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와 아가씨는 서로 의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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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poker
작품등록일 :
2021.02.05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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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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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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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신(3)

DUMMY

“이 피는 도대체···”


연구실 안. 플라스크에 담긴 피를 들여다보며 제자는 중얼거렸다.


‘지나치게 맑고 깨끗해. 이 성분은 대체 뭐야.’


“?”


쨍그랑! 갑자기 옆에 있던 유리가 깨졌고, 안에 담겨있던 피가 흘러나왔다.


‘비교용으로 쓴 흡혈인의 피가··· 움직여?’


흘러서 움직이는 게 아닌, 마치 무언가 의지를 가지고 있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삶의 의욕을 잃었지만, 일단은 제자도 연구인이다.


이런 현상에 흥미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


제자는 디오가 준 피가 담긴 플라스크를 옆으로 옮겼다.


그러자, 흘러넘치는 피도 방향을 바꿔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시··· 이 피는 다른 피를 빨아들이고 있어.”

‘몸 안에 있으면 이 반응이 희미해지는 건가? 그야 상대의 피가 몸 안에 있을 테니 이상하진 않지만··· 아니, 이 현상 자체가 충분히 이상해.’


“하지만 뭐가 됐든 결국 이것도 흡혈인의 피잖아.”

‘아직 공표되지 않은 능력 중 하나라면 상상할 수 있는 건···’


“아니, 근데 그건 너무···”


답은 역시 실험밖에 없다고 판단한 제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몇 년 만일까. 순수한 호기심으로 움직이는 건.


아무런 희망도, 흥미도 보이지 않던 삶이지만, 겨우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삶의 의미를 꼭 사람에게서 찾을 필요는 없었다.


옛날부터 신기한 현상이 궁금해서 연구인이 됐다. 굳이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


“여긴가.”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새로운 목표를 가지기에, 제자는 너무 깊이 들어와 버렸다.


“너, 너희들 누구야! ···윽!”


중앙의 남자가 손가락을 튕기자, 옆의 사람들이 제자를 붙잡았다.


발버둥 쳐봤자, 평소 운동도 제대로 안 했던 제자는 아무런 힘도 낼 수 없었다.


“저희도 이러고 싶진 않습니다. 아무리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라지만, 찝찝하거든요. 저도 사람인지라.”


제자는 혼란스러웠지만, 눈앞의 인물이 경찰 관계자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불법과 합법이 오가는 이런 거리에서는, 위험인물의 얼굴을 외워야 하니까.


“여, 여긴 어떻게 알고···”


“어떻게 알았냐뇨. 이 근방은 몇 년 전부터 감시하고 있었는데.”


“!”


“뭐, 당신이 여기에 왔다는 건 아까 알았지만요.”


제자의 표정을 보고, 남자는 오히려 자신이 의문이라는 표정을 하였다.


“설마, 안 들켰다고 생각하세요? 이 나라에 깔린 카메라가 몇 개인지 아십니까. 긁어 부스럼 만들기 싫어서 놔두고 있던 거예요,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지는 않았으니.”


“그, 그럼 왜 이제··· 그리고 나는 왜!”


“아무튼, 이 시설은 둘러볼 필요가 있겠네요. 당신은 불어주셔야겠고요.”


“분다고? 뭘.”


“인간을 흡혈인으로 만드는 피, 어디 있어.”



*

*

*



무슨 일이야?


여기 주변에 연쇄살인마가 있나 봐.


그렇다고 이렇게 다 봉쇄하나.


안전한 게 좋지. 그리고 저기 근처에 딱히 집도 없잖아.


아이씨, 돈 빼와야 하는데.


“자, 잠시만요! 지나갈게요!”


점장이 점원과 함께 바리케이드 앞으로 이동했다.


“저기, 좀 지나가면 안 될까요?”


그리고는 우직하게 서 있는 경찰에게 다가가 스스럼없이 물었다.


“안 됩니다. 현재 연쇄살인마 무리가 발견됐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에이, 이렇게 넓은데 만나겠어요?”


