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Netx step3
지난해 9월, 핀빙빙을 구출해 달라고 미국에 부탁하면서 미국에 기부금을 내려 했다.
당시 주한 미 대사관측은 오히려 역제안을 했다.
“기부금 대신 퓨처 쇼핑을 나스닥에 상장해 주시오.”
당시 미래 쇼핑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인데 미국은 미래 쇼핑의 가치를 파악하고 있었고, 내가 실제 주인인 걸 알고 있었다.
그때 살짝 쫄았었다.
어차피 미국쪽에서도 중국과 갈등이 있었고, 핀빙빙을 구출하는 건 중국을 흠집내기 좋은 카드였다.
거기에 미래그룹과 관계까지 얻는다면 미국 쪽에선 남는 장사다.
회사를 상장할 생각은 없었지만, 미국이 내 정체를 아는 이상 어느 정도 관계를 열어둘 필요성은 있었다.
게다가 미래 메신저가 아니라 그 자회사격인 미래쇼핑이다.
그때부터 나스닥 상장을 준비했고 길고 긴 조율이 있었다.
“내 지분 100%로 상장하고 싶은데.”
“안 됩니다. 최소 70%를 풀어야 유동성이 생기고......”
“회사를 홀라당 뺏어가겠다고? 내 지분 99%.”
“안 됩니다. 최소 50%.”
“98%.”
길고 긴 조율이었다.
결국 20% 추가 모집으로 상장하고 모집한 자금은 전부 미래홀딩스가 갖기로 합의했다.
추가로 3년 안에 본사 지분 중 30%를 시장에 내놔 60% 이하의 지분만 보유하기로 했다.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미국에서 핀빙빙에 대한 우리의 보호를 인정해줬고, 핀빙빙이 세이셀 휴가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홍콩 민주화 시위가 시작되었다.
이제 한차례 더 도약할 시간이다.
예하와 함께 미국행 전세기를 탔다.
“반갑네. 트럼프다.”
미국 대통령이 악수했다.
통역을 거처 대답했다.
“윤동욱입니다.”
악수하고, 자리에 앉았다.
“여기에 사인하면 되는 거지?”
“네.”
어차피 사전 조율은 전부 끝났다.
사인하고 악수하고 사진 찍으면 끝.
홍콩 민주화 시위와 핀빙빙을 이용해 중국과 싸울 무기를 준다.
엄청 쎄고 완전 강하고 댑따 치명적인 무기를 미국에 준다.
그 대신 작은 이권만 얻기로 했다.
지금은 작은 이권이지만 나중에 훨씬 더 치명적이게 될 무기를.
“그런데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한테 너무 유리한데.”
트럼프가 하라는 사인은 안하고 딴지를 건다.
“생존값이죠, 생존값. 돈을 암만 벌어도 죽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중국에서 날 노릴 건데 미국에서 보호해 줘야죠.”
“차라리 미국 시민권을 얻지 그러나. 투자이민 자격은 충분한데.”
“미국 시민권이라...... 그럼 뭐해줄 건데요?”
어디 공짜로 미래그룹을 먹으려 들어.
내가 미국으로 국적을 바꿀 경우 미국은 어마어마한 이득을 얻게 된다.
공짜로 이민가 줄 순 없지.
“음. 생각은 있단 말이군. 보좌관에게 말해놓겠네.”
“예. 저희도 준비하겠습니다.”
어차피 대표끼리는 악수하고 끝이다.
일 해주는 분들이 피터지게 싸워야지.
트럼프가 핀빙빙 처우 계획서에 사인을 했다.
“아. 성공적인 회담을 기념해 선물 하나 더 드리죠.”
아주 재밌는 선물을 줄게요.
트럼프와 경제적인 회담을 마치고 미국 관광을 다녔다.
구형재의 미래보안 팀은 총기 휴대를 허가받았고, 추가로 FBI의 비밀경호를 받으며 미국을 돌아다녔다.
“예하야. 이 목걸이 어때?”
“얼마야? 히익!”
“가격 보지 말고. 예뻐?”
“싫어. 욕먹어. 욕먹기 싫어. 오빠 이런 거보다 나 운전하면 안 돼?”
“운전? 귀찮지 않아?”
“에에? 난 직접 운전해보고 싶단 말이야. 오빠도 직접 운전하고 싶은 마음 없어?”
“어...... 별로.”
과거 인생 망하고 봉고차 운전해봤는데 정말 싫었어.
운전이 즐거운 것도 한 순간이지 남이 운전해주는 게 최고야.
“니가 원하면 사 줄게. 어떤 타입?”
“에... 스포츠카?”
