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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슈퍼리어 - 모든 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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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골드
작품등록일 :
2021.02.01 17:52
최근연재일 :
2021.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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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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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79. (2)

DUMMY

“다른 분들은 뭐라고 부르는 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그런 앱서드 개체를 ‘지크샤’ 라고 불러요. 이단아, 부랑아, 추방자, 떠돌이, 굴러간 돌. 등등 여러가지 의미가 있어요.”


그치만 전부 부정적인 의미였으니 딱히 좋은 뜻으로 쓰이는 단어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우리 테일시커들은 지크샤를 찾아다니죠.”

“찾아다니는 거야.”


쌍둥이들도 그렇게 덧붙여준다.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개인적으로 특이체 라고 부르긴 하는데. 녀석을 찾는다면 놈이 언제 등장할지도 알고있는 건가요.”


내 질문에 캐롤이 고개를 저었다.


“지크샤는 보통 던전의 성장이 멈춰있을 때 발생할 확률이 높아요. 하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고 또 항상 강한 개체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예요. 무엇보다 계층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그 계층에 있는 앱서드의 형태를 가져야 하니까요.”


우리도 비슷한 추측을 했었지.

녀석의 예를 들자면 평범하게 도그고울로 활동하다가 강한 모험가와 맞닥뜨려 허무하게 사라질 가능성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녀석이 동족포식까지 해 가면서 살아남은 것은 드문 경우 중에서도 더더욱 드문 경우였나 보다.


“아까의 코어 룰도 그렇고. 이런 지식들을 대체 어떻게 알고있는 거죠.”


셰피가 캐롤에게 물었다.


“그건 저희가 던전에 관한 이야기를 수집하는 걸 일족의 업으로 삼고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테일시커Taleseeker 죠.”


“또 일하는 김에 던전을 도와서 던전을 가꿔요. 그러면 던전의 수명도 늘어나고 겸사겸사 기분도 좋아라 하니까요.”


“지크샤 같은 녀석이 나타나면 던전한테 일러바쳐. 그럼 던전이 우리 대신 찰싹찰싹해주는 거야.”


와아.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고 말았다.

아멜과 밀레나도 흥미진진한 눈으로 위그데인 파티의 이야기를 듣고있었다.

평범한 모험가들이 돈이나 아이템 같은 걸 얻기 위해 던전으로 간다면.

이 릴팅족 남매들은 던전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이들은 던전에 관한 이야기를 모으고 정리해서 기록으로 남기는 걸 가업으로 삼은 것이다.

그러다보면 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지식들 또한 어마어마하겠지.

자연히 다른 모험가들은 잘 모르는 던전에 관한 정보에도 해박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지금 걷는 것 보다는 조금 빠른 속도로 던전을 주파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발걸음이 가벼워지기 마련이라. 딱히 빨리가자고 말 한 사람은 없어도 자연스럽게 이런 속도가 됐다.

선두의 이실팅 파티가 휘광석 랜턴을 들고 나머지 두 파티가 그 뒤를 따라간다.

조용한 사암석 통로에 모험가들의 발걸음 소리가 북적거렸다.

몇 차례인가 앱서드의 기척을 느끼긴 했지만 인원 수가 많아서 겁을 낸 건지 아니면 단순한 우연인지. 다들 조용히 거리를 벌리거나 멀어지곤 했다.


“어제 저녁 포웬 경과 나눈 대화를 오늘 아침에 세 사람에게 들려줬습니다. 그랬더니 캐롤 양이 자신들이 찾는 지크샤 인 것 같다고 말해줬죠.”


위그데인이 말하자 우리 파티원 세 사람도 그를 쳐다보았다.

그도 금발의 꽁지머리를 가볍게 찰랑거리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아.

그러고보니 위그데인과 만나는 건 처음이었구나.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똑같은 장소에서 이야기를 나눈 기억 밖에 없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위그데인 발레로스 라고 합니다. 포웬 경에게는 갚을 길 없는 빚을 진 불초이자 모험가 동지이며 영혼의 라이벌이죠.”


저런 대사를 진심을 담아 읊을 수 있다는 게 위그데인의 존경스러운 점이다.

캐롤 양이 그런 위그데인을 조금 멍하니 바라보며 살짝 뺨을 붉히고 있다.

