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하를 베어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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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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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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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우리 모두가 죽더라도 (4)

DUMMY

“흩어져라!”


걸어 다니는 자연재해를 대상으로 맞설 수는 없다. 재형의 판단은 현명했다. 디나를 중심으로 재형 일당은 모조리 흩어졌다. 디나는 그들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이제까지 구역의 누구도 볼 수 없었던 적의를 오직 나리아에게만 쏟아붓고 있었다.


“그래, 마음에 안 들어.”


나리아는 디나를 노려보며 속삭였다. 저렇듯 기괴한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 아니다. 일반인으로서는 기사 또한 이해할 수 없는 힘을 지녔기는 마찬가지다. 나리아는 알베릭이 다루는 움직이는 대장간을 보았다. 위력으로만 보자면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저 무심한 눈 때문이다. 사람을 죽이고 찢어발길 줄 알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눈. 매 걸음마다 숱한 핏물을 뿌리면서도 홀로 당당한 저 눈 때문이었다.


“자기 목숨을 걸지도 않으면서, 사람의 목숨에 경의를 표하지도 않고······!”

“나리아님, 물러나겠습니다.”


베니가 나리아를 안고 뒤로 뛰어올랐다. 나리아는 드물게 몸을 떨면서 흥분하고 있었다. 그것이 분노라는 것을 깨닫기는 어렵지 않았다. 베니는 저런 괴물을 앞에 두고도 두려움보다 분노를 느끼는 나리아에게 감탄해야 할지 망설였다. 지금은 살아남기에 급급했다.


나리아는 베니의 어깨너머로 디나를 보며 심호흡을 했다. 이곳은 이제 전장이다. 흥분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자신의 목숨만이 아니라 베니의 목숨까지 달려있었다.


“베니, 벗어날 수 있겠어요?”

“해보겠습니다.”


베니는 나리아의 뒤통수를 감싸고 거칠게 몸을 굴렀다. 동원 가능한 모든 감각을 디나에게 쏟아붓고 있었다. 베니는 반쯤 본능에 몸을 맡겼다. 일렁이는 공기의 흐름만이 공격의 단서였다. 그러나 단서를 안다고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베니의 어깻죽지가 투명한 칼날에 찢어져 피를 뿜었다. 미처 간파하지 못한 공격이었다.


“베니!”

“괜찮습니다.”


베니의 속도는 빨랐지만, 디나는 이상하리만치 쉽게 따라붙었다. 걸음이 빠른 것은 아니다. 마치 거리를 농락하듯 단 몇 걸음으로 다가왔다. 착시현상처럼 보일 정도였다.


‘아니야, 저것도 그 힘이야.’


디나는 보이지 않는 발판 위를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발판은 베니를 따라잡을 만큼 고속으로 이동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저것은 초능력이나 마법이 아니다. 어떠한 수법이 있을 것이고, 이곳은 현실이므로 반드시 밝혀낼 수 있는 정체가 있다.


“베니, 저게 대체 뭐일 것 같아요?”

“나리아님, 질문은 나중에 받겠습니다!”


달리던 베니가 급히 멈추었다. 걸음을 내디디려던 공간에 불길한 바람 소리가 스치고 지나갔다. 나리아는 그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베니를 관찰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었기에 디나를 관찰할 수 있기도 했다.


일정 거리로 가까워질 때마다 공격이 온다. 나리아는 우선 디나의 범위를 상정했다. 그 다음으로 동시에 가해질 수 있는 공격을 세보았다. 네 번까지는 셀 수 있었지만 한 호흡에 몇 번의 연격이 가능한지는 불확실하다.


‘마치 알베릭이 부리던 대장간처럼······.’


나리아는 알베릭과 디나를 비교했던 것을 새삼 곱씹었다. 그리고 섬광처럼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알베릭?”


설마. 나리아는 일단 그 가정을 부정했다. 알베릭의 대장간은 저렇듯 실체가 없는 무기가 아니다. 그러나 저것이 대장간의 일종이라면.


‘그대가 생각하는 형태로 바뀌는 게 아니야.’


나리아는 언젠가 페이에게서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기사는 그것을 당장 눈앞에 벌어지는 전투를 위해······.’


움직이는 대장간은 병기다. 그러나 단순히 병기라고만 부르기에는 그 어떤 물질보다 이질적이다. 황제는 그러한 병기를 어떻게 제작했을까. 만약 그러한 물질이 비롯된 무언가가 있고 디나의 무기도, 움직이는 대장간도 파생된 도구일 뿐이라면.


‘그대가 이루고 싶어하는 목적을 위해 형태를 갖추는 것이지.’


