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변명 혹은 광고3
“미래펀딩 로보츠에서 훌륭한 선언을 했습니다. 계약을 공정하게 하겠다고. 프로야구 선수가 구단의 욕심에 희생당하지 않고 정당한 대가를 받게 하겠다고 선언했죠. 그런데요. 전 이상한 걸 느꼈어요. 기획사는 야구계보다 더 불공정하지 않나요?
만약 프로야구 2군선수에게 너희는 1군에서 뛰기 위해 연습하는 거니까 월급 없고, 훈련비용을 구단에 지불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장 내는 게 아니라 1군 주전이 되어 연봉이 오르면 그때 훈련비용을 제하라고 한다면 합리적이라 생각할까요? 절대 을인 2군 선수는 그렇게 해서라도 1군 주전이 되기 위해 2군 훈련비용을 부담하지 않을까요?
물론 이런 비상식적인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엔터는 그러합니다. 연습생을 뽑아서 데뷔를 위해 훈련시키되 훈련비용을 데뷔하게 된 아티스트가 떠안습니다. 제 계산으로 제가 만약 정상적으로 활동했다면 4년 후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엔터를 떠나야 하는 계산이 서더라고요. 7년간 연습생 생활을 한 비용 때문에 7년간 엔터가 시키는 대로 일하고 한 푼도 못 받는 거죠. 네. C급이라 그렇죠. 알아요. 그래도 이상하지 않나요?”
퍄퍄퍄 난의하하 님이 100달러를 후원합니다. - 연예계는 활동 수익이 커도 비율로 나눠받잖아요. 야구계는 계약대로만 받고요.
100달러나 던지며 의견을 던지네.
그 외에도 다양한 반박이 이어졌다.
음.
이거 수익이 꽤 나오겠는걸.
“연예계는 비율로 받지만, 야구계는 실력에 따라 엄청난 거액의 계약을 하죠. 네. 정답은 없겠죠. 다양한 의견 다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 시스템 덕에 기획사는 누가 대스타가 될지 모르겠으니 최대한 많이 뽑는 방식을 취할 수 있게 됩니다. 그룹의 완성도 또한 높아지고요.
대신에 10대를 고스란히 바친 아이들의 삶이 피폐해집니다.
전 한국의 엔터산업이 지금처럼 훌륭하길 바라고, 동시에 연습생과 C급의 희생이 없길 바랬습니다. 그랬더니 하늘이 응답해주셨습니다.”
동욱 가라사대 돈이 있으라 했더니 다 해결되더라.
“매년 2000억. 순수하게 연습생과 아티스트를 위한 지원입니다. 이 시스템이 정착되면 불합리한 계약제도가 없어질 것이고, 한국 엔터산업은 더욱 성장할 것입니다.”
돈은 모든 걸 해낼 수 있으니까.
“그러니 지켜보고 도와주고 응원해주세요. 재능 없는 이를 슈퍼스타로 만들어 줄 순 없겠지만, 재능 있는 이가 비제이엔터 조승학 같은 양아치의 장난질에 망가지거나, 과도한 경쟁에 밀려 연습생 생활만 10년을 하다 은퇴하는 일이 없어질 거에요. 많은 지원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루비는 어딘가 심하게 망가졌다.
자존감이 지구 내핵에 닿을 정도로 파묻혀 자신을 더없이 하찮게 여긴다.
그럼에도 자기 같은 이가 나타나지 않길 바란다.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려 돈을 달라했으면 주지 않았다.
돈이야 넘쳐나지만 난 호구가 아니고, 호구처럼 보이는 것도 싫으니까.
하지만 자기가 걸어온 길의 불합리와 조승학같은 양아치가 넘쳐나는 기획사 세계를 정화해 어린 연습생들이 권리를 찾게 도와 달라 했다.
마음이 착한 아이다.
그래서 돕는다.
사실 2000억 이상의 이득을 뽑아낼 자신도 있고.
채인수가 마무리했다.
