특이 개체라면 어찌보면 당연했던 거다.

몸이 구조물로 이루어진 골렘형의 앱서드는 평범한 방법으로 손상을 치료할 수 없다.

수리라거나 수복이라면 모를까. 상처에 고름이 흐르고 딱지가 져서 자연치유되는 과정을 거칠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저 [동족포식] 행위는 어째서인지 그런 구조물로서의 제약을 무시하고 신체의 손상을 복원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다른 다섯 마리의 도그고울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크르르르 크컹!


워워워워!


깨갱 끼이이잉.


붉은 개체 근처에 얌전히 앉아있던 다섯 마리의 도그고울들이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며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듣기싫은 무언가를 피하려 귀를 막으려는 거 같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손이 없으니 고개를 땅바닥에 쳐박거나 아무 저항도 못하고 가만히 벌벌 떠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 번 더.


워워웡! 컹!


검은 벽이란 이름의 공간 전체에 소리가 울리자.

붉은 개체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도그고울 한 마리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 듯. 몸을 돌려 우리 쪽으로 달려온다.

아니. 달려오려고 했다.

아니. 한 번 더 정정하겠다.


...달아나려고 했다.


하지만 붉은 녀석이 더 빨랐다.


크우우우어어!


이제는 더 이상 개도 아니고 개와 유사한 무언가의 존재로 변해버린 붉은 녀석이. 울부짖음과 함께 자신에게서 달아나려던 제일 가까이에 있던 도그고울의 목을 깨물었다.


콰득.


목뼈에 해당하는 신체구조가 부서졌지만 아직 죽어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붉은 개체가 한번 더 입을 벌려 도그고울의 머리를 물어뜯는다.


우드득.


콰지직 콰직.


돌조각이 튀고 도그고울의 머리 중 주둥이에 해당했던 부위가 저 멀리로 튕겨져 나간다.

피가 튀거나 뼈가 으스러지거나 하는 스플래터 효과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럼에도 기괴하다고 느껴졌다.

녀석이 턱을 움직이며 도그고울의 머리와 목을 차례차례 씹어 삼키기 시작했다.

멀쩡히 붙어있던 네 다리와 몸통이 그대로 씹을 수 없을 만치 딱딱해져 조각상이 되어버리고 나서야 그 포식행위는 끝이 난다.

특이체의 입안으로 삼켜진 돌조각들이 녀석의 목젓을 통과해 으직으직 거리며 뱃속으로 사라진다.


워워워워우!


그리고 마침내.

머릿속에 울리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명령에 혼란스러워하던 다른 네 마리의 도그고울들이 무언가의 주박에서 풀려난 듯.

그리고 모두가 이를 드러내며 한 순간만에 붉은 개체에게서 도약하며 일사분란하게 멀어졌다.

마치 훈련받은 사냥견과도 같은 민첩한 동작이었다.

우두머리의 통솔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서 그 붉은 개체는 자신이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모든 도그고울들을 잃어버렸다.


타다닥 타다닥.


크르르르! 워워웡!


크컹 크컹!


우리 옆의 통로에서 도그고울 두 마리가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나가며 붉은 개체에게 달려들었다.

한 녀석은 특이체의 목을. 다른 한 녀석은 앞다리를 노린다.


크르르르 컹!


깨갱 깽.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두 녀석들 중 목을 물었던 녀석이 오히려 정반대로 목이 물리며 휘릭 하고 내동댕이쳐져 버렸다.

앞다리를 노리던 개체는 그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순식간에 옆으로 빠지며 녀석의 범위에서 물러난다.


크우우우어!


개도 아니고 늑대도 아닌 생물체가. 억지로 개처럼 짖으려는 듯한 괴상한 울부짖음과 함께 붉은 개체가 엎드려있던 자세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 순간. 다른 네 마리의 도그고울들이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

“....”

“....”

“....”


우리 네 사람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숨소리도 내지못하고 가만히 그 광경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이건 정말로 예상치 못한 일이다.

우리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나름대로 세 가지나 되는 시나리오를 준비해 놓으면서까지 전투에 대비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똑똑한 아멜이라고 해도 눈 앞에서 이런 광경이 펼쳐질 줄은 상상도 못했으리라.


쿠쿵 쿵.


콰직.


워워워!


크르르르 컹컹!


