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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星之男
작품등록일 :
2021.02.07 07:41
최근연재일 :
2021.04.2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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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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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물의 가치

DUMMY

레피온이 숨어있는 오크통으로 손을 뻗던 거인은 잠깐 과거 일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덫에 걸린 사냥감을 찾으러 갔을 때 고기는 별로 남지 않아 있었다. 늑대들이 이미 뜯어 먹었던 것이다.


'이 부근 늑대들의 체격이 작으니까 덫의 창살 사이로 들어가는 게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들자 거인은....


'어차피 말은 당장 잡아먹기 아까웠다'


....고 생각하며 집을 나섰다. 열쇠는 나중에 찾으면 나오리라 하고.


거인이 서둘러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고 레피온은 열쇠를 가지고 집 밖으로 나왔다. 먼저 요정이 사라진 쪽을 훑어봤지만 보이는 건 없었다.


'그 작은 몸으로 거인에게 맞았다면 어차피 가루가 되었겠지...'


혹시나 해서 요정을 불러보려 했지만 아직 거인이 멀지 않다.


'거인을 불러들이면 끝장이다.'


그런 생각이 들어 말부터 구하기로 했다.

레피온의 머리에는 탈출시간표가 그려지고 있다.


거인이 겉보기와는 달리 보폭이 크고 행동이 민첩하기에 덫이 있는 곳까지 다녀올 동안의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다.


그래서 요정의 복수로 거인의 집에 불을 지르고 간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었다.


'잔가지도 아니고, 이렇게 두꺼운 나무에 불을 붙이는 건 너무 시간이 오래 들어.'


탈출에 걸리는 시간도 문제다.


올 때 왔던 길은 편하지만, 거인이 지금 덫을 확인하러 갔다.


마주칠 위험을 줄이려면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걸어서라면 거인을 피해 달아날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 주변의 지형은 복잡하니 숨을 곳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말을 타고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말은 평원을 달리는데 적합한 동물이라 염소나 산양처럼 복잡한 지형은 잘 뚫지 못한다.

거기다 레피온은 주변 지형을 잘 모르니 자칫 헤매다 시간을 낭비할 수 있어서 시간 여유는 없다고 쳐야 한다.


레피온은 말을 잘 안 듣는 자물쇠랑 한참을 씨름하다 겨우 풀었다. 무거운 자물쇠를 경첩에서 벗겨내는 것도 일이었다.


-쿵!-


육중한 자물쇠가 땅바닥에 떨어지고, 레피온이 문을 열자 말은 레피온을 반가워했다. 다행히 마구도 그대로라 바로 올라탈 수 있었다.


"말 다루는 법을 모르는군."


인간이야 말의 피로를 줄여주기 위해서 말이 쉴 땐 마구를 벗겨주는 게 기본이지만, 거인의 입장에서는 손가락이 두꺼워서 마구를 벗기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뜯어내면 되지만 그러다가 오래 보관해야 할지도 모르는 식량이 상하기도 해서 내버려 둔 것이다.


이제 레피온은 말을 타고 거인 집 주변을 돌며 외친다.


"요정아! 요정아!!"


오래 뒤질 수는 없다. 탈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불러보았다.


그러다 레피온은 기슭 밑의 어두운 숲속에서 희미한 빛을 발견했다.


경사로가 돌밭이기에 말의 발목을 다칠까 봐 레피온은 말은 세워두고 조심하며 내려가 보았다.


"이 미련한 놈들아, 난 맛이 더럽게 없거든?? 소화도 안 된다고!!"


요정은 나뭇가지 위에서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뿔 난 쥐들과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손에는 뾰족한 나뭇가지를 무기 삼아서 말이다.


요정은 적을 향해 옆으로 서서는 발을 슬쩍슬쩍 움직이며 찌르기 위주의 검술로 날카롭게 맞선다.


외나무가지 위에서 3마리째를 찔러 가지 밑으로 떨어트리고 있던 참이다.

하지만 다른 가지로 올라오는 적들도 문제고, 가지에 적들이 몰리자 무게로 가지가 점점 아래로 쳐져서 제대로 서 있기 힘들어지는 것도 문제다.


"젠장, 명예를 모르는 비겁한 놈들!"





"살아있었구나!!"


레피온이 달려오자 요정이 반가워하면서도 다급히 말했다.


"날지 못하겠으니까 받으러 와!"


요정의 요구에 레피온은 요정이 있는 나뭇가지 밑으로 달려왔다.

요정은 주저 없이 뛰어내렸지만 날개 한쪽 끝이 상한 탓에 멋대로 돌며 떨어진다. 그걸 레피온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쥐들은 레피온을 위협하는 소리는 냈지만, 일정 이상 가까이 가진 못했다. 레피온은 말에게로 돌아가며 요정의 안부를 물었다.


"괜찮아? 못 날 게 된 건 왜야?"


