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쌈싸먹는 미소녀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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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kinghoya
작품등록일 :
2021.02.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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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마음, 엇갈린 통화

DUMMY

임시주총까지 D-4. 5월 21일 금. 11:00AM



간단한 인사말과 현황보고가 끝난 후, 빅딜 방안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시간이 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강단 앞으로 걸어갔다.

회의실에 앉아 있는 경영진들의 모든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한숨을 크게 쉬었다.



“안녕하십니까? 송덕술 회장님, 그리고 경애하는 이사님. 송준수 부회장님과 심재기 대외전략본부장의 주도로 구성된 빅딜 추진 비밀 전략팀 팀원 이한얼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크게 놀란 눈치들이다.

듣도 보지도 못한 일개 팀원이 전 임직원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한다는 것은 상식을 파괴하는 일이니까.

다만 송덕술 회장은 빙긋이 웃고 있었다.

분명, 송준수로부터 미리 전해들은 것이 있는 듯싶었다.



“저희 NW 그룹은 52년의 역사를 가진 유수한 대기업입니다. 송경서 창업주 이후로 송덕술 회장님이하 여기 계신 분들의 피나는 노고로 인하여 NW그룹이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정치권이 우리에게 가했던 부당한 압력과 조치로 일시적으로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NW그룹은 현명하게 잘 돌파해왔고, 이제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 세계로 부상할 때입니다. 부침(浮沈)을 부상(浮上)으로 만들 빅딜 방안을 이제부터 발표하겠습니다.”



서두는 나름 좀 간지 나게 했다.

제법 사람들이 서두부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제, 중요한 세부 내용이 담겨 있는 본론.

난 임원진의 마음을 완전히 장악할 두 가지 기술을 사용하였다.



첫째, 세밀하게 분석된 수치.

빅딜의 성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변수들을 정량지표로 만들고, 회귀분석 방정식을 산출해냈다.

종속변수는 기존 데이터를 추정해 만든 빅딜 이후의 수익률.

각 변수가 빅딜 성공을 얼마나 예측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예측력이 뛰어난 지표들을 따로 모아 제시하였다.

심지어 CEO와 경영진의 리더쉽, 국제관계 우호도등 모든 것을 정량지표화하며 빅딜 성공과의 상관관계를 보여주었을 때는, 회의 참석자 모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 혼자 이 방대한 통계분석을 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믿지 못할 것 같아, 비밀전략팀에서 시행했다고 밑밥을 깔 긴 하였다.



둘째. 정세 분석.

AP와 전기자동차를 둘러싼 국제적 협력관계 및 갈등 관계를 각 정부의 정책 방향과 과거 경제정책 분석을 통하여 제시하였다.

참고로, NW의 과거 정부 대응 사례를 보여주며, 시사점 및 대응방안을 제안하니, 청중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물론, 송덕술 회장이 앉은 의자의 팔걸이를 탁 치며, 공감을 적극적으로 표한 것은 후일담이다.



발표가 모두 끝났을 때, 모두들 경악을 금치 못한 모습들이었다.

저 모습들은 내게 매우 익숙하다.

이전 프리젠테이션때 경험해 봤으니까.

다만, 송준수 부회장과 오종복 HR혁신실장만이 예상했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본격적인 두뇌싸움은 Q & A 시간에 시작되었다.

박만철 경영기획 본부장이 AP프로세서를 SH그룹에 건네주는 것에 대하여 딴지를 걸었다.



“우리 그룹이 아무리 AP에 대한 경험이 없다 한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전문업체) 라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비록 마이너스 성장이기는 하나, 미국과 일본의 다른 업체들에 비하여 제법 선방하고 있는 중이죠. 게다가, 미국 상무부의 반독점법 시행 조치에 따라 1등 업체인 퀄컴의 AP 물량 제한이 가시화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데도, AP를 SH에 넘겨준다는 건 섣부른 결정이 아닌가요?”



그런 비판이 올 줄 알았다. 그럼 거기에 대한 나의 답변은 이것이지.



