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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슈퍼리어 - 모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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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골드
작품등록일 :
2021.02.01 17:52
최근연재일 :
2021.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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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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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80. (2)

DUMMY

“그래. 난 사라져가는 너의 악몽이야. 정확히 말하면 네가 선택하지 않은 세계의 ‘가능성들’ 이지.”


놀랐냐 안놀랐냐 라고 하면 놀랐다.

그치만 대충 그럴꺼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딱히 충격적이거나 하진 않았다.

신기한 건 맞지만. 그냥 이대로 사라져줘도 별 미련은 없는 그런 존재들이라고 생각했다.


“에이. 서운하게 시리. 그치만 뭐. 그것도 맞는 말이야.”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시원스레 웃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중부나 서부 어딘가의 싸구려 술집.

주변에는 퀴퀴한 토사물의 냄새가 얕게 배어있고, 바닥과 테이블에는 청소를 하긴 하는 건지 테이블에 손목이 닿거나 신발로 밟을 때마다 조금 끈적거리는 느낌들이 달라붙었다.

그런 술집에서도 구석진 자리에서.

이 사내는 지금 홀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왜 하필 이런 곳에 있는 걸까.

돈이 없는 걸까. 친구가 없는 걸까.


“왜냐하면 여기가 내 모험의 종착역이기 때문이지.”


주변에서 술에 취한 누군가가 실내에서 허공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인생에서 실패를 경험하고 용기와 희망이 꺾여버린 자들의 안식처.

상처를 달래는 이들이 슬픔을 씻어내는 싸구려 술과 함께 이곳에서 변치않는 과거를 곱씹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수록 다시 또 과거에 상처를 받고. 가랑비처럼 젖어드는 무기력함과 패배감의 무게를 이기지 못 하고 가라앉아 마침내는 옴짝달싹도 못하게 돼 버린다.

술집 내부는 그런 상심한 자들을 위로하는 듯한 따뜻한 불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고개를 돌려 동료들을 찾아보려 했다.


“그녀들은 이미 떠나갔어.”


키가 낮고 주둥이가 펑퍼짐한 싸구려 와인잔을 들이키며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많은 일이 있었지. 하지만 결국 이렇게 돼 버렸다.”


설명을 요구하는 눈으로.

나는 그저 가만히 눈 앞의 사내를 바라보며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나도 중간까지는 자네와 아주 비슷했어... 달투나로 향하는 와중에 레인저 명상법을 시도하다 이 엿같은 상상과 마주했고. 너와 똑같이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지. 하지만 그 어떤 축복도 받지 못했다.”


축복을 받지 못했다니.

그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그러니까 이런거야. 위그데인, 율리아나, 마을의 꽃 파는 꼬마 아가씨, 병원의 부상당한 모험가, 주말의 탐사꾼 모임 사람들. 그 누구도 돕지않았고 그렇다고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 낸 것도 아니었다. 난 철저하게 우리 파티의 목적과 이익 만을 생각했고... 결국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그가 자신의 상처없는 오른팔을 수치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난... 누구의 도움도. 아무런 축복도 받지 못한 놈이야.”


혹시 벽에서 나온 거인과 싸우다 누군가 다치기라도 한 걸까.

사내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 거기까지 가지도 못했다. 시동석을 얻고 붉은색 도그고울과 싸우기로 결심했지만. 녀석을 제때에 찾아내지 못 하고 놈은 이미 너무 강해져 버렸다.”


그 사내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웃어넘기며 말했다.


“전투 도중에 녀석 뿐 아니라 다른 도그고울까지 몰려와 버렸고 수가 너무 많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늦고 말았지. 아멜을 구한 너와는 반대로. 나는 셰피와 밀레나가 큰 부상을 입고 말았어. 결국 우리는 녀석과의 전투에서 패배했다.”


그리고는 술병을 기울여 자신의 와인잔을 채웠다.


“누가 죽은 건 아니야. 간신히 도망치는 데까진 성공할 수 있었고. 병원에서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어. 희귀한 아이템을 팔아서 돈을 벌기도 했으니 굳이 따지면 이득이었다. 하지만 그 한 번의 전투에서 겪은 패배의 흔적이 너무 깊숙히 남아버렸다.”


잔을 들어 술을 한번에 비워버린 그가 인상을 찡그린다.


“무엇보다... 셰피가 나를 구하려다 상처를 입었다는 죄책감을 이겨낼 수 없었다. 내가 녀석과 싸우자고 고집을 부린 탓에. 잘못된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실패한 거야. 그 뒤로 난 스스로의 판단을 믿을 수 없게 됐고. 결국엔 싸우는 게 두려워졌다.”


내가. 싸우는 게 겁이 난다는 감정을 처음 입밖으로 토해낸 건 위그데인이 있어준 덕분이었다.

그로 인해서 나는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파티원들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율리아나를 돕지 않았다면. 아멜의 글린트비스타는 몰라도 힐링 포션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병원에 있는 모험가를 만나지 않았다면. 녀석이 상처를 치료하는 능력이 있고 그렇기에 시간이 여유로운 게 아니란 걸 깨닫지 못했을 거다.

탐사꾼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 자신이 말한 대로.

이 사내는 많은 사람들을 외면한 탓에.

그들 모두가 신의 이름으로 빌어주는 어떠한 축복도.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힘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보다.

그리고 마음 속 깊은 곳에 흉터가 생겼다.