제정신으로 듣고 있기 민망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내가 이런 쪽으로는 눈치가 빠르니 아무래도 다른 의미가 담겨있다는 걸 금방 알겠다.

한숨을 쉬고 덧붙였다.


“이쪽은 친구인 위그데인 발레로스. 그리고 여긴 우리 파티원들이예요.”


“네. 맞습니다. 저흰 친구였죠.”


위그데인이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그 단어를 써도 되는 지 확인하는 것 처럼 작게 중얼거렸다.

반응 하나하나가 올곧게 부담스러운 청년이구나.

우리 파티원들도 내 한숨과 위그데인의 말투를 보며 그의 성격을 대충 눈치챘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었다.


“셰우페니르 예요. 셰피라고 불러주세요.”


“아멜이야. 만나서 반가워요 위그데인.”


“밀리노아 가이오넬 입니다. 저 역시 밀레나가 편하네요.”


그때 갑자기 선두에서 걸어가고있던 이실팅이 휘리릭 하고 바람처럼 우리에게 가까이 붙었다.


“마침 기회가 됐으니까 이참에 한꺼번에 다 소개할께. 난 이실팅 샤드브레이커.”


저 멀리서 소리가 들린다.


“전 네나리 예요오오.”


“흥. 알키오스 다아아아.”


“베스나 링드 입니....”


이실팅의 빠른 판단 덕분에 무거운 등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짊어진 베스나 라는 드워프를 끝으로. 순식간에 12명의 통성명을 한꺼번에 전부 끝내버릴 수 있었다.

정말 기가막힌 타이밍이군.


“포웬 고릴리아 입니다.”


그리고 조금 순서를 놓쳐서 맨 마지막에 내 소개를 덧붙였다.


“그럼 계속 이야기 나눠. 우리도 잘 듣고있다가 낼름낼름 끼어들께.”


“언니. 예의없게 그러면 안돼요.”


“그치만 다 합치면 열두 명이나 되는데 한꺼번에 떠들 순 없잖아. 시끄럽기도 하고. 아 오늘은 주말이라서 괜찮나?”


이실팅은 그렇게 네나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등장했을 때 처럼 휘리릭 다시 자기 파티에게로 사라져 버렸다.

모두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위그데인이 대화를 돌리려는 듯 조금 헛기침을 했다.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아. 지크샤 라는 이상개체에 대한 것까지였죠.”


“맞아요 위그데인.”

“그래요 위그데인.”


쌍둥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준다.


“지난 이틀 간 벌어졌던 소동도 그렇고, 지크샤 라는 정체불명의 존재도 그렇고. 이대로 두고봐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 사람도 제 의견에 동의해줬구요.”


그렇게 해서 위그데인 파티는 원래는 계획에 없던 주말 던전 탐색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물론 포웬 경과 파티원 분들을 얕잡아보거나 역부족일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닙니다.”


“알아요. 신경써줘서 고마워요 위그데인.”


고개를 끄덕였다.

자잘한 건 빠르게 넘기자.


“준비를 갖추고 던전으로 들어온 것 까진 좋았는데. 막상 포웬 경을 어떻게 찾아야 할 지 막막하더군요.”


“그렇네. 어떻게 알고 우릴 찾아온 거야?”


아멜이 물었다.


“쉽지는 않았죠. 그래서 어떻게든 입구 근처에서 수소문을 해보니 탐사꾼들 무리 여럿이 포웬 경의 이름을 알고있었습니다. 더불어 아멜 양의 이름도요.”


아멜의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파핫 하고 웃어버렸다.

셰피와 밀레나 역시도 이 신기한 우연에 입을 가려버렸다.

이게 또 그런 식으로 연결됐구나.

조금 헛웃음이 나와버렸다.

만약 우리가 호위 임무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보다 조금 뒤늦게 던전에 들어온 위그데인이 우리의 위치를 찾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도 호위임무를 한 덕분에 도그고울들을 추적할 수 있었던 건 마찬가지다.

그러니 높은 확률로 서로 던전 내부를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여러가지 의문들이 조금씩 풀려간다.


“이 다음 이야기는 다시 캐롤 양에게 부탁드리죠.”


