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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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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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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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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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파의 신선(2)

DUMMY

‘큰 쪽이 서현, 작은 쪽이 진향.’


먼저 형태로 둘을 구분하고, 그 뒤 이름으로써 둘을 인지했다.


‘호승심이 느껴지네.’


호승심. 누군가와 겨루어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이다.


무인의 예민한 감각이 그런 마음조차 감지해낸다.


무릇 무인이란 상대의 마음속에 있는 틈새와 예리하게 갈고닦인 칼날마저 잡아낼 수 있어야하므로.


“원래는 네 제자인 남궁린과 대련시키려고 했지만...이쪽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말하는 것은 서현이다. 호승심을 발하는 것도 서현이다.


‘하지만 제자쪽에선 어떤 감정도 안 느껴지는군.’


진향이라고 했나. 그녀는 그저 가만히 이쪽을 보고 있을 뿐이다. 영롱한 주홍색 시선이 이쪽을 주시한다.


일말의 투기조차 흘리지 않고 읽어낼 수 있는 것은 순수한 호기심뿐이다.


‘귀찮아.’


화산파의 신선, 진향은 지금 자신의 호승심을 제자를 통해 풀어내려고 한다.


그런 대리만족 따위에 자신의 노력과 시간을 쏟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래도 화산파의 신선이라는 건 제법 흥미가 가.’


상대의 뜻에 놀아나는 건 흥미없다. 그러나 상대는 화산파다.


만년 전의 남궁세가가 지금과 같이 않았듯, 만년 전의 화산파가 어떤지도 궁금하다.


경험은 많을수록 좋을 테니.


물론 이 자리의 결정권은 자신에게 있지 않다.


이 자리의 누구보다 강렬한 시선이 움직인다.


맹렬한 푸른빛 눈동자가 천하를 본다.


“나쁘지 않군. 저 아이에게도 다양한 경험이 필요할 테니.”

“그럼 어서 준비하자고.”


대련이 성립됐다.


*


“내가 널 찾고 있는 동안 나 빼고 이야기를 나눈 거야?! 괘씸해!”


남궁린이 투덜거렸다.


아무래도 먼저 입구로 간 덕분에 남궁린이 자신을 찾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답할 가치가 없었기에 무시하고 대련실이나 둘러봤다.


천룡탑의 대련실은 종류가 다양했다. 번개가 끊임없이 치는 곳이나, 땅과 대기가 미친 듯이 흔들리는 곳 등.


하지만 이번에 대련이 이루어질 장소는 특징없이 평범했다. 그래도 신선의 물건이라 역시나 웅장한 크기를 자랑한다.


“꽉 막힌 장소네. 괜찮겠어? 이러면 매화향기가 공간을 전부 채워버리고 말 걸?”

“최대한 공평하게 장소를 정했다. 걱정마라.”


스승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제자들도 만남을 가졌다.


“...린. 안녕?”


진향이란 신선은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 진향! 정말 오랜만이다! 내가 그립진 않았어?”

“보고...싶었어.”


진향이 슬며시 미소짓는다. 신경전을 벌이느라 바쁜 스승과는 다르게 진심으로 반가운 얼굴이다.


“흐흐. 헤어진 시간만큼이나 너의 성장이 실감이 나. 또 경지가 오른 것 같네!”

“응. 열심히 수행했으니까.”


진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전보다 더 강한 생명력이 느껴져. 네 안의 천둥소리가 나에게도 들리고 있어.”

“청룡심결에서 새 깨달음을 얻었거든. 네 매화향도 더 짙어진 것 같아!”


제자들이 조잘조잘 떠든다. 사이가 좋은 것 같다.


그나저나 매화향? 천하를 킁킁거리며 그 냄새를 기억했다.


‘같은 매화향이라도 사람마다, 그리고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지.’


언젠가 남궁세가를 찾아온 화산파의 무인들로부터 배웠던 거다.


“내, 냄새나나요? 죄송해요...아직 향을 숨기는 것에 익숙하지 못해서...”


옆에서 대놓고 코를 킁킁거리는 천하를 본 진향이 우물거리며 물러났다.


그러자 은은히 풍기던 매화향이 전부 사라졌다.


“천하...아무리 진향의 냄새가 좋아도 대놓고 맡는 건 실례야.”


남궁린이 주제도 모르고 개소리를 했다.


죽일까? 참아. 내 안의 남궁.


“네 탄내보단 낫더라.”

“타, 탄내?”

“너한테선 돼지고기 굽는 냄새가 나. 알아?”

“거, 거짓말! 거짓말이야!”


남궁린은 다급히 소매를 들어 킁킁 자신의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안심하며 한숨을 쉬었다.


