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스의 꿀맛같은 중세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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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공명
작품등록일 :
2021.02.26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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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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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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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델로프가의 연회

DUMMY



"허허. 여기는 무슨 이야기를 하길래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 거지? 이 늙은이가 끼어도 되려나?"

"린델로프 경 어서 오세요. 오늘 이 연회 자리에서 린델로프 경이 끼지 못할 자리가 어디에 있겠어요."

"후후후. 오늘도 정말 아름답군요. 우리 테드가 단단히 반할 만해요."

"부인께서도 참. 저는 정말 그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다니까요."


델가니온 영애는 이 연회의 주최자인 하버크 린델로프와 그의 부인으로 보이는 여인과 살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이내 그 두 부부의 시선은 처음 보는 한 소년 칼스에게 모아졌다.


"처음 보는 얼굴이로군."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마를르 영지에서 작은 상단을 운영 중인 칼스라고 합니다."

"오? 그렇군. 자네가 이번에 액턴 상단과 함께 이 연회에 음식과 음료를 제공한 그 친구로구먼. 나이가 어리다곤 들었는데 생각했던 거보다 더 어려서 몰라봤네."

"하하하. 다들 처음 인사를 드리면 그런 반응을 보이시더라고요."


하버크는 거의 어린아이 얼굴만 한 커다란 손을 앞으로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칼스는 그런 그의 투박하고 거친 손을 맞잡아 가볍게 위아래로 흔들어 보였다.


"그래. 혹시 이 연회에서 나도 그 소문의 명주를 맛볼 기회가 있겠는가?"

"죄송하지만. 아쉽게도 그 술은 현재 만들어둔 모든 물량이 판매되어서 미처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쩝... 그건 좀 아쉬운 일이로군."

"후후. 그래도 이 벌꿀주 역시 상당히 괜찮은 술이잖아요."

"그거야 당신이 원체 달달한 것을 좋아하니까 그런 것 아니겠소. 아무래도 나 같은 땀 내나는 놈들한테는 맞질 않는달까. 내 알기로 바렌튼 백작 그분 역시 나와 비슷한 과인데. 그렇게 극찬을 했다고 하니 궁금하긴 했는데..."


연신 자신을 바라보며 아쉬워하는 눈빛을 보내는 하버크였다. 한편 그의 부인은 레베카를 비롯한 주변의 영애들과 담소를 이어나가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그녀의 손에는 누군가가 건네준 작은 향수병 하나가 들려있었다.


"신기하군요. 아주 적은 양을 찍어 발랐는데도 이렇게 향이 풍성하게 퍼져 나오다니."

"그렇죠? 향유도 좋기는 한데. 이것처럼 발랐을 때 끈적임이 없진 않은 데다. 수시로 갈아줘야 하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거든요."

"가격만 괜찮다면 저를 비롯해 언니나 어머니께도 선물해드리고 싶어요. 물론 제가 쓸 것부터 사야겠지만요."


하버크는 자신의 부인이 자그마한 향수병을 들고서 연신 그 안에 든 향을 맡아보는 것을 지켜보다가 그 물건이 자신의 앞에 서있는 소년이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살짝 그를 옆으로 이끌고 나와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 향수는 여유분이 좀 있나?"

"네. 당장 본격적으로 판매할 만큼의 여유는 없지만. 그래도 필요하신 분들에게 나눠드릴 만큼은 가지고 왔습니다."

"잘 됐군. 지금 저기 내 아내가 들고 있는 저 향으로 한 병만 부탁함세. 값은 제대로 치를 테니."

"알겠습니다. 그럼 있다가 사람을 시켜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그렇게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누던 부부는 또 다른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떴고, 향수에 관심을 보이고 모여들었던 인원들 역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제서야 조금의 여유가 생긴 칼스와 엘레노아는 테이블 위에 세팅된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됐다.


"후아. 이제 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네요."

"아하하. 하긴 칼스 너도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겠구나. 괜히 나 때문에 더 정신없었던 거 아닐까 모르겠네."

"아뇨. 전 즐거웠어요."

"그래? 넌 엘리랑은 좀 다른 모양이네. 쟤는 이런 자리는 질색을 하거든."

"레베카 언니. 나는 그저 조용한 것을 즐길 뿐이야."

"저 봐."


가볍게 음식과 술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한참 전부터 그들을 못마땅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던 미첼 론도와 그 일행들이 서 있었다.


"어머~ 마를르 영애 아녜요? 연회장에 웬일로 얼굴을 비추셨을까."