“뭐. 내가 너와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그 뒤로도 모험가를 계속하긴 했지만 결국 내 한계를 넘지 못했어. 삶의 중요한 순간만 되면 늘 몸이 굳어지고 뒷걸음질을 쳤거든. 정신을 차리고보니 이곳에서 술만 퍼마시게 된 거야. 그러니 그녀들이 질리지 않았겠냐.”


그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마지막이군. 그러니까 고맙다. 다 네 덕분이야. 그냥 이 말을 전해주고 싶었다.”


사내가 다시 한 번 내 잔을 채워준다.


“말하자면 이건 ‘네가 우릴 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널 부른 거’ 야. 인생에 너 같은 가능성도 있었구나 란 걸 한 번 만나보고 싶었거든.”


그리고는 마찬가지로 자신의 잔을 채워서 가볍게 유리를 부딪혀왔다.

손에 든 잔을 기울여 목구멍에 부어보지만 역시나 텅 비어있는 감각만 있을 뿐 아무것도 채워진 게 없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곳. 이 꿈 속에서.

어느 것 하나도 나에게 허락된 게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건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내려다 본 술잔에서 시선을 들자.

눈 앞의 사내가 어딘가로 사라져 있었다.

술집의 떠들석한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잠시 그렇게 멍하니 앉아있는데. 누군가가 이쪽 테이블을 향해 걸어오더니 텅 빈 술잔을 집어들며 내 앞의 빈 자리로 자연스럽게 걸터앉았다.


“반갑구만. 이미 알고있겠지만 내가 두 번째다. 아니. 순서대로 치면 방금 녀석이 ‘네 번째’ 고 내가 ‘첫 번째’인가.”


코메디 쇼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패배자가 된 내 인생이 차례차례 등장하는 건가.


“걱정마. 딱 다섯 명 밖에 없으니까. 심지어 한 녀석은 널 쳐다보기도 싫다고 먼저 사라져버렸어.”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궁금하긴 하니까 조금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어디보자. 내 경우엔 사실 시작부터 잘못됐어. 난 셰우페니르와 파티를 짜는 걸 거절했다. 그러니까 시간 순으로는 첫 번째지.”


바보냐.

조금 헛웃음이 나왔다.


“나도 알아. 바보짓 한 거.”


눈앞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쓴웃음을 짓는다.

내 얼굴로 저런 표정을 짓는다는 게 조금 짜증이 나긴 했지만. 지금은 그의 이야기를 듣는게 더 중요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행복이 뭔지도 모르면서 일단 대형 파티 그룹에 속한다면 분명 모험가로서의 인생도 나아질 거고.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갈 거라고 믿었지.”


화가 났지만.

비난할 수가 없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저 착각이 얼마나 떨쳐내기 힘들었는 지 잘 알고있다.


“하지만 아니더군. 며칠간 그들 무리와 함께다니긴 했지만 결국 그녀는 자기 스스로의 판단으로 멜로디 독스의 파티제안을 거절했어. 내가 그녀의 행복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그녀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었던 거다. 조금만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알 수 있었을텐데 어째서 그 용기를 못 냈을까.”


아이고 이 화상아.

일어나서 녀석을 발로 뻥 차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아무리 꿈이라지만 참으로 답답해서 분통이 터질 것 같았다.


“결국 그녀를 위했다곤 하지만 난 내 이기심 대로만 행동한 거야.”


안다.

그 마음 너무도 잘 안다.


“당연히 요랄다와 파올이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무슨 심정으로 홀로 셰우페니르를 떠나보냈는지 알지 못 한다. 알 필요도 없지. 하지만 적어도 너처럼 파티 계약의 증인으로 서준 여러 영혼들과 신들에게 축복을 받진 못 했을 거야.”


내 자신과 대화하는 중이지만 나 라고하기 보다는... 꼭 나이가 젊은 로렌과 대화하는 듯 한 느낌이다.

밀레나가 말한 게 이런 거였을까.

즐겁게 웃으면서 친근하게 대화하고 있지만. 아무데도 속하지 않고 어디에도 연결되지 않은 느낌.

그런 익숙한 차가움이 느껴진다.

이 사내는 셰피와 파티를 짜지 않았다.

고로 르당바울에서 마차를 사지 않았고.

마차를 타지 않았다면 아멜을 만날 일도. 달투나로 향하는 도중에 밀레나를 만날 일도 없게 된다.

그의 모험가 인생은 이렇게 시작됐다.


“마음 한 구석에선 내가 잘못된 선택을 내린 게 아닐까 고민했다. 달투나에서 셰우페니르와 마주친 적도 있었지만. 한 번 그녀를 거절한 녀석이 무슨 낯짝으로 라는 생각에 제대로 말도 걸지 못했지. 그녀는 실력이 출중했고 곧 좋은 사람들과 파티를 맺어서 달투나를 떠나 다른 도시로 가 버렸다.”


어쩌면 그게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던 마지막 기회가 아니었을까.


“나 역시 애써 그녀를 잊고 여러 던전을 전전하고 다녔다. 그 뒤로 꽤 여러 사람들과 모험을 했지만 결국 3레벨에서 벗어나진 못했어. 그리고는 모험가의 삶에 흥미를 잃고 어딘가로 흘러가서 적당히 가정을 꾸리고 자리를 잡았지.”


그리고 이 사내의 모험가 인생은 그렇게 끝이나고 말았다.


