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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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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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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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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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3)

DUMMY

"어? 류진씨? 무슨 일..."


나는 급하게 유미씨를 불러세웠지만 이미 유미씨는 함정의 가동 범위 내에 위치한 상태였고, 유미씨가 내쪽을 돌아보는 순간 번쩍하는 빛과 함께 유미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이런 젠장...!"


설마설마했던 사태가 벌어져버렸다. 별 것도 아닌 놈들을 상대하는데 신경을 너무 할애했어!


"일단은 나도 들어가야겠군!"


나는 그 길로 망설임없이 유미씨가 전이된 함정 속으로 몸을 던졌고, 함정의 발동 범위 내부에 발을 디디는 순간 눈앞이 번쩍하며 다음 순간 나는 넓은 방으로 이동해 있었다.


"어, 어라? 류진씨?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에요?"

"전이 함정이야. 유미씨가 쫓아가던 그 골렘...유미씨를 함정 쪽으로 유도한 모양이더군."

"뭐, 뭐라구요!? 하지만 함정처럼 보이는 표시는 없던데..."

"있기는 했는데 어째선지 끊어져서 바닥에 늘어져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 골렘에 신경을 쓰느라고 보지 못한거지?"

"네...죄, 죄송해요."


내 말이 질타처럼 느껴졌는지 시무룩해져서는 고개를 떨구는 유미씨. 나는 그런 유미씨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푹 숙인 유미씨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괜찮아 유미씨. 이 함정, 최근에도 클리어한 적이 있거든. 그때 내 레벨은 달랑 5였는데도 어떻게든 됐다고. 아마 잘 해결할 수 있을거야."

"저, 정말인가요? 그건 다행이네요! 역시 류진씨에요."

"그렇지? 그러니까 마음 놓고 있으라고."


...라고 말은 했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확실히 내 능력치는 얼마 전에 여기 처음 왔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고, 이 함정에 특화된 것만 같은 일당백이라는 어빌리티도 가지고 있는 상태지만, 문제는 장비다.

지금 우리가 가진 장비는 내가 가지고 있는 착용 레벨 10짜리 장검과 유미씨가 가진 레어급 장검 하나. 나는 이 진절머리나는 골렘 놈들을 썰어제끼는데 일가견이 생겼기에 내구도 소모는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지만, 유미씨는 거진 검이 아니라 둔기처럼 활용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남은 내구도가 많지는 않은 것처럼 보였다.


'지난번에는 장비 세 개로도 내구도가 아슬아슬했던 것 같은데...포션도 없으니 검심의 효과에 기댈 수도 없고. 이거 곤란하군.'


하지만 그런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은 곤란했다. 내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유미씨가 본인의 책임을 느끼고 섵부른 행동을 할지도 모르니까 말이지.


"흠. 일단 유미씨는 뒤로 빠져 있어. 여기서는 내가...어라."

"왜, 왜 그러세요 류진씨?"

"슬슬 몰려올 때가 됐는데 이상하게 조용해서 말이야.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원래 이 전이 함정은 사람이 들어오자 마자 사방의 벽이 열리며 골렘들이 쏟아져나오는 구조. 지금쯤이면 이미 골렘들이 나왔어야 정상인데 어째선지 방 안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던 것이다.


"흠. 고장이라도 난건가?"


무슨 전자제품도 아니고 던전의 함정이 고장이 날 리가 없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러고보니 저거, 출구 쪽 방향이었던 걸로 기억나는데."


평소에는 골렘들이 몰려나올 때 말고는 사방이 막혀있는 방이지만, 어째선지 지금은 몰렉의 옥좌로 향하는 방향의 문이 이미 열려 있는 상태였다.


"설마 저번에 몰렉 놈을 처치한 걸로 함정이 작동을 멈춘 건가?"


생각해보니 말이 되는 가설이다. 이 함정, 일단은 몰렉 놈이 준비한 시련이라는 컨셉이었으니까 말이지. 보통 히든 보스는 일반적인 던전의 보스와는 다르게 한 번 조지면 리스폰되지 않으니까 함정 또한 작동을 멈춘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럼 여기는 괜히 온 게 되는군."


평소라면 시간 아깝다고 투덜거릴만한 상황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오히려 천만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법한 상황.


"무슨 일 있어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래도 이 함정 지금은 작동을 멈춘 것 같아."

"함정이 작동을 멈춰요? 어째서요?"

"그건 말이지."