“...사이가 좋으시네요. 린이 이렇게 마음을 여는 건 흔치 않은데. 어떻게 친해지신 건가요?”

“과연 화산파의 신선께선 격장지계가 뛰어나시군요. 끔찍이도 불쾌한 도발이었습니다.”

“예?”


첫 만남에 이런 도발을 받을 줄이야. 무심코 검을 뽑을 뻔했다.


*


준비가 끝나고 둘은 나란히 마주섰다.


“반드시 이기도록 해라, 진향아. 네 스승의 이름에 먹칠을 하지 마라.”

“...예. 스승님.”


진향이 부담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천하를 보더니 입술을 우물거리며 벌렸다.


“저어...아까 전엔 제가 실례를 한 것 같네요...왜 화를 내셨는진 아직도 모르겠지만...그래도 죄송해요.”

“사과를 받도록 하지요. 이제 대련에 집중하십시오.”


친절히 건넨 사과까지 쳐낼 마음은 없었다.


그렇다고 봐줄 생각도 없었다.


“예. 대련이 끝나면 이야기를 계속해요.”


진향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정말 순해보이는 신선이었다.


근데 나이는 내 할머니보다 많겠지.


그걸 자각하니까 갑자기 뭔가 정신이 팍 가라앉았다.


“이 꽃잎이 바닥에 떨어지는 걸로 대련을 시작하겠다.”


화산파의 서현이 꽃잎을 떨어뜨렸다.


꽃잎은 미세한 공기의 흐름을 타고 춤춘다.


직전, 순간, 찰나, 그런 극단적인 시간의 개념 속에서 꽃잎은 바닥에 포개어졌다.


그 찰나를 잡아낸 것은 당연하게도 천하다.


무인의 육감은 순간을 포착하고 반응한다. 검강이 뻗어나왔다. 거리를 좁힌다.


일직선으로 내달리는 번개가 진향의 가슴을 노린다.


발검으로 검을 뽑았다. 신법으로 몸을 날렸다. 보법으로 틈을 파고들고, 검법으로 상대를 벤다.


모든 것이 한 순간에 이어지고 완성된다. 신선의 반응속도를 웃도는 무인이기에.


하지만 베지 못했다. 천하는 튕겨나가듯 거리를 벌렸다.


자신이 가장 유리했던 상황에서 스스로 벗어났다.


“감이 좋은데.”

“무인에겐 육감이란 것이 있다더군. 그걸 써서 네 제자의 술수를 간파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감 아닌가?”

“다르다.”


스승들이 방금 전의 공방을 보고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왜 공격하지 않으셨나요?”


여전히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진향이 묻는다.


“접근할수록 냄새가 코를 찌르더군요. 더 다가갔다간 중독될 것 같았습니다.”

“매화나무의 열매를 써서 술을 담궈먹기도 해요. 그러니 매화향을 맡고 취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진향은 여전히 순진한 얼굴로 말한다.


‘좀...흔들리는군.’


예민한 감각이 문제가 될 때도 있다. 천하의 발달된 후각은 매화향을 너무 잘 맡았다.


‘설마 냄새로 중독시킬 줄은.’


매화향이 감각에 섞여들면서 육감에 혼선을 주고 있다.


무림에서라면 독공이나 사파의 사술로 분류될만한 기술이다.


듣고 있나, 화산파? 너네 선조 사술 쓴다. 사술 쓴다고.


만약 화산파의 무인들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광기에 미쳐 날뛰었겠지.


“그건 그렇고 방금 전의 공격은 정말 빨랐어요. 제가 환술사(幻術士)가 아니었다면 그걸 정면에서 부딪쳐야 했겠죠. 대단하세요.”


진심으로 하는 칭찬이다. 진향 또한 꽃잎이 떨어지는 순간을 노렸다.


하지만 자신이 꽃잎의 착지를 인지한 순간, 이미 검은 자신을 내려치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반응속도다.


그리고 그런 속도로 공격하던 중 향을 눈치채고 다시 거리를 벌린다는 판단이 가능하다니.


“초절정의 무인들은 다 그런 건가요?”

“아마도.”


초절정의 경지에 닿은 놈들 중에 이정도도 못하는 놈은 없다.


“하지만 악수였어요.”


진향이 무덤덤하게 선고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향기는 더 진해지고 퍼져나간다. 그것은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천하가 피식 웃었다.


“순진한 줄 알았는데, 역시 백년 가까이 산 노괴라는 건가. 혀를 아주 잘 놀려. 입만 열면 거짓말이야.”

“예?”


