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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자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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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w5058
작품등록일 :
2021.03.0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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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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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화

DUMMY

그것이 하늘에서 내려오자, 깃털이 빛을 내며 어둠을 몰아내었다.


그것이 날개를 펴자, 태양 아래 사는 자들이 환희하며 울부짖었다.


그것이 날아오르자, 밤 아래 사는 자들이 어둠처럼 사라졌다.


그것이 죽자, 단말마가 하늘을 찢어버렸다. 세상에 온 적 없는 고요한 새벽에.




“그게 무슨 헛소리야?”

“불사조의 갑옷에 얽힌 이야기야. 그것이 죽은 자리에 생겼다고 전해지지.”


“그래서 그게 어디에 있는데? 단서고 뭐고 없잖아?”

“그것, 그러니까 불사조를 죽인 존재는 어스름 드래곤이라고 알려져 있고, 그 어스름 드래곤은 이 산맥 너머에서 가끔 발견되고 있지. 여기가 아니면 단서가 없을 거야.”


설사 아무런 단서가 없더라도 이번엔 목적지가 여기니 다른 방법은 없다며 두신호귀가 말을 끝냈다. 그에게서 사정을 들은 케일리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의 척추라고 불리는 북부 대산맥 너머는 겨울이 오기 전부터 사람의, 아니. 생명체들의 출입을 거부해왔다. 원인 모를 이유로 날뛰는 마력이 만들어내는 온갖 기상현상에, 영하 30도에 육박하는 추위는 제정신이 박힌 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그리고 세상에 겨울이 찾아왔을 때, 이야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세상을 강타한 영하 90도의 추위가 여기만은 닿지 않았다. 영하 30도의 쾌적한 날씨 덕분에, 험준한 지형과 기막힌 기상이변에도, 대산맥 너머는 이주민들로 연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그들은 그런 대산맥 너머의 경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일행이 늘어났으니 이동이 느려지는 것은 필연적이었지만 케일리는 열심히 따라붙었다. 그녀는 폼으로 지금까지 홀로 살아남은 게 아니었다. 턱밑까지 차오른 가쁜 호흡을 정리하며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제국의 황제에 대해 알려줄 수 있어?”

“갑자기 그런 건 왜 묻지?”


“이딴 일을 시킨 개새끼가 어떤 새끼인가 궁금해서.”

“별로 이상할 건 없어. 200년 이상 살아왔다는 것만 제외하면.”


그의 이야기는 겨울이 오기 전. 황제가 아니라 황태자일 때부터 시작된다. 드넓은 제국의 물질적 지원, 제국 역사를 통틀어도 몇 없었을 뛰어난 재능으로 그는 순식간에 대륙 최강자가 되었다.


세상 두려운 줄 모르고 날뛰던 시절. 그의 이야기는 한 원정으로 끝을 맺는다. 그가 제국을 멸망시킬 거라는 길거리 미치광이의 예언. 그 예언 때문에 그는 마지막이 될 원정을 떠났다.


그 후 겨울이 찾아왔을 때. 그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제국 한복판에서 불꽃과 함께 나타났다.


“그 뒤로 놈은 황제가 되어 지금까지 살아왔지.”

“인간 맞아?”

“한땐 인간이었겠지.”


“불의 힘이 약해지고 있는데도 황제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그 질문을 한 건 대화에 관심이 없어 보였던 아브리엘이었다. 그가 질문한 게 어지간히 뜻밖이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 두신호귀는 한참 뒤에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난 정보통이지. 독심술사가 아니야.”

“모르나?”


“···짐작 가는 건 있다만.”

“뭔데?”


“황제와 함께 나타난 불을 꺼뜨릴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 나인테라.”

“나인테라?”


“그래. 그게 무엇인지는 몰라. 누군가의 이름일 수도 있고, 직위일 수도 있고, 어쩌면 무구일 수도 있지. 아무튼 그 나인테라가 불꽃을 꺼뜨린다고 하니 황제가 함부로 자릴 비울 수는 없지.”


“황제라는 자가 주변의 잡소리에 귀를 기울이는군.”

“애초에 본인의 몰락도 길거리 미치광이의 예언 때문이었는걸.”

“그렇게 말하는 자도 적지 않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는 자도 있어.”


“반대로?”

“황제가 관심을 가지는 이야기니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단 말이지.”


“믿음에 미친 자들이 많군.”