허공에서 단검 한 자루가 디나를 향해 쏘아졌다. 디나는 시선도 돌리지 않고 허공에서 단검을 튕겨냈다. 재형이 한 건물 위에서 혀를 차고 몸을 숨기는 모습이 보였다.


‘디나는 반응한 게 아니야.’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저 힘이 반응했을 뿐이라면. 나리아가 3구역에 들어서고 허공에 대장간이 흩어졌을 때, 헌진은 주인을 보호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저것도 그런 반응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지가 아닌 욕망을 상상하게.’


나리아는 페이의 목소리 너머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엿본 느낌이었다.


“아.”


베니가 멍청한 소리를 냈다. 나리아는 뒤늦게 베니의 무릎 근처에서 뿜어나오는 핏줄기를 보았다. 속도를 내는 와중에 중심을 잃은 베니는 형편없이 굴렀다. 나리아는 반사적으로 머리를 감쌌다.


세상이 돌며 바닥에 살갗이 찢어지고 온몸에 돌이 박히는 격통이 내달렸다. 나리아는 채 참지 못한 신음을 터트리며 몸을 움츠렸다. 찢어진 옷 사이로 피가 배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격하게 구른 탓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일어서는 것조차 버거웠다.


“으······.”


나리아는 힘겹게 무릎을 세우고 벽에 기댔다. 보지 못한 풍경이었다. 베니가 쫓기듯이 방향을 틀어냈기 때문인지 장소가 가늠이 되지 않았다. 피어오르는 먼지 너머로 흔한 도시의 모습이 엿보일 뿐이었다.


“나리아님! 도망······.”


뿌연 먼지 너머로 베니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이내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묻혔다. 멀리 날아간 몸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 사이로 베니의 희미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나리아는 떨리는 무릎에 힘을 주었다. 그 소리가 베니의 목숨은 괜찮다는 증거라고 믿고 싶었다.


“너는 대체 뭐야?”


먼지 너머로 디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쫓는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었다. 나리아는 말은 몸을 숨길 곳이 없을까 두리번 거리다가 이내 체념했다. 베니도 따돌리지 못한 상대방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다.


나리아는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대꾸했다.


“너야말로 뭔데.”


그러나 되돌아온 것은 대답이 아니라 일방적인 추궁이었다.


“너는 이 도시의 것이 아니잖아. 지금껏 수많은 오차율을 바로잡아왔지만 너같은 미지수는 없었어. 기분 나빠.”

‘누가 누구에게 하는 소리람.’


나리아는 실소를 흘리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두려움을 내보일 수는 없다. 상대는 적이다. 헌진이 어떤 상대, 어떤 상황에서도 그러했듯, 자세를 올곧이 하고 적을 노려볼 뿐이다. 나리아는 머릿속에서 공포를 몰아내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마고 할매가 그랬어. 도시 안에 있는 생명은 모두 도시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고. 그런데 넌 뭔데? 대체 어디서 온 거야?”

“너, 보기보다 말이 많구나.”


나리아는 기묘한 감정이었다. 디나가 오히려 초조해하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적을 상대하고 있는 것은 피차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언뜻 여유로워보이는 나리아의 반응에 디나는 울컥한 눈치였다. 의외로 감정이 풍부한 듯했다. 나리아에게 유리한 단 한가지가 있다면 오로지 그 점 뿐이었다.


먼지를 뚫고 디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리아는 습관적으로 도움을 찾다가 이내 포기했다. 이곳에는 헌진이 없다. 늘 그랬듯 누군가가 구해줄 리가 없다. 지금은 오롯이 혼자서 적을 마주해야 했다.


“디나, 너는 적을 만나보지 못했나보네.”

“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나리아는 무릎을 살짝 구부렸다. 디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자세가 앞으로 달리기 위한 준비라는 것을 깨닫기에는, 디나는 지금까지 적과 싸운 경험이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나리아는 구르느라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으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그렇게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는 거야.”

“그게 무슨······.”


그 순간 나리아는 달렸다. 7구역에서 성을 향해 달리고 6구역에서 거대 허수를 향해 달렸을 때와 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도망치거나 유인하는 것이 아니라 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디나의 눈썹이 움찔 떨렸다. 나리아는 자신의 몸을 타고 흐르는 대장간의 존재를 감지했다. 그 한줌만이 나리아가 디나에게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멍청이.”


디나는 조소를 내뱉었다. 나리아는 직감했다.


‘온다.’


나리아는 그 짧은 순간에 수많은 문장을 떠올렸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나 남몰래 품은 동경 같은 자질구레한 것부터, 도시의 미래나 구하지 못한 목숨 같은 것들까지. 그 끝에는 현실을 자각하는 냉정한 생각이 딸려나왔다.


‘저게 대장간이 아니라면 어떡하지?’


나리아는 이내 그 예정됐을지도 모르는 결과를 수긍했다.