깨갱 깽.


쿵!


검은 벽이 있는 역삼각형의 넓다란 공간에서. 한 마리의 특이 개체와 여섯 마리의 도그고울들이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흙먼지가 튀고.

땅이 긁히며.

암석과 암석이 부딪힌다.

돌로 된 생명체들이 뒤엉키는 발소리에 땅바닥이 진동했다.

나도 동물들이 싸우는 걸 본적이 있다.

번식기의 숫사슴들이 뿔을 맞대거나. 늑대들이 서열을 확인하기 위해 서로를 넘어뜨리는 모습은 봤다.

하지만 대부분 일순간의 투닥거림이 끝나면 어느 한 쪽이 패배를 받아들이거나 항복하는 식으로 결말을 짓는다.

먹잇감을 사냥하는 것도 아니고. 작은 상처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동물들의 세계에서 어느 한 쪽이 죽을 때 까지 싸우는 건 생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말로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서 싸워야 하는 순간이 있다면. 그건 생존본능이 다른 무엇보다 우선시 될 때 뿐.

명령을 받던 도그고울들이. 명령에서 벗어나 자신들을 잡아먹으려 했던 우두머리를 물어죽이려고 하는 바로 그런 순간 말이다.


크워워어어어!


크르르 컹!


도그고울 한 마리의 몸통박치기에 부딪힌 붉은 개체가 뒷다리의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동시에.


퍽!


깨갱.


다른 도그고울 한 마리가 반대로 녀석의 몸통 박치기에 맞고 허리가 부서지며 벽쪽으로 튕겨나간다.

저기 있는 저 던전의 생물체들은. 지금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어느 쪽이 원인이냐고 하면 답은 뻔하다.

저 붉은 개체가 이 모든 사태를 일으켰다.

녀석도 설마 자기 명령을 듣던 도그고울들이 자기를 공격하려 달려들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겠지.

하지만 녀석이 다른 도그고울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었듯이. 도그고울들은 원래부터 다른 개체를 통솔하기 위한 우두머리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

앱서드니 던전이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애초에 앱서드들의 원본이되는 들개라는 동물 자체가 무리를 짓고 서열을 나누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한때는 도그고울이었던 저 붉은 특이체라고 할 지라도. 1계층에 존재하는 모든 개들을 자기 휘하에 두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녀석이 약해진 틈에. 어딘가에서 녀석의 명령을 듣지않는 또 다른 우두머리 개체가 등장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만약 개중에.

지난 이틀 간의 소동에서도 살아남을 정도로 지능이 높고 생명력이 강한 우두머리가.

동족을 잡아먹는 저 붉은 녀석의 존재를 깨달았다면.

녀석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위해 오히려 붉은 앱서드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는 것 또한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크오아아아아!


퍼퍼퍽.


무려 세 마리의 도그고울이 녀석의 앞다리 하나에 달려들어 이빨을 꽂아넣었다.


크그극.


어느 쪽의 신체에서 떨어졌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 암석 파편들이 휘날린다.

그 앞다리는 하필이면 제일 처음 달려들었던 도그고울이 노렸던 바로 그 왼쪽 앞다리였고.

마침내.


퍼석!


붉은 특이체의 앞다리 한 쪽이 완전히 부서져 버렸다.

분노한 녀석이 제일 가까이에 있는 한 마리의 목덜미를 물어서 그대로 으스러뜨렸다.


콰지직.


바닥에는 이미 두 마리로 추정되는 도그고울의 조각상이 널부러져 있었고. 방금 또 한 마리가 사망했다.

이제 남은 도그고울들은 세 마리.

특이 개체는 왼다리가 부서지는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신체상의 전투 능력은 덩치로보나 무엇으로보나 특이체 쪽이 우위에 있었지만. 녀석은 장님이다.

정확히 말하면 신체에 붙어있는 눈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시야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녀석이 가진 시야는. 원거리에서는 모험가의 탐지범위 밖에서도 적을 볼 수 있는 엄청난 이점이 있지만.

반대로 근거리에서는. 그리고 자신의 신체에 직접적으로 달려드는 여러 마리의 도그고울들을 상대로 하기에는 최악의 상성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 특이한 시야를 이용해 던전의 열쇠를 가져간 우릴 사냥하려고 했겠지.