캐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다음은 별다른 건 없어요. 채석장 북쪽으로 향했다는 정보를 듣고 이동 중에 무언가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어요. 위그데인한테 말했는데. 그리고나서....”


그녀가 조금 뺨을 가리며 고개를 숙인다.


“그... 위그데인이 저를 업고 빨리 달려준 덕분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어요.”


우리 파티원 세 사람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위그데인과 캐롤을 번갈아서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위그데인이 입을 열었다.


“제 덕이 아닙니다. 캐롤 양. 포웬 경께서 조언을 주신 덕분에 저도 제 때에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었죠.”


“그... 그랬군요. 포웬 씨가.”


캐롤이 그제서야 그 모든 행동의 근본 원인이 나였다는 걸 깨달았는지. 약간의 원망과 복잡한 감정이 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 음.

아무리 그래도 다 큰 처녀를 업고 뛰라고 조언해 준 건 조금 너무했나 싶었지만. 목숨을 구해진 입장으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


“캐롤 양만 괜찮으시면 다음에도 언제든지 그렇게 달리겠습니다.”


“안괜찮아요....”


동글동글하게 말려있는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릴팅족 아가씨가 고개를 숙이며 모기만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네?”


“아뇨! 정 급하면 어쩔 수 없죠.”


결국 목소리를 높여서 빼액 소리를 친다.


“알겠습니다.”


위그데인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아. 누님도 참.”

“아아. 누나도 참.”


“시... 시끄러.”


쌍둥이들이 뒷통수에 깍지를 끼고 흐느적거리듯이 캐롤 주변을 맴돌았다.


“자 다음은 내 차례네.”


본인이 한 말대로 정말 낼름 끼어든다.

이실팅이 자연스럽게 우리 곁으로 다가와 뒷걸음질을 치고있다.

그런데도 평범하게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우리와 똑같은 속도였다.

일일이 놀라거나 반응하지 않는 걸 보니 다른 사람들은 전부 익숙해진 듯 하다.

그게 아니면 신경쓰지 않기로 했거나.


“우리 사연은 간단해. 길드가 붉은색을 가진 도그고울 목에 현상금을 걸 거라는 정보를 얻었거든. 주말이 지나고 나서.”


“과연. 토벌 임무였군요.”


밀레나가 대답했다.

대체 정보를 어떻게 얻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실팅 말대로 정말 간단한 사연이었다.

하지만 겹쳐진 우연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나 보다.


“네. 퀘스트가 걸린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녀석을 조금 일찍 잡더라도 토벌 보고만 하면 되잖아요? 그러니 마침 오늘 기회가 된 김에 돈이나 벌자고 해서 던전에 들어왔어요.”


고개를 돌려 캐롤을 바라본다.


“그러던 와중에 카를린을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죠.”


“잠깐. 둘이 아는 사이야?”


아멜이 놀라서 물었다.

캐롤이 대신 대답해준다.


“예전에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티린과 보우린이 이상한 아이템을 강매당할 뻔한 적이 있었어요. 그게 인연이 되서 인사를 나누고 아랫 마을에서 달투나까지 함께 여행 온 사이에요.”


“돈을 왕창 잃을 뻔 했어요!”

“나쁜 모험가들이야!”


티린과 보우린이 드물게 뿔난 표정을 짓는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이실팅이 초보자를 등쳐먹으려던 상대방과 시비가 붙었다고했지.

그때는 그냥 좀 특이한 성격이구나 라고만 생각했었다.

이실팅이 쌍둥이들이 화내는 모습이 귀여운지 꺄르륵 하고 웃었다.


“뭐 고작 하루 정도의 인연이긴 하지만. 하여간 카를린한테 말을 걸었더니 이게 왠 떡이야. 포웬 네 이름이 딱 등장하는 거지.”


위그데인이 말했다.


“앱서드를 추적하려는 목적도 같고. 저희도 딱히 돈이라거나 토벌 임무가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꺼이 저희가 가진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그래서 같이 합류하게 된 거죠.”


그리하여 모든 등장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됐다.


“그치만. 열심히 달려와서 보니까 노리고 있던 앱서드는 이미 죽어있지. 포웬이 벽 속에 있는 심층의 앱서드 한테 주먹을 올리고있질 않나. 하여간 최고였어.”


