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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자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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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w5058
작품등록일 :
2021.03.0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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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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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DUMMY

사람들이나 시체, 그리고 시체가 되지 못한 겁쟁이와 변이된 자들 사이에서 잠을 자는 건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피곤에 찌든 케일리는 금방 잠들었지만, 아브리엘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쩌면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와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날도 지금처럼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었지.


정수가 아닌 자들이 정수가 된 과정은 천차만별이다. 세상에 있는 정수만큼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선 드물지만 함께하는 자도 있기 마련. 아브리엘과 세리타가 그랬다.


겨울이 오기 전. 정확하게는 인간이 그들에게 정수라는 족쇄를 채우기도 전. 아브리엘은 바로 이곳. 대산맥에 있었다.


“여기 엎어져서 뭐 하고 있어?”


첫 만남은, 솔직히 말해서 운이 좋았다. 그 외의 말론 표현할 수가 없었다.


당시 그는 한창 다른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아 생명이 위급한 상태였다. 만약 조금만 상태가 좋았다면 아브리엘은 자신을 끝장내러 온 자라 생각해, 그녀를 끝장냈을지도 모른다. 그럴 힘도 없었던 아브리엘은 그녀를 내버려 뒀고, 그녀도 마음대로 아브리엘의 곁에 머물렀다.


그녀의 마술과도 같은 행운이 발휘된 건지, 그는 그 후로 상처가 회복될 때까지 다른 몬스터의 습격을 받지 않았다.


지금이야 대산맥이 다른 곳보다 따뜻한 곳이지만, 당시엔 세상에 둘도 없는 험지였고, 그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추웠다. 하지만 아브리엘은 그 겨울이 추웠던 기억이 없었다. 살을 에던 추위가 그때만은 다 어디로 갔는지.


“소원?”

“그래. 상처가 다 나을 때까지 곁에 있었으니.”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편한 휴일을 준 것도 네가 한 일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가 보답을 하고 싶다.”


“나한테 관심 있니?”

“그래.”


굳이 돌려 말하지 않는 당당함에 그녀가 머리 위에 달린 긴 귀를 흔들며 웃었다. 그녀는 달토끼. 달에서 떡방아를 찍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정수.


그녀는 남쪽에서 달을 보고 싶다고 했다. 달은 어디서 보나 똑같은 거 아니냐고 물어봤지만, 그녀는 그냥 남쪽에서 보고 싶다고 답했을 뿐이다.


사실 아브리엘에게도 이유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는 너무나 낯선 대산맥은 바뀐 게 없었다. 그녀가 곁에 없을 뿐이었고, 사라진 그녀의 빈자리가 흐려진 추억을 끄집어냈다. 망각이 겨우 깎아놓은 사랑을 그리움만큼 부풀렸다.


“후.”


그는 그날처럼 커다란 나무에 걸터앉았다. 여기서 이대로 눈을 맞고 있으면, 혹시 그녀가 나타나 주지 않을까 하는, 스스로도 믿지 않을 환상 때문에.


그는 몇 차례나 이 미친 짓거리를 해왔고, 언제나처럼 실패로 끝났다. 타는 듯한 그리움을 식혀주는 건 꿈뿐이었다. 깨어나면 기억조차 나지 않을.



˟ ˟ ˟ ˟ ˟



“이 정수는 대체 어디까지 갔는지 원···.”

“으응···.”


두신호귀의 말이 단잠을 방해했는지 케일리가 꿈틀거렸다. 그녀는 잠자리에 눕자마자 곯아떨어졌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많이 힘들었겠지.


한시바삐 산맥을 통과하고 싶었던 그들이었지만, 대산맥의 변덕스러운 날씨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조금 내리다 그칠 것 같았던 눈은 예상과는 달리 펑펑 쏟아졌다. 그때까지도 아브리엘은 돌아오지 않았다. 별로 걱정되는 건 아니지만 이라고 말하며, 누가 듣는 것도 아닌데 변명하듯 입을 연 두신호귀가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 몸을 일으키는 라라를 제지한 그는, 아브리엘이 대체 어디로 갔는지 찾기 위해 흔적을 찾았다.


두신호귀에겐 다행스럽게도, 멀리 나갈 필요는 없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함박눈 사이로 한 인영이 걸어왔으니.