“너한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인가보네. 뭐. 나쁜 인생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왜 모험가를 하고 싶어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군. 그러니까 나는 내가 사라지는 가능성이란 사실에 안심하고 있는 거다. 그냥 그거 뿐인 이야기야.”


그는 나에게는 술을 따라주지 않고 자신의 잔에만 술을 따라 그대로 입안에 털어넣었다.

크으으 하고 소리치며 인상을 찡그린다.

그리고는 거칠게 자리에서 일어나자.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술잔이 넘어져 버렸다.

유리잔이 밑으로 굴러떨어지지 않게 서둘러 붙잡으려 했는데.

세 번째 사내가 조용히 넘어진 술잔을 들어올려 바르게 세워놓는다.


“여어. 반가워.”


두 번째 사내는 이미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렇다면 이건 또 무슨 가능성이지.


“슬슬 눈치챘겠지만. 난 셰피와는 파티를 맺었지만 아메리온을 마차에서 내리게 했다. 셰피가 무척 싫어했지만 정면으로 내 의견에 반대하진 못 했지. 나 자신도 일말의 죄책감을 느꼈어도 그냥 그런 선택을 했다.”


역시 이 녀석도 한숨만 나오기는 똑같구만.

정말로 그 길바닥 한가운데에서 지쳐있던 아멜을 그냥 내버려둔거냐.

황당하다 못해 허탈하기까지 하다.

이건 인생의 함정을 밟았다거나 한게 아니라 그냥 멍청이 아냐.

앞의 두 사내들이 그래도 동정의 여지조차 있었다면 이녀석은 단순히 바보같은 잘못을 저지른 셈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네 표정을 보니까 열받기는 하군. 뭐. 그래서 그 뒤는 간단해. 당연히 아메리온이 없으면 밀리노아 그녀가 ‘99번 길드를 가지말라.’ 라고 한 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챌 수 없었어. 우리는 2인 파티로 달투나에 도착해 평범하게 값싼 여관에서 머물렀다. 달투나의 던전에서 누군가 다치거나 누군가 죽었다는 소문을 들려왔지만 전혀 관심없는 일이었지.”


그 누군가는 대체 누구였을까.

상상하기도 싫지만 내가 아는 사람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사내가 경험한 세상 역시도 사라지는 가능성에 불과할테니 그닥 걱정할 필요 없다는게 다행스럽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우리에겐 아무런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말인 즉.

아무런 도전도, 과업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이다.


“우린 2인 파티로 던전을 돌았고. 셰피의 능력이 뛰어났던 덕에 1계층의 앱서드 두 세 마리 까지는 상대할 만 했지. 결국 우린 1레벨이 되자마자 달투나가 아닌 다른 도시로 옮겨갔고 너와 공유할 수 있는 기억은 거기가 끝이야.”


사내가 술을 따라놓고는 잔을 들지 않고 투명한 액체를 가만히 쳐다만 보았다.


“술은 좋아하진 않아. 뭔가를 잊어버리 게 만들잖아. 내가 대체 뭘 놓쳤는 지. 무슨 기회와 가능성이 있었는 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인생이 그저 흘러가 버렸다. 떠올릴 때마다 초조하고 속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야.”


그가 고개를 저으며 웃는다.


“그치만 그것도 오늘로서 마지막이니 정말 행복하군. 내 모험가 인생도 나쁘지 않았다. 무난하고 또 평범했지. 셰우페니르와는 결국 내가 먼저 관계를 깨버렸지만.”


후회는 없었냐 라고 묻고싶었다.

사내가 어깨를 으쓱한다.


“후회? 당연히 하지. 네가 나잖아. 뻔한 것좀 묻지 마라.”


이제 곧 사라질 놈이 이제껏 중에 제일 건방진 소릴 하고있다.


“그치만 그녀는 나같은 놈보다 더 좋은 모험가들과 파티를 맺어야 했어. 내 인생은 평범했으니까. 조금 재능이 있다고 느낀 적도 있지만 착각이었다. 내 곁에 있으면 그녀도 나처럼 자신의 꿈과 목표를 포기해야 했을 거야. 내 평범한 인생에 묻혀서 평범하게 인생을 허비할테고 끝에 가서는 결국 스스로의 선택을 원망하겠지. 그런 꼴을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그가 비통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삼켰다.

하지만 금새 억지 웃음을 지으며 목소리톤을 밝게 꾸민다.


“뭐. 내 이야긴 이걸로 됐고. 먼저 가버린 세 번째 녀석 얘길 해줄께.”


그가 딱히 마신 적도 없지만 여전히 비어있는 내 와인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그 녀석은 세 사람 모두와 파티를 맺는데 까진 성공했어. 하지만 네가 레인저 명상법을 시도하다가 보게 된 이 엿같은 이미지 있잖아. 그 미래와 싸우길 포기한 녀석이었다. 달투나에서 머무를 게 아니라 다른 도시로 가자고 억지로 파티원들을 설득했지. 겁이 났던 거야. 이런 미래가 찾아올까봐.”


사내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치만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멍청한 놈. 결국 녀석은 적당히 레벨 업을 하긴 했지만 싸워보기도 전에 도망치는 습관이 생겼다. 그렇게 몇 번이나 인생에서 중요한 싸움을 피하거나 숨어버렸지. 그걸로 녀석이 어떤 모험가였든 이미 결말이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야.”


나도 이 사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 눈치 챈 것이 있다.