“니가 달리면 경호팀은 따라오느라 죽어나. 경호팀이 스포츠카 타고 다니기도 힘들고.”
“아핳핳핳. 그러네. 그러면 그냥 세단?”
“그래.”
미국을 관광하면서 둘이 차를 골랐고, 맨하탄의 저택을 구입했다.
“짜잔!”
롤스로이드 팬텀 8세대 리무진급.
추가로 방탄기능이 있어서 바주카포에 맞아도 버틴다.
강도가 습격해도 군대가 올 때까지 버텨줄 수 있겠지.
언제나 안전이 최우선이다.
방탄 옵션 때문에 30억을 훌쩍 넘는다.
“우우. 이건 너무 비싸보여.”
“몰라. 그냥 타고 다녀. 건물에 들이박아도 찌그러지지 않고 안전할거야. 막 타고 다녀.”
“에헷. 시운전가자. 시운전.”
“좋아.”
생각해보니 예하와 단 둘이 차에 타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안전에 집착하다보니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힘들다.
“고고.”
“출발! 아차. 방송 켜야지. 짜잔!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제가 처음으로 운전하는 날이에요. 조수석에 누구냐고요? 에헷. 몰라요. 자아. 운전합니다. 스무스~ 부드럽게~”
예하가 한껏 들떴다.
오늘은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다가 경치 좋은 곳에서 석양을 보다가 은밀한 차 안에서 들썩 우후훗.
쾅!
맨하탄 저택의 담벼락을 들이박았다.
전혀 다치지 않았다.
방탄 차량은 라이트조차 깨지지 않았다.
예하의 마음만 다쳤다.
“후어어어엉.”
디즈니랜드나 가자.
미국에서 놀면서 한 번씩 핀빙빙을 만났다.
욕먹는 건 모두에게 힘든 일이다.
매일 방송하며 공산당을 찬양하는 핀빙빙에게 온갖 욕이 쏟아졌고, 특히 홍콩시민의 분노가 대단했다.
대신 중국인들의 찬양이 이어졌고, 점점 공산당의 견제가 줄어들었다.
“괜찮아요?”
방송을 마치면 비틀거리는 핀빙빙이 걱정스러워서 물어봤다.
“괜찮아. 기다렸던 일이야. 뒤통수 제대로 때려야지.”
“조금만 힘내요.”
“어. 부모님만 구출하면 돼.”
“그 다음 일은 하지 않아도 되요. 부모님 모시고 우리랑 같이 여행이나 다녀요.”
“아니야. 할 일을 할래. 복수해야 해. 내가 당한 이상으로. 천배의 복수를.”
“그럴 필요 없다니까 그러네. 씁. 그러세요.”
하겠다는 데 막을 순 없지.
핀빙빙은 여자로서, 최상급 스타로서 표적이 되었고, 아무 죄 없이 지옥 끝까지 추락했다.
핀빙빙의 원한이 이해된다.
한편 중국 공산당은 오판을 했다.
위대한 공산당의 지도를 받아들이기로 했나보다, 이렇게 편리하게 판단했다.
홍콩 시위가 격해질수록 매일 방송하며 홍콩시위를 멈추라고 말하는 핀빙빙을 밀어주기 시작했다.
이는 시진핑의 지도력이 흔들린다는 우려를 잠식시키기에 좋은 선전이었다.
덤으로 핀빙빙이 공산당에게 당했다는 음모론도 지울 수 있다.
공산당은 중국인들에게 핀빙빙의 방송을 보라고 홍보했고, 핀빙빙은 공산당에서 보내는 쪽지를 통해 그들이 요구하는 허위선전을 열심히 해 줬다.
미래 메신저를 쓰지 않던 중국인들도 공산당의 지도에 순종하기 위해 미래 메신저를 깔고 핀빙빙의 찬양방송을 억지로 시청했다.
홍콩시민들의 비난과 중국인들의 공산당 찬양이 뒤섞여 핀빙빙의 개인방송은 매일매일 전쟁이 벌어졌다.
홍콩에서 직접 시위하는 게 10만명이라면 핀빙빙의 광고를 통해 격전을 벌이는 키보드 용사는 일억 명이다.
핀빙빙의 방송이 두 달 넘게 지속되며 화제가 되자 전투에 참전하기 위해 미래 메신저를 까는 이들이 속속 늘었다.
중국 내에서 워낙 화제가 되다보니 중국의 인터넷 가능 인구 10억명 중 8억 이상이 미래 메신저를 깔았다.
원래 좋은 말보다 싸움이 어그로가 잘 끌린다.
최고의 홍보대사 핀빙빙.