나는 몰렉의 존재와 이 함정의 존재의의를 유미씨에게 대강 설명해주었고, 내 설명을 들은 유미씨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세상에...헌터로 복귀하신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레벨 20이 넘어가는 던전의 히든 보스를 사냥하신거에요? 지금 류진씨 레벨이 대체 몇이죠?"

"나? 15인데."

"네, 네에!? 벌써요!? 세상에나, 류진씨니까 레벨 업이 빠를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전 3년이나 걸려서 아직 레벨이 13인데 일주일도 안 되어서 추월당했을줄은..."

"하하. 그건 유미씨 쪽의 사정이 특수해서 그런 거니까 말이야. 유미씨도 자유롭게 던전에 들락거릴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는 더 높았을거야."


뭐, 그래도 보통은 그 정도의 레벨을 달성하는데 1년은 걸리니까 내 레벨 업 속도가 정말 미친 듯이 빠른 것은 맞다.


"정말 류진씨는 굉장해요. 저같이 평범한 사람은 질투조차 못 느낄 정도로 말이에요."

"그냥 꼼수 같은 거지. 남들보다 조금 많은 걸 알고, 약간 센스가 좋을 뿐이야."

"후후후. 겸손하시네요."


아니 내가 말해놓고도 겸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기만에 가까운 느낌이군. 여기선 오히려 잘난 척을 했어야 했나?


"아무튼간에 나가자고. 한때는 어떻게 되나 싶었지만 함정이 작동을 안한다니 바로 나가면 장땡이지."

"그런가요...뭔가 아쉽네요."

"아니 그러니까 함정에 안 걸렸다고 아쉬워하는 이유가 대체 뭔데."


나는 그렇게 유미씨의 왕성한 호기심에 기가 질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몰렉의 왕좌로 향하는 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여기도 텅 비었군."


조금 전에 지나온 방보다 배는 거대한 것 같은 방. 하긴 몰렉이 그 거체를 움직이며 싸우던 곳이니 넓은 게 당연하지. 지난번에는 몰렉의 거대한 덩치와 함께 봤으니 비교적 좁아 보였던 것 같다.


"휑하네요. 어째선지 불은 켜져 있지만요."

"그러게. 대부분의 던전은 조명 상황이 좋더군. 안 그런 곳도 없는 건 아니지만, 보통 어두컴컴한 던전은 그 자체로 던전의 기믹인 경우가 많단 말이지."


나는 그렇게 혹시라도 방 안에 남아 있는 것이 있는지 주변을 둘러보았고,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여기 들어올 때 사용했던 입구와 마찬가지로 함정 밖으로 향하는 출구 또한 열려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출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이여.

"응?"


그리고 그 순간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

나는 내 등 뒤에서 따라오던 유미씨를 멈춰세우며 허리춤의 장검으로 손을 가져갔다.


"방금 들었어?"

"네. 노인의 목소리 같은 게 들렸어요."


유미씨도 마력 빼고는 나와 비슷한 레벨이니 스테이터스도 대강 비슷하므로 청력 또한 비슷한 상태인지라 내가 들은 희미한 소리를 유미씨 또한 들은 모양이었다.


-젊은 영웅이여. 내 목소리가 들리는가.


이번에는 확실하게 들려오는 노인의 목소리.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 쪽을 확인한 나는 무엇인가 희미하게 빛나는 형체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령?"

"네에? 유, 유령이요?"


나는 저만치에서 빛나는 무엇가를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고, 유미씨는 유령이라는 내 말에 살짝 겁을 먹었는지 약간 겁먹은 표정으로 내 뒤를 쫄래쫄래 따라왔다.


"지금 말한 게 넌가?"

-그렇다. 젊은 영웅이여. 그대에게 말을 건 것은 틀림없이 짐이 맞다.


가까이 가서 확인한 것은 정말로 유령이라도 되는 것마냥 반투명한 형체의 노인이었다.

자기를 짐이라고 지칭한 것처럼 왕이라도 되는지 화려한 복장에 왕관을 쓴 그 모습은 왠지 모르게 낯이 익은 모습이었는데, 이런 곳에 유령이 있다는 건 설마...


"몰렉?"

-바로 맞췄다. 그대는 역시 현명하군. 짐의 이름은 몰렉. 엘 도라도 최후의 왕이다.


유령의 얼굴은 내가 즐겁게 썰어제낀 몰렉의 얼굴과 똑 닮아 있었다.


