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포칼립스의 주인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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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주영웅
작품등록일 :
2021.02.05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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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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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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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세계

DUMMY

“눈부시다.”


인공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 눈을 뜰 수 없다.

찡그리며 바라본 하늘.

그곳엔 하늘빛이 없었다.

인공의 뿌연 빛과 에너지만 존재했다.


3월.

봄 향기는 사라지고 태울 듯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숨이 막힌다.

푹 눌러 쓴 모자만으론 차단되지 않는 빛.

아름다웠던 지구는 디아볼로스에게 점령당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푸른색이 없어졌어. 잡초도 없다는 게 말이 돼?”


공원은 생명이 사라져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다이몬이 만들어 놓은 건물들.

멋스러웠던 도시가 잿빛 삭막함으로 덮여 있었다.


인간과 지구의 원상회복을 위해 놈을 반드시 처치해야 한다.

디아볼로스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인 우리!

하지만 절대신의 선택을 믿는다.


벙커를 나오며 설렘과 두려움이 묘하게 교차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우리를 짓눌렀다.


“밖으로 나오긴 했는데, 어디로 가야 해?”

“지옥 입구로 가야겠지? 그가 있는 곳이니까.”

“일단 앞으로 가자.”


가브리엘 천사의 말을 기억하며 앞만 보고 무작정 걸었다.

거리에 보이는 사람들.

무표정한 얼굴로 걷고 있다.

일행은 없고 모두 혼자.

빠른 걸음으로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

“아저씨?”


분명 아버지 친구분인데 기억조차 잃은 듯하다.

외양만 인간일 뿐 생기가 없었다.


“김혁! 저들은 모두 디아볼로스의 분신이잖아. 아는 척하지 마.”

“이석 말이 맞아. 괜히 공격당할라. 근데 이렇게 무작정 걸으면 되는 거야?”

“저게 뭐지?”

“뭐?”


도로 한복판.

움푹 파인 싱크홀.

지름 5m 깊이 10m 정도의 거대한 크기였다.


“엄청 크네.”

“뒤로 물러나! 빠지겠다.”

“소용돌이다.”

“식겁했네. 싱크홀 속에 웬 소용돌이야?”

“모두 비켜!”


피할 틈도 없이 소용돌이는 미카엘을 빨아들였다.

순식간이라 잡을 틈도 없었다.


“마카엘! 미카엘?”


점점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안돼!”


거대 소용돌이는 하늘까지 치솟았다.

싱크홀이 넓어지며 기울어지는 아파트.

꼬리를 물며 종잇장처럼 쓰러졌다.


“지진이다. 악!”

“조심해!”


붉은 연기에 싸인 싱크홀은 우리를 삼켜 버렸다.

깊은 바다에 빠지는 것처럼 몸이 붕 뜬 느낌이다.

다른 차원의 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걸까?

빠르게 하강하는 놀이기구를 탄 것 같기도 하다.


“이건 뭐야?”

“아···! 어지러워. 아악!”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나와 이석은 묘한 흥분을 느꼈다.

겁이 많은 정진.

저 새끼 때문에 손이 부러지는 줄 알았다.

어찌나 꽉 잡고 소리를 지르는지···.


한참을 내려가다 푹신한 바닥에 닿았다.

어두컴컴한 지하.

퀴퀴한 냄새만 가득하다.


이제···.

미션의 시작인 걸까?


“정진! 이석! 괜찮아?”


조금 지난 후 홍채가 열리며 주위가 보였다.


“미카엘! 미카엘?”

“나 여깄어. 다들 괜찮아?”

“어! 괜찮아.”

“나도.”

“미카엘! 뭐야? 너 왜 이렇게 말을 잘해?”


우리 말을 한두 단어 구사했던 미카엘!

싱크홀로 떨어지며 유창한 말투다.


“첫 번째 아이템이 나야. 내가 길을 안내해 줄거야.”

