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와 아가씨는 서로 의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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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poker
작품등록일 :
2021.02.05 23:20
최근연재일 :
2021.03.2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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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5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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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꼭두각시는 자신이 인형이라는 걸 모른다(3)

DUMMY

“아무튼, 나 일단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정말 미안해.”


사과를 마지막으로 녹음은 끊겼다.


“이게, 납치당했다던 분의?”


“네.”


“확실해? 몇 년 전이잖아. 심지어 학생 때.”


“확실합니다. 중간에, 저희밖에 모르는 얘기가 껴있기도 했고, 확실합니다.”


“근거가 빈약하네. ···하지만 뭐, 솔직히 이것만으로는 좀 힘들어.”


“역시, 그렇겠죠?”


“기록은 해놓겠다만, 듣기로 딱히 암호 같은 건 없는 것 같네. 몇 년 동안 납치된 거면, 익숙해져서 남길 생각을 못 할 수도 있고.”


“네......”


“미안. 다음에는 더 확실한 걸 요구하라는 말밖에는···”


“아뇨, 괜찮습니다.”


애초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였다.


중위는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가려 했다.


“아, 맞다.”


“?”


“피 냄새 같은 거, 안 나지? 최대한 치웠는데.”


“···네. 깨끗하네요.”


중위가 방을 나갔고, 남자는 커피를 마시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젊은 남자의 목소리― 순혈이 말했다.


“목표 둘이 건물까지 찾아왔습니다.”


“네?! ···상황 설명, 부탁합니다.”


.......


“음··· 흥미롭네요.”


“저는 순혈들의 방식에 어울려주지 않을 겁니다. 어디까지나 인간의 편에서―”


“하하하, 그건 신경 쓰지 않으니까 괜찮습니다. 그보다 신경 쓰이는 건, 둘입니다.”


“굳이 적진으로 찾아온 이유, 말이죠?”


“협력을 제안하기 위해서라기엔 도발적이었고.”


“멸혈대도 셋이나 죽었죠.”


“그래요, 그거.”


“···!”


남자도 뭔가 위화감을 깨달았다.


반쪽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차별받던 존재. 흡혈인에 대한 인식이 좋을 수가 없다.


반쪽이 흡혈인인 디오에게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멸혈대에 한해서는 아니었다.


“이상하지 않나요? 돈 받고 몇 년이나 일한 사람들이, 고용주의 명령을 어길 정도로 분노한다는 게.”


“네. 심지어 직접 말한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제 입으로 말하기 뭐하지만, 그들에게 저는 부모 같은 존재일 겁니다. 이런 손해를 줄 것 같진 않아요.”


“탐색전이라기엔 지나치게 리스크가 큽니다. 좁은 공간에서, 애까지 지키면서 싸우는 건 아무리 그라도 안전하진 않아요.”


“도박이었다?”


“도박이 성립이 안 돼요. 당신의 생각이나 상황을 그가 알아서 어디다 쓰겠습니까.”


“정보는 있으면 좋으니까?”


“그것도 쓸만한 정보에 한해서지, 솔직히 당신의 정보는 아무 쓸데도 없어 보입니다.”


“하하하......”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기분이 묘했다.


“그럼 둘은 왜 여기까지 온 거죠?”


“멸혈대가 갑자기 그렇게 된 이유··· 잠깐.”


“?”


순혈은 전화로는 정확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저기요?”


“진짜라고? 정말··· 이딴 게, 존재한단 말이야?”


“무슨 일입니까.”


“···아뇨, 아닙니다.”


“뭡니까. 말해주십시오.”


“확실하지 않은 정보입니다.”


“혼자만 알고 싶을 때 모두가 그렇게 말하죠.”


“정말, 정말 확실하지 않은 정보라서입니다. 만약 아니라면 너무 큰 걸 손해 볼지도 몰라요.”


“···알겠습니다. 확실해지면, 꼭 알려주십시오.”


“물론입니다. 그럼 이만.”


뚝.


“···.”


“도련님. 인간에게 너무 많은 걸 알려준 것 아닙니까?”


“몇 번을 말해. 시대는 변했고, 종족끼리 다퉈봤자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애당초 너는 현 순혈 체계를 무너뜨리면 그걸로 된 거 아닌가? 자리는 높게 쳐줄 테니 신경 끄시지.”


“아, 아닙니다! 저는 도련님을 위해서입니다.”


“그게 진실이면 좋겠네. ···리라는?”


“리라, 들어와라.”


“네~ 부르셨어요, 도련님?”


“본국에서의 지원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아깝다.”


“정보를 얻어오라고요? 저 그런 거 못 하는데···”


“현재 위치는 알아냈다. 가서 접근해라.”


“네. 저··· 방식은?”


“아무렇게나.”


“넵! 가겠습니다~.”


