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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星之男
작품등록일 :
2021.02.07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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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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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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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수 없는 말

DUMMY

-쾅쾅쾅쾅쾅!-


땅이 외친다. 거인이 달려오고 있다고. 눈으로 봐도 아는데! 말도 겁에 질려 앞발을 든다.

레피온은 거의 두발로 춤을 추는 말을 버리고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내달렸다.


말을 두 마리나 얻은 거인은 조그마한 인간까지 쫓기엔 귀찮았는지 즉사한 말은 들쳐메고 아직 멀쩡한 말의 고삐를 집게손가락으로 잡고 끌고 갔다.


"헤헤, 주아구운 위잉구안, 무옥수움 수오주웅흐이 후아루아구오."


'작은 인간, 목숨 소중히 하라고...'


레피온은 거인의 말을 되뇌고 그 말의 의도를 파악했다.


'....위협이군.'


레피온은 거인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돌아왔다.

짐말에 실려있던 가방과 짐의 일부가 흩어져 있었지만 주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저 무게를 말없이 지고 다닐 수 없으니 소용이 없다.


"싸이클롭스는 보기보다 영리하고 손재주가 좋은 놈들이지."


요정이 아름드리나무들을 엮어 만든 장애물을 넘어 날아왔다.


"나를 깨워서 데려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레피온은 말이 없었다.


'말이 없으면 이 여행은 끝이야.'


너무나도 큰 낭패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탓하고 싶었고, 원망하고 싶었고, 화를 내고 싶었다. 그러나 다 소용없는 일이다. 지금 레피온은 그저 망가진 듯한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잠시만 날 혼자 내버려 둬. 지금 상태로는 너에게 나쁘게 굴 것 같으니까...."


요정은 불편한 표정을 지었지만, 딱히 더 뭐라고 하진 않았다. 인간이 나약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걸 새삼 떠올려서이다.


레피온은 허탈한 마음으로 근처 나무 울창한 곳으로 들어간 다음 그대로 대자로 드러누웠다.



얼마가 지났을까, 레피온은 걸어 나왔다. 근처에서 쉬고 있던 요정은 다가와 물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어쩔 생각이야?"


대책을 물어보는 요정에게 레피온은 뜬금없이 감사를 건넨다.


"일단 고마워."


요정은 난데없는 감사에 의도를 몰라 경계하며 물었다.


"으응~? 지금 와서 무슨 소리야. 그런 소리 할 때가 아니잖아. 감사 인사도 자포자기로 하는 거라면 난 듣기 싫어하는 거니까 하지 마."


"아니, 그게 아니라 생각해보니까 어제 네가 자라고 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외눈 거인의...."


요정은 레피온의 말을 잠시 막고 정정해주었다.


"싸이클롭스라고 해."


"....싸이클롭스의 쳐놓은 덫을 발견하지 못하고 걸려서 붙잡혀 거인의 양식이 됐을 거야."


요정은 순간 히죽 웃어 보이며 말했다.


"경우가 밝은 녀석일세. 그래, 그건 내 덕이지. 네가 지금 목숨이라도 부지하고 있는 건 충분히 내 덕분이야. 감사를 마음에 새겨둬도 좋아~

그런데.... 지금 그런 한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아닌 것 같은데?"


"한가해. 이제부터 할 일은 기다리는 거니까."


"호오? 역시 뭔가 계획이 생겼구나?"


"한가지 알아두고 싶은 게 있어. 넌 그 거인에 대해 아는 것 같은데."


"그냥 상식 정도만이야."


"내가 아버지에게 듣기로 거대한 눈이 하나뿐인 생물은 시력이 대단히 밝다고 들었어. 어떤 것들은 시선에 마력이 있다고 했지. 외눈 거인은 어느 정도야?"


"흐음... 싸이클롭스는 그냥 시력이 좋은 정도야. 마법적인 힘은 없어. 하지만 안구의 크기를 생각하면 밤눈도 밝을지도 모르겠네."


그 말에 혀를 차는 레피온을 보고 요정은 말했다.


"혹시 밤을 기다리고 있었니?"


레피온은 나직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다 포기하고 돌아가기로 해도 걸어서는 5, 6일은 걸릴 거야. 그래서 말은 포기할 수 없어. 어둠을 틈탈까 생각 중이었지"


요정이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많이 글러 먹은 것 같은데 그냥 속 편하게 포기하는 건 어때? 싸이클롭스는 한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상대가 아니니까."


요정은 짓궂게도 떠본다. 레피온은 내일 밤으로 하르시아스가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걸 떠올리며 무겁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잘 되어도 결과를 알 수 없는 일인데, 이미 많이 틀어졌지.

하지만... 정말 참을 수 없는 실패할 것 같다는 게 아니야"


레피온은 마음속의 한마디를 숨긴 채 대답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부족하다는 거야."