그랬던 녀석의 입장에서는. 자기를 지키게하고 자기가 수족처럼 부리던 도그고울들이 자신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고 하는 지금 상황이 대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을까.

게다가 신체를 회복하기 위한 [동족포식]의 특성조차 오히려 동족들의 적개심을 끌고 말았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갔다 라고 하는 건 너무 나간 거지만.

정말로 녀석이 가진 최고의 무기라고 생각했던 요소들 하나하나가 한 순간에 자신의 목을 죄어오는 최악의 선택으로 돌변해 있었다.


크르르르! 컹컹!


쿠아우우우우.


두 생물체들이 서로를 노려보며 그렇게 으르렁거린다.

세 마리의 도그고울과 특이 개체의 격렬했던 전투도 잠깐 동안 소강 상태로 빠져들었다.

서로의 헛점을 찾기위해 탐색에 들어간 모양이다.

둘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구경하는 우리 입장에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머리 속에 초조함과 당혹감이 조금씩 더해져간다.

지금이라도 뛰쳐나가야하나?

아니면 전투가 끝날 때까지 더 지켜볼까?

섣불리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저 네 마리 모두가 앱서드이고 적이다.

녀석들 입장에서도 우리가 적일테지. 당연한 소리지만.

그러니 이쯤되면 괜찮겠지 라는 안일한 판단으로 전투에 끼어들자마자 순식간에 녀석들이 협동해서 역으로 우릴 공격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저 가만히 전투가 끝나길 기다리는 편이 더 이득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실수였을까.


크컹!


맨 처음 통로에서 달려와 앞다리를 물었던 녀석. 저 녀석이 도그고울들의 우두머리인가보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그 개체가 다른 두 마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다른 두 녀석들도 그 명령을 받고 그대로 붉은 특이체의 후방을 노리려 공간을 좌우로 벌렸다.

그 순간 붉은 개체가 도약했다.


“?!!”


정말로. 한 순간이었다.

앞을 가로막은 두 마리의 개들이 자신의 후방을 노리려고 공간을 벌린 순간.

전방의 경로가 열린 걸 깨달은 특이체가 펄쩍 뛰듯이 앞으로 달려들어. 명령을 내리는 우두머리 개체의 몸통을 우악스럽게 밀어붙였다.

몸에 붙은 눈으로 본 것이 아니기에.

적과의 거리를 정교하게 가늠할 수 없었기에.

한 번의 도약으로 우두머리 개체를 무는 데는 실패했지만.

대신 녀석은 자신의 큰 덩치를 이용해 우두머리를 앞으로 밀치며 짖뭉개버렸다.


커겅.


소리를 듣는 순간.

방향을 파악한 녀석의 주둥이가 크르륵 하며 이를 드러냈다.


퍼석!


특이체의 아가리가 우두머리 개체의 가느다란 뒷다리와 허리부분을 간신히 입으로 물었다.

고작 그것 뿐이었지만.

그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개들의 신체구조상 뒷다리를 물리면 고개를 돌려도 반격을 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퍼석.


크드드득.


특이 개체의 턱이 우두머리의 골반과 허리를 짖누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아주 한 순간이지만.

분명 착각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둠 속에서 숨어있는 우리를 발견한 것 처럼.

그리고 우리 파티원 네 사람 사이에서 나를 발견한 것 처럼.

녀석이 자기의 목숨이 끊어지기 직전 바로 그 순간에 내 눈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깨달았다.


아.

그 녀석이었구나.


두 마리의 도그고울들을 이끌고있던 우두머리 개체.

채석장에서 밀레나와 순찰중에 마주쳤던 바로 그 녀석이었다.

정말로 아무런 근거도 없고 증거도 없고 증명할 방법 조차 없음에도.

나도. 녀석도. 서로가 그때 그 순간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곧바로 눈치채고 말았다.

진짜로 우스워 죽겠다.

아니 정말로.

말도안된다.

그런 소리 밖에 나오지 않았다.

대체 이 감정을 뭐라고 해야하는 거지.

우정? 개뿔.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이다.

적이다.

저 특이체가 아니었더라도 결국엔 싸워서 우리 파티의 손으로 없애야 했을 녀석들이다.

혹. 밀레나와 나 둘 밖에 없었을 때.

