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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왕 후보 때려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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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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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3.08 15:07
최근연재일 :
2021.03.26 18:00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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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1,332

작성
21.03.1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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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부하? 갑자기? 1

DUMMY

띠링~!


“아, 씹···.”


그레이스의 입에서 나지막히 욕설이 새어나왔다.


또 메세지다.

어떤 미션이 달성되었다는 메세지겠지.

하지만 짐작가는 내용이 없었다.

그저 걸을 뿐인데 미션이 달성된다고?


그는 창을 열었다.


[미션: 영원까지 함께할 수하 달성 보상으로 마왕의 각인에 소환 능력이 추가됩니다!]


“소환?”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그의 눈앞에 빛나는 각인이 나타났다.

단순한 마름모 꼴이던 마왕의 각인을 감싸는 듯한 모양을 한 각인이었다.

그레이스는 손을 뻗어 각인을 쥐었다.

소환 각인의 빛이 흘러들어 마왕의 각인을 감쌌다.


“씁···.”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추가된 각인을 바라봤다.


“이러다 문신처럼 빽빽하게 채우는 건 아니겠지?”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모양새야 문제될 거 없지만 마력을 쓸때마다 빛이 나니 신경이 쓰였다.


“에휴···. 됐다. 그래.”


어쩔 수 없었다.

지금 그레이스에겐 선택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아니, 그것은 선택이라 부를 수도 없었다.

그를 이곳에 끌고 온 놈들에게 휘둘리는 건 선택이라 부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홀로 분을 삭히며 메세지를 다시 읽었다.


“수하?”


마왕인 그레이스에게 수하라 부를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마계에서도 수하 하나 없는 왕이란 소리를 듣던 게 그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수하가 생겼다는 소리에 쓴웃음을 지었다.


“뭔 소리래···.”


각인이 눈에 들어왔다.

소환 각인이라 했으니 불러내서 듣는 수 밖에 없었다.

끌어올린 마력이 소환 각인으로 흘러들어갔다.

그의 눈 앞에서 공간이 열리고 그것이 튀어나왔다.


“캬오오오오.”


그것은 용맹하게 울부짖었다.


“······.”


그레이스는 할 말을 잃었다.

작았다.

그의 무릎도 겨우 닿을 듯한 작은 여우.

은색의 털을 가진 그것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위용을 뽐내듯 울부짖었다.


“캬오오오오.”


그레이스는 몸을 낮추곤 손을 뻗었다.

여우가 다가와 그의 손에 얼굴을 부볐다.


“수하라···.”

“컁!”


여우는 그의 말에 답했다.

맞다는 말인 듯 했다.


“우리 언제 본 적 있냐?”

“캬오옹.”


녀석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근데 내 수하라고?”

“컁!”

“하···. 답답하네. 마력 좀 흘려봐도 되냐?”

“컁!”


그렇게 답한 여우는 앞발을 내밀었다.

그레이스는 녀석의 앞발을 감싸쥐고 마력을 흘려넣었다.


“아.”


이 작은 여우의 몸에서 그가 가진 마력의 잔향이 느껴졌다.

이제야 이유를 알았다.

마석이다.

그레이스가 흡수하고 빈 채로 큰 마석을 이 녀석이 주워 먹은 것이다.

큰 마석 에 그의 마력이 많이 묻어있었는지 여우까지 물들여버린 듯했다.


“음···.”


그레이스는 침음성을 흘렸다.

여우가 너무 작아서 단숨에 잠식 당해버린 모양이었다.

조금 더 컸더라면 그의 마력에도 물들지 않았을 것이다.


위험한 일이었다.

아무리 적은 양의 마력이라고 해도 그것은 마왕의 마력이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축복을 내려 마족으로 바꿀 수도 있는 힘이었다.

뜻하지 않게 마족이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레이스는 급히 손을 뗐다.

여우에게 이 이상 마력을 흘려넣으면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아, 이제 말 나오네. 안녕하세요, 주인님.”

“응?”


여우가 말을 시작했다.

마족으로 각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


그레이스는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으며 얼굴을 감싸쥐었다.

제어할 수 없는 일이 늘어나는 건 사양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왜 그래요, 주인님?”


여우는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앞에서 계속 알짱대며 말을 걸었다.


“어디 아파요?”

“아냐, 괜찮아.”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곤 여우와 눈을 맞췄다.