“기존 업계와 다툴 생각 전혀 없습니다. 저희는 다방면으로 아티스트가 발전하도록 후원하는 입장이며 최대한 많은 인재가 자기의 재능을 찾고 갈고 닦을 수 있게 도울 뿐입니다. 발전한 아티스트를 기존 업계에서 데려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엔터산업이 더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행하는 기부사업입니다.”
연습생 많이 뽑는 장점을 알겠는데 단점도 많다.
그러니 최대한 많은 이를 깔끔하게 키워줄 테니 데려가 써먹되 불공정을 없애라.
미래 그룹이 생돈을 퍼붓는 희생이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실력 있는 아이들은 우선 우리 스쿨에 먼저 이력을 넣는다.
기획사에서 뽑는 아이들은 쭉정이만 남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커지고 다른 기획사도 우릴 따라하거나 연습생 닭장을 없애고, 우리 연습생 중에서 뽑아가게 된다.
결국엔 시스템이 바뀐다.
100대 1 과도한 경쟁이 없어진다.
경쟁에 도태되어 성매매로 흘러가는 일이 줄어든다.
힘겹게 데뷔했어도 연습비용 정산으로 한 푼도 못 버는 일이 없어진다.
데뷔를 위해 스스로 몸 로비하는 건... 그대로겠네.
계약을 지원해주니 노예계약도 없어진다.
루비처럼 협박받게 된 이는 우리에게 도움 받을 수 있다.
슈퍼스타가 꾸준히 태어난다.
재능 없는 이는 재능 없음을 일찍 깨닫고 다른 길로 떠난다.
고작 2000억으로 많은 변화가 생긴다.
돈 되는 건 아니지만, 길게 보면 그룹 이미지가 좋아진다.
이를 통해 펀드 자금이 1조원 이상 추가된다면 이득이다.
“회사의 재정충당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뜻을 함께하는 분들의 기부를 받되, 오직 익명의 기부만 받습니다. 저희의 뜻에 동의하거나 훗날 성공한 아티스트가 되신다면 익명으로 기부해 주십시오. 공개계좌로 모금하며 매년 최대 2000억 까지만 모금합니다. 한 푼도 모금 받지 못하더라도 나머지 비용 전부는 저희 미래그룹에서 지원하겠습니다.”
- 너울성파도 : 이제 재정얘기 나온다 결국 구걸하네.
ㄴㄴ 저게 구걸로 보이냐?
ㄴㄴ 일상생활간응?
ㄴ말은 좋은데 금방 망하겠다
- 불편맨은 불편해 : 근데 매년 2000억 모금되면 미래는 돈 들이는 거 없이 광고효과만 얻네
ㄴ 그게 부러우면 니가 2000억 내고 시작하든가
ㄴ 지돈 써서 남 좋은 일 해준대도 지랄하네
ㄴ 프로불편러는 뭘 해도 불편합니다
ㄴ 모을 수나 있겠냐? 포항지진 모금액 얼만지나 아냐?
ㄴ 매년 1억 모금 가능할듯 나머진 미래에서 ㅃㅃㅃ
- 중립기어5단 : 무조건 기획사를 악의 축으로 보는 것도 잘못된 거 아니야? 기획사 사장들 전재산 투자했다가 망해서 거지되는 사람도 많잖아
ㄴ 그렇다고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게 옳다고?
ㄴ 스스로 선택한 건데 감당해야지
ㄴ 옳그떠 연습생 보호하려고 무료로 연습시켜 주겠다잖아 매년 2000억 뿌려서
ㄴㄴ 오호라 존일 하는 거네?
ㄴㄴㄴ 그걸 지금 이해했다는 게 놀랍다
채인수는 곁에 앉아있는 루비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사장은 루비입니다. 싫다고 했지만, 제안한 사람이 진행하라고 억지로 맡겼습니다. 월급도 안 받는다 해서 최저연봉으로 맞춰줬고요. 과감히 1조원을 버려 달라 부탁했으니 열심히 하겠죠. 이건 중요한 게 아니고, 저희 아티스트가 지켜야 할 것이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핸드폰에 이 녹음앱을 까는 거죠.”
