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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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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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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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이스케이프(10)

DUMMY

확실히 구선양의 말대로 벌레들을 상대하는 괴물의 방식은 전보다는 훨씬 조심스러워 보였다.


여태까지는 본인의 흉악하기 그지없는 내구력과 공격력만을 믿고 벌레들이 몸에 달라붙건 말건 앞길을 가로막는 벌레들을 찢고, 찍고, 태우고, 녹여버리는 괴물이었지만 지금의 괴물은 몸에 달라붙는 벌레들을 무시하지 못하고 긴 팔을 이용해 벌레들을 흐트려놓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까지는 한 방에 확실히 한 마리씩 벌레들을 처치하고 있던 흉악하기 그지없는 팔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수십마리씩 몰려있는 벌레들의 무리에다 대고 팔을 휘두르다보니 충격량이 줄어드는지 괴물이 휘두르는 팔에 맞은 벌레들은 저 멀리 날아가기는 했지만, 죽은 벌레는 없어 보였다.


-*******!!!


그걸 보고는 짜증이라도 난 것인지 마구잡이로 팔을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는 괴물. 지금까지의 벌레들이었다면 무지성 돌격을 반복한 끝에 괴물이 휘두르는 팔에 맞고 다진 고기가 되어버렸겠지만 많은 수가 모인 탓에 집단 지성이라도 생긴 것인지 벌레들은 마구잡이로 일제히 돌격하지 않고 몇 마리 정도만 괴물에게 달라붙고, 나머지는 괴물과 거리를 두고 상황을 살피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시 곤충형 몬스터라 그런지 개별로서의 전투력보다는 무리로서 모였을 때의 전투력이 훨씬 우월한 건가?'


던전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도 군집하여 무리를 이룬 벌레들은 무시할 만한 것이 못 되었다.


당장 한국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메뚜기만 하더라도 한 마리로서는 지나가던 어린아이조차 쉽게 밟아 죽일 수 있는 미물에 불과하지만, 그 수가 수천억 단위로 모이게 되면 군대를 동원해도 막을 수 없는 재앙이 되는 것이다.


'이놈들도 이 둥지 밖으로 나가게 되면 몰려다니겠지. 차라리 여기서 만난 게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


아직 이 던전의 정확한 정체는 불명이지만 무리를 이루고 다니는 이 벌레들 상대로는 잠깐이라도 살아남을 자신이 없다. 그저 최대한 몸을 숨기는 것이 최선이겠지.


아무튼 무리를 이루었기에 괴물을 상대로 전보다는 훨씬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벌레들이었지만, 괴물을 상대로 하기에는 충분한 수가 모이지 못한 것이 사실. 그러니 괴물을 죽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개입할 필요가 있었다.


"하아...가보자고."


나는 주머니 안에서 HP 포션을 꺼내어 입안에 털어넣었다. 포션을 마신다고 지금껏 누적된 피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의 미봉책은 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체력을 회복한 나는 허리춤에 메여있던 나머지 한 자루의 검을 뽑아들고는 벌레들 사이에서 홀로 고립되어 있는 괴물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구선양이! 약화탄 한방 쏴!"


미리 상시 발신 상태로 돌려놓은 무전 때문에 회신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대답 대신에 돌아온 것은 포성. 내 등 뒤에서 날아온 푸른빛의 궤적이 괴물에게 날아가 폭발한다.


하지만 구선양의 포격을 제대로 얻어맞았음에도 미동도 없는 괴물. 사실 구선양의 공격력으로는 평범한 일벌레들에게조차 유의미한 피해를 입히려번 엄청난 시간의 충전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었기에 괴물을 상대로 구선양이 유의미한 피해를 입히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


구선양의 포격은 괴물의 단단한 갑피를 뚫지는 못했지만, 포격이 적중한 위치는 멍이라도 든 것처럼 푸르게 물들어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우연찮게도 일벌레 한 마리가 달려들어 구선양의 포격이 맞은 위치를 앞발로 내리치자, 그동안은 꿈쩍도 하지 않던 괴물의 갑각에 빠지직 소리와 함께 금이 가기 시작했다.


구선양이 조금 전에 쏜 포탄은 위력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닌 방어력을 감소시키는 디버프를 거는 탄환. 대체 무슨 원리로 만든 건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그런 게 중요한가. 효과가 어느 정도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물론 괴물과의 수준 차이가 심한 만큼 디버프의 효과도 약했지만, 벌레들에게는 그 정도로도 충분해 보였다.


"검심, 발동."


하지만 괴물도 멍청하지는 않았다. 금이 가기 시작한 갑피 부분에 달라붙은 벌레를 팔 하나를 할애해 잡아채 바닥으로 내리찍어 피떡으로 만들어버리는 괴물.


"마검 발현."


검심에 의해 강화된 마검 발현. 이번에 발현된 속성은 화염. 운좋게도 마침 저 괴물에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던 그 속성이었다.