레피온의 눈빛은 슬프고 괴로웠지만 눈동자는 이제부터 나아가야 할 곳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설령 뒤늦었다거나, 부질없다고 해도 나는 계속하는 것 외엔 생각할 수 없어."


레피온은 마음을 다잡으며 말을 이었다.


"말이 흘린 핏자국을 쫓아 거인을 쫓을 거야. 이쪽에서 불을 켰다간 혹시라도 눈에 띄기 쉬우니 해가 어느 정도 남아있을 동안 거인의 거처를 찾아야 하는데... 어쩌면 바로 추적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 일단 가면서 이야기하자."


거인에게 몽둥이로 맞은 짐말이 입과 코로 흘린 핏자국으로 추적은 쉬웠다.





요정은 말했다.


"싸이클롭스는 머리가 좋고 손재주가 뛰어나지만 큰 덩치 탓에 작은 것에 집중하기가 어려워."


이를테면 싸이클롭스는 손가락의 굵기가 인간의 팔만하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가는 줄을 꼬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덫을 팔 때 인간이 눈에 잘 보이지 않은 얇은 그물을 땅 위에 얕게 숨겨둔다면, 싸이클롭스는 우월한 근력을 이용해 땅 밑에 구멍을 파고 그 구멍을 뚫고 올라오는 강력한 힘을 내는 장치를 쓰는 식으로 덫을 판다.


"그런 덫을 발견하려면 날아다닐 수 있는 내가 더 유리하지."


요정은 레피온보다 앞서서 날아가 길을 살피기로 했다.


길을 갈수록 나무들이 거대해져 햇빛이 옅어졌다. 하지만 거인이 길을 닦은 흔적이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바위들을 치우고 가로막는 언덕을 끊고 평지로 만들어 두는 건 거인이 아니면 안 될 것이다.


넓지막하던 길이 거대한 바위 사이로 4m로 좁아지는 구간이 나타났다. 이때 레피온에게 요정이 나타났다.


"너, 이대로 들어서려 했지? 이상한 거 발견 못 했어?"


레피온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바닥은 커다란 암석으로 되어있어 함정을 숨겨둘 여지는 없어 보였다. 길 좌우의 바위도 거대하여 움직일 여지가 없어 보였다.


"내가 한 번 더 널 구해준 셈이야, 이리 와."


요정은 레피온을 데리고 근처에 나무를 올라타게 했다.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6m쯤 높이에 쇠창살과 나무를 섞어 만든 바구니가 도르래에 연결되어 걸려 있었다. 뒤집힌 바구니다.


저 좁은 길목으로 들어서면 바구니가 위에서 떨어지는 구조인 모양이다.


요정은 레피온을 덫을 우회할 수 있는 길로 인도하며 말했다.


"바닥의 넓은 돌도 자연적으로 깔려있는 것 같지만 저 바구니와 이어진 밧줄을 잡아두게 되어있어.


무게를 받으면 바구니가 떨어지고, 바구니가 바닥에 부딪히기 직전에 밧줄 마디가 지렛대에 걸리며 거대한 징을 치게 되어있어. 동시에 떨어지는 바구니의 속도를 늦춰서 부서지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해."


요정은 나무들 사이에 숨어있는 동판을 가리켰다. 짙은 나뭇가지에 잘 숨겨져 일부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푸르스름한 구리 특유의 녹 빛깔이 보였다.


레피온도 구조를 파악하고 말했다.


"사냥감이 잡히면 거인에게 알려주는 역할인 거군."


"그래, 하지만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야.


바위 사이의 함정을 우회하고 나자 요정은 레피온을 조심스레 어디론가 이끌었다. 나무도 울창하고 바위도 많아 매우 거친 능선이었다.


"여기서부터는 나를 가죽 주머니에 넣어줘. 그리고 절대로 이 능선 위로 몸을 드러내면 안 돼. 나뭇가지에도 닿지 않게 조심하고 저기까지 가도록 해."


"무슨 일인데?"


"거인의 시력이 예상을 뛰어넘어. 멀리서 날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시선을 고정하더라구. 자기 눈동자보다 작은 물체를 1,000m 넘는 거리에서 볼 수 있다는 거야. 나뭇가지 사이로 움직여도 시선이 쫓는 걸 보면 내 몸에서 나는 희미한 빛을 보는 모양이야."


요정이 가라고 한 곳은 능선에 돌이 3개가 쌓여 있는 곳이다. 요정은 레피온의 손에 들린 가죽주머니 안에서 이야기했다.


"저 돌 틈이라면 싸이클롭스의 눈에 띄지 않고 싸이클롭스의 집을 볼 수 있을 거야."





얕은 산 중턱에 거인의 집이 보였다. 밑은 돌로, 위는 굵은 통나무로 만든 집이었다. 창문을 통해 거인이 분주히 뭔가 하는 게 보인다.