우리가 4인 파티가 아닌 상태일 때 녀석이 우릴 공격했다면. 아마도 녀석들에게 부상을 입어 오늘 세웠던 모든 계획을 포기하고 던전에서 철수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 치명상을 입거나 죽었을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게 아니었다.

그러니까 뭐 어쩌라고.

녀석이 우릴 공격하지 않은 게 무슨 은혜라도 된다는 소린가?

고마워라도 하라고?

웃기는 소리다.

아니면 그때 그 잠깐의 눈맞춤 때문에.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서로의 시선을 마주친 것 때문에.

앱서드와 마음이 통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알 수 없는 울렁거림이 전해져서 안타까움을 느끼거나 감정이 격해지기라도 하라는 것인가.

바보같은 소리.

그럴 리가 없잖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녀석의 눈을 마주보았다.

이걸 정말로 뭐라고 표현해야할 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건 정말로 존재하고 있었다.


녀석이 내 눈을 보며.

자신의 최후의 순간에.

그 작은 메시지를 전달해 주었다.


그런 게 있는지 어떻게 아냐고?

사실 모른다.

우연에 불과했을 수도 있다.

존재할 리 없을 확률이 더 높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처럼 하필이면 우연히 그 순간에 마침 그런 생각이 잠깐 머릿속을 스쳐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렇기에 모험가는 제정신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자랑스러운 모험가 중 한 사람이었다.

할 수 있는 건 하나 밖에 없었으니까.


-나도 녀석을 향해 마주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키리리리리리릭! 챙!


철컥.


화르르르륵!


그 순간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폭발해 버렸다.

온 몸의 혈관에서 불꽃이 내달린다.

전신을 감싼 스테이터스에서 쇠사슬이 솟구쳐 모든 신경을 뒤덮는다.

죽어가던 그 녀석이.

마지막으로 온 힘을 끌어 모아서.