이실팅이 그 혼란했던 광경을 떠올려보면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저도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신 쪽으로 상태이상이 걸린 줄 알았어요. 공포라거나 광분이라거나.”


캐롤이 조금 미안하단 얼굴로 말했다.

어... 음.

고개를 돌리고 우리 파티원들을 쳐다보았다.


“...진짜로 그렇게 보였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세 사람.

위그데인은 대답을 회피했고 이실팅은 여전히 싱글벙글이다.


“그치만 덕분에 ‘던전 콜’을 끝낼 때 까지 지크샤가 도망치지 않았으니까. 포웬 경도 저흴 도와주신거나 마찬가지예요.”


“맞아요. 포웬 덕분에 지크샤를 잡았어요.”

“맞아. 포웬이 제정신이 아닌 덕분이야.”


콩!


하고 쌍둥이 중 한 사람의 머리에 캐롤의 지팡이가 떨어진다.


“뭐. 그렇게 보였다면 어쩔 수 없죠.”


어깨를 으쓱 했다.

상태이상은 아니지만. 그렇게 반쯤 맛이 간 덕분에 녀석의 존재를 보고도 몸이 굳거나 하지 않았으니. 결과적으로만 보면 다 잘된 셈이긴 하다.

조금 궁금한 게 떠올랐다.


“기회가 된 김에 물어보고 싶은게 몇 가지 있는데. 질문을 해도 될까요?”


카를린에게 물으니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준다.


“녀석이 나타났던 그 검은 벽 있잖아요. 그 벽은 대체 뭐죠?”


“던전 리프트. 베슬 리프트Vessel Rift. 혹은 뿌리길 이라고 불러요. 말하자면 계층을 오고가는 지름길 이예요.”


“지름길?”


아멜이 호기심을 느낀 듯 귀를 쫑긋거렸다.


“네. 그치만 정해진 계층으로만 갈 수 있고. 입구와 출구 층에 탐사가 끝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아요.”


아하.


“달투나는 아마도 7계층이랑 12계층에 검은 벽이 있다고 알려져있을 꺼예요.”


“둘 다 아직 탐사가 안 끝났네.”


“그렇군요.”


아멜과 밀레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게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좋았겠지만. 작동하지 않는 통로는 그냥 벽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던전의 안내문에도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추측이지만 벽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지 알고있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설사 벽이 작동하고있다고 해도 7층이라고 하면 우리같은 초보자가 도달하기엔 너무 위험한 곳이니까.

탐사꾼 난이도처럼 관광지 느낌으로 접근할 수도 없고. 길드 입장에서도 자격이 있는 모험가가 아니면 그다지 이야기해주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내가 벽 속의 녀석에게 전투를 걸었더니 벽이 하얗게 변해버린 거. 그건 대체 뭐였을까.”


그 잠깐의 순간 덕분에 아멜을 구할 수 있었지만 따지고보면 조금 미스테리한 현상이었다.


“그건 뿌리길에서 방어기제가 작동한 거야. 일종의 경고지.”


이번에는 이실팅이 대답을 해 주었다.

그걸 들은 캐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해준다.


“뿌리길은 던전에게 있어서 무척 섬세한 곳이거든요. 사람으로 치면 혈관 같은 거죠. 보통은 앱서드가 통로를 이용하지 않으니 그럴 일이 없지만. 드물게 뿌리길 내부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던전이 화를 내는 거예요. 당장 나가라고.”


내 주변을 둘러싼 공간이 나한테 꺼지라고 소리치고 있다면 그야 놀랄 만도 하겠네.

그렇게 앱서드의 동작이 멈춰버렸고 짧은 틈이 생겼다.

목숨줄과도 같은 기회를 얻은 것이다.


“하여간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어.”


상처도 상처지만 그땐 너무 놀라서 심장이 떨어질 뻔 했다.


“응.”


아멜이 조금 기분이 가라앉은 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


“미안해하지 않기로했잖아. 다같이.”


또 어떻게 놀려줘야하나 고민하다가.

아멜의 축 쳐진 뒷통수를 손가락으로 훅 밀어버렸다.


“우씨!”