동글동글한 푸른 눈동자에 그의 얼굴이 비쳤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표정이었다.

데려가야 할지 그대로 둬야할지 결정해야 했다.


어린 마족이다.

이대로 몬스터들 틈에 두는 건 위험했다.

혼자 자라서 날뛰게 되느니 그레이스가 데리고 하나하나 가르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레이스는 여우를 품에 안았다.

녀석은 꼼지락거리지도 않고 가만히 그의 팔에 매달렸다.


“오···.”

“왜?”

“어깨! 어깨 올라갈래요.”


어깨에 팔을 걸치자 여우는 쪼르르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그는 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큰 마석을 먹은 몬스터를 잡으러 왔는데 이 녀석이 그걸 먹어버렸으니 이제 할 일이 없었다.


문득 어떤 감각이 느껴졌다.

그의 몸에 붙어있는 여우에게 마력이 흘러나가고 있었다.

미미한 양이었지만 마력이 축적되는 속도가 조금 느려졌다.

그는 여우를 불렀다.


“야, 너 있으니까 마력 나가는데?”

“음···. 마력이 부족해서 그래요.”

“마석이라도 줄까?”

“마석보다는 주인님께 직접 받는 게 좋아요. 손실이 없거든요.”

“그러냐? 야, 근데 네가 직접 마력을 얻지는 못해?”

“아직은 못해요.”

“아직은?”


여우의 말에서 뭔가가 느껴졌다.

그레이스에게 배우지 않은 뭔가를 알고 있는 듯 했다.


“엄마처럼 크고 강해지면 할 수 있어요. 지금은 작고 약하니까 못해요.”

“엄마? 얼마나 크고 강했어?”


평범한 여우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한낯 짐승이 마력을 축적하는 법을 알고 있을 리 없었다.

그레이스는 여우의 엄마에 대해 물었다.


“엄청 크고 엄청 강했어요. 꼬리도 아홉 개고 크기는 산보다 컸지요.”


그 말로 여우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레이스는 나지막히 그 말을 내뱉었다.


“구미호···.”

“맞아요! 아시네요!”


여우는 신이 나서 꼬리를 흔들었다.

자신을 알아봐 주었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하는 것이다.


그레이스는 이 녀석보다 녀석의 어미 쪽이 신경 쓰였다.

산보다 큰 구미호.

그렇게 거대한 여우라면 진작에 존재를 느꼈을 것이다.

그도 아니라면 눈에라도 보였을 것인데 아직까지 본적도 없었다.

아이의 거짓말로 치고 넘어간다면 쉽겠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어쩌면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마을의 사람들은 이 평원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많지 않았다.

그저 경계가 생기고 밖으로 나가려던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보다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구미호가 더욱 많은 걸 알고 있을 듯 했다.

그레이스는 바로 걸음을 멈췄다.


“아···. 그런데 너 이름은 있냐?”

“미호예요!”

“미호야.”

“네?”


미호는 귀를 쫑긋거리며 답했다.


“어머니 좀 뵐 수 있을까?”

“그럴래요?”

“그러자.”

“그러면 저쪽이에요.”


미호가 가르킨 쪽은 강 건너편이었다.

그레이스가 건너지 않은 강 저편에 그녀의 어머니가 있었다.


*

*

*


강 건너편은 풀빛이 조금 달랐다.

풀들이 물이 빠진 듯 창백한 색을 보이고 있었다.

섬뜩한 감각이 발을 타고 올라왔다.

몸을 부르르 떨자 미호가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아요?”

“일단은. 여기 원래 이랬어?”

“경계 생긴 이후로는 계속 이랬죠. 잠깐 내려주세요.”


그레이스는 그녀를 어깨에서 내렸다.

땅에 내려선 미호는 앞장서 걸었다.


“이쪽이에요.”


그녀의 뒤를 따라 걷다보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앞이 똑똑히 보이는데도 안개에 감싸여 제대로 보이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레이스는 감각을 일깨웠다.

시각이 흔들린다면 다른 감각들로 대체해야 했다.

앞서 걷는 미호의 발소리를 듣고 피부로 공기의 흐름을 느꼈다.

시각의 비중이 낮아지자 혼란이 덜해졌다.


미호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했다.

이곳에서도 그녀는 똑바로 걷고 있었다.


