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세상의 구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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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구팔용
작품등록일 :
2021.02.0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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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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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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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호문쿨루스 (1)

DUMMY

(채널 센트럴 - 모기지의 개인용 지하 벙커)



헉— 헉—


"모기지님! 괜찮으십니까? 다치신 데는 없으십니까?"

"론......"

"따뜻한 차입니다. 심신 안정에 좋으니 어서 드세요."


슥—


"고마워, 정말 고마워......"


꿀꺽꿀꺽—


"크흐......"

"모기지님,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그게......"


........................

................

..........

.....

.


"하우징을 놓쳤다니요?! 그런 거물급 범죄자가 탈출하다니!"

"당장 그분에게 연락해야 해."

"그분이라면...?"

"호문쿨루스."


흠칫—


"ㄱ, 그, 그분이요.......? 모기지님, 대체 언제 그분과 협력을 하신 겁니까?"

"제법 오래 되었지."

"하지만... 하지만 그 분은......"

"그분이, 뭐?"

"그분은 우릴 죽이려고 하던 분이 아닌가요?"


하하하하—!


"자네가 뭐 엑소더스 급이라도 되는 줄 아나? 착각하지 말게. 호문쿨루스는 엑소더스같은 능력자들에게나 관심이 있지, 자네 같은 평범한 일반인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으시니까."

"그럼 다행이지만..."

"호문쿨루스께서 직접 내게 말씀하셨다."

"......?"

"채널 속 이민준을 지지하는 세력을 모두 없애버린다면, 나와 손을 잡겠다고 하셨어."


흠칫—


"......"

"지금까지는 이민준을 지지하는 채널 속 존재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이젠 아냐."

"그 말씀은.... 혹시....."

"그래, 이민준이 채널 속 거물급 범죄자의 탈옥을 도왔다는 명분으로, 이민준의 지지 세력 기반을 뒤흔들어 버릴 수 있을 게다."






(2227년, 더 월드 - 총통 개인 정원)



허허—


{그러니까, 귀술사 자네가 내게 원하는 것이 내부 당원, 그것도 장관직을 내놓아라, 이거로군.}

"그렇습니다 각하."


저벅저벅—


{아주 깜찍한 친구로군. 당돌한 요구를 하고 있어.}

"......"

{설마 내가 자네 동료들을 어떤 식으로 다루었는지 알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날의 기억은 제 머릿속 깊숙한 곳에 잘 저장해 두었답니다."


흠—


{귀술사, 자네는 신을 믿나?}

"총통 각하께서는 주사위 놀이를 좋아하십니까?"

{......뭐?}

"대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사위 놀이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은 놀이일세. 난 경우의 수를 좋아하지 않아.}

"그렇다면 각하께서는 신을 믿지 않으시겠군요."

{그래.}

"저 역시 주사위 놀이를 좋아하는 신을 믿지 않습니다."


흐음—


{어째서?}

"신이라는 존재는 인간을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불확실한 현실 속에 멋대로 던져 놓고는, 자기만 믿으라 말하며 저 멀리서 뒷짐을 지고 인간의 고통을 방관하기만 하는 존재이니까요."


허허—!


{재미있는 친구로군.}

"하지만 총통 각하는 다르십니다."

{......}

"예측할 수 있는 것, 확실한 것, 선명히 볼 수 있는 것을 모두 아우르시는 분. 그 분은 바로 호문쿨루스, 당신이십니다."

{......자네의 즐거운 입담은 잘 들었네만, 내가 왜 자네를 내부당원, 그것도 장관직에 앉혀야 하는 거지? 자네를 내부당원에 앉힌다 해도, 자네가 맡을 만한 장관직은 없다네.}


후후—


"전지전능하신 호문쿨루스님께서 아직 모르시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

"이 세상에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심지어 절대 그럴 리 없다고 굳게 믿어왔던 것들이 우리를 배신하고는 하죠. 예를 들면 이민준같은 놈처럼 말입니다."

{......}


하하—!


"물론, 이런 것 외에도 제가 장관직을 원하는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

"왜, 흔히들 인생은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다고 하죠. 저 역시 과거로 인생을 배운 결과, 한 가지 진리를 깨달았지 뭡니까."

{......}

"인간이든 기계 인간이든 설령 메카닉족이든 '존재'라는 것은, 즉 '의식'을 가진 존재라는 건 누군가에게 기댈 수 밖에 없다는 거죠."

{......}

"금서 목록에 있는 책 중 하나인 성경을 보면, 이스라엘에는 왕이 없었다고 합니다."


흐음—


{자네가 금서를 봤단 말인가? 흥미롭군.}

"그런데 결국 인간들은 굳이 왕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왕을 원했고, 또 왕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 결과,"

{......}

"인간들은 스스로 노예의 길로 들어선 것이죠."

