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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골드
작품등록일 :
2021.02.0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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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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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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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1)

DUMMY

80.


이실팅, 위그데인 파티와는 던전의 안전공간과 던전 입구에서 각각 헤어졌다.

이실팅은 호위 임무가 끝났으니 ‘던전에 왔으면 앱서드라도 베야지.’ 라고 말하고는 안전공간에서 다시 던전으로 되돌아갔다.

위그데인은 던전과는 별개의 용무가 있다고 해서 밖으로 나온 뒤 작별인사를 나눴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언제 저녁이라도 같이 해요.”


당장은 내 몸상태가 무리지만 포션의 성능이 워낙 대단해서 금방 회복될 것 같다.

게다가 이실팅은 몰라도 위그데인과 세 사람에게는 갚아야할 빚이 생긴 셈이다.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으음.”


그도 맨 처음에는 내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하려고 하다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조금 주저하며 물었다.


“그... 포웬 경과 파티 분들의 레벨 업을 축하할 겸. 기회가 있을 때 초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더할 나위 없습니다. 돼지무릎 요리를 잘하는 가게를 알고있어요.”


위그데인도 반색하는 얼굴로 말한다.


“돼지무릎 요리라. 북부에 오면 당연히 먹어봐야 됐는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내가 위그데인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쌍둥이들은 위그데인 뒤에서 장난을 치고있었고. 아멜과 캐롤은 서로 가깝게 붙어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 다 마법사였으니까 다른 사람과는 하지 못하고 둘이서만 통하는 이야기도 많을 것 같다.


“뭐어?!”


그러던 중 캐롤의 이야기를 듣던 아멜이 갑자기 고개를 화들짝 치켜든다.


“아니아니아니. 무슨 소리야.”


“네? 아닌가요? 하지만 전 완전히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아멜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셰피를 쳐다보았고. 셰피도 드물게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아까만 해도....”


캐롤이 목소리가 크다는 걸 자각했는지 거리를 가까이 붙였고. 나와 위그데인과 쌍둥이를 제외한 여성진 네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를 쑥덕거린다.

대체 뭔 이야기가 저리 재밌는 건지 나도 좀 끼고싶은 맘이 든다.

그치만 신경쓰지 말도록 하자.

위그데인 다시 나를 돌아보았다.


“여쭤봐도 될지 모르겠지만. 클래스는 정하셨습니까.”


그렇지.

제일 중요한 걸 고민했어야 했는데.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머리속에서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아니. 사실은 변명이었고.

조금은 현실을 도피하듯 가급적 그 생각을 떠올리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미 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레벨 업을 하니 조금 실감이 안나네요.”


조금 주저하는 나를 보며 위그데인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아직 시간은 충분합니다. 내일... 은 태양의 날이군요. 어쨌든 길드가 문을 여는 달의 날 까지는 하루 넘게 남아있으니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위그데인.”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파티원 분들께서 싸우는 모습을 봤습니다. 대단하더군요. 저희도 하루 빨리 따라잡도록 하겠습니다.”


뒤쳐졌다느니 따라잡느니 그런 식으로 생각할 필요없다고 말하려 했지만.

위그데인의 눈을 보고나서 조금 마음을 바꿨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모험가 대 모험가로서 해줄 말은 이거면 충분하다.

위그데인이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며 왼손으로 악수를 나눴다.

어느새인가 대화를 다 끝마쳤는지 다른 파티원들도 나와 위그데인의 인사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네 분 모두 천사의 안녕으로 평안하시길.”


“다음에 또 뵈요. 얼지않은 라임베리 여러분. 우리 서로 힘 내요!”


“잘가요 라임베리 친구들!”

“안녕! 다음엔 우리도 파티 이름을 만들어서 가져올꺼야!”


캐롤이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이고 다른 두 쌍둥이들도 개성넘치는 인사를 건네며 위그데인을 따라 99번 길드 쪽으로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밀레나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정말 정신없는 친구들이네요.”


“그러니까 말야. 말도 안되는 오해나 하고. 릴팅족들은 다 저런가?”