균형이 쏠려 기우뚱하니. 아멜도 버럭 하고 금방 화를 내버렸다.

아아. 잠깐.


“오른팔은 반칙이야! 살려주세요.”


손가락을 곧게 펴서 오른손을 찌르려고 하길래 결국 항복선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흥이다. 한 번만 더 그러면 다음엔 상처에 소금을 뿌려버릴 꺼야.”


“알겠습니다.”


“어머. 후후후.”


캐롤이 입을 가리며 웃는다.

고개를 돌려 오른팔을 바라보았다.

가죽재킷의 오른팔 부위는 유행을 심하게 탄 청바지처럼 너덜너덜해져 있었고 피가 흐른 자국이 가죽 표면에 조금 짙은 색상을 남겨놓았다.

붕대를 감아두기엔 상의를 전부 벗어야했으니 우선은 가볍게 물주머니를 부어 피를 닦아내긴 했다.

흉터가 남진 않겠지.


“네 탓이 아니니까 신경쓰지 마.”


흉터가 남더라도 오히려 자랑스러운 증거니까. 생각하기에 따라선 조금 멋있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아멜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우리를 가만히 지켜보고있던 이실팅이 이번엔 내게 질문을 던졌다.


“자. 이번엔 포웬 네 이야기를 들려줘.”


셰피가 아. 하고 뭐라고 말을 꺼내려 했지만 논리적으로 우리가 설명해줄 순서였기 때문에 억지로 끼어들지는 않았다.

시선을 돌려 밀레나를 바라보니 고개를 끄덕여준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시작은 이틀 전에 처음 던전에 들어왔을 때 였어요.”


“어? 그럼 3일 만에 레벨업을 한 거야?”


드물게 놀란 표정을 짓는다.


“정확히 던전 입장은 오늘이 두 번째인데.”


“이야....”


이실팅이 조금 앓는 소리를 내며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래봐야 고작 1레벨인데 3레벨인 그녀가 놀랄 이유라도 있나.


“진짜로 하드코어하게 던전을 돌았나보네.”


“그래?”


어차피 누구나 1레벨에 도달할 수 있으니 딱히 그런 감흥같은 건 없었다.


“적어도 평범한 건 아니지. 아 모험가한테 평범이라고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이실팅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0레벨에 3계층의 게이트키퍼를 잡았다는 파티가 딱 하루 만에 레벨 업을 했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어. 근데 너희 파티도 그에 못지않게 말도안되는 짓을 벌인 거야.”


0레벨에 3계층 난이도라.

달투나는 아닐테고 던전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런 소문이 떠돈다는 건 아예 불가능 하지는 않다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역설적으로 그런 짓은 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려는 의미거나.

위그데인은 이미 알고있으니 별로 놀라지 않았지만. 삼 남매들 역시도 조금 신기하다는 얼굴이 됐다.

이실팅이 우리 파티원들의 면면을 쳐다본 뒤 다시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계속 해 줘.”


고개를 끄덕이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던전 입장 첫 날. 도그고울들이 스무 마리 가까이가 우릴 쫓아온 일. 함정을 밟고 탈출 한 일. 그리고 병원에서 부상당한 모험가를 만나서 도그고울에 대한 정보를 얻은 일. 녀석을 쫓아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도달했다는 것 등등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잠까안. 어물쩡 넘기려고 하지말고.”


묵묵히 이야기를 듣던 이실팅이 번뜩 손을 들고 끼어들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애초에 왜 도그고울들이 그렇게나 쫓아온거야?”


어깨를 으쓱했다.


“그날은 1계층 전체가 난리가 났었잖아. 운이 없었던 거지.”


“누굴 바보로 알아. 순서가 이상하잖아.”


“그렇네요. 도그고울들이 폭증한 것과 도그고울들이 여러분 파티를 쫓아온 것. 어느 쪽이 먼져죠?”


네나리가 말했다.

어느새인지 모르게 이실팅의 파티원들 역시도 걸어가던 속도를 줄여 우리와 가깝게 붙어버렸다.


“그리고 개체 수도 뭔가 이상하다. 스무 마리를 통솔할 정도라니. 카를린이 말한 지크샤가 너흴 노렸다는 건데. 던전에 처음 들어온 모험가한테 그렇게 집착할 이유가 뭐가 있지?”


