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님은 배우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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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
작품등록일 :
2021.02.0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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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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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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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 4

DUMMY

“······!”



섬찟한 느낌. 혈귀의 날카로운 감각에 이상한 기류가 느껴졌다. 이것은 결코 인간이 낼 수 있는 감각이 아니다. 태연하게 침대 위에 널부러져서 에어컨을 쐬며 휴대폰을 보고 있던 혈귀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느껴지는 기운은 어떻게 할 새도 없이 항거할 수 없을만큼 커졌다.



‘푸슈우우우웅.’



혈귀의 눈앞을 눈부신 빛이 가득찼다. 하지만 혈귀는 눈을 감지 않았다. 그의 눈에 비치는 형태. 세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 실명될 것 같은 기세의 빛 때문에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혈귀는 이미 보이는 형태의 기세를 파악했다. 남자 중 둘은 인간, 하나는 요괴. 그것도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요괴. 그의 날카로운 감각으로도 전혀 경지를 파악할 수 없으니 실로 어마어마하게 강한 요괴리라. 여자 하나는 그리 강하지 않은 요괴. 게다가 친숙하기 그지없는 기운. 이윽고 빛무리는 사라지고, 형태의 모습이 드러난다.



“흡혈박쥐여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그러니까─ 흡혈박쥐라고 부르지 말랬지!”

“그치만 흡혈박쥐이지 않느냐!”



소미의 쾌활한 목소리가 혈귀의 방을 가득 매운다. 긴장감이 넘치던 혈귀는 맥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작은 여우와 그의 친우들이 방문한 모양이다. 어떻게 공간이동이라는 고위 술법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여 여긴 또 어디여.”

“아아 모르는건가. 이것은 「공간이동」이라고 한다. 요괴들에겐 흔하지.”

“지도 요괴 아니면서.”

“너도 좀 즐겨봐. 기왕 요괴들하고 친해진 거.”



어리둥절해하는 유식이에게, 나는 아는체를 한다. 뭐 나나 유식이나 공간이동 경험은 도찐개찐이긴 한데. 아, 유식이는 윤서 누나를 전혀 모르지. 소개해줘야겠네.



“그 뭐냐, 나 방학동안 개꿀알바 한댔잖아. 인턴십. 그 회사 내 담당 선생님이야. 윤서 쌤이야.”

“아아. 근데 이 분은 왜?”

“이 분도 요괴거든. 아니 요괴는 아니고 몬스터라는데. 소미랑 친해져서.”

“흠. 진짜 요괴랑 노니까 요괴가 잔뜩 꼬이네.”

“뭐 그런 거지.”



유식이는 소미와 티격태격 하고 있는 윤서 누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무방비하게 민소매와 짧디짧은 돌핀팬츠를 입고 있는 윤서 누나. 쒸,,,,,불,,,,,,겁내,,,,,,야허네,,,,,, 이건 내 잘못이 아니여. 그런 야한 옷을 입고 있는 윤서 누나가 잘못인 거지. 물론 집에서 진~짜 편하게 입고 있는 거였겠지만. 정확하게는 이렇게 들이닥친 우리가 잘못이지. 여자 방에.



“아주 강대한 요괴인데. 나보다도 훨씬 강해.”

“······서역의 혈귀인가. 들어본 적 있다.”

“역시, 바로 알아보는군. 여기 작은 여우는 전혀 모르던데.”

“그 아이는 아직 경험이 일천하니.”



뭔가 갑자기 분위기 무협소설. 소미랑 티격대던 윤서 누나가 문득 까마귀 아저씨를 보며 말한다. 까마귀 아저씨도 개간지 목소리로 대답한다. 흡혈귀인데 흡 빼고 ‘혈귀’라고 하니까 뭔가 되게 멋있어 보이잖아.



“우리 바닷가로 놀러가기로 한 것이다! 우리 엄마도 있고 모두 다 같이 가는 것이다!”

“······음. 구미가 당기는걸.”



소미는 원래 돌려 말하고 그런 화법 같은 건 모른다. 그냥 말하니까 말하는 거다. 하지만 전달력은 확실하지. 윤서 누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요염하기 그지없게 입술을 핥는다. 설마······



“저기 누나, 소미야 누나보다 약하니까 그게 되겠지만 까마귀 아저씨나 소미 어머님 피는 아마 힘들 텐데.”

“아 뭐 내가 피에 미친 흡혈귀인줄 알아?! 그런 거 아니거든!”

“근데 침 고이셨잖아요.”

“맛있겠지! 400살 먹은 작은 여우 피도 그만큼 좋은데! 몸에도 좋겠지! 그치만, 그치만······.”



피에 미친 흡혈귀인 것 같은데. 내 태클에 잔뜩 부정하는 윤서 누나. 하지만 그러면서 침을 꿀꺽 삼키는 건 어째서? 까마귀 아저씨는 무심하게 그런 윤서 누나를 바라본다.



