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락호 진우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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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혼검
작품등록일 :
2021.02.0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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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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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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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파락호 진우 206 - 인연불망 6

DUMMY

진우가 떠나자 하원앙은 소혜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주위 시선에서 벗어나려 함이었다. 마침 연무장을 벗어나 조금 더 걸어가니 아름드리나무가 곳곳에 자라 있었다. 처음 건물을 지을 때 미관을 위해 심은 것이겠으나, 현재 장정 서넛은 충분히 쉴만한 그늘을 드리워 놓고 있었다.


"우리 좀 앉을까?"


조심스레 말을 건네며 하원앙은 먼저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소혜 역시 스르르 엉덩이를 땅에 붙였다. 그런데 기껏 자리를 마련하고 두 사람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숙부님은 정말 대단해요..."


수련을 마친 대원들이 하나둘 연무장을 떠날 때까지 조용하던 소혜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녀의 말이 감탄으로만 들리지 않아 하원앙은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무예를 익히지 않은 터라 소혜 심정을 그녀가 잘 알지 못했지만, 대련에서 너무 허망하게 패배한 탓이라 여겼다.


"그래. 정말 대단한 분이지.."


마지못해 그렇게 대꾸한 하원앙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듯하여 소혜의 손만 만지작거렸다. 소혜의 마음이 스스로 가라앉길 바라며 시간을 보내던 하원앙, 그런데 본인 또한 앞날이 행복하지만은 않아 덩달아 깊은 생각에 잠긴다.


"언니!"

"응?"


다소 놀라며 하원앙은 대답하였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지 못할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착각이었을까? 열여덟 꽃다운 처녀에게 어울리지 않은 고뇌가 느껴졌다. 단지 패배감 때문이라고는 볼 수 없었던 하원앙은 옆으로 바싹 다가가 소혜의 무릎에 손을 올려놓았다.


"무슨 일 있구나?"

"아니에요.."


소혜는 고개를 떨구며 다시 입을 다물었다.


"괜찮아. 말해보렴. 무엇이 당찬 소혜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분위기를 쇄신하려 장난스레 물었지만 소혜는 묵묵부답이었다. 하원앙은 소혜가 스스로 말하길 기다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언니..."


긴 침묵 끝에 소혜가 마침내 얼굴을 들었다. 그런데 반짝이는 그녀의 눈물!


"소혜야?"


뜻밖의 상황에 당황한 하원앙은 소혜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어깨 자락은 소혜의 눈물에 점점 따뜻해졌다.


"괜찮아.. 괜찮아.. 소혜야"


영문도 모른 채 소혜의 등을 어루만지며 무작정 달래고 본다.


"언니.. 나 어쩌면 좋아요..?"

"..."

"그래선 안 되는데.. 정말 그러면 안 되는데.. 점점 좋아져요.."


이런! 하원앙은 낭패감에 흠뻑 젖어들었다. 아무래도 소혜가 뒤늦은 사랑앓이를 하는 듯싶었다.


누굴까? 흑풍대 중 하나일까? 아니면 고 부단주? 설마 흑풍대주는 아니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또래가 없다. 혹시 저자에서 스친 여느 집 도령일까? 하원앙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어찌 되었든 이런 일이라면 다행 아니겠는가!


"여태 그 사람을 원망했어요.. 아마 앞으로도 그러겠지요.. 그것이 내가 아는 진실이니까! 그런데.. 그래야만 하는데.. 내 눈에 들어온 그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나 어떻게 해요?"


싸우기라도 한 것일까? 어쨌든 소혜는 단단히 빠져 들은 것만 같았다.


"있잖아. 네 마음을 흔들어 놓은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네 눈을.. 네 가슴을 믿는 것 아닐까?"

"내...가슴.."


소혜가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어본다.


"그럴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런데 어떻게 날 믿지요? 십 년 동안 사실로 알고 살았어요. 그런데 가슴이 내 눈이 거짓이라 말해요. 무엇을 믿어야 할까요?"


소혜의 글썽이는 눈을 마주친 하원앙은 너무 혼란스러웠다. 그녀가 예상했던 연정에 빠진 처녀라 보기 어려웠다.


"어렵구나...!"

"언니. 만일 내가 내린 결론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땐 어떻게 해요?"


소혜의 눈은 심각하였지만, 결론적으로 중요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내가 무엇이 답이라 말할 수가 없구나. 그렇지만 내 이야기를 들어보련?"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고개를 돌리는 소혜, 하원앙은 가슴이 아팠다.


"너도 들었지? 사실 난 이렇게 숨을 쉬고 살아선 안 되는 사람이란다. 내 잘못으로 많은 사람이, 그것도 매우 가까웠던 사람들이 서로 척을 지고 결국 칼을 들었어"

"언니.."