이 꿈 속에서 총 다섯 개의 가능성들이 존재했다고 하는데. 어쩐지 서로의 상황과 관계들이 내가 알고있는 것과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셰피와 파티를 맺지 않은 사내는 그녀를 셰우페니르 라고 불렀고. 아멜과 파티를 맺지 않으면 아메리온이라고 부르는 식이다.

그러니 이들은 나와 공유할 수 있는 기억 만을 가지고. 인생의 여러 가능성들 중에 자신의 선택이 어떠했는 지를 말해주고 있는 셈이었다.


“그렇게 모험가 인생이 끝나버린 놈이 지금의 네 모습을 본다고 생각해봐라. 속이 뒤집어지지 않겠냐. 나야 뭐 굳이 따지면 너한테 감사하는 입장이긴 해도. 그 녀석은 아마 네가 원망스러웠을 꺼야. 이미 사라진 놈이지만.”


사내가 낄낄대고 비웃는다.


“네 번째 녀석은 제일 처음에 만나본 것 같고. 내 차례도 여기까진가 보군.”


눈앞의 사내가 잔을 들어올렸다.

나도 그 사내에게 맞추어 잔을 부딪혀 주었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가 자신이 쥐고있는 술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주욱 잔을 들이킨다.


“크으으. 독하구만.”


표정이 일그러지고 술에 대한 악담을 퍼붓는다.

하지만 즐거운 얼굴로 작별인사를 했다.


“인생을 스스로 붙잡은 걸 축하한다. 그리고 ‘나’ 라는 가능성을 없애줘서 고맙다. 수호성의 가호... 아니. 우리한텐 이게 아니지.”


잠시 생각을 고른 그가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고 환하게 웃는다.


“어머니 고릴라의 가호가 함께하길. 포웬 고릴리아.”


그렇게 이 사내 역시 눈 앞에서 조용히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그가 사라지고나자.

갑자기 술집 내부가 텅 빈 것처럼 조용해져 버렸다.

물에 잠긴 것 같은 우울함으로 가득했어도. 또 조금 따뜻하고 아늑했던 지저분한 술집 내부의 조명들이 어느새 모두 꺼져 있었다.

시끄럽게 떠들던 다른 손님들 역시 온데간데 없이 보이지 않았고.

주변에는 차갑게 식은 싸늘한 공기 만이 맴돌고 있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사내는.

내게 등을 보인 채 술집의 바 테이블 자리에 앉아있었다.

몸에는 완전무장을 했고. 테이블 위에 술잔과 함께 숏보우 하나가 꺼내어져 있었다.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꼈다.

이 녀석은 위험하다고.


“정말로 따뜻한 작별인사야. 그렇지않아?”


목울대에 상처가 나서 갈라진 듯. 쇳소리가 나는 목소리를 있는 힘껏 내리깔은 사내가 뒷자리의 나에게 그렇게 인사를 날렸다.


“나는 말야... 으음. 뭐라고 해야할까. 그래. 그냥 한심한 네 모습을 놀려주러 왔다. 난 다른 패배자 놈들이랑 달라. 네가 진정으로 붙잡았어야하는 옳바른 미래지.”


내 앞자리에 있던 술병이 어느샌가 사내의 손으로 옮겨져 그의 잔에 술을 붓고 있었다.


“왜 나를 선택하지 않았지? 너는 나보다 더 위대한 모험가가 될 수 있었어. 그런데 어째서 그 따위 물렁하고 미적지근한 인생을 골라버린 거냐. 고만고만한 0레벨 모험가들이랑 하하호호 소꿉장난이나 해대면서 정말로 슈퍼 퀘스트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녀석을 보며 느끼는 감각은.

혐오감이었다.

정말로.

내가 내 자신의 가능성에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지만.

정말로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이 꿈 속에서 존재할 리 없는 온 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뭐. 조금 짜증이 나긴 하다만. 이미 결정되버린 인생. 네가 놓친 게 뭔지 보여주도록 하지. 그리고 통렬하게 반성하도록.”


그 순간.


와장창!


챙그랑.


파차창.


술집의 창문이 깨지며.

도그고울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꿈 속의 세계에서 앱서드가 튀어나온 것이다.

하지만 내게 등을 돌린 모험가 사내는 놀라지도 않은 듯 벌떡 일어나선 오른손에 숏소드를 꺼내들었다.


깨갱!


퍼억.


우지끈!


가벼운 발차기 만으로. 도그고울 한마리가 부웅 하고 술집 기둥에 부딪혀 허리가 완전히 꺾여버렸다.

한 마리.


슈슉!


연달아서 창문을 깨고 달려드는 도그고울의 눈구멍을 노리고. 오른손의 숏소드가 정확하게 그 구멍을 찔렀다가 빠져나온다.

속도가 빠른 건 아니었다.

하지만 군더더기 하나없는 효율적이고 치명적인 동작으로 공격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두 마리.

그리고 사내가 몸을 돌려 이번엔 왼손에 짧막한 대거를 꺼내들고. 기묘하게 왼팔을 등뒤로 넘겨 자신의 후방에서 달려들었던 도그고울의 입천장을 꿰뚫어 버렸다.

쌍수Dual Wielding 전투 스타일이다.


콰득.


세 마리.

하나의 동작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다음 동작이 물흐르듯이 이어진다.

사내가 자신이 앉아있던 바 테이블의 의자를 밟고 올라가 그대로 한 바퀴 공중제비를 돌며 양쪽에서 덮쳐오는 공격을 모두 피해버렸다.