"그거야 론도 영애 당신이 신경 쓸 바 아닐 텐데요?"

"그런가요? 저는 혹시나 너무나도 오래 리온을 비우는 바람에 연회라는 것을 까먹은 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지 뭐예요."

"후우... 괜히 시비걸 거면 그냥 저리 가주실래요?"

"아무리 그래도 그 옆에 신사분과 인사 정도는 시켜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아! 내가 시골 변방의 아가씨한테 너무 세련된 것을 바랬던 걸까?"


미첼의 말에 그녀 곁에 머물던 몇몇 여자들이 꺄르르 웃음을 터트렸고, 엘레노아는 그런 그녀들의 행동에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은 채 귀찮다는듯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오히려 이러한 행태에 심기가 불편해진 것은 다름 아닌 칼스였는데, 그는 엘레노아의 반응을 보고 그녀가 리온에서 이러한 대우를 받아온 기간이 짧지 않았음을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저는 마를르 영지 내에서 작은 상단을 운영 중인 칼스라고 합니다. 론도가의 영애께서는 제게 무슨 용건이라도 있으신지?"

"흐음. 뭔가 굉장히 불만 가득한 표정인데. 뭐 이미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눌만한 상황은 아닌 거 같으니 그 부분은 넘어가도록 하죠. 용건이라..."


미첼은 굉장히 도도해 보이는 표정으로 칼스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어느 외딴 시골 영지에 뭔가 신기한 것들을 많이 판매하는 상단이 생겼다고 들어서요. 엘프 왕국에서 가져온 술을 판다던가?"

"엘프 왕국에서 가져온 술이 아니라 직접 개발한 술입니다."

"혹시 모르죠? 엘프 왕국에서 가져온 걸 거기서 만들었다고 하고 팔고 있을지도. 뭔가 이상하잖아요? 맨날 양가죽이나 벗기고, 숲에서 나는 약초나 캐다 팔던 영지에서 뜬금없이 피부미용에 좋다는 로열젤리라는 것을 판매하질 않나. 엘프 여왕이 인정하고 이름까지 붙여준 술이 만들어지질 않나."


그녀는 주변 사람들이 다 들으라는 듯 목소리를 높여 말했고, 그런 그녀의 말에 몇몇 사람들은 제법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엘레노아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그녀의 표적이 자신이 아닌 칼스가 되었다는 사실에 당장에라도 미첼에게 달려들려 했으나 칼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손을 뻗어 그녀를 만류했기에 가까스로 멈출 수 있었다.


"론도 영애께서는 저희 상단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물품들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뭐. 지금으로선 그럴 수밖에 없다는 말이지. 그 부분은 이해해 줄래? 워낙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많이 발생하는 곳이 리온의 상계이니 말이야."


그렇게 말한 미첼은 더 이상의 볼일은 없다는 듯 저 멀리 다른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하버크 린델로프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녀는 아랫사람을 통해 가져오게 한 고급스러운 술 몇 병을 그에게 선물했는데, 그것을 받아든 하버크의 표정이 꽤나 밝아진 것을 보니 아무래도 론도 상단에서 취급하는 술 중에서도 최고급 라인업들을 가지고 온 것으로 보였다.


"하아. 저 여우 같은 것은 왜 와서 시비를 거는 거야? 칼스 괜히 너까지 얽혀버리게 됐네. 마음 상하거나 한건 아니지?"

"저요? 아뇨 뭐 이 정도는 일상이었어서..."

"에? 영지 내에서도 너한테 저런 소리를 하는 놈이 있었다는 거야?"

"아. 그건 아니고, 예전에 비슷한 일이 있긴 했거든요."


칼스는 자신이 꿀을 판매하려고 인터넷 쇼핑몰에 납품을 했을 때, 경쟁업자들이 보낸 것으로 여겨지는 악의성 댓글들에 시달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여기나 거기나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상인들의 삶은 비슷하다 생각했다.


"그나저나. 애써 내가 판을 벌여봤는데 미첼 때문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네?"

"아뇨. 그 정도까진 아닙니다. 방금 전 론도 영애의 말에 동의하는 이들의 숫자가 없지는 않았지만. 보아하니 그녀의 행태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분들도 제법 계시더라고요."

"호호호. 그렇긴 할 거야. 론도 가가 최근 들어 제법 가세가 늘었다곤 해도 결국엔 벼락출세한 상인에 가깝거든. 근데 미첼은 그것도 모르고 당장의 위세만 등에 업은 채 다른 사람을 자주 업신여기곤 했으니."