아멜이 유독 자신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듯 손을 흔들며 멀어지고 있는 캐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도 또 성실하게 마주 손을 흔들어 준다.


“종족마다 편견같은 게 있긴 하지만. 결국 본인의 개성이겠지.”


나름 열심히 생각해서 그렇게 말을 했는데.

아멜이 어쩐지 스으윽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그런 얘기가 아니라... 아 몰라. 오늘은 빨리 들어가서 밥먹고 씻고 잘래. 내일은 하루종일 방안에만 있을꺼고.”


“왜 또 짜증이 났어.”


“시끄러. 오늘은 이제 포웬이랑 얘기 안할 꺼야.”


엥? 뭔소리야 이게.

아니. 그냥 대화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준 거 뿐인데.


“어어? 왜. 뭔데 그래?”


“뿌뿌. 질문도 안돼. 오늘 하루 동안 대화 금지!”


그리고는 휙 하고 등을 돌려서 밀레나의 팔을 억지로 잡아 끌며 먼저 앞으로 가버렸다.

밀레나가 곤란하다는 듯이 웃으며 마지못해 아멜에게 이끌려 걸어간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셰피를 쳐다보니 셰피가 한숨을 푸욱 쉬었다.


“이건. 아멜 잘못이 아니야.”


“어... 응?”


대체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는데요.

셰피는 셰피 나름대로 다른 걸 고민하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는 그녀가 입을 열었다.


“포웬. 내가 업어줄까?”


“...아니. 괜찮은데.”


대체 뭘 어떻게 고민하면 저런 결론이 나오는 건지 의문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무리지.

상처입은 오른팔과 찢어진 갑옷이 시민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하프 클록을 둘렀긴 해도 걷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그러니 셰피에게 부축을 받는다거나 업힌다거나. 그럴 필요까진 없었다.

상처 자체도 이미 겉으로 보이는 피부색만 조금 다르다 싶을 정도로 살이 차올라 있었다.

율리아나의 포션에는 벌써 몇 번이나 감탄한다.

셰피도 내 대답을 이미 예상한 듯 그닥 실망한 기색 없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같이 걷는 것 정도는 괜찮지?”


“응.”


뭐. 그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

밀레나와 아멜이 몇 톨미터 앞에서 앞서 걷고 나와 셰피가 뒤에서 따라갔다.

도시의 모습은 여느 때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주말이라서 그런지 상점들 대부분이 문을 안열었거나, 이미 문을 닫았거나, 닫으려는 준비를 하고있었다.

시간은 위그데인이 예상했던 대로 조금 이른 저녁 시간.

거리에는 사람들도 모험가들도 그다지 눈에 띠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한가하다는 인상이었다.

주말 던전 탐사꾼들 모임 역시 아침 일찍 던전에 모이고 점심 이후 즈음엔 모두 복귀해버린 듯 하다.

불과 한두 시간 전에 목숨을 잃을 뻔 했는데.

또 이렇게 평화로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으니 신기한 기분이 든다.

이젠 던전 출입도 두 번째이니 만큼 예전처럼 괴리감을 느끼지는 않지만. 반대로 이런 풍경이 존재한다는 것에 많이 익숙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심이 됐다.

셰피도 밀레나도 아멜도 모두 무사하다.

나도 부상을 입긴 했지만 병원으로 실려간 게 아니라 내 두발로 걸어서 여관으로 돌아가고있다.

이 현실이 너무나 감사하고 또 행복하다고 느꼈다.

던전으로 들어가 싸우기 위해선.

던전 밖으로 돌아올 곳이 있어야한다.

그 감각이 모험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절실하게 깨달았다.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초록색. 혹은 짙은 파랑색. 드물게 빛바랜 분홍색과 주황색.

그 중에서도 제일 많은 색상은 역시 잘 익은 라임베리 열매의 옅은 노랑빛과 연두빛 색깔들.

노을이 지기엔 아직 이른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알록달록한 달투나의 도시 한가운데를 걸으며 우리 파티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여관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이제 정말로 오늘 하루도 끝이 났다.

눈앞에 ‘카나리아 톨레랑스’ 여관이 보이자 다시 한 번 억지로 긴장을 다잡아야 했다.

