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을 찍는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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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87
작품등록일 :
2021.02.0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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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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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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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DUMMY

우리는 숙소 근처에 있는 편의점 앞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분장 실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감독님 그 남자 애들 자기들끼리 잘 뭉치는 건 알고 계시죠?”

“네 들었어요. 서로 같이 연습도 하고 따로 만나기도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아실진 모르겠지만 걔네 분위기 주도하는 건 한민호에요. 그 친구가 거기서 나이도 제일 많고, 보기에 몸도 좋고 인상도 쌔 보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그 무리에서 대장처럼 됐더라고요.”

“저도 비슷하게 생각하긴 했습니다.”

“근데 걔가.. 겉보기와는 다르게 되게 소심해요.”

“아~ 그래요?”


역시 분장팀은 사람 보는 게 예리하다. 그리고 우리 분장실장은 특히 더 눈치가 빠른 것 같았다.


“근데 소심하고 착한 애들도 많은데 얘는 뭐랄까 조금 쪼잔한 느낌? 약간 쫌생이 같은 애들 있잖아요. 소심하면서 그런데 또 자존심은 쎄가지고 지는 건 되게 싫어하고.”

“의외네요.”

“뭐 그래도 나쁜 애는 아니에요. 아무튼 걔네가 문제가 있다 하면 아마 한민호 때문일 거 같긴 하네요. 근데 아직까지는 별 문제 없어 보였긴 했는데... 무슨 일 있어요?”

“지금까진 괜찮긴 했는데. 앞으로 있을 거 같아서요.”

“흐음 그렇구나... 알겠어요. 내가 원래 이런 거 잘 안하는데 우리 감독님 첫 영화니까. 내일 좀 살펴보고 한 번 살짝 떠볼게요.”

“아 정말요?! 역시 실장님 감사합니다!”

“만약 내 덕분에 잘 해결 되면 앞으로 저 잊지 마세요. 다음영화 때도 불러주기야!”

“하하 알겠습니다.”


그렇게 간밤의 회동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 * *


다음날 세트장에서의 첫 촬영이 시작되었다. 어쩌면 이제 우리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구간이었다.


스탭들은 멋진 세트장에서 촬영 할 생각에 설레하며 촬영 준비를 했다.


현장에 도착한 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분장실에 들렸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안녕하세요~”


나는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며 사람들을 살폈다.


안에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분장팀과 의상팀이 있었다. 그리고 분장을 받고 있는 남자 배우 3인방이 있었다.


오늘 일부러 남자배우들을 약간 일찍 불렀었다. 나는 중앙에 앉아 분장을 받고 있는 한민호에게 다가가 안부를 물었다.


“민호씨 잘 주무셨어요~”

“예 감독님. 잘 잤습니다.”

“숙소는 어땠어요?”

“괜찮았습니다. 따듯한 물도 잘 나오고 침대도 푹신 했습니다.”


그렇게 한민호는 컨디션 좋은 사람처럼 말했지만 잘 보니 어딘가 피로한 기색이 느껴졌다.


‘늦게까지 술 마시고 그런 건 아닌 거 같은데...’


배우들 성격에 촬영을 앞두고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좀 더 살펴보니 다들 공통적으로 오늘 찍을 부분의 시나리오를 들고 있었다. 아마 분장을 하면서도 연습하듯 계속 보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종이에는 분석을 많이 했는지 뭔가 빽빽하게 적혀져 있었다.


나는 그렇게 남자배우들을 살펴보고 다시 현장으로 갔다.


그리고 잠시 후 분장실장이 나에게 다가왔다.


“감독님~”

“네 실장님.”

“오늘 애들 좀 피곤해보였죠.”

“네 맞아요. 어제 뭐 했데요?”

“어제 늦게까지 연습 했데요.”

“그래요? 오늘 찍을 장면이 그렇게 오래 연습할게 없는데...”


오늘은 세트에서 첫 촬영인 만큼 익숙해지라는 의미로 부담스러운 장면은 넣지 않았다. 그래서 어려운 연기는 없었다.


분장 실장이 살짝 목소리를 줄이면서 말했다.


“애들이 지금 부담감이 심하더라고요.”

“진짜요? 어... 왜 그러지?”

“감독님 이건 제 감이긴 한데 또 제가 촉이 좋거든요.”