“정신상태가 매우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져, 어디로 튈지 모릅니다.”


“그렇다 해도 이건 심하잖아요. 급하게 살 거 있는데.”


“안 됩니다.”


“···네, 네.”


점장은 포기하고 사람들이 최대한 없는 곳으로 이동했다.


“막는 사람들은 흡혈귀를 알고 있는 걸까요?”


“글쎄다. 일단 신뢰받는 놈들이긴 하겠지. ···제기랄.”

‘시간만 끌어주면 못 참는 사람들이 밀고 들어가겠지만, 그걸 기다리기엔···’


“뭔 일인데요? 디오 씨가 점장님한테 도와달라고까지 하는 거면.”


“도와주면 좋겠다겠지. 솔직히 내 도움은 필요 없겠지만, 그래도···”


“···점장님, 그 둘이랑 아는 사이셨어요?”


“아니.”


딱 잘라 말했다.


“처음이야.”


“···.”


평소 진지한 모습은 보여준 적 없는 점장이었기에, 점원도 그 이상은 묻지 않았다.


“아무튼, 넌 여기서 망 좀 봐줘.”


“망이요?”


“사람 오면 문자든 전화든 해달라고. 내가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없는 거보단 낫지.”


“어, 어디 가시게요?”


“도와달라는데, 가줘야지.”


“!”


점장의 두 눈이 새빨개졌고, 점원은 무의식적으로 물러났다.


점장에게 웃어 보이고, 점장이 위로 뛰었다.


그 높이는 주변 건물을 아득히 뛰어넘는 높이였다.


“···B급 히어로 영화도 아니고.”



*

*

*



“도련님, 이제 어떻게···”


“인간을 흡혈인으로 만든다는 그 피는?”


“방금 연락 왔는데, 일단 연구원으로 보이는 남성을 제압했다고.”


“중요한 건 피야.”


“네. 그것도 얻었다고 합니다. 그 공간에 있던 게 전부인지는 모르지만요.”


“협력자가 한 명인 것도 모르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그 많은 인간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있는 것도 안 되지. 우선 다시 이곳으로 불러, 얘기를 진행한다.”


“잘 안 되면요?”


“그땐 세 번째 작전과 연계해서 보호자를 제압한다.”


“만약 피가 더 남아있고, 그걸 다른 협력자가 뿌린다면요?”


“그 가능성은 배제하자고.”


“어떻게요!”


“리라. 우린 대의를 위해 싸우는 게 아니야. 위대한 피를 얻어, 우리 입맛대로 흡혈인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지. 인간들이 흡혈인이 되든 말든 신경 쓸 게 아니야.”


“···.”


“작전은 이대로 진행한다.”


“···네, 알겠습니다.”

‘그나마 내세우시던 대의마저, 포기하신 겁니까......’


“좋아.”


“그런데, 세 번째 작전으로 될까요?”


“지원은 다 왔고, 방금의 싸움으로 피를 거의 다 썼을 거야.”


“어떻게 알아요?”


“그는 마지막에 만났을 때 피가 거의 없었어. 그리고 그의 성격상··· 피를 보충했을 것 같지 않아.”


“꽤 잘 아시네요? 지금 쟤 주위에 뿌려져 있는 게 피인데.”


“나와 비슷해. 맛없는 걸 굳이 먹지 않아도, 자신이 죽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으니까.”


“도련님 말씀대로면, 지금 쟤는 빈혈 직전이고, 안 죽을 자신이 있으니까 버티고 있는 거라고요?”


“그래. 그리고 그게 맞다면··· 충분히 할 수 있어.”


“근데 제가 말했잖아요, 쟤 피는 뭔가 이상하다고요. 막 폭발하지를 않나.”


“폭발은 아마 그가 실패작인 이유일 거야. 이상적인 결과가 아니었기에 그냥 실패작이라 지은 거지.”

