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와 아가씨는 서로 의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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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po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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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5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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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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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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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점장(3)

DUMMY

“음···”


“그게, 하하하. 미안.”


순혈들에게 습격받은 다음 날 아침. 중위는 바로 출근해 남자에게 향했다.


그리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상황을 설명했다.


남자는 언제나처럼 웃는 표정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하며 앉기를 권했다.


“좀 봐주라. 나도 결국엔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어. 게다가 외교 문제까지 얽히면, 내가 나설 문제가 아니지.”


“그건 이해합니다만, 그래도 저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정보를 발설하시는 건···”


“하하하. 나도 설마 밤중에 범죄자처럼 접근할 줄은 몰랐지 뭐야. CCTV는 다 중지해놔서 다행이네.”


“그럼, 시체를 확인한 건 당신뿐인가요?”


“나와 멸혈대가 바로 출발해 수습했어. 한 명이 살아서 다행이지, 죽었으면 아무것도 모를 뻔했네.”


“···.”


“괜찮아. 너에겐 아무 책임도 없어요.”


“책임이고 뭐고, 밝혀지면 모두가 곤란하니까요.”


“맞아. 그것보다, 궁금한 게 좀 있는데. 한 명은 호신용으로 줬던 칼로 죽였고, 한 명은 주먹으로 패 죽인 것 같던데.”


“네. 그땐 이성을 반쯤 잃어서 그냥 팼거든요.”


“이성을 반쯤?”


“저기요, 저도 일단은 평범한 사람입니다. 밤중에 습격당하면 아무리 그래도 미친다고요.”


“아, 옛날에 납치당했다고.”


“그러니까요.”


“흠, 알겠어. 다른 정보도 없으니, 우선은 믿지.”


“네, 네. 그래서, 흡혈인 본국에서 보낸 지원은 몇 명입니까?”


“나도 몰라.”


“네?”


“거짓말 아니다? 자세한 건 높으신 분들이 알고, 나는 전해 듣는 정도야.”


“우선은, 믿겠습니다.”


남자가 차를 마시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힘들겠지만, 이제 슬슬 확실히 해야 할 거야.”


“?”


“나는 자네를, 목표와 아는 사이이면서 우리에게 협력 의사가 있는 사람이라 소개했어.”


“좋게도 소개해주셨네.”


“그래. 근데 그게 본의 아니게 문제가 됐네.”


“왜요?”


“본국에서 자네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 나빠졌다는 거야.”


“아.”


“살아간 마지막 순혈이 본국에 보고했고, 화난 수뇌부는 자네까지 수배할 생각이지.”


“하하하...... 아니, 애초에 목부터 조른 게 누군데.”


“그걸 아는 게 자네와 보고한 본인뿐이니.”


“썩을. 그럼 뭐, 저도 이제 멸혈대한테 노려지는 겁니까? 당신 잡고 인질극 벌이면 돼요?”


가뜩이나 아직도 목이 얼얼한 게 기분 나쁜데, 먼저 시작한 쪽이 자신을 나쁘게 바라본다 하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게다가 잠도 거의 안 잔 상태라 폭발하기 좋은 때였다.


“조금 진정해봐. 그래도 나를 대체할 인력은 많아. 오히려 공식적으로 저네를 처리할 명분이 생기는 거라고.”


남자는 웃는 표정을 유지한 채 침착하게 말했다.


“···확실히 하라는 게, 무슨 소리입니까.”


“이대로면 목표에게 인질이 잡혀있든 없든, 자네는 계속 힘들어질 거야. 하지만 지금이라도 수뇌부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협력 의사를 정식으로 밝힌다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르지.”


“그거, 지금 하고 있는 거랑 다를 거 없잖습니까.”


“문제는 이거야. 뭐가 됐든 우리의 목적은 목표 둘의 확보 및 사살. 그런 상황에서, 인질이 잡혀있는 자네가 어떻게 나올까.”


“!”


“그게 본국에서의 우려. 그리고 솔직히 나도 가지고 있는 불안.”


