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님은 배우고 싶어!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21.02.0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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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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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3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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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 2

DUMMY

“편하고 쉬운데 돈은 많이 받는 알바 없을까요?”

“인간 쓰레기네, 양춘이.”

“아니 갑자기 그런 폭언 욕설을 일삼으시다니.”



나영 누나네 카페에서, 나는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시며 이야기를 한다. 저번 나들이 때 친해져서 나영 누나는 이제 나에게 폭언 욕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웃는 낯으로 하는 사이가 됐다. 물론 질문 자체가 쓰레기 같긴 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쓰레기라고 하다니.



“일자리는 다 그런 식이잖아? 쉬우면 급여가 쥐꼬리고, 급여가 든든하면 일을 미친듯이 시키고.”

“그러니까 그 중간 정도의······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돈 받을 수 있는 그런 거요.”

“그런 일자리가 있으면 너한테 안 오겠지?”

“흐아앙.”



다름이 아니라 나영 누나에게 규리 알바 건에 대해 얘기하러 왔다. 규리가 주말알바를 한다는 건, 곧 내가 그만두고 규리가 들어간다는 말이니까. 나영 누나는 적극 찬성한다. 소미만큼은 아니어도 규리도 좋아하는 나영 누나니. 뭐 카페 일이야, 힘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남자인 내가 딱히 규리보다 더 나을 것도 없으리라. 그 얘기는 순조롭게 끝났고, 이제 내 알바를 구하려고 나영 누나에게 혹시나 추천을 물어본 거다.



“알바를 하지 말고 나처럼 자영업자를 해. 하루도 쉴 수 없고 쉬면 오롯이 내가 손해를 봐서 멈출 수 없는 자영업자를. 내가 사장이니까 눈치볼 것도 없고 얼마나 좋아?”

“통장 눈치는 엄청 보지 않을까요.”

“큿. 양춘이 나쁜 남자구나.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소녀의 마음을 난도질하다니.”

“누가 소녀인가요?”

“한 마디를 안 지네!”



내가 최유식만큼은 아니어도, 어디 가서 깐족대는 걸로 지지는 않는다구, 후훗. 나영 누나는 졸지에 돈없는 자영업자에 나이까지 디스 당해 상처투성이가 됐다.



“그럼 그냥 알바천국 보고 할까요. 다 X같고 힘든 알바밖에 없을 텐데.”

“흐음~”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인만큼, 나영 누나의 조언은 아주 올바른 소리다. 대부분의 사장은 알바생에게 가는 시급이 무척 아깝기 때문에, 최대한으로 일을 시킨다. 돈은 최소시급으로 주면서 일은 최대로. 하지만 알바생도 X신은 아니라서 최저로 일을 해준다. 내 한탄에 나영 누나는 눈썹을 치뜨고 뭔가 계략을 꾸미는 듯한 음흉한 표정을 짓는다.



“그 음탕한 표정은 무엇이시죠?”

“둘 중에 고른다면 어느 게 좋아?”

“가슴 큰 여자랑 가슴 작은 여자요? 당연히 큰 여자가 좋지 않나요?”

“아 그런 취향이었구나.”

“아니 취향이라기보다 작은 쪽을 고르는 남자가 씹변태인 거 아닌가요.”



둘 중에 고르라는데 그게 무엇인지를 안 알려주는 나영 누나. 나는 자연스럽게 섹드립을 친다. 사실 나영 누나랑 그 정도로 친한 건 아닌데, 살짝 도박이긴 했다. 나영 누나는 이런 걸로 당황하거나 하지 않을 것 같아서. 내 예상대로, 나영 누나는 나를 쓰레기 취급 하지 않고 받아준다. 휴, 다행이야. 그렇게까지 무리해서 섹드립을 쳐야하나 싶긴 하지만. 섹드립이 빠지면 이 김양춘, 양 날개를 잃은 가련한 인간에 불과하지. ······그럼 뭐 인간 아니었어?



“그럼 나는 별로겠구나. 가련한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지어 줘.”

“왜 그렇게 자학하세요. 누나 정도면 그래도······ 어디서 뭐 지탄받을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문자 그대로 가슴을 당당히 펴세요.”



나영 누나는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 없이, 오히려 무슨 혼자 단막극 하는 것처럼 마치 연극배우 같은 톤으로 자기 가슴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나는 나대로 섹드립의 연장으로 대답한다. 나영 누나가······ 전문용어로 ‘거유’ 라고 불릴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빈유’라는 멸칭을 쓸 정도는 절대 아니다. 그냥 딱······ 적당한 크기 아니야 저 정도면? 딱 그 경계선 있잖아.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정도.



“후훗. 그렇게 얘기하니까 또 가슴이 편해지네. 울 애기, 괜찮아 토닥토닥. 쓸만하데.”

