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백일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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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민창
작품등록일 :
2021.03.03 11:43
최근연재일 :
2021.04.2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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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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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백일홍전 20 (완결)

DUMMY

종례가 끝나는 길로 나는 소원이네 반에 찾아갔다.


"식물동아리 부부장, 내가 할게."

"와!! 고마워 명호야!"


소원이가 환호를 하며 손뼉을 쳤다. 이렇게 기뻐하는데 아침에 진작 얘기해 줬음 좋았을 걸. 어제 결석을 한 탓에 교무실에 불려 다니느라 틈이 나지 않았다.


어제는 나와 소원이, 규빈이 모두 등교하지 못했다. 이무기를 치유하고 나서 탈진한 나는 꼬박 하루를 채워 자고 일어났다. 소원이나 규빈이도 학교를 갈 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말이다.


학교에는 대충 우리 셋이 바다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이야기가 됐다. 선생님들마다 걱정하며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지만 나는 기억이 잘 안 난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그렇게 어제를 끝으로 이무기는 사라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바다에 있되 나타나지 않는 것이지만. 나의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바다는 전과 같이 조용하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예전과 다른 것은 없다.


등에 커다랗게 각인된 이무기 문양이 꼭 용문신 같아서, 체육복 갈아입을 때 조폭 할거냐는 소리를 듣는 것 말고는.


"신입 부원부터 빨리 모아야겠다."


소원이는 들뜬 얼굴로 말했다. 이제 소원이는 동아리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나와 이야기하는 일도, 나와 함께 있는 날도 줄어들지 모르지만 상관없다. 그것이 소원이가 원하는 일이라면.


"앞으로 바빠지겠네."

"남 일처럼 말하지 마. 너도 부부장이잖아?"


소원이의 타박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내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소원이는 가방에서 활동계획서를 꺼내 부부장 칸에 내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계획서 내러 가자."

"그래."


이제 내 이름까지 들어가 완성된 계획서를 제출할 일만 남았다.


교실 앞 복도는 하교하는 애들로 붐비고 있었다. 나는 슬쩍 자리를 바꾸어 소원이를 벽 쪽으로 걷게 했다. 내가 바깥쪽에 서기가 무섭게 덩치 큰 애들이 달려가면서 내 어깨를 치고 간다.


"어? 저기 뭐 있나봐."


소원이가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소원이가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옮겨 보니 경시반 애들이 보였다.


다들 게시판 앞에 모여 있었다. 다른 애들보다 머리통 하나가 더 큰 규빈이도 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소원이와 함께 가 보았다.


"무슨 일이야?"


소원이가 묻자 규빈이가 대답했다.


"수학경시대회 마지막 문제 정답 나왔어."


아, 맞다. 그런 일이 있었다. 경시대회 마지막 문제 정답이 발표가 되지 않았고 나와 규빈이의 답이 서로 갈렸었지.


규빈이 말대로 게시판에는 경시대회 마지막 문제와 풀이 과정이 붙어 있었다.


가까이 가서 읽어보니 풀이과정이 두 가지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정답은,


"1과 2... 복수정답."


출제 의도였던 정석적인 풀이로 나온 답은 1이었지만,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면 내가 답한 2 또한 정답이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내가 풀어낸 답도 정답이라니.


"너네는 진짜 대단하다. 이걸 어떻게 풀었어?"


소원이가 풀이과정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애들의 반응도 보아하니 이 문제를 맞힌 사람은 나와 규빈이 뿐인 것 같았다.


어른들이 이런 일을 늘 조심하라고 했었는데. 그래서 이번 경시대회 때도 문제 몇 개를 일부러 틀리게 기입했고 말이다.


그래놓고 마지막 문제는 재미가 있어서 제대로 풀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게 정답 발표가 안 나는 바람에 초고난도 문제를 맞춰버린 게 들통 났다.


"당연히 찍었지. 저걸 어떻게 풀어."


그때 규빈이가 말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그러자 소원이가 물었다.


"명호 너도 찍었어?"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원이는 우리 둘을 의심스럽게 쳐다보았지만 더는 캐묻지 않았다.


옆에서는 '나도 찍을 걸.' '괜히 풀어서 답을 잘못 썼어.' 하면서 투덜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시반 애들을 뒤로 하고 나는 소원이와 교무실로 향했다. 그러자 규빈이가 나를 따라왔다. 얘는 아마 내가 집에 가는 걸로 알고 따라오는 걸 텐데.


"나 교무실 들려야 되니까 너 먼저 가려면 가."

"교무실엔 왜?"

"동아리 활동계획서 내야 돼."

"그럼 같이 들렸다 가지 뭐."


우리는 동아리 담당 선생님께 가서 활동계획서를 제출하고 정식으로 승인을 받았다. 절차가 복잡하지도 않았다. 괜히 내가 가입을 안 하고 버티는 바람에 개설이 늦어진 거다. 소원이에게 미안할 뿐이다.


