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 스테그플레이션2
경제 문제가 경제적 이유만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가장 큰 리스크는 공산주의이며, 주석이다.
등소평이 선부론, ‘일단 부자가 되고 생각하자.’를 주창하며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방한지 30여년.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되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주인은 무려 10년 째 시진핑이다.
과거 몽골제국은 2억명을 지배했다.
한 때 해가 지지 않던 제국 영국은 4억명을 지배했고, 이 중 인도인을 제외하면 2억명이 채 안 된다.
현재 시진핑은 17억 인민의 생사결정권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과 유럽 대륙 인구 전체를 합한 것만큼의 주인이다.
인류 역사상 최강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미국의 대통령, 임시계약직 따위와는 다른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지배자다.
타블로이드 기자 따위의 눈치를 봐야 하는 미국 대통령과는 차원이 다른 진정한 지배자.
‘나는 인류 역사상 최강의 남자다.’
라고 시진핑은 생각했다.
그런 그에게 코로나니 미래블록이니 하는 건 티끌만한 문제다.
지배.
중국 주석 자리를 영원히 해먹기 위한 지배력 강화만이 머릿속에 들어있다.
“미국과의 갈등으로 민심이 흉흉합니다.”
“입을 막아.”
언제나 그렇듯 언론통제가 최우선이다.
“언론은 통제 가능하지만, 딴따라들의 입을 막을 수 없습니다. SNS로 퍼지는 말이 신문 기사보다 강합니다.”
“조져.”
핀빙빙을 놓친 이후 잠잠했던 연예인 통제가 강화되었다.
시진핑은 한마디 했을 뿐이지만, 그 아래 붙은 이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주석의 명령이라며 최대한 뜯어먹는다.
“사교육비가 올라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아졌습니다.”
“조져.”
중국의 사교육업계가 박살났다.
당연히 충성심 높은 공산당원들이 아귀떼처럼 달려들어 이권을 챙겼다.
“아이들이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학부모들의 불만이 자자합니다.”
“조져.”
중국의 게임업계가 박살났다.
여기서도 뒷주머니 챙기기 경쟁이 펼쳐진다.
인기영합주의 정치, 포퓰리즘.
나라의 미래가 망가지든 말든 당장 자신의 지지율 1%를 올리기 위해 행하는 정치형태.
대표적으로 아베신조가 그랬으며 과거 남미의 독재자들이 독재에 대한 불만을 줄이기 위해 했던 짓이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는 넘치는 석유 이익을 국민에게 뿌려 전국민이 일하지 않고 놀아도 먹고 살 수 있게 만든 정치를 했다.
한국의 독재자 이구만이 남미 군사정권을 따라해 미친 듯한 국민연금 이율보장, 과외금지, 무조건 고용보장 등 지지율만을 위해 미래를 무너뜨리던 짓이다.
그걸 중국이 따라한다.
“그 모든 일을 하려면 돈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감히? 그렇다면... 통제를 강화한다. 공.동.부.유.”
공동부유.
‘다 같이 잘살자.’ 라고 쓰고 ‘일단 몽땅 몰수하고 나서 생각하자.’ 라고 읽는다.
2021년 1월 중국이 통제강화를 시작한 이 후 중국의 주가가 곤두박질쳐 코로나 사태로 바닥을 찍었을 때보다 더 내려갔다.
100년 전, 모든 지주와 귀족을 죽이고 재산을 나눠 갖던 초기 공산주의 사회가 중국에 다시 펼쳐진 것이다.
중국의 모든 기업이 벌벌 떨며 몸을 움츠리는 동안 중국에서 잘 나가는 기업은 ‘개인정보 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애플 뿐이다.
거꾸로 가는 자동차.
2021년 중국이다.
“그런데 미래그룹이 통제가 되지 않습니다.”
“조져.”
“불과 1년 전 허가했는데 다시 통제하면 체면에 손상이 갈 까 두렵습니다.”
내 체면에 손상이 가?
인류 역사상 최강의 황제인 나의 체면에?
“놔둬.”
미래블록 따위 어쩌라고.
그 까짓 일개 기업 따위.
나의 체면이 더욱 소중하다.
시 주석님의 고귀한 체면 덕분에 미래블록이 중국에서 살아남았다.
미국의 대 중 수입액은 역사상 최대.
코로나로 경제가 죽어있는 와중에 미국이 양적완화로 뿌린 눈먼 돈이 보복소비로 이어지고, 중국으로부터 거침없이 수입하고 있다.