“······크흠.”



진짜 자기 가슴에게 말하면서 토닥토닥 가슴을 쓸어 내리는 나영 누나. 말랑말랑해보이는(?) 그 광경에 나는 괜히 부끄러워졌다. 이 섹드립 대결의 패배자는 바로 나다. 창피해하는 순간 섹드립은 드립이 아니게 되거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나영 누나는 특유의 음흉한 표정으로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인다. 나는 더욱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죄송해요, 괜히 그런 쪽으로 얘기 꺼내서.”

“언니한테는 안 되겠지~ 후후후. 근데 크기 얘기하는 거 보면 양춘이 아닌 척 하면서 누나 가슴 은근슬젖 계속 보고 있었구나?”

“안 볼 수가 있습니까. 생선전 그냥 지나치는 고양이가 어디 있나요.”

“고양이는 귀엽기라도 하지만 양춘이는 시선강간하는 한남 아니니?”

“한남까지야······ 아니 제가 뭘 잘못했읍니까!”

“먼저 섹드립을 건 죄?”

“죄송합니다······.”



이 대화에서 천만다행인 건, 나영 누나가 ‘즐기는 자’라는 점이다. 조금이라도 성적 불쾌감을 느끼거나 했으면 나는 형사입건 될 수도 있었겠지. 아 뭐 나영 누나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이니시를 건 거지만.



“그래서, 다시 알바 얘기로 돌아가자면. 내가 말한 두 가지는 이거야. 왼쪽 가슴, 오른쪽 가슴.”

“아 잘못했다구요! 누나 가슴 예뻐요! 자꾸 눈이 가서 쳐다봐서 죄송합니다! 됐어요!”



알바 얘기로 돌아간다면서 다시 섹드립을 시전하는 나영 누나. ‘왼쪽 가슴’ 얘기할 때 왼쪽 가슴을 내밀고, ‘오른쪽 가슴’이라고 말할 때 오른쪽 가슴을 앞으로 한다. 더욱 남사스러워져서 나는 얼굴을 붉히며 빼액 소리친다. 나는 그런 사람. 말로는 엄청난 대단한 사람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여자 앞에서는 쑥맥이다. 모쏠에 가까우니까. 게다가 전역한지도 얼마 안 됐고. 이런 날 것의 정제되지 않은 섹드립은 힘들다구.



“알았어 알았어, 귀까지 빨개졌네. 이게 그렇게 창피해? 이 유니폼 그렇게 가슴 드러나지도 않는데. 파인 옷 입고 오면 양춘이 기절하겠네?”

“······아 몰라요.”

“후후후. 귀엽네 양춘이~”



헤으응······ 눈나 나 죽어. 나 뭔가 나영 누나를 잘못 건드린 것일지도 몰라. 나영 누나는 은밀하면서도 은은한 미소를 계속 지으며 나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굉장히 부담스러운데.



“어쨌든. 알바 얘기로 다시 돌아가자. 두 가지는.”

“네 두 가지가 뭔데요 대체.”



삼천포로 빠져도 너무 한참 빠졌다. 나영 누나는 음흉하지 않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드디어 말해준다.



“힘들지만 돈을 많이 버는 게 좋아, 돈은 그냥 그렇지만 안 힘든 게 좋아?”

“제 성향은 후자입니다. 힘들게 많이 벌면 뭐해요, 힘든데. 요즈음 대세는 워라밸 아닙니까 워라밸.”



내 대답에 나영 누나는 눈웃음을 짓는다. 안 힘들고 돈 적게 버는 것을 택할 줄 예상했나보다.



“양춘이 장가가긴 글렀네. 누가 돈 적게 버는 남자한테 시집오겠어.”

“그런 성인지 감수성 떨어지는 말을 여성이 하시다니 굉장히 불쾌하네요. 요즈음 누가 돈 보고 결혼합니까. 서로 벌어서 서로 먹고 사는 세상인데.”

“응~ 아니야~ 굳이 남자가 먹여 살려주면 걔한테 시집가~”

“아잇 젠장.”



시비를 거는 나영 누나. 그리고 또 내가 패배했다. 근데 뭐, 질 수밖에 없는 언쟁이지. 여성 문제를 여자 앞에서 꺼내면 당연히 남자는 말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뭐 괜찮은 자리라도 있어요? 이렇게까지 농락해놓으시고는 없다고 하시면 저 진짜 삐져요.”

“후후. 하나 있긴 한데. 알바는 아니고, 인턴십.”

“인턴······?”



뭐······ 라고?! 근데 그게 뭐야. 인턴? 그 뭐시기냐 회사 같은 데 가서 따까리처럼 따라다니면서 일 배우고 그런 거? 아니 알바 구하던 대학생인데 갑자기 인턴이라니. 너무 훅 나가는데. 몰라 뭐야 그거 무서워. 응애 나 애기 3학년(24세). 호에에에 3학년쟝은 아직 사회가 무서운 거시야요☆



“지금 무서워서 안 하고 싶다는 생각 했지.”