“···하, 하하하! 제가 흡혈인도 아니고, 인간 한 명이 돌아서는 게 그렇게나 문제입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쪽의 정보를 최대한 제한하면, 우리에게 큰 손해는 없어.”


“그럼 뭐가 문젠데요.”


“잘은 모르겠지만··· 본국에서는 자네를 아니, 인간이 목표와 협력하는 걸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아.”


“대단하신 괴물 양반들께서 왜요.”


“그건 나도 알아봐야지. 고작 인간 한 명에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이상해.”

‘인간에 민감한 게 아니라, 인간 사회에 민감한 건가? 그 둘이 인간과 만나서 사회에 영향 주는 게 뭐가 있지?’


“하아....... 아무튼 지금, 마지막 상황에서 어느 쪽으로 갈 건지 정하라는 거 맞죠?”


“으흥.”


“여기서 제가 인질을 택한다 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대기 중인 멸혈대가 너를 구속하겠지. 나 개인적으로는 네가 뭘 할지 모르겠거든.”


“민간인 학살이라도 생각하시나?”


“궁지에 몰린 사람은 뭐든지 하잖아.”


“···.”


아주 잠깐이지만 온갖 생각을 했었기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해서 정말 미안해. 원래는 천천히 안전하게 하려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지원이 올 줄은···”


남자 입장에서는, 지원이 온 이상 어떻게든 입장을 밝혀야 했다.


“그 애들은 단순히 보디가드 같은 거였다고··· 그걸 빌미로 일을 맡기다니 썩을 놈들...... 멋대로 도구 취급이나 하고, 꼰대들.”


중위는 혼잣말하는 남자에게서 처음으로 진심을 본 듯했다.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그래. 나도 생각 좀 해야겠다.”


남자가 다시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약 몇 분이 흐르고, 중위는 결심했다.


일단 협력하겠다고 하고, 마지막에 생각하자.


그런 간단하면서도 우스운 수를.


믿어줄지는 모르겠지만, 그 수밖에 없었다.


“내 말을 먼저, 들어볼래?”


“?”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언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우선은, 알았다고 해줘. 인질을 포기해서라도 목표를 확보하는 것에 협력하겠다고 말해줘.”


“! 지금 뭔―”


남자가 입술 앞에 검지를 올렸다.


“그저 말만 하면 돼. 그 부분만 녹음하면, 이걸로 이번에는 넘어갈 수 있어. 진심이 아니라도 좋아.”


“···갑자기 왜 이러시는 겁니까. 그리고 그런다 해서 뭐가 달라집니까.”


“마음에 없는 말만 녹음하고, 늘 그랬듯 중간에서 정보를 제공해줘.”


“제가 불안하다 했던 건 본인이시잖아요.”


“···내가 본국 쪽에 줄을 선다면, 불안한 게 맞겠지.”


“?”


남자는 진지하게 남성을 바라봤다.


중위는 그 표정 또한 가면이라 생각했고, 무언가 다른 속셈이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지금 할 수 있는 건 없다.


남자의 요구대로, 이번 일은 넘기는 게 최선이다.


“···네. 알겠습니다.”



*

*

*



하루 동안 영업을 쉬지만, 매출에 큰 이상이 없는 카페의 안.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앨리스가 케이크를 먹고 있다.


“잘 먹네.”


앨리스의 맞은편에서 지켜보고 있는 점원이 웃으며 말했다.


새벽에 이유 모를 호출로 열쇠를 건네주고, 정시에 왔더니 갑자기 영업을 쉰다고 하는 어이없는 상황.


그래도 급여는 준다는 것과 앨리스의 모습이 그 허탈함을 채워줬다.


“언니는 안 먹어?”


“응? 아아, 나는 먹고 왔거든. 많이 먹어.”


사실 점장의 케이크를 먹는 건 없는 손님 중에서도 앨리스뿐이었다.