“네 말씀해 보세요.”

“얘네가 처음에 이 영화를 좀 쉽게 생각한 거 같아요. 사실 예산도 작고 감독님도 어리고 입봉이시니까.. 사실 다른 스탭들도 그랬잖아요.”

“하하 그럴 수 있죠.”

“근데 가만 보니까 감독님도 어리버리 하지 않고, 세트장 와보니까 이게 그냥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되겠다 싶은 거죠.”

“흐음...”

“그래서 엄청 열심히 하고 그런가봐요. 결과적으로 더 열심히 하는 거니까 잘 된 거죠.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거 같아요.”

“근데 한민호씨가 자존심이 세다고 하셨죠?”

“네 민호는 쎈 편이에요.”

“네 알겠습니다. 실장님 앞으로도 뭔가 특별한게 있으면 종종 부탁드릴 게요.”

“네 감독님~”


잠시 후 배우들이 준비가 되면서 리허설을 시작했다.


하지만 리허설에서 뭔가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 애드립인지 남자배우들이 시나리오와 좀 다르게 연기를 했다. 기존 시나리오보다 좀 더 오버하는 듯한 연기였다.


백혜나는 연기 스타일상 그냥 자연스럽게 받으며 넘어갔다. 그러나 유진이는 약간 당황했는지 조금 버벅 거렸다.


나는 일단 리허설을 끝내고 남자 배우들에게 말했다.


“근데 지금 리허설 한 게 시나리오하고 조금 다른 거 같은데...”


그러자 한민호가 대변하듯 말했다.


“이거 저희가 한번 짜봤습니다.”


어제 열심히 연습을 했다고 한 거 보니 이거인 듯 했다. 세 사람은 자기들 끼리 자신의 캐릭터 연출을 짠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캐릭터에 애정을 가지고 하는 건 좋은 자세다. 그리고 능력 있는 배우는 감독보다 더 캐릭터에 대해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다.


그래서 우현이와 <경비원의 밤> 할 때도 우현이의 의견을 많이 참고 했었다.


그리고 지금 이 배우들과 우현이의 차이는 이것이었다.


우현이는 나랑 얘기하며 캐릭터 연출을 했지만, 이들은 자기들 끼리 했다. 그러니 방향성을 잡아 줄 만한 사람이 없다. 그러다 보니 이상한 게 나와 버린 것이었다.


이런 경우 거의 대부분은 자신이 더 있어 보이고, 뭔가 더 주목받을 수 있게 튀는 식으로 바꾼다. 영화 전체를 볼 줄 모르는 배우는 자신이 얼마나 돋보일 지만을 생각하게 되니 말이다.


남자배우들은 내 표정을 보자 자신들이 준비한 게 별로라는 걸 직감했다.


그러자 눈치 빠른 김동하가 먼저 말했다.


“그냥 원래 시나리오대로 살릴까요?”

“아... 네 그러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러자 배우들을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한민호의 표정이 조금 불편해 보였다.


아마도 자신이 중심이 돼서 이렇게 했을 것이다.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며 뭔가 해보려 한 것이겠지.


물론 의도는 좋았으나 지금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창피하기도 할 것이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 지도 모른다.


‘저거 그대로 두면 아마 나한테 적대적으로 나올 거야.’


자존심이 센 배우들은 감독에게 지적을 받았을 때 그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저 감독이 부족해서, 혹은 이상해서 그런 것이다. 난 잘못이 없다.’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물론 배우가 아니라도 그런 사람은 실생활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럴 때면 너무 일찍 입봉을 한 게 아쉽기도 하다. 내가 힘 있는 감독이었으면 찍소리 못하고 고분고분 했을 텐데...


어쨌거나 이미 벌어진 일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한민호가 못된 성격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런 성격에 약아빠져서 잔머리 굴리는 놈이면 아주 골치 아파진다.


나는 모니터 테이블 뒤 의자에 앉아 있는 백혜나를 바라봤다.


“혜나야.”

“왜?”

“나 좀 도와줄래?”

“?”


* * *


세트장 첫날 촬영은 어떻게 잘 넘어갔다. 하지만 그 후로 남자 배우들의 불화가 눈에 띄게 보였다.


