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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동생이 천재였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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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
작품등록일 :
2021.02.05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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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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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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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EP5 – 사이에서(4)

DUMMY

19.

신입생 콘서트가 시작됐다.


실음과 2학년 학생들과 선생 그리고 강사들이 관객석에 앉는다. 그리고 무대를 보았다. 첫 번째 무대를 준비하는 학생이 부지런하게 무언가를 설치하고 있었다.


한 학생 당 무대에 설 수 있는 시간은 고작 해야 2분이다. 80명의 학생들이 전부 무대에 서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순수 무대 시간만 2시간 40분이며, 여기에 무대를 준비하는 시간들을 더하면 4시간 정도 소요된다. 당연히 무대를 준비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진이 빠진다.


그래서 대개 후반부에 무대를 할수록 불리하다. 그런 점에서 윤하준은 굉장히 불리한 편이다. 윤하준의 무대는 71번째.


아주 뒤쪽이다. 하지만 윤하준의 표정에선 불만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무대만을 바라볼 뿐.


곧이어 첫 번째 무대가 시작됐다.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른 건, 진소향이었다. 진소향은 현직 아이돌답게 굉장히 화려한 무대를 준비했다.


다만, 역시나 가창력이 발목을 잡았다.


그래도 풍부한 무대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한 퍼포먼스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엔 충분했다.


두 번째 무대에 선 학생은 이상규였다.


작곡 전공인 그는 보컬을 세우는 대신, 피아노로 자신의 자작곡을 연주했다. 계속해서 무대가 이어진다. 관객석에 앉아서 무대를 보던 2학년생들이 무대를 보며 수근거린다.


“진소향은 생각보다 별로였지?”

“춤은 잘 추는데 노래는 못 하더라.”

“그런데 쟤가 왜 첫 번째야? 홀수반이잖아.”

“1학년 얼굴 마담이잖아. 아이돌 특혜로 들어왔으니 당연하지.”

“그러면 수석으로 입학한 애는?”


원래 행사에서 첫 번째 무대는 수석이 선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소향 때문에 그 수석 입학자의 무대가 뒤로 밀렸다.


“걔가 노래를 그렇게 잘 부른다던데.”


2학년들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 와중에도 무대는 계속해서 진행됐다. 열심히 준비한 1학년생들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지금까지 본 신입생 콘서트의 퀄리티는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다.


하긴,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저들은 불과 2개월의 수업만 듣고 무대를 준비했다. 지금 잘난 듯이 평가를 하고 있는 2학년들도 저때는 많이 부족했다.


그리고 4번 째, 한고요의 차례. 진행자인 선생님의 입에서 한고요의 이름이 불리자 관객석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2학년들도 이름을 알 정도로 유명한 1학년들이 몇 있다. 그 중 제일 유명한 게 바로 한고요다.


검은색의 드레스를 입은 한고요가 무대에 오른다. 그와 함께 웅성거리던 관객석이 조용해진다. 잡담을 떨던 2학년생들이 입을 다물고 무대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주 잠깐의 침묵.

이어서 무대가 시작된다.


-음악 소리를 줄여.


한고요가 준비한 무대는 굉장히 담백했다. 화려한 조명, 요란한 연출, 그런 게 없다. 진짜 아무것도 없이 한고요 홀로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를 뿐이다.


-가지고 싶은 게 많은데,

모두 가질 수가 없어.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한고요는 노래 하나만으로 무대를 완벽히 장악하고 있었다. 관객석에서 감탄이 터져 나온다.


“확실히 압도적이네요.”


1학년 보컬 전공 강사인 진만수가 하효주에게 말했다. 하효주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무대 위에 있는 한고요를 보았다.


한고요에 대한 이야기는 질리도록 들었다. 처음에는 학생들 특유의 과장된 평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보니 과장 따위가 아니었다.


다른 아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앞으로도 계속 비교를 당할 학생들이 불쌍해 보일 정도로. 곧이어 한고요의 무대가 끝이 났다.


관객석에서 작게 박수 소리가 들린다. 그 누구라도 뿌듯해할 만한 훌륭한 무대였다. 허나, 한고요의 표정에선 그런 것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평소와 같이 무심한 표정으로 무대를 내려올 뿐이었다. 한고요의 무대가 끝이 나고 계속해서 무대가 이어진다.