“제 머릿속에서 나가세요. 당장!”

“흐흐흫♪ 그렇게 무서운 건 아니니까 괜찮아. 왜, 일 쉽고 돈 적당히 버는 일 하고 싶다며?”



오늘은 내가 나영 누나한테 완전히 먹힌 날이다. 초장부터 말려서 생각이나 행동패턴까지 모두 읽혀버렸다. 어차피 그렇게 된 거 나는 솔직하게 말한다.



“근데 막 진짜 회사 부장 과장 차장 대리 사원 이렇게 있는 곳에서 먹이사슬 최약체 노랑견장 이등병처럼 있고 싶진 않아요. 뭐 경험상으로는 알바보다는 인턴이 더 좋을 거 같긴 하지만······ 아 잘 모르겠네요.”

“내가 당당하게 괜찮다고 얘기할 수 있는 건, 내가 학생 때 해봤던 거라서 추천하는 거거든.”

“아 누나가 했었던 거예요?”

“응. 꿀알바야. 아니 인턴십이니까 꿀인턴이라고 해야 하나?”

“오오. 그럼 당장 해야죠. 어떤 건데요??”



나는 나영 누나가, 전혀 모르는 회사에 나를 추천하는 건줄 알았어. 근데 누나가 학생 때 해본거라고 하니 뭔가 믿음이 간다. 직접 해봤으니 노동강도나 급여 같은 건 빠삭하게 알 거 아냐.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퇴근. 점심 제공해주고, 일은, 그냥 거기 회사에서 앉아서 그 사람들 일 하는 거 보고, 가끔 뭐 잡무 시켜. 청소나 뭐······ 커피 타는 거나 그런 거 있잖아. 정리? 어쨌든 뭐 별 거 시키지는 않구. 급여는 160. 두 달. 당연히 주말 쉬고. 어때?”

“······콜.”



돈은 다른 알바를 하면 더 벌 수 있다. 당장 내가 알고 있는 식당 알바 정도만 해도 저것보다 더 벌 수 있고, 공장 알바나 택배 알바 하면 250도 벌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한 달 동안 내 인생을 저당잡히고 싶지 않다. 9시 출근 6시 퇴근이면 그냥 공무원이잖아. 6시 이후에도 충분히 더 놀 수 있는 거잖아. 그러고도 160 정도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정말 나쁘지 않은 거다 그거.



“게다가 장점이자 단점은, 네가 생각하는 무슨 사원증 매고 인사과 총무과 막 이렇게 회사 사람 엄청 많고 회장님 있고 그런 회사가 아니라, 직원 10명도 안 되는 소기업이야.”

“오히려 좋지 않나요?!”

“그치. 그리고 그 인턴 관리하는 언니가 되게 예뻤어. 지금도 계시려나 모르겠네?”

“오 그런 정보를 왜 이제야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게 제일 중요하잖아요!”



물론 나영 누나보다 언니면 나이가 좀 있긴 하겠지만. 예쁜 건 나이를 초월한다. 내 나이 스물 넷. 예쁘기만 하다면, 나는 최대 30살까지도 양보할 자신이 있다. 6살 연상 회사원 눈나······ 오피스룩······ 헤으응······ 넘모 좋은 것이에요.



“하여튼. 양춘이 이번 기회에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거 아니야?”

“정말 그렇게 되면 제가 크게 한 턱 쏘겠읍니다. 누님.”

“나는 기회만 주는 거지 얻는 건 양춘이가 하는 거야~ 흐흫. 그럼 인턴십 한다고 얘기 한다?”

“네!정말정말 고맙습니다.”

“아 근데 우리과에서 지원자 있으면 아마 안 될 거야.”

“에······ 그런 꿀인턴이면 이미 지원자 있지 않을까요?”

“근데 그건 또 아니라. 원래 이런 대외활동이란 게, 아는 애들만 알고 대부분은 모르거든. 과사에서 광고 제대로 안 했으면 지원자 없을걸.”

“아 그렇군요.”



뭐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됐으면 좋겠다. 편하게 버는 160. 여친은 있으신지? 나영 누나가 말한 그 예쁜 눈나도 있으면 좋겠다. 아~~ 식당 알바 공장 알바 택배 알바 멈춰! 난 이제 사무직 인턴이다! 흫핳! 이번 여름방학은 뭔가······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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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12화. 여우 님과 규리 중에 누가 귀여운 거예요!! 21.06.08 5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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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11화 - 3 21.06.05 46 1 12쪽
55 11화 - 2 21.06.02 4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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