요정은 떨어지며 흐트러진 머리칼을 한쪽으로 치우고 레피온의 일부터 확인했다.


"보면 몰라? 그건 됐고, 말은 구했지?"


"응!"


"거인은 지금 덫을 확인하러 내려갔지만, 덫의 위치는 네가 봤던 곳이 아니야, 훨씬 가까운 곳이야. 그리고 거인의 걷는 속도는 보기보다 매우 빨라."


"알고 있어."


"거기다 지금 난 날개가 망가져서 길 안내도 못해. 여기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아주 빠듯할 거야. 어쩌면 날 구하러 오느라 낭비한 시간을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레피온은 요정을 머리 위에 얹으며 말했다.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넌 날 구해주려다 이렇게 된 거니까."


요정은 달리는 레피온에게 떨어지지 않도록 머리카락을 붙잡고서 말했다.


"흠.... 그래?"


요정이 잠시 침묵하는 동안 레피온은 말에 도착했다. 말에 올라탄 레피온에게 요정은 말했다.


"한 가지만 말해 둘게, 난 네가 목숨을 걸고 구할 만큼 소중한 생명이 아니야."


요정은 좀 더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사실은 난 매우 오래 살아서 남은 수명이 반년도 안되. 그러니 너와 내 목숨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멍청한 짓 하지 말고 너 자신을 구해."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레피온은 말을 달렸다. 일단 거인이 내려간 반대쪽을 향하기로 했다. 요정이 마지막으로 부탁했다.


"오늘은 너무 격렬히 날아서 아직도 피곤해. 이제 좀 잠을 잘 테니 가죽 주머니에 잘 담아서 데려가 줄래?"


레피온은 저 작은 요정이 레피온의 두꺼운 조끼와 가슴 사이에 끼이면 부스러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답답하고 눌릴 건데 괜찮아?"


"괜찮으니까. 음... 아니, 네 뒷머리에 묶으면 안전하겠다."


"응."


요정은 이제 날지 못한다.

레피온은 요정을 받으러 한 손을 자기 머리 위로 뻗었고 요정은 그 손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레피온이 요정을 가죽 주머니에 넣자 요정은 눈을 감았고 주변에 나던 희미한 빛도 완전히 꺼졌다. 레피온은 그 가죽주머니를 자신의 뒷머리에 묶었다.


그다음 레피온은 올라오는 거인과 마주치는 걸 피하고자 산의 반대편으로 돌아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거인은 덫에 걸린 사슴을 보고 매우 기분이 좋았다. 덩치 큰 수컷이기 때문이다. 사로잡은 말까지 생각하면 당분간 주릴 걱정은 없을 것이다.


거인이 사슴을 자세히 보니 어딘가 잔뜩 상처 입은 놈이다.


'그렇구먼. 분명 늑대에게 쫓기다 덫에 걸렸겠구먼.'


거인은 도망칠 생각도 못 하는 사슴을 곱게 어깨에 들쳐메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주아주아, 유에뿌운 수아수움우아~ 주입우에 구아주아~"


걸음걸이도 느긋하다.


사실 그 사슴은 요정이 레피온에게 숲의 여왕에게 공물로 바치랬던 그 사슴이며, 레피온이 끌고 간 장소 근처에 설치되어있던 덫에 붙잡은 것이다.


요정은 애초에 이렇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공물을 요구했던 것이다.


거인의 즐거운 마음은 오래 가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말이 사라졌었기 때문이다. 사슴을 가둬두려고 했지만, 자물쇠는 잠겨진 채 바닥에 떨어져 있고 열쇠는 보이지 않는다.


거인이 요정을 죽인 줄 알았던 레피온이 조금이라도 복수할 생각으로 열쇠를 어딘가에 던져버렸기 때문이다.


거인은 그제야 원래 말 주인이었던 벽돌색 조끼를 입었던 소년을 떠올렸다. 집에서 사람 냄새가 났던 것도 그때 이미 집 안으로 숨어들어왔었기 때문이리라.


거인이 대로에 설치하는 덫은 마디가 커서, 말은 확실히 잡지만 사람은 빠져나가는 일은 종종 있었다.

어리석은 자는 그대로 말과 함께 붙잡히고 비교적 현명한 자는 말을 버리고 탈출한다.


그러나 탈출한 자 중에서도 어리석게도 말을 되찾으려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 중 많은 수가 큰 바위 사이에 설치한 덫에 걸린다. 재주가 좋아 덫을 피한 자는 거인이 집을 비운 척 나갔다가 몰래 돌아올 때 잡힌다.


레피온도 원래 이 단계에서 잡혀야 했다.


하지만 이번엔 요정이 신경을 끌어서 잡지 못했다. 요정도 한통속일 것이다.


요정은 자신의 친구를 구하기 위해 그토록 필사적으로 거인의 신경을 끌었다는 게 배가 아프다. 자신은 그런 친구는 꿈도 못 꾸지 않는가.