저 동작은 어쩐지 익숙한데.

그리고는 대거와 숏소드를 아래로 찍어 도그고울 두 마리의 목덜미에 박아넣는다.


퍼퍽.


다섯 마리.

그리고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로. 아니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전투력의 향연이 펼쳐졌다.

도그고울들의 시체가 쌓이고 또 그 옆자리에 다시 시체가 쌓인다.

사내가 대거를 던져 도그고울의 미간에 박아넣은 뒤 도그고울의 뒷다리를 붙잡아 둔기처럼 휘둘러 공간을 쓸어버렸다.

두 마리의 도그고울들이 휩쓸려 등장했던 창문 밖으로 다시 날아가버렸다.


와장창!


그리고 오른손에 있는 숏소드를 술집의 대들보 위로 던져버렸다.


팍!


하고 숏소드가 천장의 나무 들보에 꽂혀버린다.

이번엔 테이블에 올려놓았던 숏보우를 쥐었다.

근접전을 펼치며 달려드는 도그고울들을 상대로 칼을 버리고 무기를 활로 바꾼 것이다.

제정신인가 싶었지만.

사내는 그때부터는 마치 서커스를 벌이는 것처럼 지근거리에서 근접전을 펼치는 도그고울들의 머리를 화살 한 발 한 발 씩으로 정확히 꿰뚫기 시작했다.


팽!


투슉.


크커컹!


팽!


퍼퍽.


흔들림없이 활시위를 당기고 놓기를 반복할 수록. 앱서드들의 숫자는 차곡차곡 줄어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마지막 도그고울 한 마리가 주둥이를 벌리고 뛰어오르며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팽!


퍼퍽.


쿵.


하지만 사내는 눈도 깜짝하지않고 마찬가지로 활시위를 걸어서 그대로 녀석의 머리를 화살과 함께 나무기둥에다 박아버렸다.


우지끈.


기둥에 박힌 화살이 도그고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금새 부러져 내린다.


“방금 녀석으로 딱 스무 마리다. 네 녀석과 너의 그 잘난 파티가 헐레벌떡 도망친 그 도그고울들을. 나 혼자서. 단 한 번의 공격도 맞지않고 모두 죽여버렸다.”


사내가 그리고는 바 테이블 위에 놓인 술잔을 들어올려 술을 삼킨다.

크으으. 하며 공통적으로 맛 없다는 표정을 짓는 건 역시나 기본 취향이 동일해서 그런 거겠지.


툭.


휘릭.


천장의 나무 들보에 던져놓았던 숏소드가 자신의 무게로 빠져서 떨어져 내린다.

때마침 술잔을 비운 사내가 왼손으로 숏소드를 붙잡아 손에서 한 바퀴를 돌린 뒤 장비벨트의 검집에 가볍게 집어넣었다.

굉장한 실력이다.

꿈 속의 세상이라곤 하지만 등장한 도그고울들 모두 진심으로 저 사내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러니 저 실력이 진짜라는 것도 알겠다.

그치만 한 가지 궁금한 게 생겼다.

방금 전에 등장했던 첫 번째 부터 네 번째 사내까지는 내가 어쩌면 그런 미래로 빠져들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사춘기가 아직 덜 끝난 것처럼 목소리를 내리깔고 있는 저 건. 대체 어떤 가능성인 걸까.

보면 볼 수록 자기 혐오에 빠질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모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난 스승의 클래스를 가지고있다.”


스승이라면. 로렌?

로렌의 클래스는 그냥 레인저 인줄 알았는데.

사내가 한숨을 푸욱 쉰다.


“뭐. 너나 나나 지능에 패널티가 있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생각이란 걸 좀 해봐라.”


건방진 소리를 지껄인 사내가 턱에 손을 괸다.


“흐음... 그래도 네 기준으로 알기쉽게 표현하자면. 난 첫 번째 녀석의 인생에서 갈라져나온 가능성이야.”


나와 맨 처음 대화를 했던 사내가 네 번째 라고 했다.

그러니 첫 번째 인생이라면. 아마도 셰피와 파티를 맺지않은 인생을 말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다섯 번째 사내야말로 내 기준으로 봤을 땐 도달할 가능성이 제일 없는. 지금의 나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놈이었다.


“아니. 꼭 그런 건 아냐. 너한테도 분명 가능성이 남아있었어. 하지만 레벨 업을 하는 순간 이미 늦어버렸다. 어리석은 놈.”


그가 오른손에서 잘그락! 거리는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사내에게서 느낀 그 혐오감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사내가 입꼬리를 둥글게 끌어올리며 웃었다.


“그치만 마지막으로 좋은 걸 알려주지.”


놈이 들어올린 손 안에.

수십여 개에 달하는 모험가들의 라이센스가 기다란 쇠줄에 꿰여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법이 뭔지 알아?”


녀석의 몸이 서서히 어둠 속으로 지워져 간다.


“간단해. 살인자만 죽이는 거야. 그러면 신들이 죄를 묻지않거든.”


그리고 사라지기 직전.

놈은 포웬의 얼굴로 기묘하게 웃으며 자신의 행동을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


그 순간의 나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내가 지닌 가능성 중에 사람을 추적하고 사냥하는 레인저의 파생 클래스가 있었다고 놀랐어야 할까.

웃고있는 녀석을 향해.

바위처럼 무거운 몸을 움직여.

어떻게든 온 힘을 끌어모아.

