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고려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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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백호
작품등록일 :
2021.03.0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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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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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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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0. 기철이 선을 넘어서다.

평행 세계에 존재하는 고려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알던 고려의 역사와 다를 수 있습니다.




DUMMY

30. 기철이 선을 넘어서다.




왕이 신하들과 함께, 해주의 염전을 다녀왔다는 소식을 들은 기원은, 기철의 집으로 찾아갔다.


“형님은 안에 계시느냐?”


“예! 대감마님, 부원군 대감께서는 안에 계십니다”


“그래 알았다”


기철의 집안 청지기 대답을 들은 기원은 냉큼 사랑채로 향했다.


“형님 접니다”


“그래 무슨 일로 들린 것이냐? 혹시 또 토지문제로 사고를 친 것이냐?”


기철의 물음에 기원은 대답도 하지 않고,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형님은 제가 아이입니까? 맨날 사고만 치고 다니게요?”


“네 녀석이 사고를 친 것을, 수습한 것만 해도 벌써 몇 번이냐?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까 말하는데, 너 때문에 왕정을 몰아내느라 얼마나 고생했느냐?”


“아니! 형님, 저도 말이 나왔으니까 말씀드리지만, 왕정을 몰아낸 것이 저 때문입니까? 형님의 꿍꿍이 때문이죠”


기황후와 기철이 꾸미고 있는 일을 대충은 눈치채고 있던 기원이었다.


“누가 듣는다 이놈아!”


“그러시길래 왜 먼저 시작하십니까?”


“혹시라도 남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그런 소리 하지 말아라! 모든 것은 황후마마께서 우리 집안을 위해서 하시는 일이다”


“뭐가 우리 집안일입니까? 모두 형님 좋은 일이죠. 나는 겨우 이런 관직이나 하나 던져 주고···.”


“이런 미친놈이···. 누가 듣는다고 그렇게 입을 조심하라고 해도···.”


화를 내면서 한 대 칠 것 같은 기철을 보면서, 기원은 그제야 꼬리를 내렸다. 그리고 바로 호들갑스럽게 기철에게


“알았습니다! 알았어요! 그런데 형님, 이번에 꼬마 녀석이 기특한 명령을 내렸답니다”


“무슨 명을 내렸길래 그렇게 좋아하는 거냐?”


“이놈이 기특하게도, 우리 집안에서 땅을 사 모은 것은 조사하지 말라고 했답니다”


“흥! 그놈이 대도에서, 제 놈 아비를 내가 끌어내리는 것을 본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집안일에는 아예 눈을 감는 것이다”


기철의 말을 듣고 기원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보면, 어린 녀석이 영악한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깟 놈이 영악해 봐야 얼마나 영악하겠느냐? 그리고 그 녀석 운명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예? 그럼 또 왕이 바뀝니까?”


기철은 순간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씨 집안사람 중에서, 가장 탐욕스럽고 경박한 기원이 사실을 알게 되면, 참지 않고 또 일을 벌이고 다닐 것 같았다.


“아니다! 그것이 아니고, 이번에 조공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왕의 자리에 온전히 붙어 있을 수 있겠느냐?”


“예? 아닌데···. 형님 그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무슨 소식 말이냐?”


“어제 해주의 염전으로 우르르 달려가서, 직접 확인하고 왔다고 하던데요?”


“소금을 생산할 염전을 다녀왔다는 말이냐?


염전에 관련된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던 기철이 기원에게 물었다.


“예! 내년부터 소금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고 하던데요”


“그리고 두서너 곳을 더 개발해서, 고려에도 지금까지 부족했던 소금을 공급할 거랍니다”


기철은 신왕이, 이렇게 빨리 조공 문제를 해결할 줄 몰랐었다. 만약 알았다면, 조정에 나가서 어떻게든 방해를 했을 것이다. 신왕이 몇 년간 실책을 거듭해야만, 자신에게 기회가 오기 때문이었다.


“이런···. 제길!”


욕을 내뱉는 기철을 보면서 기원이


“형님 왜 그러십니까? 소금 염전을 우리가 차지하지 못해서 그러십니까? 그런 거라면 황후마마께 연락해서···.”


“야! 이놈아 내가 조금 전에 뭐라고 했느냐? 잠시 참으라고 하지를 않았느냐?”


“예? 형님이 언제 그러셨습니까?”