이것만으로도 핀빙빙을 구출한 효과를 다 얻었다.
이제부터 추가 이득이다.
“어제 제 부모님이 미국에 도착했어요. 제 소중한 사람들도 미국에 도착했고요. 이제 중국 내에서 내가 구할 사람은 다 구했어요. 오늘부턴 진실을 말할게요. 지금부터 7일간 방송을 끄지 않고 연속으로 송출합니다. 송출 내용은 제 폰로이어에 녹음된 제가 감금당한 날로부터 7일간의 소리입니다.”
반격의 시작.
녹음을 공개할 필요까진 없다고 말렸지만 핀빙빙은 눈에 귀기를 켜고 강행했다.
-누구세요? 꺄악
-닥쳐 썅년아
-일단 주사부터 놔
-벗기자
-목걸이는?
-냅두자. 예쁘네
-변태새끼. 폰부터 해킹해
-캬 몸매 죽이네 샹년
-약을 너무 주사한 거 아냐? 거품 물고 오줌 싸는데?
-뒈지면 화장하지 뭐
-일단 한판 하자 니들 나가있어 헉헉헉헉헉
핀빙빙이 실종된 첫날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핸드폰 내 자료를 뒤적거리며 지껄이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증거를 조작하는 소리도 나온다.
전세계 모든 언론이 속보를 던졌고, 흐뭇하게 핀빙빙의 개인방송을 보던 중국 공산당에 비상이 걸렸다.
[충격! 핀빙빙의 진심]
그간 중국 공산당을 과하게 찬양하며 전 세계인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던 핀빙빙이 돌연 진실을 밝혔다. 그녀가 갖고 있는 녹음파일엔 상상도 못할 끔찍한 일이...
-내가 몸을 움추린 건 이번 도약을 위해서였다
ㄴ 솔까 좀 무섭네 이런 일을 당했는데 참고 찬양한 거였어?
ㄴㄴ 가족 구하려고 그랬대
ㄴㄴ 여자가 한을 품으면 8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언니 힘내 그간 욕해서 미안해
- 공산당이 사라져야 하는 이유
모든 언론이 핀빙빙 사건을 언급했고, 전세계 모든 여론이 핀빙빙에게 우호적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중국에선.
- 당장 방송을 멈춰!
라고 한국에 있는 미래 메신저 본사에 전화했다.
“뭐라는 거야? 한국말 몰라?”
중국어 모르는 직원이 받았다가 끊었다.
-당장 방송을 멈추라고.
공산당의 고위급이 한국어 통역을 통해 통화했다.
이제 응답할 수밖에 없네.
미래 그룹 사장이자 법무팀장인 채인수가 응대했다.
“미래 그룹은 중국 정부를 존중합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저희에겐 권한이 없습니다.”
-권한이 왜 없어? 불법자료 정지시키는 게 너희잖아!
“미래 그룹은 중국 정부를 존중합니다. 네. 그렇긴 합니다만...... 얼마 전 이란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의 방송은 모두 음란방송이니 전부 정지시키라는 요구를 해 왔는데 저희는 할 수 없었죠.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국가마다 법이 다르기 때문에 저희 미래그룹은 각 국가의 법을 중시합니다. 이란에서 송출되는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의 방송은 막았지만, 타국에서 방송되는 히잡을 쓰지 않은 방송은 막지 못했습니다.”
국가마다 법이 다르다.
각 국마다 다른 기준의 법을 전 세계 방송에 적용시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각국의 법은 송출되는 위치를 기준으로만 적용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고위 인사는 급해죽겠는데 히잡 어쩌고 개소리하는 채인수 때문에 미칠 것 같았지만 극한의 인내력으로 참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핀빙빙은 중국인이야! 방송을 막으라고!
“미래 그룹은 중국 정부를 존중합니다만, 죄송합니다. 핀빙빙은 미국 망명이 받아들여졌고, 미국에선 방송을 금지시키지 말라 했습니다. 죄송하지만 저희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못 해요.
우린 약자예요.
“미래 그룹은 중국 정부를 존중합니다만, 저희 말고 미국에 요구하심이 옳은 판단인거 같습니다.”
우린 좁빱이에요.
미국하고 싸우세요.
-너 후회할거야.
두고 보자는 새끼 하나도 안 무섭더라.
“미래 그룹은 중국 정부를 존중합니다.”
채인수는 끝까지 중국 공산당을 놀렸다.
전화를 끊자마자 중국 공안의 불호령이 떨어졌고, 미래그룹과 관련된 모든 이에 대한 체포명령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이틀 전에 미래 그룹 중국법인이 전원 철수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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