"모, 몰렉이라니...몰렉은 류진씨가 쓰러뜨렸다던 그 히든 보스가 아닌가요?"

"그렇지. 히든 보스가 유령이 돼서 다시 튀어나오는 경우는 나도 처음 보는데. 흥미롭군."


길고 길었던 던전 생활 중에서도 처음 맞닥뜨리는 상황. 영체를 상대하는 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내가 아는 영체 형태의 몬스터들은 일반 몬스터와 다를 것 없이 사람을 발견하자마자 소름끼치는 비명을 지르면서 덤벼드는데, 이놈은 대화부터 시도한다는게 신기하군.


"그래서, 내겐 무슨 볼일이지? 그쪽을 신나게 썰어제낀거야 미안하지만, 먼저 공격한 쪽은 그쪽이었으니 정당방위야."

-그 건에 대하여 그대를 원망할 생각은 없다 젊은 영웅이여. 오히려 아무리 감사를 표해도 부족할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

"감사?"


그렇게 썰리고 감사를 표한다라. 이 몰렉이라는 모은 마조라도 되는건가? 남궁민 피셜로 높으신 분들은 취향이 이상한 놈들이 많다던데 그 말이 사실인 건가?


-그대가 쓰러트린 황금의 동상. 그것은 저주받아 마땅할 놈들이 내게 건 저주였다.

"저주?"

-그렇다. 그 저주받아 마땅한 놈들...차마 입으로 말하기조차 힘들 정도의 수많은 만행을 자행한 그놈들은 나의 왕국. 엘 도라도를 무너뜨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나의 영혼을 속박해 그 동상에 귀속시킨 것이다. 그랬기에 내 영혼은 죽어서도 지상을 떠나지 못하고 이 유적 속에 같혀 있을 수밖에 없었지.

"흠."


나는 팔짱을 낀 채 시큰둥한 표정으로 딱히 관심은 없지만 일단 듣고 있다는 티 정도는 내주었다. 당장 내 먹고 살 길도 바쁜데 이미 뒤진 놈의, 심지어 인간도 아닌 놈의 신세타령 따위는 별로 듣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지.

그런 그렇고 이 늙은이 유령의 구구절절한 사연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이거 아무래도 퀘스트의 냄새가 솔솔 나는데.

심지어 복잡하기 짝이 없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서 조우한 특수 npc이다. 1차로 까다로운 함정을 몰렉이 만족할 만큼의 수준으로 돌파하고, 2차로 몰렉을 격파하고, 마지막으로 굳이 다시 이 장소에 돌아와 이 유령을 만나야 한다는 복잡한 조건. 이런 복잡한 조건을 가진 퀘스트라면, 그 보상 역시도 확실할 터.


"세, 세상에나. 그런 사연이!"


하지만 퀘스트 보상에만 눈이 가는 나와는 다르게 유미씨는 이 유령의 사연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 보이는 표정으로 눈을 빛냈고, 이 유령도 대놓고 관심 없어 보이는 나보다는 유미씨와 대화하는게 낫다고 판단했는지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말을 이었다.


-그대들이 짐이 속박된 동상을 파괴해준 것으로 짐은 드디어 이 유적에서 해방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대해 무한한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에헤헤...고맙습니다."


감사한다면서 대가리를 빳빳이 세우고 있는 유령 놈은 꼴에 왕이라서 그렇다치고, 그 감사를 자연스럽게 받고 있는 유미씨. 이런 말 하면 미안하지만 유미씨 한 거 없잖아...


-본래대로라면 그 동상에서 해방된 순간 승천하는 것이 순리이건만, 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리는 그 저주받아 마땅할 놈들에 대한 원한이 이 땅에 내 발을 묶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분하셨으면..."

"그래서 뭔데?"

-그렇기에 짐은 그대들을 기다린 것이다. 젊은 영웅들이여.


이 새끼. 어느샌가 말 거는 대상을 나뿐만이 아닌 우리들로 바꿨다. 말하다보니 리액션이 혜자인 유미씨가 마음에 든 모양이군.


-짐이 속박되어 있던 동상을 쓰러뜨릴 정도의 강자인 그대들이라면 짐의 마지막 소원 역시도 이루어줄 만한 능력이 있을 터. 영웅들이여, 이 몰렉의 최후의 요청을 들어줄텐가?


-퀘스트의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최후의 왕 몰렉으로부터 퀘스트가 발생, '몰렉의 소원'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작가의말

이거 암만 봐도 데이트는 아니군요. 하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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