왼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앱서드를 향해 보여주었던 것과 같은 경멸의 표현을. 손가락까지 사용해 한층 더 세련된 형태로 날려주었다.


“?”


다섯 번 째 사내의 눈과 입이 벌어지며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을 짓는다.

내가.

그런다고.

놀라서 식은 땀이라도 흘릴 줄 알았냐.

그리고 꿈 속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어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어쩌라고. 사라지는 건 네 녀석이야. 지크샤 놈아.”


“직... 뭐라고?”


놈은.

이단아, 부랑아, 추방자, 떠돌이, 굴러간 돌.

어떤 의미로 쓰이든 그닥 좋지않은 뜻으로 쓰이고있는 이 단어를.

지크샤라는 단어의 뜻을 모른다!

왜냐하면 카를린에게 지크샤의 뜻을 듣기 위해선. 특이체와 싸우고 녀석에게서 승리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찾아왔 건 찾아오지 않았 건. 어떤 가능성을 지닌 어떤 인생의 포웬이라고 해도.

지크샤라는 단어의 뜻을 알고있는 건.

수많은 포웬 중에서 오직 나 뿐이다.

오직 나만이. 내가 있는 이 곳에 도달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아서.

그리고 동료들과. 친구들과 힘을 모아서.

지금의 내 인생은 승리의 결과로 쟁취한 것이다.

이 꿈속 세상 모두에게 들리도록. 눈앞에 있는 녀석에게 들리도록.

조용히 말했다.


“나 이외의 포웬은 이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그렇기에.

내가 포웬이다.

포웬 고릴리아는 오직 나 뿐이다.

그러니 가능성 뿐인 그림자들은. 이제 두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라.


“....”


녀석이 마지막으로 정말로 분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입이 지워져 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렇게 놈은 다른 ‘가능성들’ 과 마찬가지로 내 삶에서 영영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나 역시 가위에 눌린 것처럼 무거워진 몸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


작가의말

세이브 분량이 다 닳았기 때문에.

퀄리티 재고 및 세이브 분량 확보를 위해서 금/토/일 휴재입니다.

혹여 휴재가 반복되면 연재 횟수를 이틀에 한 번 꼴로 바꾸는 방안도 생각해 볼께요!

월요일날 뵙겠습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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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60 백발대마왕
    작성일
    21.07.23 07:14
    No. 1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Stiletto
    작성일
    21.07.23 08:17
    No. 2

    이게 인비저너 능력중 하나인듯
    다른시간대가 몇초뒤 미래 이런건줄 알았는데
    일종의 분기 같은 것도 볼 수 있는 능력이었던거고
    다섯번째 포웬은 스승의 클래스 얻었다고 했으니
    레인저인줄 알았는데 포웬이 레인저 할 시
    여신이 고릴라 동료 준다고 함
    포웬의 고릴라 성애 특성상 가지고 있다면 등장했을 것
    고로 로렌 클래스라는 건 각성자중 범죄자를 잡거나
    죽이는 바운티 헌터 비슷한 것일 가능성이 높을듯
    로렌이 과거 얘기 꺼리는 이유도 될 수 있고
    전투 스타일로 보아 클래스 자체는 숏소드싱글러
    결국 관건은 잠겨있다는 마지막 레인저 클래스네요
    인비저너가 이정도 포텐인데 얼마나 대단하려나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85 g2325_fx..
    작성일
    21.07.23 11:09
    No. 3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보쳉
    작성일
    21.07.23 13:08
    No. 4

    8.(1) 화 다시 보고왔습니다, 스승 로렌의 클래스가 '헬 스토커' 라 햇는데, 왜 산속에 틀어박혓는지 조금 짐작이 가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보쳉
    작성일
    21.07.23 13:41
    No. 5