너무 감각을 풀어버리면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못 잃어날 것 같은 피로감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입구의 고용인들과 익숙하게 인사를 나누었고. 그대로 무장을 착용하거나 해제하는 여관의 아밍룸Arming Room 으로 안내받는다.

그런데 아밍룸에서 생각지도 못한 소동이 벌어졌다.

옷을 벗고 상처를 처치하기 위해 따뜻한 물과 붕대를 주문한 뒤.

자연스럽게 하프 클록을 벗어 고용인 두 사람에게 상처를 보여주게 됐는데. 고용인들이 헉 하는 소리를 내며 입을 가려버렸다.

그리고는 한 사람이 아밍룸을 나서서 어딘가로 바쁘게 뛰어나가 버렸다.

아차.


“상처를 가릴 껄 그랬나.”


“이미 늦었는 걸.”


셰피도 눈썹을 모으며 웃었다.

이런 일이 생길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는데.

전혀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잠시 후.

노크 소리와 함께 여관의 관리자이자 허리까지 내려오는 찰랑거리는 흰 수염의 노신사. 힐리먼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젊은 고용인을 이끌고 아밍룸으로 들어왔다.


“제가 상처를 봐도 되겠습니까?”


“아. 네.”


조금 어안이 벙벙해져서 그렇게 대답했다.

고용인들이 금새 캔버스 천을 두른 나무 칸막이 몇 개를 설치해 나와 파티원들이 있는 공간을 분리했다.

여성만 셋인 우리 파티에서 나 혼자 남자인 걸 배려해주나 보다.

그리고 힐리먼이 흰수염을 나풀거리며 칸막이 안으로 들어와 자신의 남자 수행원과 함께 능숙한 솜씨로 오른팔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그가 내 상처를 보고는 잠시 침음성을 흘렸다.

생각보다 부상의 정도가 엄청났던 것이다.

개한테 물리거나 어디 한 군데 부러진 수준이 아니라 살이 뭉터기로 잘려나간 흔적이었으니 놀랄 만도 하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린다.


“출혈도 멈춰있고 이미 낫고있군요. 무척 훌륭한 포션인 것 같습니다.”


초보자가 어떻게 이런 물건을 가지고 있냐 같은 의미가 아니라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었다.

우리 파티의 수준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모르지만 이 정도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듯 하다.


“그렇죠. 저도 놀랐습니다.”


상처에 놀란 게 아니라 포션에 놀란 거지만.


“혼자서는 번거로우실 테니 도와드려도 될까요. 물론 비용은 받지 않으니 걱정않으셔도 됩니다. 아직 어린 고용인들이 조금 놀란 것 뿐이니 사죄의 의미도 겸해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아 그런 건가.

말로만 모험가가 던전에 간다고 들었지. 아침까지 멀쩡했던 인간이 오른팔이 피범벅이 되어 돌아왔으니 고용인들 입장에선 큰일이라도 생기나 싶었을 거다.

힐리먼이 칸막이 밖의 고용인들에게 말했다.


“세 분은 먼저 올라가시도록 안내해드리게.”


“네.”

“예.”


여성 고용인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우리 파티원 셋도 서둘러 무장을 벗고 금방 아밍룸을 나섰다.

그 사이 남자 수행원이 따뜻한 물을 적신 수건으로 피부에 달라붙은 피고름들을 적당히 떼어냈고. 가죽 재킷을 벗는 걸 도와준다.

어쩐지 너무 황송한 대접을 받는 기분이라 민망한데.

셔츠는 내 힘으로 벗을 수 있으니 서둘러 단추를 풀어버렸다.


“이 가죽 재킷은 수리할 수 있을까요.”


클래스를 얻으면 가죽갑옷에서 졸업해야할 지도 모르지만 숲에 들어갈 때 평범하게 외투로 쓸 수 있고. 무엇보다 정이 들었기 때문에 이대로 버리기엔 너무 아까웠다.

힐리먼에게 물으니 그도 내 가죽갑옷을 살펴보았다.


“팔 부위를 새로 제단해야 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원하신다면 솜씨좋은 장인에게 부탁해놓겠습니다.”


