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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왕 후보 때려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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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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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3.08 15:07
최근연재일 :
2021.03.26 18:00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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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1,332

작성
21.03.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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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수도를 향해 2

DUMMY

식사를 마친 그레이스는 잠자리에 들었다.

이 마을의 밤은 지금껏 지내온 절망의 평원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고요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을에는 생기가 돌았다.


평원의 마을은 어딘가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넓은 공간에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

그레이스의 성처럼 적막한 곳이었다.

갑자기 성이 아닌 곳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곳도 그레이스의 성과 크게 다를 것 없었다.

어쩌면 정말로 성을 떠난 건 이게 처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 며칠 동안의 여행은 즐거웠다.

너스레를 떠는 필립에 시큰둥하게 받아 치는 로시크.

낄낄거리며 재롱을 떠는 미호와 조용하게 그들을 돌봐주는 정령까지.

일레인과 카를도 함께 있었으면 했지만 그건 다음 여행을 기약하자.


아침 해가 뜨자 일행은 마을을 떠날 준비를 했다.

말도 밤 사이 푹 쉬었는지 생기가 넘쳤다.

필립이 마차를 출발시키려 하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달려왔다.


“촌장님! 큰일 났어요. 큰일!”


일행을 배웅하려던 촌장이 귀찮다는 듯 답했다.


“기사님 가시는데 시끄럽게···.”

“촌장님, 잠시만요. 필립, 무슨 일인가 들어보죠.”

“네.”


그레이스와 필립이 촌장의 말을 끊었다.

호기심이 가득한 시선이 마을 사람들을 향했다.

그들은 슬그머니 촌장의 눈치를 살폈다.


“쯧···. 말씀 드리게. 기사님께서 궁금해 하시잖나.”

“그게 숲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숲에서?”


숲이란 얘기가 나오자 시큰둥하던 로시크도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숲의 요정이라고도 불리는 엘프이니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그게···, 처음에는 저희도 착각인 줄 알았습니다. 마을에서 숲으로 가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겁니다. 몇 년에 걸려 나무가 자라면 몰라도 며칠 사이에 그렇게 되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래서 가장 바깥에 있는 나무에 칼집을 새기고 조금 떨어진 곳에 막대기를 세워 뒀습니다. 그런데 오늘 가보니···.”

“가보니?”

“칼집이 새겨진 나무들이 막대기를 지나서 마을 쪽으로 가까워져 있었습니다.”


로시크는 신통치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 얘기만으로는 무슨 일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레이스가 슬쩍 다가가 한 마디 했다.


“나무면 보통 안 움직이죠?”

“나무면 안 움직이지. 나무처럼 생긴 녀석들이 있긴 하지만. 근데 그 녀석들이면 나무랑은 확실하게 구분되거든. 이건 가봐야 알겠는데.”


그렇게 말하며 로시크는 필립을 바라봤다.

이 여행의 이런저런 사정을 책임지는 사람이 그이니 로시크의 마음대로 행동할 수는 없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상황에 맞춰 조율하겠습니다.”

“그럼 갈까?”

“가죠. 재밌을 거 같아요.”


로시크와 그레이스가 가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자 촌장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안내해 드리게.”


그러면서도 쓸데 없는 이야기를 꺼냈다고 생각하는지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이 곱지 않았다.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일행에게 사정을 털어놓은 청년이 앞장섰다.

그는 일행을 마을 외곽의 숲으로 이끌었다.

30분 정도 걷자 숲이 나왔다.

청년은 그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레이스는 무슨 일인가 싶어 그의 얼굴을 살폈다.

청년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괜찮아요?”

“더, 더 가까워졌어요···.”


청년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뭔가를 더 물어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레이스는 몸을 돌려 숲을 향했다.

나무들을 하나하나 살피다 보니 칼집이 보였다.

청년이 얘기했던 칼집이 이것인 듯 했다.

칼집 주변을 살피던 그레이스의 눈에 뭔가가 보였다.