‘아마 평범한 능력과 이능력의 충돌로 생긴 걸 거야. 멍청한 늙은이 놈들, 그런 걸 실패작이라고···’


“만약 쟤의 피 재생력이 저희의 상상 이상이라면요? 벌써 다 재생됐을지도 몰라요.”


“은으로 베인 상처도 바로 재생했다 했지.”


“네.”


“그러면, 어쩔 수 없다 봐야지.”


“너무 무계획이신 거 아니에요?”


“나도 이럴 생각은 전혀 없었어! 최대한 신뢰를 쌓고, 천천히 다가갈 생각이었다고.”


“···.”


“왜, 왜 이렇게 된 거야.....! 상황이 왜 이렇게 급하게 흘러가냐고.....!”


순혈은 머리를 쥐어짜며 중얼거렸고, 리라는 옆에서 측은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후우....... 목표는?”


“확보하겠다는 보고를 마지막으로 끊겼습니다. 다른 동료들도요.”


“당한 건가.”


“글쎄요. 확실한 건 고작 둘에게 몇백이 휘둘리고 있다는 거겠죠.”


“그래. 그리고 본인들은 순수하게 재회를 만끽하고 있고.”


“네?”


리라가 고개를 돌리니, 어느샌가 디오에게 안겨있는 앨리스가 보였다.


드레스는 피와 살점으로 얼룩져있었고, 왼팔 소매는 찢어져 있었다.


“어, 언제···”


“몰라. 두 번째 작전 부대는?”


“지금 막 돌아왔습니다.”


“타이밍 좋네. 바로 출발해. ···여기가 승부처야.”







“디오, 나 많이 죽였다? 전혀 안 다쳤어.”


“그건 안심입니다만, 그래도 다음부턴 그러지 말아 주십시오.”


“···.”


“숨어만 계셨어도 이곳은 제가 어떻게든 했을 거고, 아가씨는 아가씨대로 안전―”


“내가 하고 싶어서 했어. 문제야?”


“···아뇨. 아가씨의 뜻이라면, 뭐든지 긍정하겠습니다.”


“응......”


앨리스가 디오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고, 디오는 주위를 둘러봤다.


“이 장면만 몇 번을 보는지 모르겠네요.”


검은 양복의 사람들이 나타나 둘을 감쌌다.


방금과 다른 점이라면, 모두가 신체와 연결된 무기를 장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디오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모두가 더러운 피의 일원들이고, 지원받은 불사르는 피를 몸에 주입한 상태다.


“디오, 저기.”


앨리스가 디오의 정면을 가리켰고, 그곳에는 방금과 같은 구도로 다가오는 중위와 남자, 그리고 뒤의 수많은 멸혈대가 있었다.


“···아가씨. 하나 여쭙고 싶습니다만.”


“? 뭔데?”


“저 남성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디오가 중위를 가리키며 물었다.


“음··· 언니 친구라고 했지?”


“네. 지하에 감금돼있는 분의 소중한 분이십니다.”


“그럼 나도 좋아! 언니랑 나는 친구니까.”


“알겠습니다.”


디오가 고개를 끄덕이고 걸어갔다.


“꽤 일찍 돌아오셨군요.”


“운 좋게도 근처에 숨어있어서요.”


“어떻게 했죠?”


“아직 살아있습니다. 폭력도 최소한으로 했고요.”


“자비로우시네요. 제 눈치라도 보셨나요?”


“그럼요. 갑자기 화나서 다른 협력자가 피를 뿌리면 끝입니다.”


“그런 건 없고, 화날 이유도 없는데 말이죠.”


“하하. 뭐, 저도 폭력은 싫어해서요. ···그래서 이번에도 저희를 헛걸음하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 저에게 정말 다른 협력자가 있으면 위험한 것 아닌가요?”


“있든 없든, 저는 이럴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본국에는 제가 배신자가 됐고, 당신이라도 잡지 않으면 나락이거든요.”


“그러게 왜 줄을 더러운 피로 타셨는지.”