{......}


저벅저벅—


{자네를 더 월드 계몽부의 장관으로 임명한다.}


씨익—


"...감사합니다, 각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자네는 계몽부의 장관이다.}


콰아아앙—!!


{뭐야,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냐? 어디서 폭발음 소리가 들리는 게야?!}

"......"






(2227년, 더 월드 - 총통 개인 정원 - 후문}



제대로 도착한 건가?

일단 우주선 밖으로 나가보자.


웅성웅성웅성웅성—


"그러니까! 내가 지금보다 훨씬 더 젊고 잘생겼을 적에 말이지, 네 아빠가 나한테 꼼짝도 못했다니까? 자! 내 이두박근 한 번 만져봐!"

"에잉, 말랑해요잉. 별거 없잖아잉."

"아, 진짜! 찼수야! 내가 다시 힘 줘볼게! 다시 만져봐!"

"말랑해잉. 아저씨 말랑공주야잉."

"으아아악! 공주라니! 나처럼 잘생긴 공주 봤니, 어? 봤어?!"


저 치트라는 자식은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나 보군.

비형랑보다 더한 놈을 마주할 줄이야.


"둘 다 입 다물고 당장 나가요! 찼수 너도 빨리 네 아빠 따라서 나가! 둘이 떨어져!"


보다 못한 박수진이 치트와 찼수에게 소리쳤다.

나 대신 해주다니, 정말 고맙군.


"잉...... 저 누나 무서워잉. 마키나 누나랑 달러잉. 마키나 누나는 이쁘구 친절한데잉....... 힝."

"나도 저 여자가 무섭다, 찼수야. 이래서 결혼 같은 건 하면 안 되는 건가 봐."

"무서워잉!"


젠장, 내가 싸우러 온 건지, 아니면 놀러 온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저벅저벅—

지이잉—


우주선에서 나를 포함한 8명이 모두 내리자 바글바글한 것이 한눈에 보였다.

어느 새 이렇게 많은 동료들을 데리고 다니게 된 건지.

조준하고 박수진하고 그리고...... 한설하고.

이렇게 4명이서 다닌 게 엊그제 같은데. 정말 감회가 새롭군.


저벅저벅— 스윽—


김지호가 내 앞을 지나쳐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 녀석하고 말을 섞은 지가 언제였더라. 죽은 총통이 김지호를 납치한 뒤로는 제대로 된 대화를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김지호."

"......"


내 말을 못 들은 건가.


"김지호!"


흠칫—


"아, 형! 죄송해요. 다른 생각을 좀 하느라."


표정이 어둡다. 심각한 고민이라도 있는 걸까.


"무슨 생각을 그렇게 진지하게 하냐?"


스륵—


나는 여전히 남아있는 코마의 능력을 이용해 오렌지 주스 하나를 김지호에게 건네주었다.


"어.....갑자기 이건......?"

"마셔둬라. 비록 코마로 소환한 거라 네 몸에 실질적인 영양분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마음을 비우는 데에는 좋을 거야. 당이 들어가면 뇌가 좀 편해지니까."

"고맙습니다. 잘 마실게요."


꿀꺽꿀꺽—


"후우......"


김지호는 내가 준 음료수를 단숨에 들이마시더니 아까보다는 훨씬 더 편안해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형."


기분이 조금 풀렸나.

죽은 총통때문에 행복해야 할 어린 시절을 빼앗기고 강제로 나이가 들어버린 김지호는, 여전히 내 눈에는 어린 아이처럼 보였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어린 시절을 몽땅 잃어버렸으니, 지금의 신체 나이와 외모가 나보다 나이가 많다 해도 아직 속마음은 어린 아이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형이 저를 구해줬던 때가 생각이 나요."


그러고 보니 길성준이 김지호를 변태 남자에게 팔아버리려고 했었지.


"그때 형이 절 구해주지 않았다면, 전 지금쯤 아마......"


절레절레—


"이상한 늙은 변태 남자에게 팔려갔겠죠?"

"그랬겠지."


차마 김지호에게는 말하지 못했지만, 가끔 나는 김지호를 그냥 길성준이 있던 채널에 두고 왔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2차 성징도 오지 않은 어린 아이나 좋아하는 미친 변태 남자에게 가는 것 보다 지금이 백 배 낫겠지만. 녀석을 힘든 길로 이끈 건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들 때가 있다.


"형 덕분에 저는 깨달은 게 많아요. 배운 것도 많고."


철컹— 스르릉—


김지호가 죽은 총통에 의해 개조 되어버린 자신의 기계 팔을 만지작거렸다.


"물론... 잃은 것도 많지만."