돈은... 이라고 생각했다가.

문득 13번 길드가 우리 이름으로 8골드 가량을 여관에 보내줬다는 걸 떠올렸다.

오오오.

어차피 다 못쓰면 반납할 돈이라고 했으니까 오히려 잘됐다.

부자가 된 기분이란 이런 건가!

어쩐지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서 고개를 끄덕였고. 힐리먼도 굵은 나무줄기로 짠 바구니 하나에 내 가죽재킷을 조심스럽게 담아놓는다.

나머지는 이제 상처에 달라붙은 피딱지를 닦아내고 붕대만 감으면 끝이다.

젊은 고용인의 도움을 받아서 오른팔 전체에 깔끔하게 붕대를 감으니 소동을 벌인 거에 비해 금방 처치를 끝낼 수 있었다.

칸막이 밖으로 나오자 셰피가 꺼내놓은 셔츠 한 벌이 기다란 나무 의자 위에 가지런히 접혀있는 게 보였다.


“실례지만. 포웬 님. 무척 대단한 모험을 하고오셨나 보군요.”


옷을 다 갈아입고. 젊은 고용인이 아밍룸의 문을 열어주려고 할 때.

힐리먼이 드물게 먼저 말을 건넸다.


“네. 죽을 뻔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겼습니다.”


웃으며 대답하니. 힐리먼이 빈틈없는 자세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무운을 빌어주신 덕분이예요.”


기분 탓이려나. 힐리먼의 얼굴이 어쩐지 조금 안심한 듯 보인다.


“축하드립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어라? 제가 뭐라고 말 했나요?”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하지만 모험가 분들이 포웬 님 처럼 웃을 때가 언제인지는 잘 알고있죠.”


그렇구나.

이 일을 얼마나 오랫동안 해온지 모르겠지만 힐리먼도 수 많은 모험가들을 봐왔던 것이다.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아도 레벨 업을 했다는 걸 알 정도로.

그 모습을 보며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저처럼 다쳐서 오는 모험가가 많나요?”


힐리먼이 내 질문에 아밍룸의 창밖으로 조금 시선을 돌린다.

과거를 떠올리는 듯. 그의 눈에는 여러가지 감정들이 떠올랐지만 또 금새 사라지는 것 처럼 느꼈다.


“보통은. 저희가 상처입은 모험가를 볼 일이 없습니다.”


약초나 연고 정도로 회복되는 상처는 그다지 티가 나지 않고. 큰 상처는 대부분 병원으로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보다 심한 경우는... 길드에서 편지가 도착하죠.”


“....”


아아....

굳이 입에 담지는 않았지만.

이 노신사의 말에서 몸에 밴 습관으로도 완전히 감출 길 없는 씁쓸함이 묻어나왔다.


“대부분의 일은 길드에서 도맡아 처리하지만. 모험가분들이 머문 장소를 정리하는 건 저희들의 일입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힐리먼이 또 다시 작게 고개를 숙였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포웬 님.”


“네. 정말로요.”


살아있는 게 기쁜 건 당연하다.

하지만 진짜로 죽음의 경계에 가까워본 사람으로서.

그리고 무기를 다루며 항상 죽음을 마주하는 모험가로서.

남겨진 사람들에게 짐정리를 부탁하지 않는 것 또한 살아남아야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는 걸 깨달았다.

모험가가 멋지게 싸우고 장렬하게 최후를 맞았다고 하면 연극 무대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으로 끝이 나지만. 늘 그렇듯 무대의 뒷정리를 해 주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을 배우게 된 것 같다.

힐리먼과는 서로 길게 잡담을 나눌 수 없었지만. 그 짧은 대화만으로도 그가 살아온 인생을 살짝 엿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힐리먼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처럼 흠잡을 데 없는 태도로 돌아와 말을 건넸다.


“목욕을 하기엔 불편하실테니.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 저녁으로 데운 물을 올려드리겠습니다.”


“오늘 하루면 충분할 것 같네요.”


저녁에 목욕 한 번 걸렀다가 파티원들에게 무슨 소리를 들었는데.