“조금 전에 했든, 며칠 전에 했든, 욕심 좀 적당히 부리라고 했잖느냐?”


“내가 무슨 욕심을 부려요. 길을 가다가 마음에 들어서, ‘이 땅이 누구 땅이냐?’하고 물으면, 다들 알아서 다음날 저한테 줬다니까요”


기철은 동생 기원의 말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네 녀석이 퍽이나 그랬겠다.”


“아니라니까요. 정말입니다”


“헛소리 그만하고, 황후마마께서도 당분간은 땅 문제로 말썽을 일으키지 말라고 하셨으니까, 자제 좀 하거라”


기철의 당부에 기원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형님 땅이 안된다면, 이번에 만드는 염전이 꽤 수입이 좋을 것 같은데, 그것은 괜찮죠?”


기철은 욕심에 눈이 멀어서, 소금이 어떤 품목인지 구분도 못 하는 동생이, 조만간 사고를 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야! 이 자식아! 소금을 사사롭게 거래하면, 반역죄인이 되는 것을 모르는 것이냐?”


“소금을 거래하면 반역죄였어요? 그럼 꼬맹이는 왜 소금을 제 맘대로 개발합니까?”


“꼬맹이는 황제와 황후마마의 명령을 받고, 염전을 개발하는 것이지 않으냐?”


“그럼 우리도 황후마마한테, 염전을 개발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합시다”


“꽝!”


기원의 속없는 소리에 기철은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다. 서탁을 힘껏 내리친 기철은


“내가 다시 한번 분명히 말한다. 황후마마께서 몇 년만 참고 지내라고 말씀하셨다”


기철이 황후를 내세우면서 호통을 치자, 기원은 마지못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알았습니다. 알았어요”


“몇 년만 참아라! 그럼 내가 왜 이러는지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기원이 보기에는 황후와 기철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래봐야,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은 쥐꼬리만 할 것이 뻔했다.


“알았수다”


기원이 마지못해 대답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기철은 더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기철은 대도의 2 황후로부터, 소금과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신왕의 입지를 흔들기 위해서, 어떻게 하든지 방해해야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리고 왕의 발목을 잡을 건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기원 덕분에 생겼다.


&


“형님! 형님!”


“형님! 안에 계시오?”


기원은 며칠 전에도 찾아와서, 쓸데없는 소리만 들어놓고 갔으면서, 오늘은 또 무슨 일로 기철을 찾는 것인지, 애가 타게 기철을 찾아댔다.


“야! 이놈아! 체통을 좀 지켜라!”


“형님! 내가 지금 도저히 체통을 지킬 수 없는 일이 생겨서 그렇습니다”


기철은 동생이, 또 어디서 사고를 치고 온 것은 아닌지 걱정돼서, 자연스럽게 얼굴이 찌푸려졌다.


“또 어디서 사고를 친 것이냐?”


“아니, 형님! 내가 어디 가서, 사고만 치고 다니는 놈입니까?”


“그렇지 않다면, 네가 이렇게 나를 찾아다닐 일이 없지 않으냐?”


기철의 말에 기원은, 자신을 대하는 형의 태도에 화가 났지만, 형보다는 왕에게 화가 난 것이, 훨씬 더 컸기 때문에 잠시 참고 넘어갔다.


“아휴! 내가 일단은 참고···. 형님 이 어린놈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뭘 참아 이놈아! 그리고 어린놈은 또 누구야?”


“어린놈이 누구겠습니까? 이번에 왕이 된 놈 말입니다”


“왕이 너한테, 뭘 어쨌길래 이러는 거야? 내가 듣기로는, 우리 집안은 건들지 않는 거로 아는데”


“뭘 안 건드려요? 내가 이 새끼 때문에, 요즘 낙을 잃어버렸습니다”


“대제 무슨 일인지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봐라. 그래야 무슨 대처를 할 것이 아니냐?”


“야! 밖에 누구 없냐? 손님이 왔으면 뭐라도 좀 내와라!”


기원은 여종을 시켜서, 시원한 냉수를 한 사발을 가져오게 해서, 깨끗이 비우고 입을 열었다.


“형님! 그 어린놈이 진포 근처 산을 뺏어 갔습니다”


“왕이 우리 집안은, 건들지 말라고 어명을 내렸다는데, 어떤 놈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말이냐?”


“형님! 내 첩 중에, 임 씨라고 있잖아요?”