“그들에게 황제는 그야말로 신일 테니.”


인간 국가를 겨울 전후로 구분하는 법은 추위를 이겨낼 방법이 있는가, 없는가. 그것뿐이다. 당시 인간 최강 국가였던 제국도 마찬가지.


황제와 함께 나타난 불꽃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겨울 앞에 무너졌을 것이다. 겨울의 추위와 비교하면 200년 넘게 제국을 통치하고 있다는 건 사소한 문제다.


“나인테라에 대해선 아는 거 없어?”

“아예 들어본 적이 없군.”


한창 그렇게 쓸데없는 말을 할 때 숲이 가리던 시야가 밝아졌다. 끝을 모를 등산이 마침내 끝난 걸 케일리는 기뻐했지만 사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제국을 떠나서 여기로 올 때, 아브리엘은 다소 과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철저히 여행 준비를 했다.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며 몇 번이나 하르타를 괴롭혔고, 가능하다면 케일리도 데려오려고 하지 않았다.


제국 말고는 있을 곳이 없었고 그 제국이 못 미더웠기에 결국 데려왔지만 말이다.


“여기가 그렇게 위험해?”

“여기보다 더 위험한 곳이 없을 정도지. 그 저주받은 도시라는 리타페카도 이렇게 위험하진 않을 거야.”


모자, 긴 팔, 긴 바지에 마스크까지. 추위를 느끼는 사람처럼, 그들은 드러낸 부위를 전부 가리고 가서야 움직였다.


케일리가 산맥 너머가 그렇게 위험하다는 걸 알 때까진 시간이 제법 걸렸다. 하지만 여기가 다른 장소와는 다르다는 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몇 구나 되는지 모를 시체를 보고 지나쳤다. 이 추위에 대체 언제부터 있었을지 알 수 없는, 뼈가 드러나기 시작한 시체들.


며칠 후. 다시 돌아와 봤을 때, 그 시체들의 상태는 이전보다 좋아져 있었다.



˟ ˟ ˟ ˟ ˟



대산맥의 초입은 그나마 사람의 그림자가 많이 보이는 곳이다. 따뜻한 곳을 찾아왔으나 더 들어가는 것을 겁내는 자들이 잔뜩 있는 곳. 물론 그런 자들을 노리는 몬스터나 강도도 여기에 몰려있다.


어스름 드래곤이든, 딸의 보호자처럼 보였던 자든, 일단 찾기 위해선 정보가 필요했다. 사람이 많은 만큼 시체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지만, 그 시체가 원하는 정보를 가진 경우는 잘 없었다.


이제 길가의 시체라면 질리도록 봤다. 허나 그때 나타난 건 케일리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두신호귀. 이건 뭐야?”

“두신호귀! 두신호귀! 그자는 민담이나 전설이 구현된 자인가? 아니면 특수 능력을 가지고 있나? 그런 이름을 가진 동물은 없었으니 둘 중 하나겠지! 가진 능력은 죽은 자와 관련된 것이나 병에 관련된 것이겠군! 그자는 어디에 있나!”


케일리는 순간적으로 저자가 자신과 대화한 건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렇진 않았다. 그는 장님이었고 이성도 없었다.


대머리나 부러워할 정도로 몇 개 남지 않은 머리카락, 수분이 빠져 메추리알보다 작아진 눈, 오그라든 양피지처럼 누렇게 변한 피부는 뼈와 구분되지도 않았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시체나 마찬가지다. 살아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변이된 자군.”

“변이?”

“북쪽 대산맥의 날뛰는 마력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이렇게 변하곤 하지.”


추위를 피해서 들어온 자, 연구에 눈이 먼 자. 그들은 북쪽 대산맥의 변이에 대처할 줄도 몰랐고 하지도 않았다. 유감스럽게도 대산맥은 공짜 유원지가 아니었고, 침입자는 육신과 정신을 통행료로 바쳐야했다.


“떠드는 내용을 보면 정수에 대해 연구하던 자였나 보군.”

“이렇게 될 줄 몰랐으면 헛똑똑했네.”

“···변이 자체가 목적이었겠지.”


산맥의 통행료에 대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 대산맥 너머는 기회의 땅이라고 불렸다. 불치병에 걸린 자도, 곧 죽을 상처를 입은 자도, 이 땅 위에서는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명이 다 된 자도 마찬가지다.