본인에게 직접 듣는 이야기다. 소혜가 하원앙을 바라보자 그녀는 살포시 웃어주었다.


"괜찮아. 그때 많은 피가 흘렀지. 난.. 나를 끔찍이 아끼시던 할아버지도, 나만 의지하던 동생도 죽일 뻔했어.. 대주님이 없었다면 그리되었을 테지. 하지만 그런 잘못에도 이렇게 살고 있어. 부끄러운 일이지만..."

"..."

"하지만 당시 내게 진실이란 오직 하나뿐이었지. 변명하려는 게 아니야. 사실을 말하는 것일 뿐. 난 천중상단을 살려야만 했어. 그렇게 믿고 살았지. 물론 나중에 내가 잘못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

"그땐 이미 늦었지. 사람들이 흘린 피를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어"

"..."

"후회로 가득한 삶이야.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워.. 그럼에도 난 이렇게 살아. 왜 그럴까?"

"..."

"사람은 누구나 잘못된 판단을 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신이 아니니까! 하지만 잘못을 바로잡는 것 또한 그런 판단을 한 본인이야"

"..."

"나도 아직은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어. 그렇지만 넌 달라! 똑똑한 아이니까! 그러니까 두려워 말고 믿어. 자신을....나처럼 실수는 하지 않을 거야"


설움이 북받친 하원앙의 눈에서도 슬며시 물기가 비치기 시작했다.


"피할 수 없다면...꼭 결정해야만 한다면...자신을 믿어야 해.. 설령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해도....!"


너무 큰 잘못인지라 용서를 구하지도,변명을 하지도 못했던 하원앙의 응어리가 소혜와 함께 흐르고 있었다.


한편 회의장에서 고당명은 서문일과 함께 진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진우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진우가 자리에 앉길 기다렸다. 그런데 일행에게 살짝 묵례한 진우, 자리에 앉고서도 영 딴 생각이었다.


"흠..흠. 무슨 일 있는가?"


서문일은 헛기침으로 주의를 환기하였다.


"아! 죄송합니다"


제 팔뚝을 어루만지던 진우가 냉큼 고민에서 벗어났다. 그는 잠시 미안한 표정을 하더니 장호방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호법 어른! 소혜에게 언제 그런 무예를 전수하였습니까?"

"엥? 뭔 소린가? 그게?"

"이것 보십시오. 객기를 부리다 하마터면 대원들 앞에서 큰 망신을 당할 뻔했습니다"


진우가 너스레를 떨며 옷을 걷어 올리자 팔뚝엔 시꺼멓게 멍이 들어 있었다.


"어! 그게 웬 상처야!"


화들짝 놀란 장호방!


"혹시..."

"그렇습니다. 소혜 발길질을 막다 이리되었지 뭡니까! 이러다간 흑풍단에 최고수는 아무래도 소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오승과 서문일 또한 놀람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약력이 좋았다지만.....!"

"스승이 뛰어나니 그런가 봅니다"


진우가 장난처럼 말했다.


"험..험.. 그렇기도 하지만서도....."


장호방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내력을 사용하지 않았다지만 진우는 절정고수다. 괜히 절정이라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몽둥이로 얻어맞은 듯한 멍이라! 장호방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소혜를 잘 부탁드립니다"

"어..그렇지.. 그래"


생각에 빠진 그에게 진우가 공손히 고개를 숙이자 엉겁결에 장호방은 마주 인사하였다. 어쨌든 진우는 이제 완전히 소혜를 진짜 가족처럼 여기고 있었다. 장호방의 떨떠름한 대답을 뒤로하며 진우가 고당명에게 말했다.


"부대주! 다녀오신 일은 잘되었소?"


살짝 고개를 숙인 고당명이 입을 열었다.


"대주님. 이번에도 역시 전과 같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대원들의 가족이 흑풍단으로 이주를 거부하였습니다"

"쯧쯧..."


나오승은 그만 혀를 차고 말았다. 이것이 전위군의 실상이었다. 전날 흑풍대란 거창한 이름으로 전장을 질타했어도 가족들에게 흑풍대는 그저 돈에 목숨을 팔아 떠난 사람 정도였다.


그나마 이주에 동의한 가족은 전위군이 된 지 겨우 서너 해 되는 대원들의 가족. 흑풍대의 평균 군력이 십여 년에 달했으므로 그 인원은 극히 일부였다.


가족에게 십여 년 가까이 소식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흑풍대, 그들은 잊힌 존재였다. 다만 일 년에 두 번 전표가 날아들 때가 되어서야 '아! 살아 있구나!' 생각을 떠올릴 뿐이었다. 그렇게 대부분 가족은 가장을 제외하고 삶을 꾸려 나갔다.