점원도 몇 번인가 먹어봤지만, 케이크라 하기엔 애매한 맛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메뉴판에 있는 사진도 잘 안 찍혀서, 첫 주문이 들어왔을 때 점장은 눈물을 참았다고 한다.


“근데, 디오는 어딨어?”


“오빠? 네 오빠는··· 글쎄? 점장님과 얘기한다고 하셨는데 늦네.”


“···.”


“괜찮아. 심심하면 언니랑 같이 놀까?”


“언니? ···놀아주는 거야?”


“응? 어어. 재밌는 거 있으면.”


“그럼 나, 언니랑 대화할래!”


갑자기 몸을 기울이며 말한 것도 놀라웠지만, 어린아이와 하는 놀이가 대화라는 게 더 놀라웠다.


“나 언니랑 친구 되고 싶어!”


“치, 친구?”


“응! ···안 돼?”


“아, 아니. 안 될 건 없지.”

‘친화력이 좋은 건지 친구라는 개념이 안 잡혀있는 건지 모르겠네.’


점원은 의문스러워하며 앨리스의 질문에 답해주기 시작했다.


의문에 답하자면, 앨리스에게 친구라는 개념은 확실하게 잡혀있다.


그 개념이, 점원의 개념과 다를 뿐이다.





한편 그 시각, 점장이 음식을 만드는 공간에서는 점장과 디오가 마주 보고 서 있다.


“방금부터 계속 보고만 계시는데, 뭐라도 묻었나요?”


“아, 아니··· 아닙니다. 이야, 의외로 미남이셔서요. 딸도 예쁘고.”


“딸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그럼 뭐죠?”


“아무래도 상관없는 소리는 그만하시고, 본론부터 가죠.”


“뭐, 알겠습니다. 라고 해도, 저는 할 얘기가 딱히 없습니다.”


“그럼 됐습니다.”


“근데, 이렇게 젊으신 분이 그 대학살의 주범 중 하나라니, 세상 모르는 일이네요. 나머지 한 명은, 어디 갔습니까?”


“···.”


디오는 공허한 눈동자와 무표정으로 응했지만, 점장은 기죽지 않았다.


“그리고 저 애는 뭐길래 데리고 다니시는 겁니까.”


“이 상황과 상관있는 주제인가요?”


“아, 이거 죄송합니다. 개인적으로 당신들은 아주 궁금해서 말입니다.”


“왜죠?”


“그건 뭐, 먼저 알려주시면 저도 말하겠죠?”


“실례하겠습니다.”


“잠시만요, 잠시만. 뭐 하나 확인만 합시다.”


“?”


훅! 점장이 내지른 주먹이 디오의 눈앞을 스쳤다.


“반응 좋으시네요?”


“···.”


점장은 계속 주먹을 휘둘렀고, 디오는 부엌을 한 바퀴 돌았다.


“갑자기 이러시는 이유가?”


“확인입니다, 확인. 제가 안심해도 되는지요.”


“안심?”


“됐고, 언제까지 피하고만 계실 겁니까?!”


점장의 두 눈이 붉어졌고, 주먹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순혈을 죽였다 했을 때부터 이상했는데, 역시 이놈 카페 점장이 다가 아니야.’


하지만 순혈이나 특별한 피였다면 앨리스나 자신이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


‘피 자체는 평범한 흡혈인의 피. 운동이나 그런 거로 여기까지 끌어올린 건가.’


디오가 막다른 곳까지 몰렸고, 점장의 주먹이 날아왔다.


그때 디오의 눈이 조금 빨개졌고, 점장의 시야에서 디오가 사라졌다.


“뭐, 아무래도 좋지만.”


푹! 점장의 밑에서 올라온 디오의 손끝은 목의 중앙을 찔렀다.


“~~~~~!”


꽈악......! 목 안에서 디오는 무언가를 잡았다.


푸확! 그리고 바로 뜯어냈다.


“당신, 뼈까지 재생할 수 있나요?”


점장이 목을 움켜쥐고 쓰러진다.