허나, 한고요만큼 강한 임팩트를 주는 학생은 없었다. 아니, 딱 한 명 있었다. 강성훈. 진소향과 함께 무대를 꾸민 강성훈의 무대는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중독되는 후렴구가 반복되는 후크송. 세련된 안무, 그리고 무대와 아주 잘 어울리는 무대 의상까지. 학생의 무대보단 아이돌의 무대를 보는 듯 했다.


‘어떠냐?’


무대를 끝낸 강성훈이 망나니, 윤하준을 쳐다본다. 허나, 윤하준은 강성훈에게 시선 하나 주지 않고 있었다. 그저 계속해서 하품을 하며 졸고 있을 뿐.


‘나를 무시한다?’


강성훈이 이를 악물었다. 저 망나니는 도저히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짝수반의 무대가 전부 끝났다. 짝수반의 무대는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뒤에, 이어진다.


계속 앉아서 졸기만 하던 윤하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옷을 갈아입은 한고요가 대기실 안으로 들어왔다. 한고요의 모습에 짝수반 학생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고요는 평소의 수수한 모습과 다르게 진한 화장을 한 상태였다. 자신의 무대에 오를 때도 연한 화장을 했는데 말이다.


“그 정도면 괜찮네.”


크게 하품을 한 윤하준이 졸린 눈으로 말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챙겨온 소품들을 전부 한고요에게 건네주었다.


한고요는 그것을 받은 뒤에, 윤하준을 보았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물었다.


“내 무대는 어땠어?”

“당연히 좋았지.”

“다행······?”


말을 하던 한고요가 입을 다물었다.

방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한 거지?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아무것도 아니야.”


한고요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 § §



짝수반의 첫 번째 무대는 김태영이었다. 김태영의 무대는 신나는 펑크락이었는데, 신나서 뛰어다니며 노래를 부르는 김태영의 무대는 실제 가수의 콘서트와 비교해도 크게 꿇리지 않았다.


“천연적인 관종이네.”


김태영의 무대를 본 윤하준이 중얼거린다. 관종, 관심 종자. 욕처럼 들리지만 가수한테 관종이란 건 욕이 아니라 칭찬이다.


애초에 가수란 대중들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 김태영이 화려한 쇼맨쉽으로 관객석에 있는 2학년생들과 인사를 나눈다.


김태영은 저런 사람이었다. 콩쿨에서 피아노를 칠 때도, 화려한 쇼맨쉽을 보였으며 그래서 호불호가 강하게 갈렸다.


허나, 그 호불호는 가수가 되면서 극호로 바뀐다. 그리고 저게 김태영이 훗날에 세계적인 가수가 되는 원동력이다.


요란한 인사를 마지막으로 김태영의 무대가 끝난다.

김태영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보컬 전공으로서는 처음 서보는 무대.

그건 생각보다 굉장히 재밌었다. 그리고 동시에 진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더, 더더, 더욱 더 놀고 싶다. 김태영이 윤하준을 본다.


자신의 무대를 보았냐는 듯이, 한 번 고개를 까닥인 뒤에 웃는다. 그 모습에 윤하준은 혀를 찼다. 그리고는 고개를 한 번 끄덕여주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김태영은 대기실을 나선 뒤에, 관객석으로 향했다. 무대를 끝낸 학생들은 관객석에서 다른 학생들의 무대를 보게 된다.


무대를 끝낸 짝수반의 학생들이 관객석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표정은 신중했다. 하긴, 저들 입장에선 모두가 라이벌이다.


다른 사람의 무대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겠지. 김태영은 관객석에 앉은 뒤에, 무대를 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단 하나의 무대를 제외하곤 전부 기대가 되지 않았다.


천재들이 모였다지만, 김태영이 보기엔 거기서 거기였다. 정말 소수의 몇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기대 이하였다. 다른 학생이 무대 위로 올라온다.


이름이 뭐였더라. 같은 반이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무대도 애매했다. 계속해서 무대가 이어진다. 흐아암, 하고 주변에서 하품을 한다.


어느새 짝수반의 절반 이상이 무대에 섰다. 다시 한 번 쉬는 시간. 관객석에 있는 학생들이 피로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귀 아프다.”

“질린다. 진짜.”


행사에서 중요한 건 임팩트다. 그리고 노래에서 확실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바로 고음이다. 고음병이니 뭐니 말을 하지만 고음만큼 확실한 한 방이 없다.