"......"

"그래도 인간으로서 생각할 수 있고, 존재할 수 있다는 선물을 받은 것 같아요."

"......"

"인간과 인간 사이의 유대감에 관해서도 알 수 있게 되었고요."


철컹— 스르릉—


"하지만 가끔은... 저는 제가 누구인가 궁금할 때가 많아요."

"......"

"죽은 총통에게 붙잡혀 죽은 총통의 가드 노릇을 할 때도 많이 생각했어요. 난 누굴까, 하고."

"......"

"나의 한 부분을 죽은 총통에게 빼앗긴 것만 같아요."

"......"

"호문쿨루스를 죽이면, 전 그 자에게 요구하고 싶은 게 한 가지 있어요."


요구하고 싶은 것?


"제 어린 시절을 돌려 달라고 할 거예요."


이미 지나가 버린 어린 시절을 어떻게 돌려준다는 거야?

이 녀석, 뭔가를 알고 있는 건가?


"지호야, 그게 무ㅅ......?!"


다다다다—


"멈춰라, 이놈들!"


이런 젠장, 호문쿨루스의 부하들이다. 아무래도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다는 것을 호문쿨루스가 눈치챈 모양이다.






(2227년, 더 월드 - 이름 없는 형제단 본부)



"임정연, 임정연!"


다다다다—


"임정연!"

"왜 그렇게 호들갑이십니까, 김박사님? 왜 이렇게 급하게 뛰어오시는 건가요?"


헥헥—


"새, 새로운, 새로운 걸 알아냈네!"

"......?"

"이걸 보게!"


슥—


"이게 대체 뭔데 그러시는........ 뭐야, 말도 안 돼......."

"......"

"말도 안 됩니다. 그럴 리가 없어요."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네."

"말도 안 됩니다!"


쿠당탕탕탕—!


"저는 믿을 수 없습니다. 김박사님께서 잘못 아신 게 분명합니다. 연구를 잘못하신 것 같으니......"

"정지희가 알려주었네."

"......!"

"자네가 더 월드에 심어 놓은 최고의 스파이, 정지희가 알려주었어."

"정지희는 이미 알고 있었답니까? 이 사실을?"

"아니, 그 아이도 처음 알게 된 것 같다."

"......"

"정지희는 잘못이 없네."

"......"

"이제 이름 없는 형제단의 단장은 자네야. 자네가 결단을 내려야 해."

"......"


후우—


"임정연, 자네가 얼마나 충격 받았는지는 잘 알고 있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아무 말 없이 있는 건......"

"이민준을 찾아야 합니다."

"뭐?"

"정지희의 정보에 따르면, 현재 더 월드에 하우징과 스노우, 조준, 그리고 비형랑이 붙잡혀 있다고 합니다."

"그건 나도 들었네."

"문제는, 이민준 일행이 그들이 붙잡혀 있는 곳으로, 심지어 총통의 심복들이 잔뜩 모여있는 소굴로 갔다는 것이죠."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건가?"


쾅—!


"이민준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는 아직 이 사실을 몰라요!"






(2227년, 더 월드 - 총통 개인 정원 - 후문}



콰지지지직— 쾅-!


일행들은 잘 싸웠다.

호문쿨루스의 부하들은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다.

아빠와 치트의 뒷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니는 찼수도 어렵지 않게 부하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최소한 몇 명은 말이다.


콰지지직— 쾅-!


"우아! 아빠잉! 나 좀 봐봐잉!"

"아따, 찼수 겁나게 잘 싸워브러!"

"이 멍청한 자식! 어린 애한테 벌써부터 살인 하는 법 가르치지 마라!"


치트가 찼수를 추켜올리자 체셔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소리쳤다.

아무래도 아빠가 된 입장으로서 자기 자식이 누군가를 죽이는 걸 원하지는 않았겠지.


콰지직— 지지직—


우릴 공격하던 부하 놈들은 모두 쓰러졌다.

이제 더 이상 우릴 방해하는 놈들은 없다.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를 들어보니 인간의 발걸음 소리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하고..... 그렇다고 해서 짐승의 발소리도 아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낯설고도 기괴한 발걸음 소리다.


저벅저벅— 멈칫-


발소리가 멈추었고, 내 눈 앞에는 낯선 존재가 서있었다.


"드디어 만나보는구나, 이민준."


호문쿨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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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145. 메멘토 모리 (3) 21.06.21 2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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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142. 메모리아 (3) 21.06.18 22 1 12쪽
142 141. 메모리아 (2) 21.06.17 2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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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137. 김박사의 아들들 (1) 21.06.13 28 1 13쪽
137 136. 김박사의 하드 디스크 (3) 21.06.12 2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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