“···괜찮나요? 리라는 전투 능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데.”


“그래. 지금까지 몇 번이나 버리는 수로 썼지. 근데 지금까지 살아남았잖아.”


“도련님의 판단을 믿겠습니다.”


“···.”

‘만약, 성공작의 능력이 내가 예상하는 그거라면··· 어차피 우리는 뭔 수를 써도 이길 수 없어.’



*

*

*



“이 케이크 맛있다!”


가게 기준으로, 큰 사이즈의 케이크를 다 먹은 앨리스가 포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하나 더 사갈까요?”


“응!”


티슈로 앨리스의 입가를 닦고, 디오는 계산대로 향했다.


“방금 먹은 케이크, 하나 포장하겠습니다.”


점원의 바로 앞이었기에 들었을 거라 생각해, 디오는 간단하게 주문했다.


점원도 조금 놀란 눈치였지만 바로 대답하고 움직였다.


“···.”

‘위치가 또 걸렸네. 짙은 피 한 명에, 흡혈귀 넷.’


“여기, 주문하신 케이큽니다.”


“아, 감사합니다.”


“따님이 되게 잘 먹네요?”


“딸이 아닙니다.”


“네? 아··· 죄송합니다.”

‘남매구나. 하긴, 아빠치곤 너무 젊긴 한데.’


“하하, 자주 들어요.”


“아하하...... 저, 그런데, 혹시 그쪽 취향은 아니셨나요?”


“네?”


“아, 그, 한 입도 안 드시길래.”


“아··· 아가씨를 위해 들어온 거라.”


“?”

‘아가씨?’


“디오, 가자!”


“네.”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여깄습니다.”


“?”


디오가 내민 돈의 액수를 확인한 점원이 당황했다.


“손님, 케이크 두 개는···”


“오랜만에 맛있는 가게를 찾은 것 같아서요, 다음에 올 때 서비스라도 주시죠.”


“···.”


“뭐, 안 주셔도 상관은 없지만. 수고하십시오.”


디오가 고개를 숙인 뒤 가게를 나갔고, 앨리스는 점원에게 손을 흔들며 나갔다.


“···이상한 사람들이네.”






“저 가게 다음에 또 가자!”


“네, 근처에 올 일이 있으면. 그리고 아가씨. 잠시 샛길로 세어도 될까요?”


“술래?”


“네.”


“음··· 케이크 망가지면 싫은데.”


“최대한 조심하겠습니다. 망가지면 제가 다시 사오고요.”


“아니야, 우선 술래잡기부터 끝내자.”


“네.”


디오와 앨리스가 자연스럽게 CCTV가 없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둘의 양옆에서 4명의 남성이 다가왔다.


“네가 본국에서 찾는다던 애냐?”


“케이크도 포장하시고, 편하게 사네?”


“···.”

‘이상해. 감시가 목적일 터인 애들이 왜 먼저 나타나지? 그리고 아직 하나가···’


“너만 잡아서 바치면, 나도 인생 피는 거라고.....!”


양쪽에서 넷이 서서히 다가왔다.


“아가씨, 제 뒤로―”


“오른쪽은 내가 맡을게.”


“?”


팍! 위에서 떨어져 착지한 여성이 그렇게 말했고, 가장 가까이에 있던 남성의 턱에 발차기를 날렸다.


“그쪽 둘은 맡을 수 있지?”


“···흐음.”

‘이렇게 나오시겠다?’


“아가씨, 제 옆에 붙어계십시오.”


“으, 응.”


갑자기 나타난 여성에 당황한 건 앨리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자신을 끌어당긴 디오의 팔과 손에 들려있는 케이크가 안정감을 주었다.


꽈아악.....! 디오의 왼손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피는 위로 올라와 나이프의 형체를 하였다.


푹! 디오는 다트를 하듯 나이프를 던졌고, 최고점이라 할 수 있는 머리에 명중했다.


다시 주먹에서 흐른 피가 나이프가 되었고, 이번에도 점수는 최고점이었다.


‘연기가 어설퍼. 이 정도면 눈치채달라고 하는 거 아닌가?’


“저것들, 술래 맞아?”


앨리스도 지금까지 봤던 술래들과는 다른 위화감을 느꼈다.


“글쎄요. 지금은 그것보다···”


디오가 앨리스의 앞으로 이동하면서 갑자기 나타난 여성에게 걸어갔다.


“후우. 다 끝났다.”


두 남성은 모두 머리가 점토처럼 뭉개져 있었고, 여성의 오른발에는 피와 살점이 붙어있었다.


“어, 그쪽도 다 끝났네?”


“당신은 누굽니까.”


“언니 누구야?”


“···.”

‘뭐야, 저 애. 엄청 귀엽잖아! 저런 애를 잡아가라고? 늙은이들도 참 뭔 생각을 하는지.’