그래서 보컬 전공 중 대부분이 무대에서 고음을 내뱉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귀가 피로하다. 짧은 쉬는 시간이 지나고 무대가 다시 시작됐다.


이제 20명밖에 남지 않았다. 계속해서 학생들이 무대에 오른다. 그 모습을 학생들은 지친 표정으로 바라본다. 이게 바로 무대가 뒤에 있을수록 불리한 이유다.


그나마 선생들만은 공정하게 평가를 하고 있었지만, 그들도 피로하기에는 마찬가지다. 김태영이 손으로 입을 가린 채로, 작게 하품을 했다.


마음 같아선 나가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이제 곧 그의 차례니까.


학생들이 계속해서 무대에 오른다. 64번째, 무대. 65번째, 무대. 66번째, 무대. 그의 무대가 다가올수록 김태영은 벅차오르는 기대감으로 인해 초조감마저 느낄 정도였다.


67번째 무대.

지루하다.


68번째 무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69번째, 70번째.

그리고.

71번째 무대.


드디어 그의 무대가 시작된다. 학생이 내려간 무대. 불이 꺼진다. 그 어두운 곳에서 학생 한 명이 사다리를 이용해 무언가를 설치한다.


“얘 되게 오래 걸리네.”

“뭐, 기계라도 설치하나?”


주변에서 뭐라고 중얼거린다. 그러나 그 중얼거림은 들어오지 않았다. 곧이어 준비가 전부 끝났는지 무대를 진행하는 선생이 마이크로 무대의 주인을 소개한다.


“이번 무대는 8반 작곡 전공 윤하준의 무대입니다.”


가벼운 소개를 끝으로 선생이 무대를 내려간다. 여전히 조명은 켜지지 않았다. 아주 어두운 무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때, 악기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지이잉, 지잉.

소름 끼치는 현악기의 소리.


아니, 이게 악기 소리가 맞나? 고래의 울음소리, 혹은 다른 무언가의 울음소리처럼 느껴진다. 주변 학생들이 소름끼치는지 팔을 긁는다.


워터폰(Waterphone).

공포영화에서 자주 쓰는 효과음의 악기다.


곧이어 그 워터폰의 연주에 바이올린의 연주가 얹어진다. 빠르게 연주되는 바이올린의 멜로디가 워터폰과 연계되며 분위기를 무겁게 만든다.


여전히 조명은 켜지지 않았다.


조금씩 바이올린과 워터폰의 소리가 줄어든다. 작게, 작게, 더욱 더 작게. 그리고 신경을 써야만 들릴 만큼 작아졌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침묵시킬 만큼 강한 빗소리. 그와 함께 드디어 무대에 조명이 들어왔다. 무대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윤하준이 설치한 투명한 천막이 조명을 받으며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그 천막 뒤에는,

하얀색의 드레스를 입은 한고요가 있었다.


“미쳤다.”


어디선가 욕이 섞은 감탄 소리가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태영은 무대에 집중했다. 분명, 소공연장 안은 따듯한 편인데 어째서인지 굉장히 춥게 느껴졌다.


빗소리가 잦아든다.

그리고 한고요가 마이크를 들었다.


-특별함을 바랐죠.

나를 위한 노래라고 생각했죠.


울먹거리는 한고요의 음색과 함께 피아노의 음이 들려온다. 줄어들었던 바이올린의 소리가 커진다. 그것들이 뒤섞여 하모니를 이루어낸다.


-알고 있었죠.

나를 위한 노래는 없다는 걸.


파란색의 조명이 한고요를 비춘다. 하얀색의 드레스를 입고, 붉은색의 꽃으로 손을 장식한 한고요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천천히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그와 함께 드라이아이스 연기가 퍼져 나온다.


연기가 한고요의 발을 가린다. 파란색의 조명이 한고요를 비춘다. 비 내리는 천막이 한고요를 감싼다. 사람들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한고요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윤하준은 무대 밑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울컥, 하는 기분이 들었다. 무대 위에 있는 모든 것이 한고요를 돋보이기 위해 존재한다. 무대 위에 한고요가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다.


그 모습은 윤하준이 보기엔 너무나도 찬란했다.


무대란 마약이다.

한 번 중독되면 벗어날 수가 없다.