“뭐야? 왜 미리 말 안 했어?”

“때가 되면 다 말해줄게.”

“우리끼리 말 못 할 게 어딨냐? 그냥 지금 말해.”

“아니야.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어.”


누구도 더는 미카엘을 추궁하지 않았다.

눈앞의 상황에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는 게 먼저였다.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던 우리.

미카엘의 변화에 심리적 안정을 받았다.


“여긴 인간계와 신계의 중간 지점이야.”

“중간 지점?”

“이곳부턴 시간의 흐름이 멈춰져.”

“응···?”

“빛의 속도와 시간의 흐름이 같은 공간이야. 지구는 시간이 계속 가고 있지만, 여기는 시간이 멈춰지는 거야.”

“여기서 있다가 지구로 돌아가면 늙어 있는 거야?”

“응! 여기의 잠깐이 지구의 1년과 같아.”

“그럼···. 타임머신같이 다른 시간대로도 갈 수 있어?”

“응!”

“과거나 미래로?”

“어디로 가고 싶은데?”


잠시 조용해진 우리.

먼저 정진이 말을 꺼냈다.


“2050년 우리가 갇혀 있는 곳?”

“거기로 가고 싶어? 다들 찬성?”

“찬성! 함께 출발했는데 왜 난 너희와 함께 없는지 물어봐야겠어.”

“난 반대야.”

“왜? 넌 안 궁금해?”

“미래는 바뀔 수 있는 거잖아. 우리가 실수하지 않고 디아볼로스를 없애면 2050년에 잡혀 있지 않아도 되잖아.”

“그건 그렇지. 현재의 행동에 따라 미래는 변하는 거니까.”

“지금 우리가 가도 도움을 줄 수 없어.”

“그렇지···.”


갑자기 조용해진 이석.


“우리, 중요한 것 빼먹었다.”

“뭘?”

“거사를 치르는 데 꼭 필요한 걸 안 했어.”

“그 게 뭔데?”

“파이팅 구호.”

“에이! 씨발! 실없는 새끼!”

“꼭 필요한 거라니까. 하하!”


심각한 상황을 몹시 불편해하는 이석.

이 새끼 덕분에 잠시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너희, 목마르지 않냐?”

“나도 목말라.”

“여기 지하니까 어딘가에 물이 있을 거야. 찾아보자. 멀리 가지 말고.”


각자 흩어져 물을 찾았다.

소리치며 달려오는 이석!


“왜 또?”

“저기 사람만 한 두더지!”

“두더지가 잡아먹냐? 네가 겁내니까 크게 보인 거야.”

“정말이라니까.”

“씨발아! 그만해.”

“내가 잘 못 봤나? 그럴 리 없는데···.”


다시 물을 찾으러 앞으로 나갔다.

그동안 보았던 구조와 다른 지하동굴.

지구가 아닌 것이 분명했다.


밀가루보다 가늘고 부드러운 흙.

조금만 움직여도 입안에 쌓여 목이 간지럽다.


미카엘의 눈은 작은 빛을 내어 어둠을 밝혀 주었다.


“저기! 작은 시내.”


동굴에 시내가 흐른다.

입구와 출구 쪽에 물줄기가 있다는 말인가?


“가 보자.”


오랜 목마름에 허겁지겁 손으로 물을 마시려는 순간.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아! 피···. 웩! 피비린내.”


이석은 옆에서 토하고 있다.


“좀 참아.”

“난 곱게 자라서 이런 거 못 참아.”

“지랄도 병이다.”


점점 불어나는 핏빛 시냇물.

출렁거리며 끓어 오르는 핏물이 신발을 적시고 있었다.

곧 무릎에 닿을 것 같았다.


“아! 핏물이 머리 위까지 차오르는 거 아니냐?”

“좆같네.”

“저기 이상한 지팡이. 저거 뭐냐?”


모세가 파라오 앞에서 행하던 기적이 떠올랐다.