“현재 우리가 AP 생산의 부품 수입 및 수출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음을 잘 아실 겁니다. 작년의 호전된 실적은 중국 측에서 우리 AP를 전량 사들였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문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가시화 하고 있고, 실제 중국에 거래를 하는 우리기업에게도 거래중지에 대한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행정부의 입장은 국익이 우선이지, 반독점우선주의가 아닙니다. 우리는 미국에 제대로 된 거래선 하나 제대로 뚫지 못한데, 과연 이 상황에서 중국라인만 가지고, 우리가 제대로 견딜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럴 바에는 유럽이나 일본에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SH에 AP를 넘겨주는 것이 최적의 선택임을 말씀드립니다.”



박만철 경영기획 본부장이 자리에 앉았다.

그의 의견을 정면으로 공박하였기에, 그대로 놔둘 수는 없었다.

사람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면 그 사람은 반드시 적이 되기 마련이다.



“박만철 본부장님께서 중요한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이스라엘의 사례를 보면 10번째 사람의 법칙이 있는데, 딱 1명은 대다수 9명의 의견과는 반대로 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만철 본부장님께서 과감하게 그 한명의 역할을 맡아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나는 박만철 본부장에게 진심어린 고개를 숙였다.

박 본부장이 흐믓한 표정으로 그 인사를 받았다.



그밖에 세세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HR혁신실장과 구조조정실장, 그리고 송준수 부회장이 돌아가며 답변을 하였다.

현실적으로 SH쪽이 빅딜에 응하겠느냐는 회의론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박광혁과 박덕성 회장의 상황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명했을 때, 부정적인 반응은 쏙 들어갔다.

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회의장의 분위기를 주도해 갔고, 사장단 및 경영진들은 나의 발표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며 메모까지 빼놓지 않고 하고 있었다.

나는 한마디로 스타가 되었다.



회의의 말미에, 박덕술 회장이 자리에 일어나 클로징 멘트를 더하였다.



“오늘 발표 내용 잘 들었습니다. 빅딜은 추진될 것이며, 우리는 반드시 성공합니다. 그리고, 우리 NW의 미래도 성공할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뛰어난 인재를 확보했기에 가능한 것이고, 오늘 이 자리에서 확인하였다. 대외전략비서라고 했던가요? 이한얼양.”

“아.. 네. 회장님.”

“우리 기업을 위해서, 많이 수고해 주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회장님.”



거기에 끝마쳤으면 되었을 것을, 회장이 몹쓸 농담을 내게 하였다.



“이 질문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결혼하셨어요?”

“네? 아.. 아뇨.”

“며느리 삼고 싶다는 말 하면 문제가 되려나?”

“예? 예. 아..아뇨. 아닙니다.”



답변을 어떻게 해야 할지 쩔쩔 매는 나의 모습에,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청중들이 웃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발개졌다.

제길. 하필 이 중요한 자리에 회장이 저런 조크를 하다니.

살짝 송준수를 바라봤는데, 그는 의외로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것으로 오늘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오늘 참석해 주신 임원진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송준수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회의를 종료시켰다.

휴우.

회장이 했던 농담이 어떠하든, 난 이 발표에서 살아남았고, 대박을 쳤다.

즐거운 고민들이 머릿속에 맴돈다.

SH를 가지 말고 NW에 머무를까?

대우도 좋을 거 같은데? 회장도 날 좋게 보아하니, 키워줄 듯도 싶다.

하지만,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박지혁이 있는 곳이 내가 가야 할 곳이겠지.

내가 있어야할 곳은 SH라고.

사나이라면 의리를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회의가 끝나자 바로 박지혁에게 문자메세지를 전송하고, 전화를 했다.

‘참 잘했어요’란 칭찬 한 마디를 그의 목소리를 통해 듣고 싶었다.

아마도 NW를 위해 일한다는 사실이 배는 아프겠지만,

그래도 그는 날 진심으로 축하해 줄 것이다.

그가 전화를 받자마자 나중에 전화한다며 끊었다.

지금까지 내 전화는 정성껏 받았는데, 이상했다.

바쁜 일이 있는가 보다.

그래서 그런 거지, 별일 있겠어?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그런데.....