“그래 네 첩 중에 임 씨라고, 이쁘장한 것이 있지. 그런데?”


“아니! 글쎄, 임 씨의 작은 아버지가, 이번에 진포 근처에 산을 하나 장만했는데, 그것이 불법이라고, 빼앗기고 잡혀서 감옥에 갇혔답니다”


기원의 말을 들은 기철은, 어이가 없다 못해서 화가 나기 시작했다. 동생인 기원은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주위의 눈치도 보지 않았고, 황후의 체면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았다.


“야! 이 미친놈아! 사돈의 팔촌까지 우리가 신경을 써 줘야 하는 거냐?”


“아니! 형님! 첩의 작은 아버지가 어떻게 사돈의 팔촌입니까? 촌수로 따지면 삼촌이죠”


“그러니까 네 처도 아니고, 첩의 작은아버지 일까지 내가 신경을 써 줘야 하냐고?”


“아니! 신경 써줄 수도 있지, 뭘 그러십니까? 형님도 생각해보십시오. 옆에서 그 이쁜 것이 울고만 있으면, 속이 얼마나 문드러지는지 아십니까?”


“나가! 당장 내 집에서 나가! 이런 미친놈을 보았나?”


“도와주기 싫으면 말지. 왜 욕을 하고 그래요? 어머니도 나한테 욕은 안 해요”


“알았으니까, 내 집에서 나가!”


기철은 기원을 집 밖으로 내쫓으면서, 언젠가는 기원이 집안을 말아먹을 사고를 칠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러다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소금 조공과 관련해서 염전을 만드는데, 인부를 지원하라고 했지만, 강제로 산을 강제로 뺏어서 사용하라고는,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구 밖에 있느냐? 지금 당장 기원이를 불러오너라”


&


왕의 일과는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오전에는 신하들과 조회를 하고, 오후에는 왕이 필요한 곳을 돌아다니면서 살폈다.


“전라도에서 올라온 장계에 따르면, 많은 곳의 저수지가 유실돼서, 근처의 논들이 습지로 변했다고 하는데, 어찌하면 좋겠느냐?”


“전하! 오랜 기간 전란을 겪으면서, 돌보지 못해서 그런 일이 생겼습니다. 서둘러서 저수지를 다시 만들고, 습지를 논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왕은 대책을 물었는데, 신하의 대답은 왕의 질문에서 토씨만 바꿨지, 대책과는 전혀 상관없는 답변이었다.


“너! 짐이 뭐라고 물었느냐? 짐이 분명히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너도 똑같이 그 말을 하면, 그것이 대책이라는 말이냐?”


‘정말 미치겠다. 뛰어난 신하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신하들은 고등학생 수준의 생각보다 못하니···.’


“신도 역시 그것이 문제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참 답답 들 하다. 대책을 말하라고 하니까, 똑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고, 너는 내일부터···.”


왕이 무능력한 신하의 관직을 거두려는 순간, 그 신하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 나타났다.


“전하! 덕성 부원군께서 오셨습니다”


대전 내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철이 대전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서 들어왔다. 왕의 면전까지 다가온 기철은, 왕에게 예조차 차리지 않고, 바로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웬만하면 이런 자리에 오고 싶지 않았는데, 좋지 않은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래요. 부원군은 무슨 일로 대전까지 온 것이오?”


“황제 폐하와 황후 마마께서는, 소금 조공에 관련해서 협조해주라고 하셨지만, 땅을 강제로 뺏으라고 하지는 않은 거로 아는데, 왜 백성들의 땅을 빼앗고 그러십니까?”


“부원군! 부원군이 무슨 말을 하는지 짐은 하나도 모르겠소? 말을 하려거든, 자초지종을 처음부터 말해야 알 것 아니오?”


“우리 집안사람의 산을 뺏어서 배를 만드신다고 들었습니다. 어째서 강제로 산을 빼앗고, 나무를 베어 내느냐는 말입니다”


기철이 대전으로 온 이유를 알게 된 왕은, 비서인 이인복을 불렀다.


“이 비서, 혹시 전라도의 땅을 정리하면서, 부원군 일족과 관련된 토지나 임야가 있었느냐?”


“전하! 소신이 알기로는, 황후마마와 부원군 대감의 집안과 관련된 토지와 임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원군 없다고 하는데, 뭔가 착오가 있는 것 아니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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