"상인으로 대성할만한 인품은 아니네요. 절대 적을 만들면 안 되는 것이 바로 상인인데 말이죠."


그렇게 연회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몇 차례 음악이 바뀌더니, 어느덧 칼스가 준비한 상그리아가 각 테이블 위에 세팅되기 시작했다. 미리 그가 언급해둔 대로 넓은 볼 형 그릇 안에 담긴 붉은색 술 속엔 여러 과일들이 예쁘게 커팅 되어 담겨있는 모습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커다란 유리 볼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건 너무 욕심이었겠지."

"아까 통에 담겨있을 땐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굉장히 보기 좋은데?"


모든 테이블에 상그리아가 담긴 그릇이 올라가고 나 자 이 연회의 주최자인 린델로프가의 집사 알렌이 소리쳤다.


"여러분. 지금 준비된 음료는 얼마 전 바렌튼 백작의 일화로 유명해진 마를르 남작령의 허니 상단에서 준비한 특별한 술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오늘 마신 벌꿀주와 치즈 등을 제공해 준 허니 상단의 칼스를 여러분들께 소개코자 합니다."


그렇게 소리친 알렌이 칼스가 위치한 테이블로 손을 뻗었고, 칼스는 연회장 내의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한 자세로 주변을 향해 인사를 했다.


"이런 자리에 함께하게 해주신 마를르 남작 영애와 연회를 주최해 주시고 기꺼이 저희 상품을 사용해 주신 린델로프 경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이 술의 이름은 상그리아라고 합니다. 비록 여러분들이 정말로 궁금해하실 숲의 숨결은 아니더라도 정말 맛있는 술이니 부디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칼스의 말이 끝나자 각 테이블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종들이 연회 참석자들의 잔에 상그리아를 따라주었다. 국자를 사용해 그 안에 담긴 과육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담아내자 그 모습에 한 번 더 탄성을 내뱉는 참석자들이었고, 연회장 중앙에 선 하버크가 잔을 높이 치켜들자 다들 그의 동작을 따라 하고 나서 그 안에 담긴 술을 맛보기 시작했다.


"어머. 이거 굉장히 색다른 맛인데?"

"그렇죠? 저도 아까 조금 맛봤었는데 일반적인 와인보다 훨씬 상큼하고 좋더라고요."

"거기에 이 색감도 맘에 들어. 기존 와인의 붉은 빛보다는 좀 더 밝아 보이는 게. 마치 보석 같기도 하고 말이야."


레베카는 상그리아가 입에 잘 맞았는지 금세 한 잔을 다 비워내곤 시종에게 한잔 더 따라줄 것을 부탁했다. 칼스가 잔을 입에 가져가며 슬쩍 연회장의 분위기를 살펴보니 대체적으로 여인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듯 보였다.


다만 조금 전 그들에게 다가와 시비를 걸어댔던 미첼 론도와 그 주변인들은 굉장히 못마땅한 표정으로 상그리아가 담긴 술잔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미첼은 손에 들고 있던 잔을 그대로 테이블 위 빈 그릇에 쏟아버리며 굉장히 불쾌하다는듯한 어조로 말했다.


"흥. 상그리아라고? 또 그럴듯한 거짓말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군요.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술을 빚어 만드는 풍습이 대륙 남부의 야만인들 사이에 존재한다고 알고 있어요. 즉.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 야만인들이나 마실만한 술을 가져와서 자랑스럽게 내어놓은 거예요. 안 그런가요?"

"그러고 보니... 나도 들어본 거 같아. 남쪽 지역에 내려가면 과일로 빚은 술을 마시는 이들이 살고 있다고."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에 따라 미첼은 더더욱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은 채 칼스와 그의 곁에 서있는 엘레노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나 즐거운 하루 되시길


작가의말

날이 더워지니 시원한 맥주한캔이 절로 떠오르는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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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린델로프가의 연회 +2 21.06.16 980 5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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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왕도 리온 +2 21.06.10 1,042 5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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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왕도 리온 +3 21.06.08 1,052 48 12쪽
76 왕도 리온 +3 21.06.07 1,086 5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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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왕도 리온 +5 21.06.03 1,113 5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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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왕도 리온 +3 21.06.01 1,188 56 11쪽
71 왕도 리온 +2 21.05.31 1,229 64 13쪽
70 왕도 리온 +2 21.05.28 1,328 6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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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요정의 집 전격 개장 +1 21.05.21 1,368 69 12쪽
64 요정의 집 전격 개장 +2 21.05.20 1,352 78 13쪽
63 요정의 집 전격 개장 +1 21.05.18 1,369 7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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