야영이면 몰라도 이틀 동안 목욕을 거르고 싶진 않다.

그리고 내일 정도면 상처가 전부 회복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 대화를 끝으로 젊은 고용인이 문을 열어주는 아밍룸을 빠져나와 객실로 향했다.

그리고 밤.

저녁은 언제나처럼 식당에서 먹었다.

오른손을 쓰기가 불편했지만. 부목으로 고정한 것도 아니었으니 조심스럽게 손을 쓰는 것으로 무사히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이후 파티원들은 목욕을 끝내고 나도 힐리먼이 보내준 물을 이용해 화장실에서 물수건을 만들어 간단하게 몸을 닦았다.

그렇게. 다시금 네 사람이 객실의 공용공간에 모여 이야기를 나눌... 뻔 했지만.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다들 제대로 대화를 나눌 상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졸려....”


아멜이 눈을 비비며 그렇게 말했다.

목욕을 끝내고 객실에 왔을 때부터 이미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있다.

밀레나 또한 라운드당 한 번 씩 열심히 눈을 뜨려고 해봐도. 다음 라운드가 되면 또 고개가 푹 꺾여버렸다.

셰피가 제일 멀쩡하긴 했어도 피로가 쌓인 건 어쩔 수 없는듯 지쳐보이는 얼굴이었다.

원래는 오늘 획득한 전리품 갯수 확인. 소모품 사용 내역 체크. 길드에 들를 예정은 언제로 할 지 등등을 전부 점검했어야 했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주제는 클래스에 대한 것이다.

어떤 클래스를 고를 지.

그 클래스는 어떤 전투방식이나 핵심 스킬을 가지고 있는 지.

0레벨에서 1레벨로 올라가 정식으로 클래스를 얻으면 사용할 수 있는 갑옷의 수준이라거나 무장이 바뀔 가능성도 있으니 그 부분도 열심히 대화를 나눴어야 하지만.

나도 피곤한 건 마찬가지였다.

눈이 무겁다.


“잘래... 코 잘 자....”


느리게 깜빡이는 시야 사이로. 아멜이 이제는 아무도 자길 막을 수 없다는 듯이 3인실 안쪽으로 걸어들어가 버렸다.

그런 그녀를 붙잡으려 일어난 밀레나도 아멜과 똑같은 보폭으로 졸졸졸 그녀의 뒤를 따라들어간다.

결국 나랑 셰피도 웃으면서 내일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내일은 정말로 태양의 날이니까. 그냥 아무 것도 하지말고 쉬자.”


“응.”


셰피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쓰러지고나서 눈을 떴더니 다시 저녁이 됐다거나 하는 일이 벌어져도 별로 놀라지 않을 것 같다. 진짜로.

셰피와도 그렇게 인사를 나눈 뒤 나도 1인실로 돌아와 내 침대에 누워버렸다.

몸이 침대 위에서 그대로 녹아버린다.


**


꿈속 이란 걸 금방 알아챘다.

몸이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눈 앞에.

술집의 테이블 하나를 마주 보고.

누군가가 싸구려 유리잔 안에 노랗고 투명한 액체를 따르고있었다.


“자. 자네 꺼야.”


각성의 지식으로 이 술이 포도주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 술이란 걸 배웠다.

손을 들어올려 그 잔을 집었는데.

들어올린 내 오른손의 피부가 투명한 것이 꼭 형체도 없는 유령처럼 보인다.

놀라서 눈 앞에 앉아있는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포웬이 앉아 있었다.

나도 포웬인데?


“놀랄 필요 없어. 그냥 마지막으로 감사 인사나 하려고.”


나와 나이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어쩐지 조금 늙고 조금 굵어진 목소리로. 포웬의 얼굴을 하고 있는 사내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 건배.”


나는 아무 말 없이 잔을 들어 그 사내의 오른손에 들린 싸구려 유리잔을 부딪혔다.

술을 마시려고 목구멍으로 기울였는데.

당연히 아무 것도 흐르지 않았고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내에게는 자기가 따른 술이 실체로서 존재하는 지 얼굴을 찡그리며 크으 하는 소리를 내질렀다.