“그럼 이제 다 모였군. 바로 이동하도록 하지.”

“근데 저희 어디 가는데요?”

“바다다.”

“그니까 어디 바다요.”

‘푸슈우우웅─’

“아 쫌 알고는 갑시다!!”



내 말을 듣는 건지 마는 건지, 까마귀 아저씨는 자기 할 말만 하고 또 우리를 공간이동 시킨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공간이동 당하면서도 태클을 건다.






//






“야하로~ 드디어 왔구나! 기다리고 있었잖아.”

“와.”



탁 트인 바다. 우리나라에 이런 예쁜 바다가 있었나? 거의 에메랄드 빛이야. 모래는 새하얗고. 나는 늘 서해바다의 탁한 갯벌 포함 쓰레기 함유 바다를 봐 왔는데. 무엇보다 주황색 포장마차 같은 흉물스러운 거 낡디낡은 선외기 스티로폴 그물 이런 거 없이 탁 트여서 바다만 있는 게 너무 마음에 든다. 소미 어머님 쪽은 벌써 도착해 있었는지 손을 흔들며 우리를 맞이해준다.



“추향이 오래간만이네.”

“네 오빠 오래간만이네요.”



평상복 차림의 추향이. 그래, 이게 평상복이지. 윤서 누나는 평상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달라붙는 옷을 입었어.



“우선 저 집으로 들어가서 재정비를 하도록 하지.”

“여긴 어딘가요?”

“잘 아는 사람의 바다다. 인간 세계의 말로 하자면······ 프라이빗 비치라고 할까.”

“와 ! 프라이빗 비치?!”



까마귀 아저씨는 중후한 멋진 목소리로 저 쪽 지평선에 있는 저택을 가리키며 말한다. 와 나 이런 거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에서만 봤는데. ‘프라이빗 비치’라는 말도 실제 세계에선 처음 들어봐. 스을쩍 전체 파티(?) 인원 구성을 살펴본다. 소미, 규리, 나, 유식이, 추향이, 나영 누나, 윤서 누나, 그리고 소미 어머님과 까마귀 아저씨. 와 이게 몇 명이야. 3생활관 인원보고 총원 9 요괴 5 인간 4! 와 미친 요괴가 더 많아. 어쩌다 이렇게 됐지.



“어서오십시오.”

“응. 총 아홉명이다.”

“안내해드리지요.”



나이 지긋한 노집사가 입구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다. 에······ 진짜 집사······? 저런 거 애니에서만 봤다니까! 집사는 배트맨하고 흑집사에만 있는 거 아니었어?! 진짜 별장 관리하는 집사가 나와서 맞이하고 그런 거였어?! 와 개쩔어.



“까마귀 아저씨 돈 많으세요?”

“내 것은 아니다. 아까 말하지 않았느냐. 지인의 소유인 바닷가라고. 암자를 내려오기 전에 이미 조치를 취해놨지.”

“진짜 개 대박이네요.”



노집사님의 안내에 따라 건물로 들어간다. 1층은 고풍스러운 어느 호텔 라운지 같은 느낌의 크고 아름다운 공간. 잘 꾸며놓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2층은 초고급 호텔 객실 같은 분위기의 복도가 나타난다. 나는 유식이와 같은 방을 배정 받았다.



“와 이런 건 난생 처음 봐.”

“나도.”



유식이도 순수하게 감탄한다. 일단 이쪽 방에서 묵으시면 된다고 해서 들어오긴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우리,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애초에 무계획 무지성 여행이기 때문에, 뭐 챙겨오질 않았다. 심지어 유식이는 그냥 자기 방 안에서 왔어. 다들 휴대폰 하나만 떨렁 챙겨온 꼴이다.



“해변에서 노실 거라면 이쪽으로 오시죠.”



방을 다 배정 받고, 노집사님은 또 우리를 2층의 어딘가로 안내한다. 이번에는 꼭 옷가게 탈의실 같은 공간이 나타난다. 거기에는, 무수히 많은 수영복들이 꼭 수영복 가게처럼 전시돼 있다.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 입으시지요.”

“와 장난 아닌데?!”

“사이즈별로 정리돼 있으니, 편하신 대로 입으시면 됩니다.”



여자 수영복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남자 수영복도 이쪽에 많이 있다. 요괴 인간 포함해서 총 아홉명. 그 중에 남자는 세 명, 여자는 여섯 명이다. 성별에 맞게 수영복을 고르러 들어간다.



“우효ww 여름 바다에 수영복이라니 와타시 초럭키─ww”

“너는 금태양도 아니고 그냥 배불뚝이 아다 동정 병1신이잖아.”

“아 꼭 그렇게까지 폭언·욕설을 하셔야겠읍니까.”