중국에서 만든 물건이 미국으로 가고, 미국의 달러가 중국으로 가고, 중국으로 들어간 달러를 위안화로 바꾸는 멍청이는 없다.
중국 내 달러를 미래블록으로 바꾼다.
중국의 통제와 공산주의 통제강화가 불안한 부자들이 갖고 있는 위안화로 달러를 구매해 미래블록으로 바꾸고 이를 익명 계좌로 옮겨 자금을 숨긴다.
중국 내 달러가 거침없이 사라지고 있다.
달러 품귀현상으로 원자재 수입 업체가 웃돈을 주고서라도 달러를 구매한다.
덕분에 달러-위안화 환율이 급격히 변동해 위안화 가치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중국의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던 채인수는 대만에 위치한 중국 지사를 통해 넌지시 의견을 전했고, 이 안건은 시 주석 앞으로 갔다.
“위안화-미래블록 스왑? 무슨 소린데?”
“은행에서 위안화를 미래블록으로 바꾸는 행위입니다.”
보좌관이 세세한 과정과 장단점을 열심히 설명했지만, 인류 최강의 사나이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니까 왜 그걸 해야 하는데?”
“많은 인민이 원하고 있습니다. 허가하시면 인민들이 칭송하게 될 것입니다.”
채인수에게 용돈을 받은 보좌관이 꿀바른 소리를 했다.
“그래. 인민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허가해.”
시주석의 지지율이 상승한다.
“예.”
닫혀있던 위안화-미래블록 스왑이 열렸다.
사람들이 은행에 달려가 보유한 위안화를 미래블록으로 바꾼다.
여기서 위안화 가격은 달러환율에 따른다.
덕분에 시장 평가액보다 손해보며 미래블록과 바꾸지만, 앞 다투어 교환한다.
현명한 사람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일본 엔화는 4분의 1로 폭락했다. 내년 9월에 달러도 비슷한 폭락을 겪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빚을 내서 위안화를 받아 미래블록으로 바꾸고, 내년에 달러가 폭락할 때 위안화도 함께 폭락할 테니까 그때 미래블록 일부를 팔아 위안화 빚을 갚으면 네 배 이득. 최대 수십배 이득.’
빚이 증가한다.
중국의 은행 대출이 미친 듯이 증가한다.
위안화가 미래블록으로 바뀌고, 미래블록을 담보로 위안화를 빌려 또 미래블록으로 바꾼다.
미래블록 발행량이 미친듯이 증가한다.
“시 주석님. 위안화가 줄고 미래블록이 늘고 있습니다. 알리페이 사용액보다 미래핀 사용액이 더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인민은 좋아하나?”
“예? 예.”
“그러면 됐다. 주석자리만 지키면 돼.”
“에.. 그.. 이게.. 그렇습니다. 모두가 주석님의 지도를 칭송하고 있습니다.”
중국.
시 주석의 통제강화 정책 덕에 미래블록이 위안화를 잠식했다.
위안화 스왑이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미래블록의 통화량은 위안화와 유로화를 넘어섰다.
달러에 이은 세계 2위 통화 미래블록.
이제 한 걸음 남았다.
공산주의의 단점이 제정일치신정정치라면 미국 등 선거의회주의 정치의 단점은 느린 의사결정이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도 사람들은 각자의 최대이익을 위해 다른 목소리를 낸다.
예를 들어 쿠바에 카스트로 정권이 들어섰을 때, 미국의 설탕기업들은 쿠바인들을 공산당의 압제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미군의 개입을 부르짖고, 신문에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미국의 개입 기사를 올렸다.
하지만 그들이 진짜 원하던 건 쿠바의 대농장과 사탕수수노예를 지속적으로 착취하는 것.
한편 미국의 군수업체들은 쿠바독재자에게 팔아넘기는 무기와 미군참전으로 얻는 소규모 이익보다 더 큰걸 원했다.
쿠바에 소련의 핵미사일이 배치될 테니 미국 전역에 미사일터렛을 도배하자, 라는 MD계획을 주장했다.
설탕기업과 군수업체의 힘싸움.
여기에 개인과 단체가 각자 이익을 위해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냈다.
로비가 정당화된 국가답게 어마어마한 돈을 정치인에게 퍼붓고, 신문기사를 뿌렸다.
기사를 통해 각자의 거짓말을 들은 대중은 공포론에 휩싸여 군수업체의 손을 들어줬고, 미국은 어마어마한 국방비를 미사일방어계획에 투입하게 된다.
민주주의는 완벽하진 않지만, 각자의 이권을 위한 투쟁을 통해 나아간다.