‘죽을 수밖에 없지, 뭐.’


디나의 한쪽 어깨 위로 피어오르던 흙먼지가 흩어졌다. 그리고 나리아는 자신을 노리는 죽음을 느꼈다. 나리아의 품안에서 움직이는 대장간이 흩어진 것은 동시였다.


허공에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맞부딪쳤다. 폭발음과도 같은 굉음이 두 소녀의 사이에서 터졌다. 폭풍에 휩쓸리듯 흙먼지가 흩어졌다.


“어?”


디나의 눈이 경악으로 크게 떠졌다. 처음으로 본 놀란 눈이었다.


‘욕망해.’


나리아의 발걸음이 지척에 이르렀다. 디나는 이내 나리아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또 다시 흙먼지 몇 군데가 흩어졌다. 저것이 유일하게 나리아가 알아낼 수 있는 공격의 전조였다.


그러나 디나의 공격이 나리아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투명한 칼날 몇 개는 온데간데없이 흩어졌고, 몇 개는 나리아의 대장간과 충돌해 흩어졌다.


“어떻게?”

‘욕망해.’


나리아는 거듭 중얼거렸다. 디나의 얼굴이 코앞에 있다.


‘저 애를 엿먹이는 거야.’


나리아의 주먹이 디나를 향해 뻗었다. 그리고 벌어진 광경은, 지금껏 디나를 목격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재형의 기습도, 기사단 후보생들의 칼날도 닿지 못한 디나의 몸에 나리아의 주먹이 닿았다.


살과 뼈를 때리는 소리가 골목길에서 둔탁하게 울려퍼졌다. 나리아는 주먹을 타고 흐르는 고통을 느꼈다. 올바르지 못한 자세였고 막무가내로 휘두른 주먹이다. 뼈에 금이 갔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팠다.


“······웃기지 마.”


디나가 비틀거리며 몇 걸음 물러섰다. 붉게 부어오른 뺨을 감싸고 있었다. 나리아는 득달같이 디나에게 달려들었다.


“안 웃겨!”


나리아가 디나를 끌어안고 바닥을 굴렀다. 그 순간에도 디나의 공격이 허공에서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기어코 쏘아진 것은 또 다른 공격에 부딪혀 사라졌다.


디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임전태세를 갖춘 기사단 후보생도 몇 합은 막아낼 수 있었다. 예민한 기사라면 그보다 더 버틸 수 있다. 그러나 한낱 꼬맹이는 불가사의한 힘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디나는 깨달았다.


“너, 내 언어를 빼앗았구나······!”

“그게 뭔데?”


나리아는 디나를 깔아뭉갠 채 막무가내로 손을 휘둘렀다. 때로는 주먹이었고, 때로는 손바닥이었다. 디나는 팔을 허우적거렸다. 몇몇 공격이 운 좋게 나리아의 뺨이나 팔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 어던 것도 나리아에게 닿지 못했다.


일방적인 폭력이었다. 디나는 얖팔을 휘저으며 발악했다. 나리아는 디나의 팔을 붙잡고 사정없이 주먹을 내리쳤다. 손에서 감각이 사라지고 주저했던 폭력조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때쯤, 나리아는 순전히 지쳤다는 이유로 주먹을 멈추었다. 디나는 나리아 밑에서 늘어진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하아······.”


디나는 숨을 고르며 허리를 폈다. 손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폭력에 집중한 온정신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나리아는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몸을 떨면서 디나를 내려다보았다.


‘해냈어.’


디나의 힘은 움직이는 대장간과 같은 궤에 있는 무기였다. 대장간처럼 형태를 갖추지 않았을 뿐, 원리는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리아가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나리아가 알베릭에게서 한줌을 빼앗았듯, 디나에게서 빼앗을 뿐이다. 나리아의 생각은 적중했다. 오직 비슷한 힘을 다루어본 나리아만이 할 수 있는 발상이기도 했다.


디나의 얼굴은 형편없이 부어올랐다. 터진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 그러나 나리아를 노려보는 시선은 눈물이 맺혔을지언정 기세가 죽지 않았다.


“이 미개한, 야만인이······.”

“닥쳐. 다음에는 손으로 안 끝날 줄 알아.”

“어떻게, 어떻게 너 따위가 내 언어를 빼앗은 거야······.”


언어라고? 다시 치켜들던 나리아의 손이 멈칫했다. 그것은 물질을 향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나리아는 그 의미에 대해 오래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낡은 발소리가 골목길을 울렸다. 나리아는 디나에게서 시선을 돌려 골목길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 너머에는 마른 고목처럼 가느다란 그림자 한 줄기가 서 있었다.


“우리 애가 말썽을 부린 모양이구나.”


마고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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