“역시나 맛대가리 없구만. 정말 싸구려야. 르당바울에서 먹었던 맥주가 그리워지는군.”


포도 찌꺼기로 만든 증류주도 잘 만드는 건 애호가들이 있다는데. 아무래도 이 술집은 그정도 수준은 아니었나보다.

주변을 둘러보니 건축 양식은 내가 있던 북부가 아닌 중부나 혹은 서부 어딘가에 더 가까워보이는 술집 한 구석이었다.

달투나가 아니라는 건 알겠다.

그러던 그가 물끄러미 내 오른팔을 쳐다보았다.

그다지 실체로서 존재하지 않는 꿈 속의 내 몸에서.

날카로운 발톱에 찢겨나간 세 줄의 상처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부럽군.”


부럽다니 뭐가.


“그 흉터가 부러워.”


원래라면 흉터가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을 부러워해야 할 테지만. 이 남자는 지금 꼭 반대로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그가 자신의 오른팔의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의 오른팔 전체가 아무런 상처도 없이 매끄럽고 탄탄한 근육으로 덮여있었다.


“하핫. 이제 알겠나?”


이건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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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83. (2) +1 21.08.06 177 19 19쪽
212 83. (1) +5 21.08.04 184 25 20쪽
211 82. (4) +5 21.08.02 181 17 23쪽
210 82. (3) +5 21.07.29 212 22 18쪽
209 82. (2) +2 21.07.28 169 18 17쪽
208 82. (1) +3 21.07.27 183 24 25쪽
207 81. +8 21.07.26 190 24 24쪽
206 80. (2) +5 21.07.22 221 28 26쪽
» 80. (1) +4 21.07.21 193 22 20쪽
204 79. (2) +3 21.07.20 188 20 20쪽
203 79. (1) +1 21.07.19 181 24 25쪽
202 78. (4) +12 21.07.14 246 31 28쪽
201 78. (3) +5 21.07.13 191 25 23쪽
200 78. (2) +9 21.07.12 188 27 21쪽
199 78. (1) +2 21.07.10 190 19 19쪽
198 77. (2) +2 21.07.09 194 18 22쪽
197 77. (1) Level One. +2 21.07.08 201 16 19쪽
196 76. (2) +2 21.07.07 184 21 19쪽
195 76. (1) +2 21.07.06 203 20 18쪽
194 75. (2) +1 21.07.05 188 19 16쪽
193 75. (1) +2 21.07.03 191 18 17쪽
192 74. (2) +1 21.07.02 221 20 16쪽
191 74. (1) +8 21.07.01 223 20 17쪽
190 73. (2) 21.06.03 219 16 16쪽
189 73. (1) +1 21.06.02 230 17 16쪽
188 72. (3) +1 21.06.01 212 26 16쪽
187 72. (2) +1 21.05.31 233 25 18쪽
186 72. (1) +3 21.05.29 237 21 18쪽
185 71. (2) +1 21.05.28 240 21 15쪽
184 71. (1) 21.05.27 237 20 16쪽
183 70. +3 21.05.26 250 20 20쪽
182 69. (2) +1 21.05.25 258 16 14쪽
181 69. (1) +2 21.05.24 254 15 15쪽
180 68. (3) +3 21.05.22 256 25 14쪽
179 68. (2) +2 21.05.21 243 19 15쪽
178 68. (1) +1 21.05.20 244 23 16쪽
177 67. (3) +2 21.05.19 252 21 14쪽
176 67. (2) 21.05.18 253 17 14쪽
175 67. (1) +1 21.05.17 286 17 16쪽
174 66. (2) +4 21.05.15 295 27 14쪽
173 66. (1) +5 21.05.14 269 29 14쪽
172 65. (2) +3 21.05.13 264 21 15쪽
171 65. (1) +3 21.05.12 286 25 15쪽
170 64. (3) +2 21.05.11 269 25 11쪽
169 64. (2) +3 21.05.10 285 25 11쪽