눈과 함께 들어온 그가 아브리엘이기만 했으면 아무 문제없었을 것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 몽유병이라도 얻었나?”

“···여명검.”

“응?”


머리카락을 전부 가린 두건에 입만 보이는 반쪽짜리 가면. 성별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체격을 보면 남성일 것이다.


옷은 망토처럼 보일 정도로 긴 상하의에 오른쪽이 더 큰 어깨 방어구. 검정색과 붉은색이 조합된 옷은 분명 갑옷이 아님에도 갑옷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의 어깨 위에는 녹색 도깨비불이 둥둥 떠다녔다.


장님이 아니고서야 그를 아브리엘과 착각할 리는 없었다.


“···여명검을 내놔라.”

“누군지 모르겠지만, 다짜고짜 물건을 내놓으라니. 누가 보면 맡겨놓은 줄 알겠어.”


“농담할 시간이 없다.”

“아. 그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놈이 검을 휘둘렀다. 장난스럽게 응대했지만 검을 휘두르는 솜씨는 장난으로 넘길 수 없었다.


두신호귀는 바닥에서 해골 벽을 일으켰다. 그들은 위치는 언덕을 등진 곳. 좌우도 막혀 있으니 한 면만 막으면 적의 출입을 봉쇄할 수 있다.


“무신경한 것도 그 정도면 병일세! 당장 일어나지 못해!”

“에···?”


한창 부모님을 만나는 꿈을 꾸고 있던 케일리는 그제야 잠에서 깼다. 두신호귀는 처음으로 동행인의 무신경함이 부러웠다.


“맡긴 물건을 찾으러 온 것 같은데. 혹시 아는 자인가?”

“두건을 쓰고 있는데 어떻게 알아. 게다가 그런 자는 없어.”


“떠들 여유가 있나 보군.”

“자넨 못 부술 테니.”

“어디 두고 보지.”


놈은 두 번째 도깨비불을 만들어낸 후 검으로 해골 벽을 후려쳤다. 해골 벽은 부서지진 않았지만, 안쪽으로 휘었다. 놈의 공격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두신호귀가 구부려서.


“멍청한 놈.”


부드럽게 안으로 휘어진 해골 벽은 놈의 팔을 구속했다. 두신호귀는 그 해골 벽을 움직여 그대로 놈을 옆의 언덕에 때려 박았다. 언덕이 무너져서 작은 무덤이 만들어졌다. 죽은 자와 산 자가 매장된 무덤.


“온다. 준비하게.”


무덤이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들었는지, 해골들의 구속을 풀어낸 놈이 흙에서 튀어나오자 케일리가 뛰어들었다. 완전히 시야 밖에서 들어간 공격, 무덤에서 튀어나오느라 자세가 안 좋았을 텐데도 놈은 잘 막아냈고 도리어 케일리를 압도했다.


“짐승처럼 싸우는군.”

“이놈이나 저놈이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저 말은 아브리엘에게 지긋지긋하게 들었던 말이었다. 짐승의 싸움법은 잔기술조차 필요 없을 만한 힘을 가진 괴물을 위한 것. 기량이 부족한 케일리는 쓰기 어렵다.


아브리엘의 말은 조언이었지만, 케일리에겐 넌 그럴 만한 능력이 없다는 모욕으로밖에 안 들렸다. 그나마 스승인 그가 하는 말은 듣고 참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외부인의 말까지 참아줄 이유는 없었다.


“지들은 얼마나 잘났다고!”


차마 아브리엘에겐 풀지 못한 화를 담아 여명검을 내리쳤다. 성난 고릴라가 내리친 것 같은 일격을, 놈은 부드럽게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겼다.


신체 능력, 기교, 케일리는 어느 것 하나 놈을 이기지 못했다. 그나마 싸움을 유리하게 해주던 자세와 기세가 놈에게 넘어갔다.


“검을 넘겨라. 그럼 곱게 보내주마.”

“두신호귀!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거야!”

“아. 난 안 싸워도 되는 줄 알았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는 케일리가 뛰어들 때부터 다음 마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들인 공만큼 큰 마술이다.


“피하게. 안 그러면 큰코다칠 거야.”

“그런 걸 알려주면 어떻게 해!”


케일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닥에 커다란 마술진이 깔린 걸 본 놈은 케일리의 공격을 쳐내고 하늘 높이 뛰었다. 그리고 하늘에서 나타난 거대한 손에 짓뭉개졌다.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두신호귀는 거짓말쟁이였고 싸움법도 그랬다.