그날 나는 뭔가 장면 씬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나와 상의를 하고 바꾸자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바빠서 그런지 그들은 나와 상의 없이 또 대사와 연기를 다르게 짜서 왔다.


당연히 나에게 까였고, 그 이후로 서로 한 번 부딪혔던 모양이다. 누군가 불만을 얘기했고, 자존심이 상한 한민호가 거칠게 반응했을 것이다.


그동안 한민호가 형처럼 든든하게 그들을 케어해주고 있었다. 그러다 그게 무너지니까 남자 배우들 상태도 안 좋아졌다.


그래서 지금 한민호의 기를 좀 세워줄 필요가 있었다.


나는 촬영이 없는 날 한민호를 백혜나와 함께 불렀다.


“민호씨. 아무래도 혜나씨가 연습을 해야 하는 데 민호씨가 도와 줬으면 좋겠어서요.”

“제가요?”

“두 분이 붙는 대사가 많잖아요. 쉬시는 데 죄송하긴 한데... 그래도 민호씨가 저희 중에 연기 경험도 많고 하시니까. 우리 영화 위해서라도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어요.”


그리고 나는 백혜나에게 한 번 눈짓을 하며 신호를 보냈다.


백혜나는 약간 애교 톤을 섞어가며 말했다.


“민호씨 한 번 도와주세요~ 제가 아직 연기 끈이 짧아서 어려운 게 많아요~”


그 말에 한민호의 얼굴에 기분 좋은 기색이 확연해 졌다. 그도 남자인지라 아무래도 예쁜 여자가 도와달라 하니 기분이 좋아 진 듯 했다.


“아...네 하하 저야 괜찮습니다! 우리 영화를 위해서라면 야 언제든 가능하죠!”


그렇게 한민호는 백혜나와 대사 연습을 했다. 그러면서 백혜나는 계속 한민호를 띄워줬다. 기분 좋아진 한민호는 아예 세트장에 가서 실제처럼 연습을 하자고 했다.


그렇게 연습을 하고 나서 나는 한민호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민호씨 오늘 이렇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감독님 당연히 해야죠.”

“제가 아직 어리고 그래서 많이 부족해요.”

“아닙니다. 감독님 너무 잘하시고 계세요. 저희 남자배우들도 늘 감독님 칭찬하고 그래요.”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역시 민호씨가 계셔서 참 다행이에요.”

“아휴.. 감사합니다.”

“제가 말은 안 했지만 사실 민호씨가 다른 남자배우들 늘 챙기고 계신 거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언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그냥 뭐 애들이랑 잘 맞아서 한 건데요 뭘... 제가 한 거 없어요. 그냥 애들이 괜찮아서 알아서 다 잘하고 있어요. 하하하”


한민호는 백혜나와의 연습에 이어 칭찬까지 들으니 기분이 매우 좋아 진 듯 했다. 분장실장의 말 대로 그래도 사람은 착한 것 같았다.


나는 이 타이밍에서 진짜 해야 할 말을 꺼냈다.


“그래서 민호씨가 다른 배우들도 챙기고 하시면서 또 더 좋은 씬도 만들려고 하시니까 너무 힘드신 거 같아요. 그 부분은 제가 더 신경 쓸 테니 민호씨는 지금처럼 다른 배우들 케어 좀 부탁드릴게요.”

“아이구 감독님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그래도 제일 형이고 하니까 남자 애들은 잘 케어 하겠습니다!!”


한민호는 내가 자신을 믿어준다는 걸로 감동을 받은 듯 했다. 나도 그 분위기에 맞춰 감동했다는 얼굴로 말했다.


“역시 민호씨를 뽑기를 정말 잘했어요. 너무 감사해요 민호씨!!”

“감독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민호는 감정이 업 된 나머지 나와 격한 포옹을 나누기까지 했다.


‘이 정도 했으니 이제 이상한 거 안 짜오겠지.’


한편 백혜나는 저 뒤에서 그 모습을 보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눈으로 나에게 말했다.


‘김감독 내 덕분이야~’

‘그래 고맙다 혜나야~’


그 후로 남자 배우들의 사이는 다시 좋아졌고, 이상한 씬을 만들어 오는 일도 없었다.


그렇게 촬영은 순조롭게 이어가고 있는 데, 나에게 전화 한통이 왔다.


“어 김감독 나 박윤석 기자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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