마술과 신비에 대한 연구에는 한없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해도 해도 성과가 보이지 않는 연구에 한계를 느낀 자들은 수명을 늘릴 방법을 찾았다. 피의 계약, 이종족, 언데드화. 방법은 많았지만, 인간을 그만둘 각오는 없었던 자들은 이 땅을 찾았다.


변이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자신만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유감스럽게도 그라고 다를 바는 없었지만.


그는 졸릴 때 베개로 쓰기 좋다는 믿음과 신앙의 상관관계 논문을 암송할 수 있고, 연구자가 범하기 쉬운 천 가지 습관을 속속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끔찍한 기회의 땅에서, 그는 고작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기 위해서 버둥거려야만 했다.


“끔찍하네.”

“자업자득이지.”


“우리도 저렇게 되는 거 아니지?”

“정수나 엘프에겐 영향이 적어. 대비도 제대로 했고.”

“그럼 상관없네.”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그는 계속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는 그토록 바라던 연구에 몰두할 시간을 얻었으나, 대산맥은 그의 감각을, 재치를, 이성을, 그가 가진 모든 걸 앗아가 버렸다. 그 알량한 목숨만 남겨두고.


“···죽여줄까?”


그는 평생 쉬지 못할 것이다. 마음의 평화도 얻지 못할 것이다. 이 시체 같은 모습으로 끝내지 못할 연구를 계속해야만 했다. 앞으로 영원히.


“이런 자는 죽여 봐야 기억을 읽을 수도 없다만.”

“이대로 두긴 불쌍하잖아?”


그녀의 시선이 아브리엘에게 향했다. 허락을 받으려는 의미였지만 아브리엘은 거기까지 그녀의 행동을 구속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녀에게 충고 한마디를 했을 뿐이다. 이전까지와는 달리, 한없이 약한 목소리로.


“마음대로 해도 좋지만, 동정심은 버려라.”

“왜?”


“왜?”

“···왜요?”


그녀가 한 박자 늦게 덧붙였다. 아브리엘도 크게 문제 삼을 생각은 없었던 듯 그냥 넘어갔다.


“동정이란 약점이다. 특히 인간을 향한 동정은.”


그의 딸 마타네아는 곤경에 빠진 인간을 못 보고 지나쳐 보금자리를 빠져나갔고 곧 실종되었다. 심지어 그 곤경에 빠졌다는 인간을 봤다는 자도 없었다. 보금자리를 잃는 그 날까지, 시간이 날 때마다 수색을 반복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아내 세리타도 마찬가지다. 그 지경이 되었는데도 세리타는 인간을 향한 동정을 버리지 못했고 끝없는 겨울에 셀 수도 없이 많은 인간을 품었다. 그 답례가 무엇이었는지, 아브리엘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렇지만 진짜 불쌍한 인간도 있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그 약점을 누구 한명이 파고들면 너는 많은 것을 잃게 될 거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말라며 아브리엘은 말을 끝냈다. 두신호귀도 멀찍이 떨어져서 그녀의 선택을 존중해주었다.


두 정수의 시선을 받으며, 그녀는 망설임 없이 변이된 자의 목을 잘랐다.


거창한 이유 따윈 없다. 그냥 그녀 자신이 그렇게 하고 싶었으니까.



˟ ˟ ˟ ˟ ˟



“스승님. 궁금한 게 있어요.”

“뭐지?”


“스승님은 왜 아브리엘이에요?”

“그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두신호귀, 황녀, 참살호, 백호, 흑사병. 정수들은 다 이름이 아니라 개체명이나 현상이잖아요?”


시작은 조금 전 변이된 자가 지껄였던 말이다. 민담이나 전설, 중심이 되는 특수능력, 혹은 특별한 동물들. 그런 것들이 정수의 기원이다. 그런 것이 정수의 이름이 된다. 그리고 그녀는 아브리엘이라는 건 들어본 적이 없었다.


“···숨길 것도 없지. 아내가 지어준 이름이다. 아내의 이름은 내가 지어줬다.”

“그럼 본래 이름도 있어요?”


“물론.”

“뭔데요?”

“천랑성이다.”


“그게 뭔데요?”

“다른 말로는 시리우스라고 하는 별이다.”


그가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렵게 찾을 것도 없었다. 하늘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별이었으니까.


“저게 보인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아나?”

“모르겠는데요?”

“잘 때가 되었다는 거다. 잘 준비나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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