"일단 생긴 건 벌레 친척처럼 생겼으니 불에 약하겠지! 유성락!"


스킬의 발동에 의해 강화된 다리를 이용해 나는 하늘 높이 도약했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아무런 방비도 없이 이렇게 공중으로 뛰는 건 자살 행위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괴물이나 벌레들이나 이쪽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상황. 그렇기에 나는 견제를 신경 쓸 필요 없이 깡위력이 높은 스킬을 준비할 수 있었다.


도약 한 번으로 10m이상을 뛰어오른 나는 활공검의 효과로 인해 공중에서 한 번을 더 도약했고, 결과적으로 내가 솟아오른 높이는 15m. 추락하는 시간에 비례해 위력이 증가하는 유성락이었기에, 지금의 나조차도 갑피가 깨지고, 구선양의 약화탄에 의해 방어력이 낮아진 괴물에게라면 유의미한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이었다.


15m 높이에서 천천히 괴물을 향해 낙하하기 시작하는 나. 괴물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은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의 기운은 추락과 함께 긴 꼬리를 그렸고, 그런 내 모습은 정말로 떨어지는 유성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괴물과 충돌하는 유성. 아무런 방해 없이 괴물에게 틀어박힌 내 검은 틀어박힌 부위의 갑피를 완전히 박살내며 갑피 내부의 부드러운 속살을 헤집었다.


-*********!!!!!


레벨 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내 마력 스테이터스에 의해 내 검에 실린 화염의 위력은 괴물에게도 충분히 먹힐 정도였고, 단단한 갑피에 비하면 물렁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연약한 속살 속을 내 화염이 미친 듯이 헤집기 시작하자 괴물은 미쳐 날뛰며 포효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따끔할거다 이 개자식아! 어이쿠!"


괴물은 제 몸에 검을 박아넣고 붙어있는 나를 으깨기 위해 이쪽을 향해 팔을 내리찍었지만, 곱게 당해줄 생각이 없었던 나는 검을 뽑아내며 회피했고, 괜시리 애꿎은 상처 부위만 제 손으로 헤집은 꼴이 된 괴물을 고통에 몸을 떨었다.


-******!!!


다시금 포효를 괴물은 제대로 열을 받았는지 다시금 팔을 들어올렸지만, 이쪽을 향해 팔을 내리찍지는 않았다.


"뭣, 이런 젠장...!"


대신에 들어올린 팔에서 돋아난 열 개 가량의 눈알. 거의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일격을 먹은 게 어지간히도 빡쳤는지 붉게 충혈된 열 개의 눈알은 하나도 빠짐없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검으로 직접 베어내기에는 지나치게 높은 높이, 그렇다고 회피하자니 열 개나 되는 눈에서 나오는 공격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소드 웨이브!"


급한대로 쌍검을 이용해 두 개의 검풍을 눈알을 향해 날려보냈지만, 내가 파괴할 수 있었던 눈알은 단 셋. 아직까지 나머지 일곱 개의 눈알은 시뻘겋게 눈을 뜨고 나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마치 하나처럼 들리는 열 발의 겹쳐진 총성이 울렸고, 조금 전에 내가 파괴한 눈알이 있던 위치까지 포함해서 괴물의 눈알 열 개 모두에게서 피가 터져나오며 강제로 눈이 감겼다.


"뒤, 뒤질 뻔 했네. 좋아! 지금처럼만 하자고 수연아!"


눈알을 파괴한 것은 물론 수연의 총격. 애초에 나한테 업힌 채로 달리던 그떄도 한 발로 빗나가지 않고 모든 눈알을 맞췄던 수연이다. 바로 옆에 구선양이 붙어 있으니 총기의 수도 충분하고, 탄약도 마를 일이 없으니 지금의 수연이라면 괴물의 아무리 많은 눈알을 개안시켜도 하나도 빠짐없이 그 눈을 도로 닫아버릴 수 있는 것이었다.


아무튼 눈알이 파괴되며 괴물이 경직된 사이에 나는 괴물과의 거리를 벌리며 전장의 상황을 파악했다.


내게 신경이 할애된 탓인지 괴물은 생각보다 벌레들을 많이 처치하지 못했기에 바닥으로 떨어져 움직이지 않는 벌레의 수가 넷. 그리고 곧 죽을 것처럼 비실거리는 놈들이 셋이니 실질적인 벌레들의 손실은 일곱이라고 봐야 할 것이었다.


'좋아. 나쁘지 않군.'


원래대로라면 열 마리로 된 벌레 무리를 세 번은 전멸시키고도 남았을 시간에 이런 결과. 물론 벌레들 일곱이 준 만큼 무리로서 발휘하는 힘은 조금 약해졌을지언정, 지금도 괴물의 몸에 달라붙어 있는 벌레들에 의한 피해도 누적되어 있을 것이었기에 상황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작가의말

요즘 정신이 없다보니 원래는 어제 올렸어야 하는 소설을 써놓기만 하고 올리지를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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