채인수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형 그래봐야 루비 옆에선 오징어야.
그때 예하가 송출 화면 안에 들어갔다.
아아. 채인수도 루비도... 둘 다 지못미.
오징어 둘이 조용히 퇴장했다.
“다시 돌아온 BJ제시입니다. 채변 사장님이 다음 소식에 대한 애드립을 했네요. 다음 소식 들어갈게요. 지난 주 어떤 여자가 저희 회사 사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를 했습니다. 그에 대한 해명을 하겠습니다.”
예하 옆에 김상철이 가 앉았다.
미남형 얼굴에, 얼마 전 나처럼 더벅머리에 흰티 체크남방.
저 형 나랑 캐릭터가 겹치는 거 같네.
“예. 이 앱은 블록체인...”
“오.. 오빠. 인사부터.”
“아 안녕하세요. 미래 IT 사장 김상철입니다.”
저 형이 사회성이 부족하고 집중력이 뛰어나 주위를 못 보고 생활도 어수룩하지만 자기분야에선 최고다.
“이건 제가 만든 앱인데 녹음기입니다. 여러분께는 생소하겠지만, 블록체인 녹음기입니다. 핸드폰에 설치해두고 데이터 공유를 누르시면 됩니다. 해시함수로 보호되어 누구도 해킹할 수 없으며 본인이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면 본인도 찾을 수 없습니다. 저희도 못 찾아줍니다. 누구도 알 수 없는 거죠. 비밀번호 잊어버리면 그냥 지우시고 새로 만드셔야 합니다. 매일 10M 가량의 데이터를 자동 소모해 블록체인으로 서로 연결하기에 위조와 해킹이 불가능합니다. 또한......”
저 형이 자기분야에선 최곤데 설명이 너무 어렵네.
우리가 알 수 있는 설명을 하게 대본도 줬잖아.
엄청나게 전문적인 내용을 파고들자 피디가 목 자르는 시늉을 했다.
예하가 나섰다.
“오빠. 상철오빠. 아니 김사장님. 시청자들이 못 알아듣는데요.”
“...... 네. 깔고, 비번 등록하고, 저장위치 등록하면 자동으로 녹음하고 자동으로 암호화합니다. 24시간 녹음되며 당신이 원하면 공개할 수 있고, 당신이 원치 않으면 누구도 해킹할 수 없는 그런 안전장치죠.”
“어? 그거랑 비슷하겠네요. 내 차안의 변호사.”
“네. 똑같죠. 내 손안의 변호사. 이게 블록체인으로 위조 변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매우 쉽습니다. 이번 무고사건에 대해서도 바로 입증할 겁니다. 그 경우 당신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당신만을 위한 증거가 되어줄 수 있겠죠.”
짜잔!
해명 방송인척 했지만 사실은 녹음기 광고방송이다.
“1주일 전에 제가 아는 동생이 신고를 당했더라고요. 나이트클럽에서 부킹 온 여자를 성추행했다는 겁니다. 이게 법적 다툼으로 가면 승소하기 굉장히 어렵죠. 이겨도 상처투성이가 되고, 무고죄는 솜방망이고. 그래서 녹음기 깔려 있었냐고 물었죠. 깔려 있더군요. 그럼 끝입니다. 누구도 당신을 무고할 수 없어요. 당사자의 동의도 받았으니 한번 틀어보죠.”
녹음 파일을 틀자 대화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여자들이 내게 꼬리치는 부분만 들려줬다.
-‘오빠. 오빠 몇 살이야?’
‘어디 살어?’
‘전화번호 줄래? 나랑 나가서 따로 마실래?’
‘저기...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혹시 게임에서 져서 벌칙수행하는 거야?’
‘아닌데? 맘에 들어서 이러는 건데?’
‘그쪽은 저 별로에요?’
나이트에서 있었던 대화가 흘러나왔다.
그때 이미 녹음 앱이 깔려 있었지.
일주일이란 시간을 줬다.
이거면 할 거 다 한거다.
너희들 얼마받기로 했는지 몰라도 좆 됐다.