    38.(2)화의 포웬이 선택가능한 클래스
    레인저 클래스 계열 4가지
    1.보우 마스터 2.숏소드싱글러 3.레인저-애니멀 컴패니언 4. 잠겨있음(이번 화를 통해, 스승 로렌의 클레스인 '헬 스토커' 일듯 함/사람을 추적하고 사냥하는 레인저)
    그리고 인비저너-직감수치를 핵심으로 아주잠깐동안 다른 시간대 공간열을 볼수있음
    인비저너 가즈아!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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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89. (1) +4 21.09.10 174 18 22쪽
225 88. (2) +3 21.09.08 163 11 26쪽
224 88. (1) +3 21.09.06 143 16 24쪽
223 87. (2) +2 21.09.04 154 14 16쪽
222 87. (1) +2 21.09.03 154 12 15쪽
221 86. (2) +3 21.09.01 159 14 17쪽
220 86. (1) part 7. +3 21.08.30 156 17 17쪽
219 85. (3) +8 21.08.20 212 31 21쪽
218 85. (2) +5 21.08.18 190 27 22쪽
217 85. (1) +6 21.08.16 174 22 21쪽
216 84. (3) +5 21.08.13 180 29 24쪽
215 84. (2) +5 21.08.11 177 20 27쪽
214 84. (1) +4 21.08.09 163 24 24쪽
213 83. (2) +1 21.08.06 177 19 19쪽
212 83. (1) +5 21.08.04 184 25 20쪽
211 82. (4) +5 21.08.02 181 17 23쪽
210 82. (3) +5 21.07.29 212 22 18쪽
209 82. (2) +2 21.07.28 169 18 17쪽
208 82. (1) +3 21.07.27 183 24 25쪽
207 81. +8 21.07.26 190 24 24쪽
» 80. (2) +5 21.07.22 222 28 26쪽
205 80. (1) +4 21.07.21 193 22 20쪽
204 79. (2) +3 21.07.20 188 20 20쪽
203 79. (1) +1 21.07.19 181 24 25쪽
202 78. (4) +12 21.07.14 246 31 28쪽
201 78. (3) +5 21.07.13 191 25 23쪽
200 78. (2) +9 21.07.12 188 27 21쪽
199 78. (1) +2 21.07.10 190 19 19쪽
198 77. (2) +2 21.07.09 194 18 22쪽
197 77. (1) Level One. +2 21.07.08 202 16 19쪽
196 76. (2) +2 21.07.07 185 21 19쪽
195 76. (1) +2 21.07.06 203 20 18쪽
194 75. (2) +1 21.07.05 188 19 16쪽
193 75. (1) +2 21.07.03 192 18 17쪽
192 74. (2) +1 21.07.02 222 20 16쪽
191 74. (1) +8 21.07.01 224 20 17쪽
190 73. (2) 21.06.03 219 16 16쪽
189 73. (1) +1 21.06.02 230 17 16쪽
188 72. (3) +1 21.06.01 212 26 16쪽
187 72. (2) +1 21.05.31 233 25 18쪽
186 72. (1) +3 21.05.29 237 21 18쪽
185 71. (2) +1 21.05.28 240 21 15쪽
184 71. (1) 21.05.27 237 20 16쪽
183 70. +3 21.05.26 250 20 20쪽
182 69. (2) +1 21.05.25 258 16 14쪽
181 69. (1) +2 21.05.24 254 15 15쪽
180 68. (3) +3 21.05.22 256 25 14쪽
179 68. (2) +2 21.05.21 243 19 15쪽
178 68. (1) +1 21.05.20 244 23 16쪽
177 67. (3) +2 21.05.19 253 21 14쪽
176 67. (2) 21.05.18 253 17 14쪽
175 67. (1) +1 21.05.17 287 17 16쪽
174 66. (2) +4 21.05.15 295 27 14쪽
173 66. (1) +5 21.05.14 270 29 14쪽
172 65. (2) +3 21.05.13 264 21 15쪽
171 65. (1) +3 21.05.12 286 25 15쪽
170 64. (3) +2 21.05.11 269 25 11쪽
169 64. (2) +3 21.05.10 285 25 11쪽
168 64. (1) +1 21.05.09 288 23 10쪽
167 63. (2) +5 21.05.08 278 25 9쪽
166 63. (1) +3 21.05.07 263 23 10쪽
165 62. (2) +4 21.05.06 282 28 15쪽
164 62. (1) +5 21.05.05 299 27 14쪽
163 61. (3) +2 21.05.04 272 30 13쪽
162 61. (2) +2 21.05.03 272 26 14쪽
161 61. (1) 타오르는 눈동자들. 21.05.02 305 22 14쪽
160 60. (2) +5 21.05.01 281 32 14쪽
159 60. (1) +1 21.05.01 248 17 13쪽
158 59. (2) 21.04.30 318 28 11쪽
157 59. (1) 21.04.30 262 22 11쪽
156 58. (2) +3 21.04.29 277 30 14쪽
155 58. (1) 21.04.29 277 26 15쪽
154 57. (3) +7 21.04.28 320 30 10쪽
153 57. (2) +1 21.04.28 267 19 11쪽
152 57. (1) +1 21.04.27 304 24 10쪽
151 56. (3) +2 21.04.27 269 19 14쪽
150 56. (2) +2 21.04.26 297 24 12쪽
149 56. (1) +1 21.04.26 291 21 13쪽
148 55. (4) +1 21.04.25 313 22 13쪽
147 55. (3) +2 21.04.25 272 22 12쪽
146 55. (2) +5 21.04.24 318 30 14쪽
145 55. (1) +1 21.04.24 300 20 14쪽
144 54. (2) +1 21.04.23 310 26 13쪽
143 54. (1) 21.04.23 322 20 14쪽
142 53. (2) +12 21.04.22 366 33 13쪽
141 53. (1) +1 21.04.22 306 25 14쪽
140 52. (3) 21.04.22 295 20 12쪽
139 52. (2) 21.04.21 317 17 15쪽
138 52. (1) 21.04.21 299 18 15쪽
137 51. (2) 21.04.20 363 30 13쪽
136 51. (1) 21.04.20 334 22 12쪽