168 64. (1) +1 21.05.09 288 23 10쪽
167 63. (2) +5 21.05.08 278 25 9쪽
166 63. (1) +3 21.05.07 263 23 10쪽
165 62. (2) +4 21.05.06 282 28 15쪽
164 62. (1) +5 21.05.05 299 27 14쪽
163 61. (3) +2 21.05.04 272 30 13쪽
162 61. (2) +2 21.05.03 272 26 14쪽
161 61. (1) 타오르는 눈동자들. 21.05.02 305 22 14쪽
160 60. (2) +5 21.05.01 281 32 14쪽
159 60. (1) +1 21.05.01 248 17 13쪽
158 59. (2) 21.04.30 317 28 11쪽
157 59. (1) 21.04.30 262 22 11쪽
156 58. (2) +3 21.04.29 277 30 14쪽
155 58. (1) 21.04.29 277 26 15쪽
154 57. (3) +7 21.04.28 320 30 10쪽
153 57. (2) +1 21.04.28 267 19 11쪽
152 57. (1) +1 21.04.27 303 24 10쪽
151 56. (3) +2 21.04.27 269 19 14쪽
150 56. (2) +2 21.04.26 297 24 12쪽
149 56. (1) +1 21.04.26 291 21 13쪽
148 55. (4) +1 21.04.25 313 22 13쪽
147 55. (3) +2 21.04.25 272 22 12쪽
146 55. (2) +5 21.04.24 318 30 14쪽
145 55. (1) +1 21.04.24 300 20 14쪽
144 54. (2) +1 21.04.23 310 26 13쪽
143 54. (1) 21.04.23 322 20 14쪽
142 53. (2) +12 21.04.22 366 33 13쪽
141 53. (1) +1 21.04.22 306 25 14쪽
140 52. (3) 21.04.22 295 20 12쪽
139 52. (2) 21.04.21 316 17 15쪽
138 52. (1) 21.04.21 299 18 15쪽
137 51. (2) 21.04.20 363 30 13쪽
136 51. (1) 21.04.20 334 22 12쪽
135 50. (5) 21.04.19 358 30 13쪽
134 50. (4) 21.04.19 335 25 11쪽
133 50. (3) +2 21.04.18 354 34 12쪽
132 50. (2) 21.04.18 327 32 12쪽
131 50. (1) 21.04.17 368 32 13쪽
130 49. (4) 21.04.17 323 26 12쪽
129 49. (3) +1 21.04.16 372 29 11쪽
128 49. (2) +1 21.04.16 348 23 13쪽
127 49. (1) +4 21.04.15 380 32 15쪽
126 48. 우리도 그 길로 향한다. 21.04.15 341 29 14쪽
125 47. (2) +9 21.04.14 380 48 13쪽
124 47. (1) +2 21.04.14 329 26 14쪽
123 46. (3) +2 21.04.13 371 34 16쪽
122 46. (2) +8 21.04.13 342 28 13쪽
121 46. (1) +7 21.04.12 368 33 11쪽
120 45. (2) 21.04.12 324 24 15쪽
119 45. (1) +2 21.04.11 359 26 14쪽
118 44. (3) +2 21.04.11 353 27 11쪽
117 44. (2) +1 21.04.10 354 31 12쪽
116 44. (1) 21.04.10 334 27 10쪽
115 43. +4 21.04.09 377 32 11쪽
114 42. (4) +5 21.04.09 343 33 13쪽
113 42. (3) +7 21.04.08 394 42 12쪽
112 42. (2) +2 21.04.08 329 25 13쪽
111 42. (1) +4 21.04.07 383 32 13쪽
110 41. (3) +2 21.04.07 328 27 13쪽
109 41. (2) +4 21.04.06 430 34 11쪽
108 41. (1) +2 21.04.06 411 30 13쪽
107 40. (2) +5 21.04.05 438 31 13쪽
106 40. (1) +5 21.04.05 397 27 14쪽
105 39. (4) +8 21.04.04 450 30 12쪽
104 39. (3) +1 21.04.04 404 25 13쪽
103 39. (2) +6 21.04.03 457 29 10쪽
102 39. (1) +1 21.04.03 422 25 14쪽
101 38. (2) +3 21.04.02 424 26 13쪽