“저라고 이렇게 될 줄 알았습니까. 천천히 빨아먹으면서 잠적하려 했는데, 이렇게 급하게 사고가 터지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요.”


“뭐, 사정은 알겠습니다. 그럼···”


디오가 오른손을 들어 올렸고, 중위가 급하게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멈춰.”


“···!”


중위가 꺼낸 건 투명한 병이었고, 그 안에 있는 건 새빨간 액체― 피였다.


“역시 자네에게도··· 당신에게도 있었군요. 내놓고 손드십시오.”


“···.”


중위가 병을 건넨 뒤 양손을 들었고, 남자를 포함한 주위의 여러 사람이 총을 겨누고 있었다.


“은 총알이 들어있습니다. 허튼 생각 마십시오.”


평소와는 다른 말투에서, 진심으로 쏠 수 있다는 게 느껴졌다.


“처음부터, 의심하셨나요?”


“당신이 소중한 걸 위해 뭐든지 한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제 편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주도권이 그에게 있으니 어쩔 수 없죠.”


“···.”


“당신의 연인은 반드시 찾아주겠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잠들어주십시오.”


“후우....... 알겠습니다. 어차피 들켰으니 뭐.”


남자가 턱을 움직였고, 멸혈대 중 한 명이 중위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중위의 눈이 붉어졌다.


딱. 그리고 동시에, 디오가 오른손을 튕겼다.


~~~~~~! 유리병 안의 피가 폭발하며 모두의 시야를 가렸다.


시야 없이 발사되는 총알은 누구에게도 맞지 않고 벽에 박힐 뿐이었다.


푸욱! 모두가 당황하던 때, 남자는 자신의 가슴에 무언가가 박히는 게 느껴졌다.


“신세 많이 졌습니다만, 전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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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생명의 신(6) 21.03.26 19 0 13쪽
48 생명의 신(5) 21.03.25 25 0 12쪽
47 생명의 신(4) 21.03.24 43 0 11쪽
» 생명의 신(3) 21.03.23 17 0 12쪽
45 생명의 신(2) 21.03.22 17 0 12쪽
44 생명의 신(1) 21.03.21 17 0 12쪽
43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5) 21.03.20 30 0 11쪽
42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4) 21.03.19 19 0 11쪽
41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3) 21.03.18 42 0 11쪽
40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2) 21.03.17 17 0 11쪽
39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1) 21.03.16 18 0 11쪽
38 인식을 초월하는 공포(4) 21.03.15 44 0 12쪽
37 인식을 초월하는 공포(3) 21.03.14 28 0 11쪽
36 인식을 초월하는 공포(2) 21.03.13 52 0 11쪽
35 인식을 초월하는 공포(1) 21.03.12 16 0 12쪽
34 점장(3) 21.03.11 14 0 13쪽
33 점장(2) 21.03.10 19 0 12쪽
32 점장(1) 21.03.09 21 0 12쪽
31 걱정인가, 과보호인가(3) 21.03.08 14 0 12쪽
30 걱정인가, 과보호인가(2) 21.03.07 26 0 13쪽
29 걱정인가, 과보호인가(1) 21.03.06 25 0 12쪽
28 꼭두각시는 자신이 인형이라는 걸 모른다(3) 21.03.05 21 0 11쪽
27 꼭두각시는 자신이 인형이라는 걸 모른다(2) 21.03.04 20 0 12쪽
26 꼭두각시는 자신이 인형이라는 걸 모른다(1) 21.03.03 58 0 11쪽
25 보이지 않는다면, 보이게끔 하면 된다(5) 21.03.02 21 0 14쪽
24 보이지 않는다면, 보이게끔 하면 된다(4) 21.03.01 31 0 12쪽
23 보이지 않는다면, 보이게끔 하면 된다(3) 21.02.28 47 0 12쪽
22 보이지 않는다면, 보이게끔 하면 된다(2) 21.02.27 21 0 11쪽
21 보이지 않는다면, 보이게끔 하면 된다(1) 21.02.26 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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