징이박힌 두툼한 누빔 갑옷을 입고. 밝은 갈색과 금발 계통의 머리카락을 가진 장발의 엘프 사내. 알키오스가 내가 감추려고 했던 부분을 손쉽게 간파해냈다.

저 갑옷은 겉 재질만 보면 천으로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징을 박아넣었다는 건 징을 고정할 쇠판이 있다는 이야기이니. 사실은 철편 갑옷Splint Mail이다.


“뭔가가 있군요.”


아멜보다 살짝 큰 정도의 키를 가진 앳된 목소리의 드워프. 베스나가 예의바르지만 별로 친근감이 느껴지지는 않는 말투로 말했다.

역시 난 거짓말에 소질이 없구나.

사실 그렇게 열심히 감추려고 한 것도 아니다.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야 우리가 12계층의 게이트키퍼를 깨우는 시동석을 줏었으니까.”


“...?”

“....”

“시동... 뭐라고?”


순서대로 네나리. 베스나. 알키오스 였고.


“흐음.”


이실팅은 그다지 놀라지도 않은 표정으로 잠시 턱에 손을 괴더니.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가 찾던 아이템이 포웬 너한테 있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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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84. (3) +5 21.08.13 180 29 24쪽
215 84. (2) +5 21.08.11 177 20 27쪽
214 84. (1) +4 21.08.09 163 24 24쪽
213 83. (2) +1 21.08.06 177 19 19쪽
212 83. (1) +5 21.08.04 184 25 20쪽
211 82. (4) +5 21.08.02 181 17 23쪽
210 82. (3) +5 21.07.29 212 22 18쪽
209 82. (2) +2 21.07.28 169 18 17쪽
208 82. (1) +3 21.07.27 183 24 25쪽
207 81. +8 21.07.26 190 24 24쪽
206 80. (2) +5 21.07.22 221 28 26쪽
205 80. (1) +4 21.07.21 192 22 20쪽
» 79. (2) +3 21.07.20 188 20 20쪽
203 79. (1) +1 21.07.19 181 24 25쪽
202 78. (4) +12 21.07.14 246 31 28쪽
201 78. (3) +5 21.07.13 191 25 23쪽
200 78. (2) +9 21.07.12 188 27 21쪽
199 78. (1) +2 21.07.10 190 19 19쪽
198 77. (2) +2 21.07.09 194 18 22쪽
197 77. (1) Level One. +2 21.07.08 201 16 19쪽
196 76. (2) +2 21.07.07 184 21 19쪽
195 76. (1) +2 21.07.06 203 20 18쪽
194 75. (2) +1 21.07.05 188 19 16쪽
193 75. (1) +2 21.07.03 191 18 17쪽
192 74. (2) +1 21.07.02 221 20 16쪽
191 74. (1) +8 21.07.01 223 20 17쪽
190 73. (2) 21.06.03 219 16 16쪽
189 73. (1) +1 21.06.02 230 17 16쪽
188 72. (3) +1 21.06.01 212 26 16쪽
187 72. (2) +1 21.05.31 233 25 18쪽
186 72. (1) +3 21.05.29 237 21 18쪽
185 71. (2) +1 21.05.28 240 21 15쪽
184 71. (1) 21.05.27 237 20 16쪽
183 70. +3 21.05.26 250 20 20쪽
182 69. (2) +1 21.05.25 258 16 14쪽
181 69. (1) +2 21.05.24 254 15 15쪽
180 68. (3) +3 21.05.22 256 25 14쪽
179 68. (2) +2 21.05.21 243 19 15쪽
178 68. (1) +1 21.05.20 244 23 16쪽
177 67. (3) +2 21.05.19 252 21 14쪽
176 67. (2) 21.05.18 253 17 14쪽
175 67. (1) +1 21.05.17 286 17 16쪽
174 66. (2) +4 21.05.15 295 27 14쪽
173 66. (1) +5 21.05.14 269 29 14쪽
172 65. (2) +3 21.05.13 264 21 15쪽
171 65. (1) +3 21.05.12 286 25 15쪽