집 밖에는 거대한 솥단지가 돌과 흙으로 만든 아궁이 위에 얹어져 끓고 있었다. 근처엔 짐을 지던 말의 마구들이 버려져 있었다. 집 반대편엔 레피온이 타고 왔던 말이 갇혀있는 상자형 우리가 보인다.


가죽주머니 안에서 요정이 말했다.


"어때, 싸이클롭스는 지금도 밖을 보고 있니?"


"아니, 아무래도 짐말을 요리하는 중인 것 같아."


"네가 타고 있던 말은 무사해 보이지?"


"응."


"혹시 모르니까 시야에 들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싸이클롭스의 집 주변을 살펴둬. 그리고 거인의 시력이 빛에 민감한 정도를 보면 밤에도 사람보다 눈이 밝을 수 있으니 조심해."




요정과 소년은 거인의 집으로 향해 오르막길을 가고 있는데 내리막 저 밑쪽에 짐승들을 발견했다.


가족으로 보이는 사슴 세 마리가 늑대 5마리에 둘러싸여 있었다. 요정은 날다가 그 모습을 보느라 아예 레피온의 어깨 위에 앉았다.


레피온도 보긴 했지만 갈 길이 바쁘다. 불필요한 일에 얽힐 틈은 없다.


"저기, 인간아. 너 숲의 여왕님께 공물을 바쳐보지 않을래?"


오르막을 빠르게 오르던 레피온이 속도를 늦췄다. 멈추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자기 어깨에 앉은 요정의 뒷모습을 인상을 쓰며 바라본다.


"지금??"


요정은 돌아보지도 않고 사슴들에게 둘러싸인 사슴 가족을 바라본다.


바위 구석진 곳에서 수사슴이 뿔로 암컷과 새끼를 지키지만 많은 상처를 입었고 피를 흘리고 있다. 사슴 가족에게 가망은 없어 보인다.


레피온은 가던 길을 멈추고 생각해본다. 숲의 여왕과 만나본 적은 있지만, 딱히 도움을 받진 않았다.



하르시아스는 숲의 여왕을 아는 것 같지만 떠올리며 괴로워했었다.


그리고 요정은 숲의 여왕을 위해 하르시아스의 카드를 훔쳤었다.


'하르시아스와 숲의 여왕은 경쟁상대인가······? 아냐... 내가 600년 이전의 과거에서 하르시아스를 만났을 때 숲의 여왕에 대한 건 접하지 못했어, 하르시아스는 힘든 일은 나를 불렀는데.

하긴, 하르시아스라면 정말로 힘들고 위험한 일이라면 나 없이 처리했을지도 모르지...

적어도 숲의 여왕이 하르시아스를 도와주진 않았단 건데....'


레피온은 추리를 하기 시작하면 너무 많은 걸 집어넣어 생각이 쓸데없이 복잡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요정은 사슴과 레피온을 살피고 이야기했다.


"인간아, 넌 내가 도움이 됐니?"


요정이 레피온에게 많은 도움이 됐고, 지금은 협조적이긴 하다. 레피온은 순순히 인정했다.


"응."


"너에게 도움이 된 나는 숲의 여왕님이 보낸 거야. 그 정도면 공물을 챙겨줄 만하지 않니?"


레피온은 생각해본다. 그러고 나서 대답했다.


"답례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꼭 지금 이여야 해?"


"너에게도 지금은 큰 위험을 앞둔 순간이잖아? 숲의 여왕님이 호의를 사두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어."


싸이클롭스는 매우 강하다. 그로부터 말은 반드시 되찾아와야 한다. 도움이 필요하긴한데, 제 시간에 올 수 있는 도움이 있겠는가가 문제다.


레피온이 숲의 여왕을 만났을 땐 사슴의 모습으로 나타났었다. 요정이 구해달란 것도 사슴이다.


'혹시 연관성이 있나?'


역시 전혀 상관없는 생각을 떠올리고 있는 레피온. 어쨌든 숲의 여왕처럼 마력을 가진 존재라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돼?"


"저 사슴을 구해줘."


요정의 시선은 내내 사슴 가족을 향해있었다. 레피온은 그걸 보며 혹시나 하긴 했지만 그래도 막상 들으니 미간을 찌푸렸다.


"늑대 5마리야, 저걸 나더러 어쩌라고?"


요정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덩치가 작은 종이잖아. 위협만 해도 물러가겠네.

시간이 별로 없어. 곧 잡아 먹히게 생겼는데. 그럼 공물은 물 건너 간다?"


레피온은 사슴과 늑대들을 향해 돌아서며 또 생각에 빠지려 한다.


'아, 이 답답한 자식!'


요정은 레피온의 어깨에서 잽싸게 뛰어내렸다.

요정은이미 레피온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이 녀석은 생각에 빠지면 시간이 세월아 네월아 걸려서 안 돼!'


요정은 레피온이 몸을 돌리며 딛는 발아래 콩알만 한 돌을 던져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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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기할 수 없는 말 21.04.04 3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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