나에게 전투를 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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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82. (4) +5 21.08.02 181 17 23쪽
210 82. (3) +5 21.07.29 212 22 18쪽
209 82. (2) +2 21.07.28 169 18 17쪽
208 82. (1) +3 21.07.27 183 24 25쪽
207 81. +8 21.07.26 190 24 24쪽
206 80. (2) +5 21.07.22 221 28 26쪽
205 80. (1) +4 21.07.21 192 22 20쪽
204 79. (2) +3 21.07.20 187 20 20쪽
203 79. (1) +1 21.07.19 181 24 25쪽
202 78. (4) +12 21.07.14 245 31 28쪽
201 78. (3) +5 21.07.13 191 25 23쪽
200 78. (2) +9 21.07.12 187 27 21쪽
» 78. (1) +2 21.07.10 190 19 19쪽
198 77. (2) +2 21.07.09 194 18 22쪽
197 77. (1) Level One. +2 21.07.08 201 16 19쪽
196 76. (2) +2 21.07.07 184 21 19쪽
195 76. (1) +2 21.07.06 203 20 18쪽
194 75. (2) +1 21.07.05 187 19 16쪽
193 75. (1) +2 21.07.03 191 18 17쪽
192 74. (2) +1 21.07.02 221 20 16쪽
191 74. (1) +8 21.07.01 223 20 17쪽
190 73. (2) 21.06.03 219 16 16쪽
189 73. (1) +1 21.06.02 230 17 16쪽
188 72. (3) +1 21.06.01 211 26 16쪽
187 72. (2) +1 21.05.31 232 25 18쪽
186 72. (1) +3 21.05.29 237 21 18쪽
185 71. (2) +1 21.05.28 240 21 15쪽
184 71. (1) 21.05.27 237 20 16쪽
183 70. +3 21.05.26 249 20 20쪽
182 69. (2) +1 21.05.25 258 16 14쪽
181 69. (1) +2 21.05.24 254 15 15쪽
180 68. (3) +3 21.05.22 256 25 14쪽
179 68. (2) +2 21.05.21 243 19 15쪽
178 68. (1) +1 21.05.20 244 23 16쪽
177 67. (3) +2 21.05.19 252 21 14쪽
176 67. (2) 21.05.18 253 17 14쪽
175 67. (1) +1 21.05.17 286 17 16쪽
174 66. (2) +4 21.05.15 295 27 14쪽
173 66. (1) +5 21.05.14 269 29 14쪽
172 65. (2) +3 21.05.13 264 21 15쪽
171 65. (1) +3 21.05.12 286 25 15쪽
170 64. (3) +2 21.05.11 269 25 11쪽
169 64. (2) +3 21.05.10 285 25 11쪽
168 64. (1) +1 21.05.09 288 23 10쪽
167 63. (2) +5 21.05.08 277 25 9쪽
166 63. (1) +3 21.05.07 263 23 10쪽
165 62. (2) +4 21.05.06 282 28 15쪽
164 62. (1) +5 21.05.05 299 27 14쪽
163 61. (3) +2 21.05.04 272 30 13쪽
162 61. (2) +2 21.05.03 272 26 14쪽
161 61. (1) 타오르는 눈동자들. 21.05.02 305 22 14쪽
160 60. (2) +5 21.05.01 281 32 14쪽
159 60. (1) +1 21.05.01 248 17 13쪽
158 59. (2) 21.04.30 317 28 11쪽
157 59. (1) 21.04.30 262 22 11쪽
156 58. (2) +3 21.04.29 277 30 14쪽
155 58. (1) 21.04.29 277 26 15쪽
154 57. (3) +7 21.04.28 320 30 10쪽
153 57. (2) +1 21.04.28 267 19 11쪽
152 57. (1) +1 21.04.27 303 24 10쪽
151 56. (3) +2 21.04.27 269 19 14쪽
150 56. (2) +2 21.04.26 296 24 12쪽
149 56. (1) +1 21.04.26 291 21 13쪽
148 55. (4) +1 21.04.25 313 22 13쪽
147 55. (3) +2 21.04.25 272 22 12쪽
146 55. (2) +5 21.04.24 318 30 14쪽
145 55. (1) +1 21.04.24 300 20 14쪽
144 54. (2) +1 21.04.23 310 26 13쪽
143 54. (1) 21.04.23 322 20 14쪽
142 53. (2) +12 21.04.22 366 33 13쪽
141 53. (1) +1 21.04.22 306 25 14쪽
140 52. (3) 21.04.22 295 20 12쪽
139 52. (2) 21.04.21 316 17 15쪽
138 52. (1) 21.04.21 299 18 15쪽
137 51. (2) 21.04.20 363 30 13쪽
136 51. (1) 21.04.20 334 22 12쪽
135 50. (5) 21.04.19 358 30 13쪽
134 50. (4) 21.04.19 335 25 11쪽
133 50. (3) +2 21.04.18 354 34 12쪽
132 50. (2) 21.04.18 327 32 12쪽
131 50. (1) 21.04.17 368 32 13쪽
130 49. (4) 21.04.17 323 26 12쪽
129 49. (3) +1 21.04.16 372 29 11쪽
128 49. (2) +1 21.04.16 348 23 13쪽
127 49. (1) +4 21.04.15 380 32 15쪽
126 48. 우리도 그 길로 향한다. 21.04.15 341 29 14쪽
125 47. (2) +9 21.04.14 380 48 13쪽