비슷한 의사결정 과정이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이건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입니다.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간 미국이 가진 가장 큰 무기를 잃게 될 겁니다.”
“그걸 누가 모릅니까? 어떻게 할 지가 중요한 거지요.”
미국 내 최고 관료회의가 열렸다.
경제 안보 군무 재계대표 등 다양한 이들과 대통령까지 참여한 자리.
“당장 미래블록을 금지시켜야 합니다.”
“미래블록 뿐만 아니라 모든 암호화폐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시장에서 추방합시다.”
라는 게 금융계의 주장.
“그렇게 되면 사회 혼란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인터넷 거래 대부분이 미래블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힘든데 미래블록을 금지시키면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겁니다.”
라는 건 지지율을 생각해야 하는 정책보좌관의 주장.
“굳이 거부할 필요가 있나?”
“솔직히 미래블록이 결제수수료가 싸지. 수출입 환거래 수수료로 수만 달러씩 떼이는거에 비하면 그대로 가는게 낮지.”
라는 건 수출입 기업들의 생각.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구축한 국제거래 네트워크는 수출, 수입에 관여하며 국제 거래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일개 기업이 각국 통화를 환거래해 직접 거래하는 것보다 싸기 때문에 카드사에 맡겨왔다.
물론 이건 과거의 이야기.
지금에 와선 국가마다 돈을 쌓아두고 거래요청이 있을때마다 각국의 통화로 결제하며 총량만 유지하기에 비싼 수수료를 매길 필요가 없다.
통신 기술의 발달로 버튼 하나만 누르는 수고로 수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그 돈은 수출입 기업들이 내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아직도 땅집고 헤엄치는 장사를 하는 것이다.
국가간 통화거래의 편리성이야말로 암호화폐 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국가 화폐의 문제점이며, 암호화폐의 장점이기도 하다.
“솔직히 미래블록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편합니다.”
“미래그룹과 계열사에 얽힌 회사가 수만갠데 전부 망하게 할 생각이오?”
“미래그룹이 무슨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수많은 기업들이 미래그룹을 옹호한다.
미래그룹과 이권이 얽히고, 미래거래소에 한 발 담근 이들은 미래블록을 버릴 수 없었다.
당장의 수익을 줄이고 영향력을 늘리는데 집중한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외 수많은 인물이 각 산업계와 단체를 대표해 의견을 꺼냈는데, 놀랍게도 미래블록을 그대로 두자는 의견이 더 많았다.
각자의 최선의 이익이 미래블록을 옹호하게 만든 것이다.
금융계 수장이자, 양적완화 옹호론자인 칼 막스가 탄식했다.
“당신들은 잎사귀에 사로잡혀 숲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래블록을 그대로 두면 달러의 기준화폐 지위가 무너진단 말입니다.”
그의 말에 금융계 거물이자 양적완화 비판론자인 안드레 루스텔이 이죽거렸다.
“고작 미래블록이 달러의 지위를 무너뜨린다고? 과장도 적당히 하시오.”
“당신은 경제흐름도 보지 못합니까? 미래블록이 달러의 지위를 뺏으려고 전쟁을 선포했지 않습니까?”
“그게 어찌 미래블록 잘못이오? 당신의 잘못이지. 양적완화 라는 사기를 저질렀기에 지위가 흔들리는 걸 어찌 미래블록 탓으로 돌리시오?”
평소에도 양적완화 확대, 축소를 두고 다투던 그들이기에 점점 목소리가 커졌갔다.
대통령 질이 끼어들었다.
“두 분의 토의는 폼크에서 하시고, 정책부터 결정지읍시다. 어찌 하는 게 가장 좋겠습니까?”
또 시끄러운 논쟁이 오고가고 정책보좌관이 마무리를 했다.
“이건 수많은 사람의 생계가 달린 일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누군가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니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뭘 고르든 욕을 먹게 된다는 말.
정치인이 가장 싫어하는 경우다.
보통 이런 경우엔 손 놓는 걸 택한다.
“우선 두고 봅시다. 윤회장부터 찾아서 소환하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죠.”
대통령의 마지막 시선은 정보부의 수장에게 닿았다.
찾아라.
CIA국장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 작가의말
자꾸자꾸 늦어서 죄송합니다.
쓸게 너무 많아서 조립이 안 되네요 ㅜㅜ 죄송해요 ㅜㅜ
최대한 쉽고,,, 재밌게... 쓰기위한 과장이 매우 심하게 들어있습니다 ㅜㅜ
살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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