*************************


임시주총까지 D-4. 5월 21일 금. 11:30AM



인천 국제 공항.

많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는 가운데에서, 관광객처럼 차리고 온 3인의 사내가 캐리어를 끌고 걸어오고 있었다.

둘 다 조그만 체구에 딴딴한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지극히 평범한 행색이지만, 선글라스 안에 비치는 그들의 눈매는 범상치 않았다.



그들은 미리 누군가에 의해서 예약된 세단에 몸을 실었다.

차를 타자마자, 그들은 그동안 침묵으로 닫아놓았던 입을 열었다.



“내래, 한국오니까이... 참 좋구마.”

“빨리 해치우고 좀 쉬었다가야 하지 않카써?”

“뭐, 에미나이 하나 납치하는데 별 거 있간?”



그들은 정욕에 찬 눈빛으로 자기의 손에 쥐인 여인의 사진 하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납치를 전문으로 해본 그들로서도 보기 힘든 미모였다.



“이 에미나이 참 참하게 생겨써. 어드랗게 생각함?”

“이 가시나 야들야들한 게 먹음직스러운데, 한 번 쑤셔보고 넘겨도 되지 안갔나?”



앞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스포츠 머리의 사내가 둘에게 다그쳤다.



“그러다 목숨 떼일 일 이써? 딴 생각 말라우.”



뒷자리에 앉은 턱수염 더부룩하게 나있는 사내가 비웃음을 쳤다.



“거 간나새끼, 그 종간나 목 줄이나 잘 따라우.”

“배때기에 칼을 담궈야 조용히 하간? 주둥아리 놀리다 말밥에 오르면 목 떼일 줄 알라!”

“근데, 그 종간나새끼, 선수이가? 그 새끼 하나에 525특수작전대 에이스 둘과 노털이 붙나?”



은근히 노털(늙은 남자의 북한어)이라고 놀림을 당한 운전사가 눈을 부라렸다.



“그 턱수가리 간수 잘 하라. 함부로 떠들다 뒤지쁜다.”

“거 새끼.. 이미나이 같아서 어디... 들뿌리(팬티)에 든 물건 작아지겄다, 야.”



턱수염의 놀림에, 한마디 거친 욕을 해주려던 스포츠머리가 멈칫 했다.

차에 부착되어 있던 대포폰에서 문자메세지 오는 소리가 요란했다.

스포츠머리가 잠시 차를 멈추고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아새끼들, 조용히 하고, 잘 들으라우. 둥글소(황소)와 아롱범(표범) 둘 다 이미 목포항에 도착해써. 물주가 주문한 시간은 5월 24일 월요일 밤 10:00이다. 파티장소는 *****이고, 에미나이 고대로 데려온다, 알간? 물건 잘못 놀리면 대갈통 떨어지는 기야?”



노털이라 불린 스포츠 머리는 다시 운전하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은 서울시내의 전경을 살필 여유가 없이 하나의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둥글소와 아롱범은 북조선 특수공작원 20명의 명줄 끊어 놓고 탈북한 미친 새끼들인데, 그 둘을 같이 부를 정도라면 누굴 죽이겠다는 기야? 이거, 명줄 재촉하는 건 아닌가 모르게써.’





******************************


임시주총까지 D-4. 5월 21일 금. 12:00PM



분위기 좋은 서울 외곽의 한 카페.

제법 아름답게 챙겨 입은 한 여인이 누군가를 그리운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초조한 마음에, 그녀는 테이블위에 있는 메뉴판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뛰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그녀의 양볼에 홍조가 짙게 깔렸다.



“오..오빠, 여기.”

“하..학.. 늦어서 미안하다. 예선아. 내가 일이 있어서.”

“아냐. 오빠. 나도 막 도착했거든.”

“하아. 너 참, 이제는 숙녀 같다. 정말 예뻐졌어.”

“지혁이 오빤, 음.. 그대로야.”



예선이 지혁이를 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지혁은 바로 자리에 앉았다. 예전에도 예선은 지혁이를 보면 말을 제대로 못했는데, 그 습관은 여전했다.