지팡이 하나로 물이 피로 변하고···.

또다시 피가 물로 변했다는 것.

고등학교 때 억지로 참석했던 채플.

졸면서 들었던 내용이었다.


“혹시 저 지팡이가?”

“설마···.”

“한번 해 보자. 혹시 아냐?”


마법사가 들고 다닐 법한 큰 지팡이다.

이석이 빠른 걸음으로 지팡이를 들고 왔다.

내 손에서 신비한 빛을 내는 지팡이!

그 빛으로 지하동굴이 낮과 같이 밝아졌다.


“오! 신기하다.”

“김혁! 한 번 해봐!”

“이게 되겠어?”

“다른 방법이 없잖아.”


바보 같은 짓이라 생각하며 지팡이를 핏물에 담갔다.

결과는 내 생각과 달랐다.

서서히 검붉은 색이 옅어진다.


“어어! 뭐야? 진짜 피가 물이 된 거야?”


현실판 모세의 지팡이?

기대하지 않고 사용한 건데 이게 된다니···.

세상과 인간, 천계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내게 주어질 능력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모양이 범상치 않더니 고대유물이었네.”

“하하하! 김혁! 너 모세처럼 변했어. 긴 수염.”

“뭐?”


깜짝 놀라 입 주위를 만졌다.


“진짠 줄 알았잖아. 씨발아!”

“나도 들어보자.”


신기한 듯 번갈아 들어보는 이석과 정진!

그들 손에선 환한 빛이 사라졌다.


“이상하다.”

“왜?”

“지팡이를 들고 있으면 무서움이 사라지고 용기가 생겨.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아.”


옆에 있던 미카엘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김혁! 넌 선택받은 리더야. 절대신은 너의 근성을 보고 택하셨어.”

“우리가 디아볼로스를 이기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했지?”

“응! 그리고 차원의 문이 열려 원하는 곳으로 들어갈 수 있어. 꿈꾸는 세상에서 살 수 있는 거지.”

“자기만의 유토피아? 상상 속에 그리던 곳?”

“맞아.”


정진이 불만을 표시했다.


“절대신이라면 처음부터 파괴되는 걸 막을 수 있었잖아.”

“...”

“악을 아예 안 만들면 되지. 아니면 디아볼로스가 반역했을 때 없애 버렸으면 오늘 같은 일은 없잖아.”


이석이 거들고 나섰다.


“내가 절대신이었다면 디아볼로스는 바로 죽었어. 악을 용서하지 않았을 거야.”

“절대신을 만나면 물어보자. 왜 그렇게 했는지. 뭐 그분 맘이겠지만 이유는 듣고 싶다.”


미카엘은 심오한 표정으로 말을 아끼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우리 능력을 테스트해 보자.”

“김혁! 너나 해. 난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어.”


귀찮은 걸 싫어하는 이석답다.


“나도 도전해 보고 싶어.”


호기심이 많은 정진은 나와 뜻이 같았다.


“이석! 너희 가족을 살릴 수 있는 길은 하나야. 시작 전에 힘 빼지 마. 성공해서 빨리 세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자.”

“어차피 돌아갈 길을 몰라. 아! 씨발. 시작했으니 끝까지 해야지.”


이석은 시작도 전에 멘붕이 먼저 온 듯했다.

끈기없는 녀석이지만 주어진 일은 최선을 다하는 이석!

선택받은 자답게 억지로라도 힘을 내주었다.


인류, 세상, 천계를 구하는 미션.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툴툴이 새끼 이석!

소심쟁이 정진!

욱 성질 나! 김혁!

하지만 우리가 한다면 하고 만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오기가 살아 꿈틀대는 것.

이것이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셋은 손을 포개고 한목소리를 냈다.

마치 경기전 파이팅을 외치는 비장함으로.


“해 보자.”

“그래, 해 보는 거야.”