100 38. (1) 21.04.02 423 21 13쪽
99 37. (3) 21.04.01 421 23 13쪽
98 37. (2) 21.03.31 377 17 13쪽
97 37. (1) 21.03.31 404 21 12쪽
96 36. (4) +1 21.03.30 394 23 12쪽
95 36. (3) 21.03.30 395 23 12쪽
94 36. (2) +1 21.03.29 416 23 13쪽
93 36. (1) 21.03.29 393 21 13쪽
92 35. +1 21.03.28 397 27 19쪽
91 34. (3) +3 21.03.28 425 30 13쪽
90 34. (2) +3 21.03.27 377 20 13쪽
89 34. (1) 21.03.27 430 26 12쪽
88 33. (3) +2 21.03.26 446 26 11쪽
87 33. (2) 21.03.26 412 21 10쪽
86 33. (1) 21.03.25 413 25 9쪽
85 32. (3) 21.03.25 430 20 11쪽
84 32. (2) +1 21.03.24 434 21 11쪽
83 32. (1) Equipment Quest. 21.03.24 433 24 13쪽
82 31. (4) +7 21.03.23 455 44 12쪽
81 31. (3) +1 21.03.23 423 22 11쪽
80 31. (2) 21.03.22 423 23 11쪽
79 31. (1) 21.03.22 428 24 13쪽
78 30. (4) 21.03.21 450 29 12쪽
77 30. (3) +2 21.03.21 429 24 11쪽
76 30. (2) +3 21.03.20 439 24 15쪽
75 30. (1) +1 21.03.20 483 26 17쪽
74 29. (2) +1 21.03.19 440 29 13쪽
73 29. (1) 21.03.19 443 28 13쪽
72 28. (4) +3 21.03.18 446 27 12쪽
71 28. (3) 21.03.18 413 26 12쪽
70 28. (2) 21.03.17 407 25 12쪽
69 28. (1) 21.03.17 474 26 11쪽
68 27. (3) 21.03.16 438 33 15쪽
67 27. (2) +1 21.03.15 491 27 15쪽
66 27. (1) +1 21.03.15 471 32 14쪽
65 26. (4) +6 21.03.14 472 35 16쪽
64 26. (3) 21.03.14 473 33 17쪽
63 26. (2) +1 21.03.13 476 32 15쪽
62 26. (1) 21.03.13 489 30 17쪽
61 25. (4) +5 21.03.12 482 30 13쪽
60 25. (3) +1 21.03.12 455 28 14쪽
59 25. (2) 21.03.11 468 25 18쪽
58 25. (1) 21.03.11 432 25 14쪽
57 24. (4) 21.03.10 487 29 14쪽
56 24. (3) 21.03.09 485 26 12쪽
55 24. (2) 21.03.08 466 28 16쪽
54 24. (1) +1 21.03.08 469 24 14쪽
53 23. (3) +1 21.03.07 501 31 11쪽
52 23. (2) 21.03.07 480 30 12쪽
51 23. (1) +2 21.03.06 494 29 13쪽
50 22. (3) +5 21.03.06 470 32 9쪽
49 22. (2) +1 21.03.05 520 29 10쪽
48 22. (1) +1 21.03.05 509 34 15쪽
47 21. (4) +2 21.03.04 522 36 11쪽
46 21. (3) +1 21.03.04 523 31 11쪽
45 21. (2) 21.03.03 495 35 11쪽
44 21. (1) +1 21.03.03 552 34 12쪽
43 20. (4) +1 21.03.03 486 37 12쪽
42 20. (3) +2 21.03.02 565 31 11쪽
41 20. (2) +2 21.03.01 525 37 14쪽
40 20. (1) 얼지 않은 라임베리. 21.03.01 737 35 11쪽
39 19. (4) +3 21.02.28 559 44 17쪽
38 19. (3) 21.02.28 567 31 13쪽
37 19. (2) +1 21.02.27 558 36 14쪽
36 19. (1) 21.02.27 583 31 15쪽
35 18. (3) +1 21.02.26 581 41 12쪽
34 18. (2) +1 21.02.26 608 43 12쪽
33 18. (1) +3 21.02.26 582 3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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