한참을 걷던 미호는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힘들면 쉬었다 갈까요?”

“그 정도는 아냐. 넌 괜찮냐?”

“저야 여기서 자랐는 걸요. 익숙해요.”


처음 만났을 때는 말도 못 했으니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구미호의 성장 속도를 생각하면 그녀는 이제 막 10살을 넘긴 녀석이 그런 소리를 하니 웃음이 새어나왔다.


“쿡쿡.”

“왜요?”

“아냐, 귀여워서.”

“흠···.”


미호는 고개를 팩 돌렸다.

귀엽다는 칭찬이 퍽 마음에 들었나 보다.

꼬리가 분주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가요, 빨리.”

“그래.”


그녀를 따라 걸을수록 감각의 혼란이 심해졌다.

청각과 촉각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레이스는 이제 마력까지 동원했다.

주종으로 맺어지며 생겨난 희미한 마력의 연결만이 미호와 그를 잇는 끈이었다.


한참을 걷던 미호가 멈춰섰다.

도착한 모양이었다.

파아아아.

그녀를 따라 한 발을 내딛은 순간 감각의 혼란이 가라앉았다.

그레이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크고 아름다운 두 눈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투명한 몸체 너머로 경계가 보였다.

거대한 여우가 입을 열자 아름다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왔어요?”

“네, 엄마!”


미호는 활기찬 목소리로 답했다.

거기 답하는 구미호의 목소리에서 흐뭇한 마음이 느껴졌다.


“어머···, 말을 할 수 있게 됐군요. 잘 됐어요.”

“주인님 덕분이에요.”

“그래요···. 걱정을 덜었네요. 그러면 마왕님은 저와 따로 이야기 좀 하실래요?”

“······.”


그레이스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미호의 어미는 너무도 쉽게 그의 정체를 파악했다.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건가 회의가 들었다.

그가 당황하는 기색을 읽고 여우가 금방 설명을 했다.


“저 아이가 가기 전에 말했답니다. 마왕님의 부하가 됐다고.”

“아···.”

“놀랐어요. 설마 벌써 마왕님이 선출되었다니.”

“뭔가 알고 있는 모양이군. 그래, 마왕이 선출된다는 게 무슨 얘기지?”


여우는 그레이스의 말에 깜짝 놀라 되물었다.


“모르시나요?”

“몰라. 난 원래부터 마왕이었어. 갑자기 끌려와서 후보라는 소리를 들었을 뿐이야. 아는 게 있다면 설명해라.”


여우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왕 후보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뭐, 간단한 얘기랍니다. 마왕이 필요해졌을 때 후보들을 뽑아 경쟁시키는 거예요.”

“경쟁?”

“네, 서로 죽이게 해서 하나 남은 후보가 마왕의 자격과 힘을 얻게 됩니다.”


그레이스는 자신의 왼팔에 새겨진 각인을 바라봤다.

아마도 하나하나 후보들을 죽여나가다 보면 각인이 완성되는 방식인 듯 했다.


“누가 이런 일을 벌인 거지? 이전에 마왕이 된 녀석은? 이게 몇 번째 지?”


그녀는 곤란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기···. 그렇게 한꺼번에 물어보시면 곤란해요. 그리고 저도 정확하게 아는 게 아니라 그 내용은 잘 몰라요. 제국의 문서 같은 걸 찾아보면 나와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쯧.”


그레이스는 불만스럽다는 듯 혀를 찼다.

꼬리를 발견한 거 같으면 또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귀찮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서 다음 목표를 찾아냈다.

제국의 문서.

이곳에선 볼 수 없는 물건이다.


그는 생각을 정리했다.

제국의 문서라고 한다면 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우선 그것을 열람하려면 지위가 필요하다.

적어도 귀족 작위는 손에 넣어야 했다.

특권 계층에 들어가지 않고서는 그들이 독점한 정보에 손을 댈 수 없었다.


작위를 얻기 위해 그레이스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이곳을 개방하는 것이었다.

카를의 말에 따르면 금역을 정복한 사람에게는 작위를 포함해 엄청난 상을 내린다고 했다.

그레이스가 이곳의 경계를 파괴하고 사람이 다닐 수 있게 하면 바로 작위를 받게 되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정해졌다.

경계의 파괴.


그는 고개를 들어 구미호를 바라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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