“끝까지 해 보자. 디아볼로스! 이 새끼 죽었어.”


전의에 불타는 우리 주위를 돌며 미카엘이 힘을 돋우고 있었다.


“믿음직한 용사들이여! 너희를 믿는다.”

“야! 야! 넌 또 뭔 개소리냐? 오글거리게.”


우리 중에 제일 멀쩡한 상태를 찾자면 앵무새인 미카엘이 유일하다.

신령한 언어를 구사하는 것만 빼면···.

미카엘이 함께 있는 게 다행스럽다.

싸움에서 공중전이 가능한 건 미카엘밖에 없으니···.

지식 방출도 가끔 하고 말이야.


목마른 우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물을 떠먹었다.


“야! 뭐해?”


이석이 물에 발을 담그고 물장난을 시작했다.


“물이 따듯하다. 물속인데 옷은 안 젖어. 개 신기함. 미카엘 너도 들어와.”


물에 들어온 미카엘이 광채를 뿜어낸다.


“넌 볼수록 신기하다.”

“너희 몸도 광채가 나고 있어.”

“또 뭔 개소리야.”


미카엘의 말처럼 우리 몸도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네 몸에서도 빛이 난다.”

“오! 나도?”

“궁금해진다.”“뭐가?”

“다른 건 또 뭐가 있을지 말야.”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다.”


물에 들어와 시간을 보내는 동안.

시냇물은 점점 불어나 강으로 변해 있었다.


“얘들아! 등에 타. 물이 불어나고 있어.”

“미카엘! 니 몸 왜 이렇게 커졌어?”


어느덧 조각배만큼 커진 미카엘!

우린 미카엘의 등에 앉아 더 큰물로 나갔다.


“와! 내가 좋아하는 바다다.”

“미카엘! 지하세계가 엄청 넓네.”

“우리 살아 있는 건 맞지? 죽은 거 아니지?”

“하하! 걱정하지 마. 너희는 살아서 지하세계로 온 유일한 인간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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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R=VD 21.03.24 133 0 10쪽
32 최후의 전쟁 2 21.03.23 109 0 11쪽
31 최후의 전쟁 1 21.03.22 114 0 12쪽
30 불못 21.03.19 97 0 11쪽
29 디아볼로스 21.03.18 94 0 11쪽
28 최종지옥 쥬데카 21.03.17 99 0 8쪽
27 코키토스 21.03.15 105 0 11쪽
26 도둑과 위선자 21.03.12 91 0 11쪽
25 사악한 구덩이 2 21.03.11 93 0 11쪽
24 사악한 구덩이 1 21.03.10 89 0 11쪽
23 불의 수호자 21.03.08 93 0 11쪽
22 불의 계곡 21.03.05 97 0 12쪽
21 억울한 영혼이 만든 피의 바다 21.03.04 132 0 12쪽
20 하옥 입구 21.03.03 94 0 11쪽
19 분노의 지옥 21.03.02 110 0 11쪽
18 돈의 지옥 21.02.26 85 0 11쪽
17 식탐 지옥 21.02.25 84 0 11쪽
16 절대신의 마음 21.02.24 109 0 10쪽
15 미노스의 꼬리 21.02.23 114 0 12쪽
14 유혹의 망령 파리스 21.02.22 118 0 11쪽
13 투명 슈트 +4 21.02.19 93 2 12쪽
12 사이버 고양이 네로 21.02.17 103 0 12쪽
11 민머리 난쟁이 21.02.16 103 0 12쪽
10 미카엘 대천사 21.02.15 125 0 11쪽
9 아킬레스 21.02.13 119 0 11쪽
8 물의 정령 21.02.12 120 0 12쪽
7 흡혈 박쥐 21.02.10 106 0 11쪽
6 괴물새 오카리나 +2 21.02.09 111 1 12쪽
5 차원의 문 +2 21.02.08 140 1 12쪽
» 지하세계 +2 21.02.08 14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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