170 64. (3) +2 21.05.11 269 25 11쪽
169 64. (2) +3 21.05.10 285 25 11쪽
168 64. (1) +1 21.05.09 288 23 10쪽
167 63. (2) +5 21.05.08 278 25 9쪽
166 63. (1) +3 21.05.07 263 23 10쪽
165 62. (2) +4 21.05.06 282 28 15쪽
164 62. (1) +5 21.05.05 299 27 14쪽
163 61. (3) +2 21.05.04 272 30 13쪽
162 61. (2) +2 21.05.03 272 26 14쪽
161 61. (1) 타오르는 눈동자들. 21.05.02 305 22 14쪽
160 60. (2) +5 21.05.01 281 32 14쪽
159 60. (1) +1 21.05.01 248 17 13쪽
158 59. (2) 21.04.30 317 28 11쪽
157 59. (1) 21.04.30 262 22 11쪽
156 58. (2) +3 21.04.29 277 30 14쪽
155 58. (1) 21.04.29 277 26 15쪽
154 57. (3) +7 21.04.28 320 30 10쪽
153 57. (2) +1 21.04.28 267 19 11쪽
152 57. (1) +1 21.04.27 303 24 10쪽
151 56. (3) +2 21.04.27 269 19 14쪽
150 56. (2) +2 21.04.26 297 24 12쪽
149 56. (1) +1 21.04.26 291 21 13쪽
148 55. (4) +1 21.04.25 313 22 13쪽
147 55. (3) +2 21.04.25 272 22 12쪽
146 55. (2) +5 21.04.24 318 30 14쪽
145 55. (1) +1 21.04.24 300 20 14쪽
144 54. (2) +1 21.04.23 310 26 13쪽
143 54. (1) 21.04.23 322 20 14쪽
142 53. (2) +12 21.04.22 366 33 13쪽
141 53. (1) +1 21.04.22 306 25 14쪽
140 52. (3) 21.04.22 295 20 12쪽
139 52. (2) 21.04.21 316 17 15쪽
138 52. (1) 21.04.21 299 18 15쪽
137 51. (2) 21.04.20 363 30 13쪽
136 51. (1) 21.04.20 334 22 12쪽
135 50. (5) 21.04.19 358 30 13쪽
134 50. (4) 21.04.19 335 25 11쪽
133 50. (3) +2 21.04.18 354 34 12쪽
132 50. (2) 21.04.18 327 32 12쪽
131 50. (1) 21.04.17 368 32 13쪽
130 49. (4) 21.04.17 323 26 12쪽
129 49. (3) +1 21.04.16 372 29 11쪽
128 49. (2) +1 21.04.16 348 23 13쪽
127 49. (1) +4 21.04.15 380 32 15쪽
126 48. 우리도 그 길로 향한다. 21.04.15 341 29 14쪽
125 47. (2) +9 21.04.14 380 48 13쪽
124 47. (1) +2 21.04.14 329 26 14쪽
123 46. (3) +2 21.04.13 371 34 16쪽
122 46. (2) +8 21.04.13 342 28 13쪽
121 46. (1) +7 21.04.12 367 33 11쪽
120 45. (2) 21.04.12 324 24 15쪽
119 45. (1) +2 21.04.11 359 26 14쪽
118 44. (3) +2 21.04.11 353 27 11쪽
117 44. (2) +1 21.04.10 354 31 12쪽
116 44. (1) 21.04.10 334 27 10쪽
115 43. +4 21.04.09 377 32 11쪽
114 42. (4) +5 21.04.09 343 33 13쪽
113 42. (3) +7 21.04.08 394 42 12쪽
112 42. (2) +2 21.04.08 329 25 13쪽
111 42. (1) +4 21.04.07 383 32 13쪽
110 41. (3) +2 21.04.07 328 27 13쪽
109 41. (2) +4 21.04.06 430 34 11쪽
108 41. (1) +2 21.04.06 411 30 13쪽
107 40. (2) +5 21.04.05 438 31 13쪽
106 40. (1) +5 21.04.05 397 27 14쪽
105 39. (4) +8 21.04.04 450 30 12쪽
104 39. (3) +1 21.04.04 404 25 13쪽
103 39. (2) +6 21.04.03 457 29 10쪽
102 39. (1) +1 21.04.03 422 25 14쪽