요정이 놀려댄 것이 이제는 친구가 있는 둘이 자신을 깔본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거인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우워어어어어어어-!!!"


하지만 인간이 말을 타고 탈출하려면 나갈 수 있는 길이 얼마 되지 않는다.

거인은 거대한 몽둥이를 챙겨 들고 길목을 막아서러 집을 나섰다.


그러며 거인은 독을 품는다.

자신으로부터 말을 되찾아 탈출한 자는 여태껏 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으리라고.


더더욱이 자신의 외모와 외톨이 신세를 놀린 년이 지키려 했던 놈이라면 절대로 무사히 보내줄 수 없다.


거인은 몽둥이를 챙겨들고 거대한 바위와 바위 사이를 펄쩍펄쩍 뛰어서 숲을 나갈 수 있는 길을 가로막으러 달려갔다.





레피온은 거인의 포효소리를 들었다. 곧이어 육중한 울림이 쿵! 쿵!하고 띄엄띄엄 울린리는데 가까워진다.


거인이 디딘 거대한 바위가 그 충격으로 약간 구르며 나는 돌 소리가 구르륵 구르륵 중저음으로 울린다.


거인이 디디는 돌 사이에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거인의 무거운 몸으로 헤칠 때 부러지는 소리가 우직우직 사방에 울린다.


레피온도 겁이 나서 잠깐 말을 바위 아래에 세우고 숨었다.


거인이 뛰어오는 요란한 소리는 점점 가까워진다. 그에 따라 말이 동요하려는 걸 레피온이 필사적으로 다독였다.


레피온도 무서움을 느낄 판인데 말인들 오죽하랴.

레피온은 말에서 내려 말의 머리를 뒤통수부터 끌어안고서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조용히 있자. 나도 거인에게 잡히고 싶진 않아. 너도 그렇지? 자 바위처럼 단단히 있자고."


곧 경기를 일으키며 발광할지도 모르는 말에게 하기에 아주 위험한 행동이다.


하필 바로 위에서 거인이 펄쩍 뛰어 지나갔기에 말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레피온이 곧바로 마구에 힘을 주어 잡으며 인상을 쓰며 눈빛으로 신호를 보낸 걸 알아들었는지, 말은 레피온이 다치거나 할 정도로 날뛰지 않고 진정했다.


말이 소리는 꽤 냈지만, 거인도 달리는 소음이 커서 자기가 지나간 곳에 말이 운 것을 알지 못했다.


레피온도 놀라고 긴장해서 숨을 가쁘게 내쉬면서도 말을 다독였다.


"잘했어, 잘했어. 말을 잘 듣는구나. 이제 함께 탈출하자!"


레피온이 다시 말에 올라타는데 레피온의 뒷머리에 묶인 주머니에서 요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 날 꺼내서 주변을 보여줘."


요정은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아 좀 더 주변이 잘보이는 곳에 가서 자기를 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좀 더 높이 들어봐. .....그래.. 여기서.. 저쪽이구나. 됐으니까 내려.

나가는 길이 있어. 내가 가리키는 방향을 잘 봐."


가죽 주머니 안에만 있던 요정이 길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이 방향으로.

그 외의 방향은 거인이 버티고 서있는 곳에서 다 시야에 들어가니까 주의하고. 피곤하군. 난 잘게. 아까처럼 잘 챙겨줘."


요정은 레피온의 손바닥에서 '픽'하고 허물어졌다. 빛도 갑자기 사라졌다.


"요정아....?"


레피온이 놀라서 요정을 두들겨 봤지만, 요정은 죽은 듯이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이랬던 적이 처음도 아니고, 지금은 시간이 없다. 레피온은 요정의 당부대로 가죽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챙겨 다시 자기 뒷머리에 묶었다.


그리고 내리막길에 바닥도 울퉁불퉁해 말이 다리를 접질리기라도 할까 봐 극도로 조심하며 요정이 가르쳐준 방향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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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물의 가치 21.04.07 5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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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포기할 수 없는 말 21.04.04 30 0 13쪽
38 폭풍 전의 거인한 밤 21.04.03 16 0 12쪽
37 지치고 겁이 나도 21.04.02 19 0 14쪽
36 미혹의 골짜기 21.04.01 17 0 13쪽
35 늪과 동굴 21.03.31 44 0 11쪽
34 애정에 의한 적의 21.03.30 25 0 12쪽
33 요정의 보물 21.03.29 29 0 12쪽
32 극적인 등장이 신조 21.03.28 18 0 12쪽
31 同歸於盡 (다 같이 다하다) 21.03.27 29 0 12쪽
30 극의에 다다른 마력. 21.03.26 22 0 13쪽
29 마법사의 고양 21.03.25 20 0 12쪽
28 재회 21.03.24 5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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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목숨을 건 술래잡기 21.03.22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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