그는 그것을 잠시 살피다 로시크를 불렀다.


“로시크 씨. 이쪽에 이상한 거 있어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무를 살피던 로시크가 바로 달려왔다.


“뭔데?”

“이거 칼자국 이상하지 않아요?”

“이상해? 뭐가?”


그의 물음에 그레이스는 나무들에 새겨진 칼자국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말했다.


“칼자국 모양이 같아요. 이 나무와 저 나무에 새겨진 칼자국이 같고, 얘는 또 저쪽에 있는 애랑 같은 자국이죠.”

“그렇구나. 나무는 서로 다른 나무지. 잎 모양도 다르고 껍질 두께나 결도 다른 나무들이야. 그런데 칼자국만은···.”

“네. 같은 각도, 같은 힘으로 낸 완전히 같은 깊이의 같은 크기를 가진 자국이에요.”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평범한 나무들이 이렇게 되는 현상은 여지껏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스릉.

그레이스는 검을 뽑아 들었다.

새카만 칼날에 햇빛이 부서졌다.

그는 몇 번 쓰지 않아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검을 나무에 겨눴다.

로시크가 물었다.


“어쩌려고?”

“베어 볼게요. 직접 해보는 게 확실 하잖아요.”

“그래라, 그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레이스는 검을 휘둘렀다.

카칵.

사선으로 두 번 베고 지나간 검격에 나무 줄기가 뭉텅이로 잘려 나왔다.


로시크가 잘려 나온 나무 토막을 주워 들었다.

그는 정령과 함께 나무 토막을 이리저리 살폈다.

언뜻 봐서는 평범해 보이는 나무 토막이었다.


그때였다.

필립이 큰 소리로 이상을 알렸다.


“나타났어요! 상처가! 갑자기!”


그레이스와 로시크도 고개를 돌려 나무들을 확인했다.

다른 나무들도 똑같이 잘린 부분이 생겨났다.


그레이스는 자신이 만든 단면과 다른 나무들의 단면을 살폈다.

똑같은 단면이었다.


“이게 대체···.”


그는 필립을 보며 물었다.

필립은 허둥지둥 하면서도 필사적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그게 무슨 일이 생길까 싶어 눈도 떼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레이스님이 검격을 가하는 순간 저 상처 모양으로 나무의 일부분이 사라졌습니다. 이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죠?”

“그러게요. 아저씨는 짐작 가는 거 없어요?”

“흠···. 없구나. 이런 건 나도 처음 보는 일이야.”


세 사람 모두 짐작하는 원인이 없어 머리를 싸맸다.

하나에 상처를 내면 다른 나무 전부에 상처가 나는 일은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었다.

마법이라 해도 이런 일을 일으키긴 힘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자 필립이 의견을 냈다.


“일단 돌아가죠. 촌장에게 부탁해서 중앙의 지원을 요청해 보겠습니다.”

“그래야겠어.”


결정을 내린 일행은 촌장의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숲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마을 청년은 그 사이 도망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필립, 우리 숲 바깥에 있지 않았어요?”

“그, 그, 그러게요? 거의 제자리에 있었는데?”


그 짧은 사이에 숲이 넓어진 것이다.

그레이스의 감각으로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당연하게 숲이 생겨 있었다.


“이런 걸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했었나.”

“그게 무슨 말이냐?”


처음 들어보는 말에 로시크가 물었다.

귀신이나 유령이라면 옛날에 마주친 적이 있어 익숙했지만 곡이라는 말은 처음 접하는 어휘였다.


“다른 동네의 속담이에요.”

“흐음···. 다른 동네? 흠···.”


어쩐지 로시크는 다른 동네라는 말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 너머에 아직 그레이스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당장은 거기에 신경을 쓸 상황이 아니다.


“아저씨, 그거보단 이쪽이요. 나가야죠.”

“아, 그래. 나가야지.”


일행은 대강 방향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면 금방 마을에 닿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일행은 숲에서 나갈 수 없었다.