101 38. (2) +3 21.04.02 424 26 13쪽
100 38. (1) 21.04.02 423 21 13쪽
99 37. (3) 21.04.01 421 23 13쪽
98 37. (2) 21.03.31 377 17 13쪽
97 37. (1) 21.03.31 404 21 12쪽
96 36. (4) +1 21.03.30 394 23 12쪽
95 36. (3) 21.03.30 395 23 12쪽
94 36. (2) +1 21.03.29 416 23 13쪽
93 36. (1) 21.03.29 393 21 13쪽
92 35. +1 21.03.28 397 27 19쪽
91 34. (3) +3 21.03.28 425 30 13쪽
90 34. (2) +3 21.03.27 377 20 13쪽
89 34. (1) 21.03.27 430 26 12쪽
88 33. (3) +2 21.03.26 446 26 11쪽
87 33. (2) 21.03.26 412 21 10쪽
86 33. (1) 21.03.25 413 25 9쪽
85 32. (3) 21.03.25 430 20 11쪽
84 32. (2) +1 21.03.24 434 21 11쪽
83 32. (1) Equipment Quest. 21.03.24 433 24 13쪽
82 31. (4) +7 21.03.23 455 44 12쪽
81 31. (3) +1 21.03.23 423 22 11쪽
80 31. (2) 21.03.22 423 23 11쪽
79 31. (1) 21.03.22 428 24 13쪽
78 30. (4) 21.03.21 450 29 12쪽
77 30. (3) +2 21.03.21 429 24 11쪽
76 30. (2) +3 21.03.20 439 24 15쪽
75 30. (1) +1 21.03.20 483 26 17쪽
74 29. (2) +1 21.03.19 440 29 13쪽
73 29. (1) 21.03.19 443 28 13쪽
72 28. (4) +3 21.03.18 446 27 12쪽
71 28. (3) 21.03.18 413 26 12쪽
70 28. (2) 21.03.17 407 25 12쪽
69 28. (1) 21.03.17 474 26 11쪽
68 27. (3) 21.03.16 438 33 15쪽
67 27. (2) +1 21.03.15 491 27 15쪽
66 27. (1) +1 21.03.15 471 32 14쪽
65 26. (4) +6 21.03.14 472 35 16쪽
64 26. (3) 21.03.14 473 33 17쪽
63 26. (2) +1 21.03.13 476 32 15쪽
62 26. (1) 21.03.13 489 30 17쪽
61 25. (4) +5 21.03.12 482 30 13쪽
60 25. (3) +1 21.03.12 455 28 14쪽
59 25. (2) 21.03.11 468 25 18쪽
58 25. (1) 21.03.11 432 25 14쪽
57 24. (4) 21.03.10 487 29 14쪽
56 24. (3) 21.03.09 485 26 12쪽
55 24. (2) 21.03.08 466 28 16쪽
54 24. (1) +1 21.03.08 469 24 14쪽
53 23. (3) +1 21.03.07 501 31 11쪽
52 23. (2) 21.03.07 480 30 12쪽
51 23. (1) +2 21.03.06 494 29 13쪽
50 22. (3) +5 21.03.06 470 32 9쪽
49 22. (2) +1 21.03.05 520 29 10쪽
48 22. (1) +1 21.03.05 509 34 15쪽
47 21. (4) +2 21.03.04 522 36 11쪽
46 21. (3) +1 21.03.04 523 31 11쪽
45 21. (2) 21.03.03 495 35 11쪽
44 21. (1) +1 21.03.03 552 34 12쪽
43 20. (4) +1 21.03.03 486 37 12쪽
42 20. (3) +2 21.03.02 565 31 11쪽
41 20. (2) +2 21.03.01 525 37 14쪽
40 20. (1) 얼지 않은 라임베리. 21.03.01 737 35 11쪽
39 19. (4) +3 21.02.28 559 44 17쪽
38 19. (3) 21.02.28 567 31 13쪽
37 19. (2) +1 21.02.27 558 36 14쪽
36 19. (1) 21.02.27 583 31 15쪽
35 18. (3) +1 21.02.26 581 41 12쪽
34 18. (2) +1 21.02.26 608 43 12쪽
33 18. (1) +3 21.02.26 582 3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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