나를 위해 준비된 무대의 소품들, 오직 나를 위해 준비하는 스태프들, 그리고 오직 내 노래만을 듣는 관객들. 조명 밑에서 노래를 부르며 관객석들의 눈동자를 마주본다.


윤하준은 그 무대에 홀린 것이다. 계속해서 그 무대에 서고 싶었다. 그 무대에서 자신의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하지만 무대는 굉장히 잔혹하다.


재능 없는 사람이 무대를 탐내봐야, 자신의 재능 없음을 깨달을 뿐이다. 사람들이 외면한다. 그 누구도 자신을 봐주지 않는다.


무대에 올라와 있는데,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다.


결국에 윤하준은 현실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다. 이미 모든 것을 잃은 뒤였다. 그런데 다시 한 번 기회가 찾아왔다.


윤하준이 주먹을 쥔다. 이번 생에서 윤하준은 무대를 포기했다. 아니, 포기한 게 아니다.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무대를 바라본다.


-누구 하나가 넘어진다고 해서.

세상이 변하지 않으니까.


무대 위에서 한고요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번에는 뒤를 돌아 관객석을 바라본다. 조명이 켜지지 않아 어두운 관객석. 관객들이 한고요에게 빠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능이 뛰어난 저들이 감탄을 하고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노래에.


다시 한 번, 윤하준은 무대를 바라보았다.

한고요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자신이 준비한 무대 위에서.


-나를 위한 노래는 없으니까.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나의 노래를 세상에 알린다.


곡의 하이라이트. 한고요가 고음을 내뱉는다. 얼마나 성량이 좋은지 소공연장이 울린다. 노래를 부르는 한고요의 감정이 멜로디와 뒤섞여 온 몸을 강타하는 기분이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소름이 끼치는지 몸을 웅크린 사람도 있었다.


지금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건 한고요다. 허나, 무대의 주인은 그녀가 아니다. 저 무대의 주인은 나다. 무대 위에 있는 것들 전부 자신이 준비한 거다.


하루에 2시간씩 자며, 남들보다 몇 배나 되는 시간을 투자했다. 재능이 없는 범재가 천재를 이기기 위해선, 몇 배나 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설원예고에 있는 학생들 모두 재능이 넘친다. 윤하준은 저 재능 넘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이 쓸 수 있는 건 모두 써야 한다.


비가 멈춘다. 빗소리가 멈춘다. 조명이 꺼진다. 악기 소리가 중얼거린다. 그러나 아직 무대는 끝나지 않았다. 조명이 꺼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무대 밑.


-사실은 알고 있었죠.

내겐 아무것도 없다는 걸.


무대가 끝났다.



§ § §



윤하준의 무대가 끝났다. 무대를 바라보던 김태영은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지었다. 지금 자신이 본 게 같은 학생의 무대가 맞나?


그냥 압도적이다. 김태영만 아니다. 관객석에 있는 대부분의 학생들 모두 압도를 당했다. 그리고 그들 입에서 윤하준이란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됐다.


윤하준이 바라던 바였다.


윤하준의 이름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선생들 사이에서였다. 보컬 전공으로 들어온 학생, 작곡으로 전공을 변경.


여기까지 보면 특별할 건 없다. 전공 변경이야 생각보다 흔한 일이다. 다만, 그걸 초반부에 한 게 좀 의아할 뿐이지.

그 뿐인 학생이었다.


그런데 지금 윤하준의 무대는 학생이 보여줄 수 있는 연출의 수준이 아니었다.


“대단하네요.”

“저렇게 소품까지 준비한 무대는 처음이죠?”

“본격적인 소품은 처음이죠.”


다들 가벼운 소품만을 준비했다.

그나마 진소향 정도가 윈드머신을 사용했을 뿐.


나머지는 작은 인형이나 특별한 장신구만을 사용했지. 윤하준처럼 본격적으로 소품을 사용한 무대는 없었다. 거기다가 그는 그 소품을 아주 완벽하게 사용했다.


물론, 학생들 중에도 경험이 쌓이면 저런 무대를 준비할 수 있는 애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지금은 불가능하다는 거다.


윤하준에게 있고, 다른 학생들에게 없는 것.


포기하지 못했던 10년이란 시간의 경험.

그 차이가 아주 명확히 드러난 무대였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곡이죠.”

“······곡, 곡이라.”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냥 압도적이죠, 뭐.”