디오는 그걸 내려다보며 손의 피와 줄을 입에 넣었다.


“흠?”

‘맛은 나쁘지 않네. 뭐지, 이 점장?’


갑자기 달려들어 공격한 것도 그렇고, 그 이유가 확인이니 안심이니 하는 것도 그렇고, 이해할 수 없었다.


“커헉.....! 우훽!”


점장이 움켜쥔 손을 천천히 떼자, 목은 원래 상태를 되찾았다.


“너, 너무하잖아...... 이 자식아.....!”


예의를 차리는 건 포기했다는 듯한 말투였다.


“먼저 공격한 게 누구시더라.”


“헤헤...... 그래도, 안심이다...... 나름 죽일 생각으로 했는데.”


“안심. 대체 뭐가 안심이라는 겁니까.”


“···알 반가?”


“네.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긴 하죠.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다음? 또 뭐가 남았어?”


“이번 일과는 상관없는, 이 카페의 점장에게 드릴 말씀입니다.”


“?”


“아무래도 저희 아가씨가 이 가게의 케이크를 좋아하시는 것 같기에.”


“뭐, 전속 계약이라도 맺어?”


“그런 게 아니라, 그저 계속 만들어주셨으면 한다는 겁니다.”


“뭐야, 그런 거면 당연하지. ···아니다. 나도 뭐 하나 제안해볼까?”


“들어줄 수 있는 선이라면 최대한 응하겠습니다.”


“너희가 매일 뭘 하면서 지냈는지 보내줘. 반드시.”


“···대체 뭡니까?”


“무려 그 대학살의 주인공이시잖아? 뭘 하면서 사는지 궁금하다고.”


“일단 물어보겠습니다만 당신, 저나 아가씨를 알고 계신 건 아니겠죠?”


“하하핫! 뭔 소리야. 내가 어떻게 알아. 난 지극히 평범히 살아왔어.”


“···알겠습니다. 프라이버시가 아닌 이상, 연락 정도는 드리도록 하죠.”


“고마워.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본국에서 계속 노릴 텐데.”


“당신과 상관있는 일인가요?”


그렇게 말하고 디오는 방을 나갔다.


“하, 붙임성 없구먼. ···웁?! 켁, 켁! 진짜 죽일 생각으로 쥐어뜯었네.”

‘그래도 이 정도 강한 거면, 모든 걸 힘으로 해결하려 하는 늙은 놈들에게는 안 당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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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생명의 신(3) 21.03.23 17 0 12쪽
45 생명의 신(2) 21.03.22 17 0 12쪽
44 생명의 신(1) 21.03.21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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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4) 21.03.19 19 0 11쪽
41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3) 21.03.18 42 0 11쪽
40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2) 21.03.17 17 0 11쪽
39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1) 21.03.16 1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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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인식을 초월하는 공포(3) 21.03.14 28 0 11쪽
36 인식을 초월하는 공포(2) 21.03.13 52 0 11쪽
35 인식을 초월하는 공포(1) 21.03.12 16 0 12쪽
» 점장(3) 21.03.11 15 0 13쪽
33 점장(2) 21.03.10 19 0 12쪽
32 점장(1) 21.03.09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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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걱정인가, 과보호인가(2) 21.03.07 26 0 13쪽
29 걱정인가, 과보호인가(1) 21.03.06 25 0 12쪽
28 꼭두각시는 자신이 인형이라는 걸 모른다(3) 21.03.05 21 0 11쪽
27 꼭두각시는 자신이 인형이라는 걸 모른다(2) 21.03.04 20 0 12쪽
26 꼭두각시는 자신이 인형이라는 걸 모른다(1) 21.03.03 58 0 11쪽
25 보이지 않는다면, 보이게끔 하면 된다(5) 21.03.02 21 0 14쪽
24 보이지 않는다면, 보이게끔 하면 된다(4) 21.03.01 31 0 12쪽
23 보이지 않는다면, 보이게끔 하면 된다(3) 21.02.28 4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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