135 50. (5) 21.04.19 358 30 13쪽
134 50. (4) 21.04.19 335 25 11쪽
133 50. (3) +2 21.04.18 354 34 12쪽
132 50. (2) 21.04.18 327 32 12쪽
131 50. (1) 21.04.17 368 32 13쪽
130 49. (4) 21.04.17 323 26 12쪽
129 49. (3) +1 21.04.16 372 29 11쪽
128 49. (2) +1 21.04.16 348 23 13쪽
127 49. (1) +4 21.04.15 380 32 15쪽
126 48. 우리도 그 길로 향한다. 21.04.15 341 29 14쪽
125 47. (2) +9 21.04.14 380 48 13쪽
124 47. (1) +2 21.04.14 330 26 14쪽
123 46. (3) +2 21.04.13 371 34 16쪽
122 46. (2) +8 21.04.13 342 28 13쪽
121 46. (1) +7 21.04.12 368 33 11쪽
120 45. (2) 21.04.12 324 24 15쪽
119 45. (1) +2 21.04.11 359 26 14쪽
118 44. (3) +2 21.04.11 353 27 11쪽
117 44. (2) +1 21.04.10 354 31 12쪽
116 44. (1) 21.04.10 334 27 10쪽
115 43. +4 21.04.09 378 32 11쪽
114 42. (4) +5 21.04.09 343 33 13쪽
113 42. (3) +7 21.04.08 394 42 12쪽
112 42. (2) +2 21.04.08 329 25 13쪽
111 42. (1) +4 21.04.07 383 32 13쪽
110 41. (3) +2 21.04.07 329 27 13쪽
109 41. (2) +4 21.04.06 430 34 11쪽
108 41. (1) +2 21.04.06 412 30 13쪽
107 40. (2) +5 21.04.05 438 31 13쪽
106 40. (1) +5 21.04.05 397 27 14쪽
105 39. (4) +8 21.04.04 450 30 12쪽
104 39. (3) +1 21.04.04 404 25 13쪽
103 39. (2) +6 21.04.03 457 29 10쪽
102 39. (1) +1 21.04.03 422 25 14쪽
101 38. (2) +3 21.04.02 424 26 13쪽
100 38. (1) 21.04.02 423 21 13쪽
99 37. (3) 21.04.01 421 23 13쪽
98 37. (2) 21.03.31 378 17 13쪽
97 37. (1) 21.03.31 404 21 12쪽
96 36. (4) +1 21.03.30 395 23 12쪽
95 36. (3) 21.03.30 395 23 12쪽
94 36. (2) +1 21.03.29 416 23 13쪽
93 36. (1) 21.03.29 393 21 13쪽
92 35. +1 21.03.28 397 27 19쪽
91 34. (3) +3 21.03.28 425 30 13쪽
90 34. (2) +3 21.03.27 377 20 13쪽
89 34. (1) 21.03.27 430 26 12쪽
88 33. (3) +2 21.03.26 446 26 11쪽
87 33. (2) 21.03.26 412 21 10쪽
86 33. (1) 21.03.25 413 25 9쪽
85 32. (3) 21.03.25 430 20 11쪽
84 32. (2) +1 21.03.24 434 21 11쪽
83 32. (1) Equipment Quest. 21.03.24 433 24 13쪽
82 31. (4) +7 21.03.23 455 44 12쪽
81 31. (3) +1 21.03.23 423 22 11쪽
80 31. (2) 21.03.22 423 23 11쪽
79 31. (1) 21.03.22 428 24 13쪽
78 30. (4) 21.03.21 450 29 12쪽
77 30. (3) +2 21.03.21 429 24 11쪽
76 30. (2) +3 21.03.20 439 24 15쪽
75 30. (1) +1 21.03.20 483 26 17쪽
74 29. (2) +1 21.03.19 440 29 13쪽
73 29. (1) 21.03.19 443 28 13쪽
72 28. (4) +3 21.03.18 446 27 12쪽
71 28. (3) 21.03.18 413 26 12쪽
70 28. (2) 21.03.17 407 25 12쪽
69 28. (1) 21.03.17 474 26 11쪽
68 27. (3) 21.03.16 439 33 15쪽
67 27. (2) +1 21.03.15 491 27 15쪽
66 27. (1) +1 21.03.15 471 32 14쪽
65 26. (4) +6 21.03.14 473 35 16쪽
64 26. (3) 21.03.14 473 33 17쪽
63 26. (2) +1 21.03.13 476 32 15쪽
62 26. (1) 21.03.13 489 30 17쪽
61 25. (4) +5 21.03.12 483 30 13쪽
60 25. (3) +1 21.03.12 456 28 14쪽
59 25. (2) 21.03.11 468 25 18쪽
58 25. (1) 21.03.11 432 25 14쪽
57 24. (4) 21.03.10 488 29 14쪽
56 24. (3) 21.03.09 486 26 12쪽
55 24. (2) 21.03.08 466 28 16쪽
54 24. (1) +1 21.03.08 469 24 14쪽
53 23. (3) +1 21.03.07 501 31 11쪽
52 23. (2) 21.03.07 480 30 12쪽
51 23. (1) +2 21.03.06 494 29 13쪽
50 22. (3) +5 21.03.06 470 32 9쪽
49 22. (2) +1 21.03.05 521 29 10쪽
48 22. (1) +1 21.03.05 509 34 15쪽
47 21. (4) +2 21.03.04 522 36 11쪽
46 21. (3) +1 21.03.04 523 31 11쪽
45 21. (2) 21.03.03 495 35 11쪽
44 21. (1) +1 21.03.03 552 34 12쪽
43 20. (4) +1 21.03.03 486 37 12쪽
42 20. (3) +2 21.03.02 565 31 11쪽
41 20. (2) +2 21.03.01 525 37 14쪽
40 20. (1) 얼지 않은 라임베리. 21.03.01 737 35 11쪽
39 19. (4) +3 21.02.28 560 44 17쪽
38 19. (3) 21.02.28 567 31 13쪽
37 19. (2) +1 21.02.27 558 36 14쪽
36 19. (1) 21.02.27 584 31 15쪽
35 18. (3) +1 21.02.26 581 41 12쪽
34 18. (2) +1 21.02.26 608 43 12쪽
33 18. (1) +3 21.02.26 582 3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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