진만수가 솔직하게 답했다. 그리고 그 의견에 하효주도 고개를 끄덕인다. 무대만 완벽한 게 아니다. 애초에 좋은 무대를 위해선 좋은 노래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윤하준의 노래는 굉장히 훌륭했다. 그 무엇보다 ‘무대’ 혹은, ‘콘서트’라는 표현에 잘 어울리는 곡. 분명 자주 듣기엔 지치는 노래다.


곡의 전개는 음울하고 우울하며 쳐진다. 초반에 나오는 워터폰과 바이올린 그리고 빗소리는 사람을 긴장시키며 불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저 노래는 애초에 자주 들으라고 만든 노래가 아니다. 무대 위에서 임팩트를 주기 위해, 그러니까 무대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곡이다.


그런 점에선 100점 만점의 100점이다. 흠 잡을 구석이 없다. 초반에 나오는 연주는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들며 동시에 집중시킨다.


빗소리는 분위기를 환기하며 동시에 무대에서 신비로운 연출을 담당한다. 곡 하나 하나가 무대를 위해 준비한 연출과 맞아 떨어진다.


곡의 전개도 아주 유려했으며, 빈틈이 없었다. 무엇보다 보컬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곡이었다. 한고요라서 소화하는 게 아니라, 오직 한고요만을 위한 곡이라고 해야 하나.


대중성은 조금 떨어져도 예술성으론 지금까지 작곡 전공 학생들이 만든 곡 중, 단연코 1등이다.


그렇게 모두가 윤하준의 무대에 감탄할 때, 한 명.

이를 악무는 사람이 있었으니.


“말도 안 돼.”


강성훈이었다. 강성훈은 얼빠진 표정으로 무대를 보았다. 방금 보았던 무대가 아른거린다. 이를 악문다. 저게 나와 같은 1학년의 무대라는 걸 믿을 수 없었다.


강성훈은 자신 있었다. 아무리 윤하준이 한고요와 작업을 한다고 해도, 작곡가로서의 재능은 자신이 훨씬 뛰어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남들보다 2배의 시간을 쏟으며, 잠을 아껴가며 무대를 준비했다. 작곡 전공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얻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그 확신이 지금 무너졌다.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오늘 자신은 패배했다.

일말의 여지도 없이 완벽하게.

강성훈이 강하게 이를 악물었다.


윤하준은 단순한 망나니가 아니었다. 그 누구보다 빛나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한고요보다 더. 강성훈은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수고했어.”


강성훈이 그리 생각하거나 말거나, 윤하준은 무대에서 내려온 한고요를 향해 그리 말하며 물을 내밀었다. 한고요가 대답을 하는 대신 물을 받아서 마신다.


그리고 숨을 고른 뒤에, 윤하준을 보았다.

머리가 복잡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땠어?”


한참을 고민하던 한고요는 결국 평소와 똑같은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윤하준이 웃는다. 그리고 한고요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며 말했다.


“완벽했어.”


그렇게 말한 윤하준이 한고요를 지나쳐 관객석으로 향한다. 한고요는 멍하니 그런 윤하준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의 손과 맞닿은 어깨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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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와!

투베 1위!

내일부터 연재 시간이 다시 정오 12시 20분으로 변경됩니다.

선작과 추천 그리고 댓글은 늘 힘이 됩니다.



PS : 후원금 보내주신 다온타이탄님 감사합니다.

독자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후원금들은 전액 캐릭터 일러를 위해 투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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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P3 – 천재들 사이에서 (4) +36 21.02.15 52,282 1,227 10쪽
11 EP3 – 천재들 사이에서 (3) +31 21.02.14 52,307 1,117 9쪽
10 EP3 – 천재들 사이에서 (2) +28 21.02.13 52,677 1,123 9쪽
9 EP3 – 천재들 사이에서 (1) +22 21.02.12 54,003 1,068 10쪽
8 EP2 – 설원예고(4) +27 21.02.11 53,982 1,055 9쪽
7 EP2 – 설원예고(3) +31 21.02.10 53,927 1,080 9쪽
6 EP2 – 설원예고(2) +34 21.02.09 55,200 1,081 10쪽
5 EP2 – 설원예고(1) +24 21.02.08 56,464 1,072 9쪽
4 EP1 – 동생이 천재였다. (3) +22 21.02.07 57,529 1,10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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