무고죄와 명예훼손 등 모든 소송을 할 것이며 합의는 없다.
백제에 자살당하는 위험과 별개로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벌이 무섭다면 누구에게 얼마 받았는지 증언해라.
“제 3자의 목소리가 있기에 편집했습니다. 물론 법원에는 온전한 파일을 제출할 것이고요. 여러분은 이 앱을 깔고 매일 10M데이터를 써서 당신의 결백을 증명하면 됩니다.”
반복되는 광고.
방송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회사홍보다.
깔라고.
널 위해서 만들었어.
이래도 안 깔거야?
미래 IT가 드디어 첫 작품을 내놓았다.
“이쯤 되면 이 앱의 가능성을 아시겠지요? 성추행이나 성폭행처럼 증명하기 힘든 범죄에 이 앱이 증거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남자에게든 여자에게든 말이죠. 또한 해시함수로 보호되는 블록체인이기에 누구도 해킹할 수 없습니다. 당신 스스로 비밀번호를 말하지 않는 한 말이죠. 이건 다시 말해 당신이 공개하고 싶을 때만 공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 여세를 몰아 몇 가지 의혹에 해명을 해 보죠.”
[‘기자님. 진짜 천만원을 준다고요?’
‘그렇지요. 기사에는 내부 관계자의 말로 나갈 거예요. 당신한테 문제 될 거 없어요.’
‘그래도 우리가 공매도 사기를 저지른 적 없는데.’
‘거래내역 같은 거 없어요? 내부 문서 서식 하나만 주면 알아서 꾸밀게요. 1억까지 줄 수 있는데.’]
“북한강일보 우병인 기자님, 이 녹음 다음날 저희 미래펀드가 공매도 사기로 주가조작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셨더군요. 고소합니다. 그리고 다음...”
[‘펀드 투자 내역을 알려주면 1억 준다고요?’
‘그렇습니다. 여기 현금으로 준비해왔습니다. 8조 모였던데 현재 어디 얼마 들어가 있는지 알려 주십시오.’
‘흠. 그거 절대 비밀인데. 알려지면 저 짤려요.’
‘1억이면 괜찮지 않습니까? 절대 안 걸리는 공돈입니다.’]
“이 다음날 저희가 펀드자금을 유용하는 듯 하다는 내부 관계자의 증언이 있다는 기사가 뜨더군요. 물론 오늘 고소합니다. 그리고...”
1억 주며 사내 성추행 신고를 하라는 제의.
1억 주며 내부문서를 갖고 와 이직하라는 제의 등등.
미래그룹에 대한 다방면의 공격이 들어왔다.
심지어 엊그제 막 입사한 미래 애니의 작화가에게도 정보를 뽑아내려 한다.
그런 수작들이 전부 녹음기 앱을 통해 잡혔다.
직원들에게 포상을 걸었기에 좋다고 속는 척 대화하고는 녹음 파일을 위에 제출해 상금을 받아갔다.
직원들의 합법적이고 짭짤한 부수익.
“아시겠죠? 이 녹음기의 힘을. 당신이 당할지 모를 위험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해줍니다. 백제그룹처럼 당신을 위협하는 적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합니다. 앱 이름은 폰로이어. 전화기 속 변호사죠. 검색해서 까세요. 미래IT에서 출시한 평생 무료 앱입니다.”
백제 따위 조또 아니다.
이것은 해명방송인척 하는 광고방송인 것이다.
미래IT에서 개선을 거듭한 블록체인녹음앱이 출시되었다.
- 작가의말
이런 녹음기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구상하면서 찾아보니 역시나 있더라고요
역시 사람은 다들 비슷해 이래서 내가 성공하지 못하는 ...
블록체인으로 엮은건 법정 증거로 채택될 증명을 위해섭니다
윤동욱의 녹음파일은 초기버전입니다 앞서 김상철을 영입하자마자 나흘만에 개발했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혹시나 혼날까봐... 끵
일주일만에 김치 프리미엄이 사라졌네요 해외 약하락할때 한국은 개박살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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