아비 얼굴을 모르고 자란 아이는 차라리 나았다. 다른 이를 아비라 부르고, 또 다른 사내를 남편으로 섬기며 동침을 하였다.그러나 흑풍대원에겐 불행한 일이었지만 그들을 뭐라 할 수 없다. 아무것도 없는 삶, 신분의 최하계층이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므로..


그렇게 겨우 만든 터전이건만, 십여 년 만에 나타나 버리고 따라나서길 강요한다는 것은 어쩌면 사람으로서 할 짓이 못될지도 모른다. 뭐!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억울하면 돈을 벌라는....그것이 더러워도 삶이다.


이런 현실을 대원들에게 곧이곧대로 말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연락이 안 된다는 식으로 슬쩍 넘어갈 뿐이었다.


"결국 이곳에 머물 가족은 절반 정도군"

"그렇습니다"

"그럼 부대주는 총관 어른과 의논하여 그들이 머무를 집을 차질 없이 준비하시오"

"알겠습니다. 그런데 다른 대원들에겐 뭐라 설명할까요?"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얼마간 눈을 감았다.


"사실대로..."

"대주님?"

"충격이야 크겠지만, 숨긴다고 능사는 아니오. 본인들을 위해서라도 그게 났지 싶군"

"그리하겠습니다"


대답은 하였지만 고당명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가족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삶의 목적일 수도 있는 가족에게 버림받았단 사실을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가족들과 연락을 유지하도록. 같이 사는 것이 어려울지라도 서로 연락 정도는 하고 싶지 않겠소?"

"분기를 못 참는 대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지. 원하는 대로 해주시오. 떠나겠다면 보내주고!"

"알겠습니다"

"일단 그 문제는 부대주에게 맡기고, 단주님은 어떠셨습니까?"

"음....대주. 그것이 문제라네!"


뜸을 들이는 서문일!


"황룡방이 와해되면서 많은 상단이나 방파들이 등을 돌렸네. 그들을 다시 휘하에 들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야. 그들은 대부분 정세를 관망하고 있다네"

"정세라... 천랑방을 무너뜨린 것만으로 부족합니까?"

"그렇다네. 사실 그들에게 황룡방이나 천랑방, 흑풍대는 다 같지. 누가 주인이 되든 상관이 없어. 그들의 관심사는 자신들의 방패막이가 될 정도로 흑풍대에 힘이 있을까 하는 것 정도겠지"

"..."

"아마 힘이 없다면 단박에 치고 들어올 거야! 주린 늑대들처럼!"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흑풍단 세력을 키우려면 꼭 필요한 대상이었다.


"어떻게든 포섭을 해야 합니다. 방법이 없겠습니까?"


진우가 묻자 서문일은 나직한 한숨을 내쉰다.


"편히 말씀하십시오"


그러나 서문일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진우, 아니 흑풍대주는 더 이상 파락호가 아니었다. 적어도 서문일이 보기엔 그랬다.


"단주님"

"이거 참! 대주도 알지 않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번엔 진우가 말문이 막혀 되물었다.


"정녕 그뿐입니까?"

"그렇다네. 어차피 흑풍대는...."


파락호 집단 그 이상은 어렵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겠는지 서문일은 잠시 숨을 고른다.


"자네가 장사를 할 텐가? 아니면....?"

"알겠습니다. 시작부터 피를 두려워할 수는 없지요. 혹시 생각해두신 곳이라도 있습니까?"

"잘 생각했네. 이왕 할 거면 크게 벌이는 것도 좋겠지. 길림의 장완방이 어떠한가?"

"그들은 길림의 야시장패 아닙니까?"

"기억하는군. 하지만 이젠 그저그런 파락호가 아니야. 천랑방이 내어 준 길림의 밤을 그들이 통합했네. 게다가 그들은 옛날부터 황룡방 행사에 매번 반기를 들었었지"

"수일 내에 출발하겠습니다"

"아니! 그리 급하게. 그것도 혼자서..."


괜찮겠냐는 말을 하려다가 서문일은 입을 다물었다. 예전에 데리고 있던 야차 진우가 아니었다. 이제 넘볼 수조차 없는 절정고수 흑풍대주다. 뭐가 문제겠는가!


"대주. 조심하게"

"감사합니다. 그러면 이것으로 오늘 회의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진 대주. 잠시만 시간을 주시오"


나오승이었다.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는 부랴부랴 두툼한 서류철을 펼치더니 조목조목 설명하였다.


"천랑방을 정리하며 얻은 재물이 삼십 만 냥이오. 그 중 십칠 만 냥은 약재를 사는 데 사용했으며, 육만 냥은 가족들의 일에 사용하게 될 것이오. 남은 재물이 대략 칠만 냥 정도인데 이를 어쩌시려오?"