한참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걷기만 해서는 답이 없겠다는 생각에 그레이스가 입을 열었다.


“로시크 아저씨, 정령 위로 보내서 언제 끝나나 확인 한 번만 해보면 어때요?”

“그래, 그러자.”


로시크가 지친 목소리로 답했다.

아무리 엘프여도 이렇게 넓은 숲이면 힘이 드는 듯 했다.


가까운 나무에 기댄 로시크가 손짓하자 정령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동안 일행은 저마다 바닥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했다.

얼마나 더 걸어야 될지 알 수 없으니 체력을 회복할 수 있을 때 회복해 둬야 했다.

그레이스는 그의 옆에 드러누운 여우를 보며 물었다.


“미호, 괜찮아?”

“힘들어···.”


미호에게는 힘든 걸음이었다.

걸음이 빠른 세 사람을 따라오기에 그녀는 아직 작고 어렸다.


“업어줄까?”

“됐어. 마력이나 좀 줘.”

“그래.”


그레이스는 손을 내밀어 미호를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을 따라 그녀에게 마력이 흘러들었다.

축 늘어져 있던 꼬리가 조금 힘을 되찾고 파닥거렸다.


“좀 괜찮아 졌어?”

“응. 이제 다시 걸을 수 있을 거 같아.”

“그래, 다행이다.”


둘이 손장난을 하고 있으려니 로시크의 정령이 돌아왔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일행 모두가 로시크 쪽으로 모여들었다.

정령이 로시크에게 무어라 속삭였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로시크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었다.


“아저씨, 뭐래요?”


그레이스의 질문에 로시크는 잠시 시선을 피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머리 속에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후···.”


그를 숨을 크게 내쉬었다.


“얘들아.”


나지막한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로시크의 입을 향했다.


“끝이 없댄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영문을 모를 소리에 그레이스가 의문을 표했다.

대강의 분위기로 짐작은 했지만 그 직감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그의 입으로 속시원히 말이라도 해줘야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꽤 높이 올라갔는데도 숲에 끝이 안 보인대. 왜 높이 올라가면 더 멀리 보이잖냐. 거기서 보는 지평선 끝까지 나무로 가득 찼다고 하더구나.”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던 끔찍한 답이었다.

그레이스는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이곳이 어떻게 되어 먹은 장소인지, 지금 그들이 쓸 수 있는 수단에 무엇이 있는지.


실제로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넓은 숲이 생겨났을 리는 없었다.

이 상황과 가장 비슷한 건 환각 계열 마법이었다.

마력을 포함해 모든 감각을 속일 정도로 사실감 넘치는 환각이라면 이런 풍경을 연출하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

그레이스의 정신에 개입할 수 있는 수준의 환각 마법이라면 어마어마한 마력을 사용해야 했다.

그만한 마력이 인근에 존재했다면 그레이스가 먼저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마저도 아니라면···.’


고개를 든 그의 눈에 나무에 새겨진 상처가 보였다.

모든 나무에 새겨진 똑같은 상처.

칼집을 새긴 나무가 막대기를 지나 마을을 향해 다가왔다던 청년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다 느낀 아주 조그만 위화감.


청년은 그때 나무들이 아니라 나무에 칼집을 새겼다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 가서 확인했다고 했을 때는 나무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상처를 입은 나무가 증식이라도 하는 것 마냥 늘어났다는 말이었다.


그레이스가 나무에 칼질을 해 확인한 것과는 다른 사실이었다.

그가 알아낸 사실은 나무 하나에 공격을 가하면 다른 나무들도 동시에 상처를 입는다는 것.

그는 처음 숲에 도달했을 때 봤던 풍경을 떠올렸다.

상처가 난 나무들 뒤로 멀쩡한 나무들의 모습이 보였었다.


“상처가 난 나무에 공격을 가해도 뒤쪽의 나무에는 상처가 나지 않았어.”


그레이스의 머리 속이 환하게 밝아지는 듯 했다.

드디어 이 숲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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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람들 틈에서 1 21.03.09 6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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