초조한 지, 예선은 양손의 엄지손톱을 마주 대고, 서로 긁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지혁이의 입가에 작은 웃음이 그려졌다.



“예선이가 대학교 4학년인가?”

“어. 내년에 졸업. 음, 승지는 잘 지내요?”

“승지? 걔 1년 꼴아서 지금 3학년이야.”

“음, 어머님 소식은 들었어요.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승지가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리고, 오빠두요.”

“어. 지금은 괜찮아. 시간이 지나니 나아지더라고... 고맙다. 예선아.”

“네?”

“그냥 네 마음의 진심이 고맙다는 거야.”



예선이 방긋이 웃었다.

지혁은 오래간만에 보는 예선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한얼만큼의 미모는 아니지만, 둥글둥글한 얼굴형에 귀티가 흐르는 스타일이었다.

한얼만큼의 미소를 갖고 있고, 한얼만큼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어쨌든 한얼만큼 하늘하늘했다.

한얼만큼.



그들은 간단한 안부를 주고 받은 이후, 식사를 주문했다.

안심스테이크와 봉골레 스파게티.

예선은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살포시 잡고서, 스파게티를 살살 포크에 말아서 먹고 있었다.

자신의 치아구조를 절대로 보이지 않겠다는 듯 입을 조심스럽게 오물거리는 품이 귀여웠다.

반면, 지혁은 정신없이 스테이크를 칼로 잘라서 퍼먹고 있었다.

예선이 스파게티 면을 포크에 말아서, 그의 접시로 건네주었다.



“이렇게나 많이 주면, 넌 어떻게 하라고?”

“난 괜찮아요. 그보다 오빠가 너무 맛있게 먹길래.. 양이 적어 보여.”



예선이가 또 고개를 숙였다.

정수리 밑에 가려진 얼굴은 또 홍당무일 것임이 분명했다.

지혁은 또 피식 웃었다.



예선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저, 귀를 쫑긋하며 지혁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었을 뿐이었다.

간단한 신변잡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그렇게 1분이 흘렀다.

이번에는 간만에 예선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오빠,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요?”

“뭐지?”

“혜정이...언니랑 더 이상 만나지 않나요?”

“음... 그렇다고 봐야겠지. 혜정이가 나를 보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오빠는요? 여전히 언니가 맘에 있어요?”

“어.. 완전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잊으려고 노력 중이야.”



예선은 지혁을 묵묵히 바라보았던 지난 시간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지혁은 혜정언니에게만 마음을 주었고, 자신에게는 잔정만 내어주었었던 시간들.

이제, 그가 혜정언니를 잊으려 한다.

예선은 잊으려고 노력한다는 그 말에 희망을 걸게 되었다.



“오빠, 그럼...”

“아, 정말 미안한데, 예선아. 잠시만. 중요한 문자가 와서.”



지혁이 그녀의 말을 도중에 끊었다.

예선의 희망이 도중에 끊어졌다.

지혁이 문자 메시지를 보더니 활짝 웃었다.

구김살 없는 웃음이었다.

예선이 이전에 보지 못했던, 그런 미소였다.

어디선가 전화가 왔다.

그가 전화를 받더니, 나중에 전화한다며 바로 끊었다.



“미안하다. 누구로부터 보고받을 일이 있어서. 어.. 뭐라고 했지?”

“오빠, 혹시 여자 있어요?”

“여.. 여자?”



지혁이 당황해 하였다.

일언지하에 부정하지 못했다.

예선은 이 짧은 순간으로도, 지혁의 마음에 또 다른 여자가 있음을 알았다.

방금 전의 그 웃음은 설레임을 담고 있었다.

본인이 그렇게 해왔기에, 그 웃음의 의미를 너무 잘 안다.



“말씀 안 하셔도 돼요.”

“어, 그게...”

“오빠, 여기에 저 보고 싶어서 오신 거 맞죠?”

“당연하지. 예선이가 얼마나 자랐나 보고 싶어서.”

“그건 친오빠나 사촌오빠 멘트인데.”

“그런가? 하하. 예선이가 너무 예뻐서 말이 제대로 안나오나봐.”



예선은 이미 이 자리가 의미 없음을 알았다.