학교를 걸어 나오니 교문 옆에 늘어선 복숭아나무가 분홍빛 꽃잎을 피우고 있다.


자기를 꼭 닮은 복사꽃 옆에 서서, 소원이가 나에게 말했다.


"우리 바다에 가자."


그 말에 나와 규빈이는 동시에 굳어버렸다. 나는 당황을 감추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바다에는 왜...?"

"식물동아리 개설 기념 탐사하러."


소원이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규빈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너... 괜찮아?"

"뭐가?"


소원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이에 규빈이가 난처해하자 내가 대신 물었다.


"무섭지 않아? 바다..."


바다에서 그 큰 일을 겪지 않았나. 이무기라는 괴물의 존재만으로도 인간에게는 큰 공포일 텐데, 그 괴물에게 홀리고 조종까지 당했다. 바람칼 공격도 아직 선연할 것이다.


반신인 나와 규빈이는 바다를 두려워 할 이유가 없지만,  소원이는 바다에 두려움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규빈이랑 당분간 소원이 앞에서 바다 이야기는 꺼내지 말자고 얘기했었는데. 소원이가 먼저 바다에 가자는 말을 한 것이다.


"뭐가 무서워. 인어들이 이무기를 잡았는데."


그래. 소원이의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인어가 이무기를 잡은 것까지다.


마지막에 이무기를 지배하며 잡은 건 나지만 그런 게 뭐가 중요한가. 중요한 건 소원이가 바다를 겁내지 않고 괜찮다는 사실이다.


소원이는 오히려 우리를 걱정했다.


"아... 너희는 아직 힘들겠구나. 바다에 빠졌었으니까... 내가 생각이 짧았어."


그러면서 바다에는 가지 말자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나는 깜짝 놀라 두 손을 내저었다.


"아니, 괜찮아!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아!!"


내가 얼른 부정을 했지만 소원이는 우리를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소원이에게 괜한 오해를 사 버렸다.


나는 가만히 서있는 규빈이에게 눈치를 주면서 빨리 아니라고 말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규빈이는 못마땅한 얼굴로 '누구를 겁쟁이로 아나.' 하고 중얼거리더니, 툭 말을 뱉었다.


"나도 같이 갈래. 바다."

"너는 농구부인데 왜 가?"


소원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거기다 대고 규빈이는 한 마디를 안 진다.


"내 맘인데? 너 지금 나 따돌리냐? 인성 뭐지?"

"으..."


규빈이에게 표정을 잔뜩 찌푸린 소원이 얼굴에 웃음이 나왔다. 나는 오랜만에 두 사람 앞에서 소리를 내어 웃었다.


"나도 갈 거야. 저번 명호 어머니 기일에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으니까."

"아 맞아. 그러네."


규빈이는 속이 깊다. 소원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어머니 기일에 갑자기 이무기가 등장했던 걸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나는 바다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두 사람이 나를 생각해 주는 것도 고맙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런데 동아리 활동이면... 새로운 곳을 탐사하는 게 좋지 않아?"

"응?"


내 말에 소원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바다에 있는 식물은 다 아는 것들이잖아."

"그런가?"

"나무도 소나무뿐이고."


그러자 소원이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어."

"모처럼 동아리 활동인데 다른 곳에 가 보면 좋지 않을까?"


내 말에 소원이가 들떠서 물었다.


"어디? 어디로 갈까?"


사실 나도 장소를 생각하고 말한 건 아니었다. 다만 이제는 바다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을 뿐이다.


나는 파란 하늘을 멀리 바라보며 대답했다.


"어디든."


작가의말

완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연재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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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신백일홍전 19 21.04.19 37 1 14쪽
19 신백일홍전 18 21.04.18 38 1 13쪽
18 신백일홍전 17 21.04.14 41 1 12쪽
17 신백일홍전 16 21.04.12 37 1 12쪽
16 신백일홍전 15 21.04.11 39 1 12쪽
15 신백일홍전 14 21.04.07 65 1 12쪽
14 신백일홍전 13 21.04.05 40 1 12쪽
13 신백일홍전 12 21.04.04 39 1 12쪽
12 신백일홍전 11 21.03.31 42 1 12쪽
11 신백일홍전 10 21.03.29 43 1 12쪽
10 신백일홍전 09 21.03.28 46 1 12쪽
9 신백일홍전 08 21.03.24 68 1 13쪽
8 신백일홍전 07 21.03.22 85 1 12쪽
7 신백일홍전 06 21.03.21 70 1 12쪽
6 신백일홍전 05 21.03.17 84 1 12쪽
5 신백일홍전 04 21.03.15 79 1 12쪽
4 신백일홍전 03 21.03.14 97 1 12쪽
3 신백일홍전 02 21.03.10 99 1 12쪽
2 신백일홍전 01 21.03.08 13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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