124 47. (1) +2 21.04.14 329 26 14쪽
123 46. (3) +2 21.04.13 371 34 16쪽
122 46. (2) +8 21.04.13 342 28 13쪽
121 46. (1) +7 21.04.12 367 33 11쪽
120 45. (2) 21.04.12 324 24 15쪽
119 45. (1) +2 21.04.11 359 26 14쪽
118 44. (3) +2 21.04.11 353 27 11쪽
117 44. (2) +1 21.04.10 354 31 12쪽
116 44. (1) 21.04.10 334 27 10쪽
115 43. +4 21.04.09 377 32 11쪽
114 42. (4) +5 21.04.09 343 33 13쪽
113 42. (3) +7 21.04.08 394 42 12쪽
112 42. (2) +2 21.04.08 329 25 13쪽
111 42. (1) +4 21.04.07 383 32 13쪽
110 41. (3) +2 21.04.07 328 27 13쪽
109 41. (2) +4 21.04.06 429 34 11쪽
108 41. (1) +2 21.04.06 411 30 13쪽
107 40. (2) +5 21.04.05 438 31 13쪽
106 40. (1) +5 21.04.05 397 27 14쪽
105 39. (4) +8 21.04.04 449 30 12쪽
104 39. (3) +1 21.04.04 404 25 13쪽
103 39. (2) +6 21.04.03 457 29 10쪽
102 39. (1) +1 21.04.03 422 25 14쪽
101 38. (2) +3 21.04.02 424 26 13쪽
100 38. (1) 21.04.02 423 21 13쪽
99 37. (3) 21.04.01 421 23 13쪽
98 37. (2) 21.03.31 377 17 13쪽
97 37. (1) 21.03.31 404 21 12쪽
96 36. (4) +1 21.03.30 394 23 12쪽
95 36. (3) 21.03.30 395 23 12쪽
94 36. (2) +1 21.03.29 416 23 13쪽
93 36. (1) 21.03.29 393 21 13쪽
92 35. +1 21.03.28 397 27 19쪽
91 34. (3) +3 21.03.28 425 30 13쪽
90 34. (2) +3 21.03.27 377 20 13쪽
89 34. (1) 21.03.27 429 26 12쪽
88 33. (3) +2 21.03.26 446 26 11쪽
87 33. (2) 21.03.26 412 21 10쪽
86 33. (1) 21.03.25 413 25 9쪽
85 32. (3) 21.03.25 430 20 11쪽
84 32. (2) +1 21.03.24 434 21 11쪽
83 32. (1) Equipment Quest. 21.03.24 433 24 13쪽
82 31. (4) +7 21.03.23 455 44 12쪽
81 31. (3) +1 21.03.23 423 22 11쪽
80 31. (2) 21.03.22 422 23 11쪽
79 31. (1) 21.03.22 427 24 13쪽
78 30. (4) 21.03.21 450 29 12쪽
77 30. (3) +2 21.03.21 429 24 11쪽
76 30. (2) +3 21.03.20 439 24 15쪽
75 30. (1) +1 21.03.20 483 26 17쪽
74 29. (2) +1 21.03.19 439 29 13쪽
73 29. (1) 21.03.19 443 28 13쪽
72 28. (4) +3 21.03.18 445 27 12쪽
71 28. (3) 21.03.18 413 26 12쪽
70 28. (2) 21.03.17 407 25 12쪽
69 28. (1) 21.03.17 474 26 11쪽
68 27. (3) 21.03.16 438 33 15쪽
67 27. (2) +1 21.03.15 491 27 15쪽
66 27. (1) +1 21.03.15 470 32 14쪽
65 26. (4) +6 21.03.14 472 35 16쪽
64 26. (3) 21.03.14 473 33 17쪽
63 26. (2) +1 21.03.13 476 32 15쪽
62 26. (1) 21.03.13 489 30 17쪽
61 25. (4) +5 21.03.12 482 30 13쪽
60 25. (3) +1 21.03.12 455 28 14쪽
59 25. (2) 21.03.11 468 25 18쪽
58 25. (1) 21.03.11 432 25 14쪽
57 24. (4) 21.03.10 487 29 14쪽
56 24. (3) 21.03.09 485 26 12쪽
55 24. (2) 21.03.08 465 28 16쪽
54 24. (1) +1 21.03.08 469 24 14쪽
53 23. (3) +1 21.03.07 501 31 11쪽
52 23. (2) 21.03.07 480 30 12쪽
51 23. (1) +2 21.03.06 494 29 13쪽
50 22. (3) +5 21.03.06 469 32 9쪽
49 22. (2) +1 21.03.05 520 29 10쪽
48 22. (1) +1 21.03.05 509 34 15쪽
47 21. (4) +2 21.03.04 522 36 11쪽
46 21. (3) +1 21.03.04 522 31 11쪽
45 21. (2) 21.03.03 495 35 11쪽
44 21. (1) +1 21.03.03 552 34 12쪽
43 20. (4) +1 21.03.03 486 37 12쪽
42 20. (3) +2 21.03.02 565 31 11쪽
41 20. (2) +2 21.03.01 525 37 14쪽
40 20. (1) 얼지 않은 라임베리. 21.03.01 737 35 11쪽
39 19. (4) +3 21.02.28 559 44 17쪽
38 19. (3) 21.02.28 567 31 13쪽
37 19. (2) +1 21.02.27 558 36 14쪽
36 19. (1) 21.02.27 583 31 15쪽
35 18. (3) +1 21.02.26 581 41 12쪽
34 18. (2) +1 21.02.26 608 43 12쪽
33 18. (1) +3 21.02.26 582 3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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