유식이는 폭언의 정도가 너무 강하다. 일단 나는 옷을 벗었다. 팬티와 반팔만 입은 나. 거울에 비친 내 몸뚱아리를 본다. 참 초라하다. 근육 하나 없는 몸에, 어째서인지 배만 나와 있다. 초등학교 이후 변한 적이 없는 통짜 몸매. 운동 싫어해서.



“왜 남자는 웃통 벗냐. 짜증나게.”

“뭐 잘 보일 사람도 없잖아. 아까 바닷가 보니까 사람 한 명도 없더만.”

“잘 보일 사람이 왜 없어, 추향이나 나영 누나나 윤서 누나가 다 볼 텐데.”

“보든 말든.”



유식이는 전혀 거리낌 없이 옷을 다 벗는다. 유식이도 뭐 근육근육하고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얘는 근육의 태는 잡혀 있다. 뱃살도 없고. 어떻게 배가 저렇게 없지. 하긴, 유식이는 나보다 덜 먹긴 한다.



“아무거나 입어.”

“진짜 아무거나 입네.”

“남자 수영복이 그렇지 뭐.”



유식이는 남색 수영복 하나를 대충 집어 들고는 입는다. 약간 마른데 잔근육 있는 스타일인 유식이. 나는 좀 거시기하다. 문득 옷을 벗고는 수영복을 집어드는 까마귀 아저씨가 보인다.



“······!”

“왜 그러는가 소년이여.”



완전 근육질. 아니 이번에는 변신을 진짜 멋있게 하고 오셔서, 외모도 20대 중후반 정도에 아이돌처럼 생겼고 목소리도 중저음 동굴 목소리 개간지 짱짱맨이 되어 온 까마귀 아저씨인데, 몸도 완전 탄탄한 근육질이다. 그렇다고 뭐 마동석이나 아놀드 슈워제네거처럼 말도 안 되는 근육근육은 아니고, 딱 적당한 그런 근육질 몸 있잖아. 남자가 봐도 헉 하고 감탄할만큼 대단한.



“그, ‘그것’도 변신으로 인한 결과인가요?”

“응?”



그래서 제꼬삼 제꼬삼 신나는 노래를 마음 속으로 불러봤지만······ ‘그것’조차도 너무나 heavy하다. 눈을 크게 뜨고 눈이 휘둥그레진 나는 까마귀 아저씨를 보고 묻는다.



“우리는 우리의 형상을 그대로 인간의 모습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이게 내 본래 모습이지. 너희가 봤던 인간 중년의 모습은 그 모습이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 왜······? 원래 모습이 이렇게 멋있으면 이렇게 하고 다니시면 되는 거 아닌가요?”

“내가 인간의 인기를 끌어서 대체 무엇을 하겠는가. 요괴들은 인간 형태를 하고 다녀도 그 껍데기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오로지 요력과 그의 기세만을 볼 뿐. 그렇기에 나는 나대로 편한 복장으로 변신하고 다닌 것이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원래 모습인 이 존잘남 모습을 하면 마치 꽃에 벌이 꼬이듯 인간들의 관심이 너무 지나치게 되니까, 적당하게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질만한 대머리 아저씨로 편하게 하고 다닌거다?! 이 기만충! 내가 빡빡이 대머리라고 놀린 게 아무 소용이 없게 됐잖아! 실제로는 이렇게······ 와꾸도 100점 몸도 100점 꼬추도······ 하······ 이걸 뭐라 설명할 수가 없네.



“야 이거도 있네 뱃살 보이기 싫으면 이거 입어.”

“오 그렇네. 이거 뭐라고 하더라? 그 영어로 뭐라고 하는데? 래서팬더?”

“래시가드.”

“아 그래.”



까마귀 아저씨의 몸을 보며 탄식하고 있는 찰나, 유식이가 옷걸이에 걸린 다른 수영복을 가져다주며 말한다. 그래도 친구 좋다는 게 이런 거구나. 잘 달라붙고 잘 늘어나는 소재의 래시가드는 위는 긴팔이고 아래는 반바지 같이 생겼다. 오, 전혀 부담되지 않아. 솔직히 남자 수영복은 뭔가 삼각팬티 한 장만 입고 돌아다니는 것 같아서 부담되거든. 꼬툭튀 되잖아. 좋아, 나는 이 부담스럽지 않은 레시가드로 정했다.


작가의말

바닷가 가기까지 4편이니까...... 바닷가에서 놀고 돌아가는 것까지 하면......


이번에도 분량조절은 실패인 듯 싶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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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12화 - 4 21.06.21 45 1 11쪽
60 12화 - 3 21.06.15 46 1 11쪽
59 12화 - 2 21.06.13 50 1 11쪽
58 12화. 여우 님과 규리 중에 누가 귀여운 거예요!! 21.06.08 5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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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11화 - 3 21.06.05 46 1 12쪽
55 11화 - 2 21.06.02 46 1 12쪽
54 11화. 다들 너무한 거예요! 21.05.31 46 1 12쪽
53 10화 - 9 21.05.30 4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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