천에서 이반을 획책했던 벽력쌍호였다. 쌓아둔 재물이 상당하였다. 하지만 딱히 진우는 어디에 쓰겠다 생각한 적은 없었다.


"복안이라도 있습니까?"

"그렇다면 한 말씀 올리겠소. 대주. 이 돈으로 무인을 구하는 것이 어떻겠소?"

"낭인 말입니까?"

"낭인도 좋고. 이름 좀 있는 파락호들도 좋고! 사실 흑풍단은 세력이랄 게 없지 않소. 단의 이런저런 행사를 하려면 무엇보다 사람이 필요한데 그때마다 흑풍대를 끌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 아니오?"

"하긴 그렇습니다"

"경비 무사들도 따로 필요하고, 단주께서 행차할 때 수행할 인원도 필요하니 이참에 흑풍단의 틀을 세우는 게 어떻겠소?"

"하명 하십시오"

"내 생각은 이렇소. 흑풍단의 무투대로 흑풍대를 둘 것이며, 그들은 오로지 훈련과 흑풍단의 사활을 건 전투에만 동원하오. 그리고 두 개의 단체를 더 만드는 것이오. 하나는 경비단으로, 삼류무사와 파락호를 규합하여 기존에 황룡방에서 해오던 일을 맡깁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싹수가 보이는 어린 무인을 찾아 훈련과 요인의 보호를 맡기는 것이오. 대주께서 모든 일을 혼자 할 게 아니라면 꼭 필요하오"


역시 큰 단체의 총관을 했던 전력이 있었다. 일사천리로 나온 나오승의 의견은 꽤 그럴싸했다.


"그런데 꼭 어린 무인일 필요가 있습니까?"

"당연하오. 외람 대나 흑풍대는 무적이 아니오. 설사 그렇다 해도 앞으로 많은 싸움이 있을 터인데 결원이 생길 수밖에요. 그때 가서 어떻게 인원을 대체 하시려오? 그러니 지금부터 철저히 선별하여 예비 흑풍대를 키우자는 것이외다. 종국에 가선 칠십의 흑풍대를 몇백으로 키워야 하지 않겠소?"

"좋아.. 아주 좋아!"


가만히 듣던 서문일이 한 손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좋은 생각입니다. 총관 어른! 그런데 칠만 냥 가지고 되겠습니까?"

"일단 찾아봐야지요. 장춘에서 못 찾으면 길림으로, 또 그곳에서 못찾으면 북경으로 어딘들 찾아가지 못하리오?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일이외다"

"잘 알았습니다. 그 부분은 총관 어른께서 책임지고 진행해 주십시오"

"그리하리다"


사람들이 모여 이렇게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니 벌써 뭔가 이뤄진 듯하였다.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를 일어서는데 한 사람만 얼굴이 불퉁스럽다.


"좋겠네.. 좋겠어.. 난 뭐하나. 대. 주. 님!"


아무런 일도 맡지 못한 장호방이었다. 평소 발발거리기 좋아하는 그의 성격에 소외감이 들었으리라! 하지만 진우 역시 그에게 맡길 일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난처한 얼굴로 슬금슬금 시선을 회피하던 그가 갑자기 눈을 번뜩였다.


"잔치 준비를 하셔야지요!"

"잔치..?"


급조해낸 듯한 터라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잔치라니? 장호방은 슬쩍 운을 띄워보았다.


"그렇습니다. 흑풍단을 세우고 고사조차 지내지 않았습니다. 마침 하원앙과 약속한 것도 있으니 이틀 후 저녁에 잔치를 벌이겠습니다"

"흐음...저놈이 있는데 그걸 내가 왜 해?"


장호방은 턱짓으로 나오승을 가리켰다.


"저기 신선 행세를 하시는 총관 어른이야 주도를 모르시니 어떻게 그런 대사를 맡기겠습니다. 흑풍단의 첫 잔치입니다. 당연히 호법어른께서 해주셔야지요."


은근슬쩍 입가에 웃음이 걸리는 장호방이었다.


"험..험.. 뭐 그렇다면야!"

"부탁드리겠습니다"


진우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자 장호방이 벌떡 일어섰다.


"대주께서 그런 큰일을 부탁하시는데 내 어찌 가만 있을쏘냐. 내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잔치를 준비함세"


그러더니 냅다 문 쪽으로 달려간다.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혼자 중얼거리며..!


"흠..뭐가 필요하더냐? 그래.. 폭죽 정도는 있어야겠지... 술은? 그래... 백화주 열 동이다!!"


바람처럼 사라진 그를 따라 흑풍단에 활기가 몰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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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파락호 진우 201 - 인연불망 1 21.06.04 471 9 15쪽
201 파락호 진우 200 - 악인무극 20 +1 21.06.03 424 9 16쪽
200 파락호 진우 199 - 악인무극 18 +1 21.06.01 461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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