“대답 안 하신다면 당신도 이 자리에서 죽이겠습니다.”


“아, 잠깐잠깐! 나도 흡혈인이야.”


“그게 뭐 어쨌단 겁니까.”


“그, 그러니까··· 반 순혈파라고, 알아?”


“알긴 압니다만.”

‘바로 털어놓을 줄은 몰랐는데. 포기한 건가? 아니면···’


“더러운 피. 내가 그곳의 일원이거든.”


“그래서요?”


“우리 도련님께서 너희의 조사를 요청하셨어.”


“정말 쉽게 인정하시는군요.”


“애초에 너, 주위에 누가 있는지 다 알 수 있다고 들었거든. 거짓말은 나쁘지.”


“아니야. 디오가 거짓말도 필요하다고 했어.”


“아가씨? 지금은 잠시만요.”


“응?”


“아하하하하!”

‘아아, 귀엽다, 귀여워. 이거 정보 모을 맛 나겠는데?’


“아무튼, 들키셨으면 이제 가시는 건가요?”


“아니? 요청받은 대로 정보 모을 건데?”


“?”


“솔직히 도련님도 중요한 정보는 기대도 안 하실 거고, 나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건 싫은데, 서로 좋게 안 할래?”


“서로 좋게라 하심은?”


“내가 계속 주위를 서성거리면 너희도 불편하잖아? 그렇지?”


“벌레가 꼬이면 좋진 않죠.”


“그래, 그래. 그러니까 나랑 같이 있어 주면, 내가 알아서 정보 얻고 빠질게. 어때?”


“같이 있는다는 것부터가 손해입니다만.”


“그럼, 공주님?”


“응? 나?”


“응. 밖에서 뭐 해보고 싶은 거 있어? 좋아하는 거나?”


“잠시만요, 지금 무슨―”


“해주는 거야?”


디오의 말을 끊고 앨리스가 대답했다.


“그럼.”


“할래, 할래!”


“아가씨. 뭘 한다는 건지 알고는 계신 겁니까?”


“응. 우리 감시하겠다는 거 아니야?”


“알고는 계시네요.”


“근데 별로 상관없지 않아? 숨길 것도 없는데.”


“뭐, 이미 찍힐 대로 찍히긴 했지만···”


“그럼 괜찮을 거 같아.”


“···알겠습니다. 아가씨의 결정이 그러시다면.”


“그래, 혼자 애 보기도 힘들잖아?”

‘그건 그렇고, 저 나이 애가 감시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쓰다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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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생명의 신(7)(完) 21.03.27 41 0 11쪽
49 생명의 신(6) 21.03.26 19 0 13쪽
48 생명의 신(5) 21.03.25 25 0 12쪽
47 생명의 신(4) 21.03.24 43 0 11쪽
46 생명의 신(3) 21.03.23 16 0 12쪽
45 생명의 신(2) 21.03.22 17 0 12쪽
44 생명의 신(1) 21.03.21 17 0 12쪽
43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5) 21.03.20 30 0 11쪽
42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4) 21.03.19 19 0 11쪽
41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3) 21.03.18 42 0 11쪽
40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2) 21.03.17 17 0 11쪽
39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1) 21.03.16 18 0 11쪽
38 인식을 초월하는 공포(4) 21.03.15 44 0 12쪽
37 인식을 초월하는 공포(3) 21.03.14 28 0 11쪽
36 인식을 초월하는 공포(2) 21.03.13 52 0 11쪽
35 인식을 초월하는 공포(1) 21.03.12 16 0 12쪽
34 점장(3) 21.03.11 14 0 13쪽
33 점장(2) 21.03.10 19 0 12쪽
32 점장(1) 21.03.09 21 0 12쪽
31 걱정인가, 과보호인가(3) 21.03.08 14 0 12쪽
30 걱정인가, 과보호인가(2) 21.03.07 26 0 13쪽
29 걱정인가, 과보호인가(1) 21.03.06 25 0 12쪽
» 꼭두각시는 자신이 인형이라는 걸 모른다(3) 21.03.05 21 0 11쪽
27 꼭두각시는 자신이 인형이라는 걸 모른다(2) 21.03.04 20 0 12쪽
26 꼭두각시는 자신이 인형이라는 걸 모른다(1) 21.03.03 58 0 11쪽
25 보이지 않는다면, 보이게끔 하면 된다(5) 21.03.02 21 0 14쪽
24 보이지 않는다면, 보이게끔 하면 된다(4) 21.03.01 31 0 12쪽
23 보이지 않는다면, 보이게끔 하면 된다(3) 21.02.28 47 0 12쪽
22 보이지 않는다면, 보이게끔 하면 된다(2) 21.02.27 21 0 11쪽
21 보이지 않는다면, 보이게끔 하면 된다(1) 21.02.26 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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