자리를 박차고 집에 가서 실컷 울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자기를 따라다니는 남사친들을 불러다가 복수하고픈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마음만 먹었을 뿐, 실행은 되지 않았다.

미련 때문인지, 아니면 쌓인 잔정 때문인지, 그와 함께 있는 이 순간들을 쉽게 버릴 수는 없었다.



“이미 늦었다. 오빠.”

“뭐?”

“오빠가 지금 작업해도 늦었다고요.”

“혹시, 예선이 남친 생긴 거야?”

“혹시가 아니고 당연한 거지. 나 같은 여자가 남자친구가 없으려고요?”

“그러네. 이 매력 넘치는 아가씨가 없을 리가 없지.”



없었어요. 오빠 때문에.

그 말을 하고 싶었지만 예선이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를 죽어라고 따라다니던 4학년 선배가 있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진짜 죽을 수 있는 그 선배를 찾아가서, 기회를 줄까 싶었다.



“오빠가 나를 좋아해서 이런 자리 마련한 거 알아요.”

“맞아. 그래. 나 너 좋아해.”

“하지만 난 남자친구가 좋아. 그래서.. 그래서, 오빠 맘 받을 수 없어요.”

“그..그래?”



예선이가 지혁을 찼다.

그리고 지혁은 이 짜고 찌는 대화에 기꺼이 호응했다.

솔직히 호응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딴 새끼 말고 나는 어때?’라고 말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지혁은 그녀 앞에서 실연에 빠진 연극을 하고 있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이제.. 가야할 시간이다. 오빠. 오래간만에 만나서 즐거웠어요.”

“예선아..”

“이제 그만 갈께요. 지혁이 오빠. 잘 지내요.”



예선은 바로 핸드백을 챙겨 카페 밖으로 나갔다.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낀 지혁이 그녀를 쫓아 나갔다.

부리나케 뛰어, 예선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의 얼굴에 눈물이 가득했다.

눈 화장이 지워져, 너구리같이 되었다.

지혁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예선아...”

“당신, 꼴 보기 싫어. 가. 가라고.”

“내가 집에 데려다 줄게.”

“됐어! 나 혼자 갈 거야.”

“예선아, 내가 미안해. 정말로.”



그의 말에 예선이 폭발했다.

참고 참았던 자신의 마음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미안한 사람이 왜, 왜, 난 받아주지 못 하는 거야? 매번 미안하다면서, 왜 사람을 기다리게 만드는 건데?”

“예선아, 그건.. 휴..”

“그래, 오빠는 내가 좋아하는 걸 즐긴 거야. 내가 애태우고 있는 걸 즐긴 거야. 그게 너무 재미있으니까, 즐긴 거야. 그래, 오빠는 나쁜 사람이야. 참 나쁜 사람이야.”

“아냐, 예선아. 그게 아냐.”

“이제 알겠으니까,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한테로 가요. 이제 오빠를 그리워하기는 싫어. 끝낼 거야. 이 바보 같은 짓.”



예선이는 잡히고 있던 손목을 뿌리쳤다. 그리고는 그에게서 등을 돌려, 자신의 차를 향해 뛰어갔다.

하이힐을 신은 그녀의 발목이 삐끗하며, 무릎을 꿇고 넘어져 버렸다.

지혁은 악소리를 지르며 뛰어갔고, 그녀를 부축했다.

그녀가 눈물범벅인 상태에서, 머리카락 하나를 입에 물고 있었다.



“괜찮아? 예선아? 다친 데는 없고?”

“오빠, 아파요. 아프다고요. 심장이 아파 죽겠어. 흑..흑..”

“...........”

“오빠, 이렇게 아픈 나를 좀 좋아해 주면 안 돼?”

“하아.. 그게..”

“마음을 내게 주면 안 되냐고요?”



예선은 갑자기 지혁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지혁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크게 놀랐으나, 그의 혀를 밀고 들어오는 그녀의 마음을 치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키스는 지혁의 폰을 통해서 누군가에게로 전해지고 있었다.

통화종료를 누르지 않은 지혁의 실수가 누군가에게 고통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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