천하의 검이 휘둘러졌다. 칼날 같은 검강이 공간을 잘랐다. 그러나 막힌다. 진향의 선역이 천하의 검강을 막아낸다.


“이 정도로는...”


군림평천하(君臨平天下)

역뢰(逆雷)


진향 본인조차 알지 못하는 선역의 미세한 틈새로 번개가 스며든다.


당황은 짧았다. 진향은 눈가를 좁히며 선역을 굳혔다. 역으로 자신의 선역을 파고든 번개를 잡아 멈춘다.


진향은 저번의 낭선보다 더 능숙하게 자신의 선역을 다뤘다. 그놈은 역뢰를 막지 못했고, 진향은 막았다.


‘역뢰정도야.’


까짓 거 막혀도 된다. 아주 잠깐 틈을 번 것으로 충분했다.


옆으로 뉘인 검을 크게 휘두른다.


군림평천하(君臨平天下)

만뢰단(萬雷斷)


뇌기로 이루어진 검강이 크게 부풀었다. 만뢰가 날뛴다. 크게 베어낸다. 날뛰는 만뢰가 향기香氣를 태우고 선역을 거스른다.


“읏!”


진향은 자신의 선역을 압축시켰다. 공간을 비틀어 번개 자체를 빗겨내려고 한다.


그 순간 만뢰단의 진가가 발휘된다. 날뛰던 만 개의 번개는 다시 응축해 하나의 검날로서 기능했다.


한 자루로 벼려진 만의 번개가 압축된 선역마저 찢어발긴다.


선역의 단면이 드러나고, 진향의 가슴이 찢겼다.


그리고,


매화향이 폭발했다.


*


‘만뢰단이 잘 먹히긴 했어.’


만뢰단은 최근에 만든 기술이다.


만뢰단萬雷團을 먹었을 때의 그 엿같음을 무武로서 승화시켰다.


만뢰를 풀어 상대가 무의식적으로 방어를 택하게 만들었다가 압축한 검강으로 단번에 베어내는 기술이다.


기교는 뛰어나지만 순수한 방어력 자체는 약한 놈들한테 잘 먹힌다.


‘선역은...내공과 비슷한 면이 있지.’


사람마다, 그리고 익힌 공법마다 성질이 조금씩 다르다.


남궁린의 선역은 극히 빠르게 움직이며 막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그녀의 선역은 번개처럼 빠르고 강렬하다. 상대의 선역마저 부숴버릴만큼.


진향은 달랐다. 그녀는 선역을 보다 섬세하게 다룰 수 있었으나 남궁린처럼 강하지도,


검강으로 펼치는 초절정의 무공을 막을만큼 단단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까다로워.’


매화향이 퍼져나간다. 천하는 휙휙 움직이면서 거리를 벌렸다.


‘실체가 아니었다.’


방금 전의 공방을 떠올린다. 만뢰단으로 진향을 베어내긴 했으나 그건 본체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그랬다. 깨달은 건 그녀의 지근거리에서 첫 일격을 내리치려 했을 때다.


그정도로 가깝지 않으면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분신이다.


‘만년 뒤의 화산파는 분신 같은 거 안쓰던데.’


매화향은 냄새 뿐만 아니라 색마저 지니고 있었다. 분홍색과 붉은색, 하얀색이 어우러진 기운이 안개처럼 흐른다.


내공으로 태울 순 있다. 근데 지구력이나 힘싸움으로 가면 질 게 뻔했다. 상대는 백년 가까이 산 신선이다.


안개 속에서 진향이 걸어나왔다.


“눈치 채고 계셨던 건가요?”

“이게 분신이라는 걸?”

“지금은 어떠세요?”

“이번엔 좀 더 정교하게 꾸며봤는데.”

“누가 진짜로 보이시나요?”


다섯 명으로 늘어난 진향이 하나씩 끊어말한다.


당연하지만 구분할 수 없었다. 방금 전처럼 다가간다고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놈과는 달랐다. 그래서 까다롭다. 이러면 육감이 반쯤 봉인된 거나 마찬가지니까.


진향의 술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스승님. 매화검(梅花劍)을 쓸 수 있게 허락해주세요.”

“허락하마.”


새삼스럽지만,


만년 뒤의 화산파는 검법으로 매우 유명한 문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71 아침기상
    작성일
    21.07.23 14:08
    No. 1

    기술에 불리하면 기술명 안 말하는건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3 2kw
    작성일
    21.07.23 18:00
    No. 2

    술법의 숙련도가 올라가면 굳이 기술명을 말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기술의 최대위력은 정해져있고 이름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것이니까요.

    숙련도가 부족하거나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또 다르겠지만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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