“멍청하긴.”

“끝났어?”

“아니.”


마술로 만든 거대한 손이 조금씩 밀려났다. 놈은 손에 짓뭉개지기 직전, 도깨비불로 갑옷을 만들었고 덕분에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내가 바보 같은 짓을 했군.”

“제대로 화났구먼.”


그는 자신을 공격한 양손을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 동시에 어깨 위에 남아있던 도깨비불이 창을 던지는 사람의 형상이 되었고 그 손에 벼락이 모였다. 어린아이라도 이후에 벌어질 일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두신호귀가 재빨리 방어마술을 사용했지만, 표적은 그들이 아니었다. 그들 바로 옆. 그들이 등지고 있던 언덕이었다. 하반신을 잃은 언덕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중력을 깨닫고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두신호귀는 곧바로 방어 마술 방향을 돌렸지만, 흙과 돌, 나무로 이루어진 물리력의 폭력을 막는 건 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마력을 쥐어 짜냈다. 물론 그들이 고생하건 말건 놈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브리엘. 때맞춰 왔군.”

“또 거짓···.”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돌아온 아브리엘에게 낚아채진 그는 자신이 한번 처박혔던 흙더미에 다시 처박혔다. 그 사이 두신호귀는 산사태의 폭력 속에 파묻혔다.


방어 마술을 쓰고 있지만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다. 서둘러야 했다.


“네 놈은 누구냐.”

“···여명검을 내···.”

“죽일 새끼군.”


말을 더 들을 시간조차도 아까웠던 아브리엘은 놈을 땅에 때려 박았다. 도깨비불 갑옷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튼튼한지 놈은 좀처럼 죽지 않았다. 마음이 급했던 아브리엘은 아예 목을 뽑아버릴 생각으로 놈의 투구를 벗겼다. 투구를 벗기고 나선 그럴 수 없었지만.


“넌···?”


조금 전까지 땅에 때려 박히며 부서진 반쪽짜리 가면이 떨어져 내렸다. 두건 아래로 드러난 머리카락은 선명한 갈색. 담고 있는 감정과 표정이야 달랐지만 아브리엘은 놈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모를 리가. 바로 이 새끼를 찾아서 이 산맥에 찾아왔는데.


“내 딸은 어디에 있느냐!!”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모른 척할 셈이냐?”


“내가 아는 여인만 천이 넘고, 그들 모두 누군가의 딸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해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아직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놈을 아브리엘이 집어던졌다. 정체를 안 이상 죽여선 안 된다. 입을 열기 전까진.


“언제까지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내뱉을 수 있나. 어디···.”


금방이라도 놈을 공격하려던 아브리엘이 행동을 멈췄다. 바로 옆의 흙더미에 눈이 간 탓이다.


맞붙으면 분명 자신이 이길 것이다. 제압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다. 하지만 그때까지 두신호귀가 버틸 수 있을까.


아브리엘은 부서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를 꽉 깨물었다. 딸의 단서가, 당장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있는데.


“···지금 당장 도망친다면 쫓지 않겠다.”

“···생각보단 관대하군.”

“내가 생각을 바꾸기 전에 빨리 가는 게 좋을 거다.”


“···그 관대한 처사에 대한 보답으로 하나 알려주지.”


아직도 이름을 모르는 놈이 몸을 일으켰다. 지금 상태론 아브리엘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놈도 알았다. 거기에 그의 목적은 그들을 죽이는 게 아니었다.


놈이 입고 있던 갑옷이 서서히 장갑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여명검이 들려 있었다. 여명검은 납치범을 거절하듯 불길을 내뿜었지만, 놈은 검을 놓치지 않았다.


“이 유물들을 모으는 건 그만둬라. 내 말 명심하는 게 좋아.”


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브리엘은 할버드를 집어던졌다. 하지만 놈은 이미 안개처럼 사라진 다음이었다. 끝없이 내리던 함박눈도 놈과 같이 떠났다.


“빌어먹을!!!!”


아브리엘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땅에 발길질했다. 실책이었다. 잠깐의 외로움을 못 잊어 밤 산책 따위나 하다니. 여기가 위험하다는 건 뻔히 알고 있었는데.


다시 만나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케일리! 두신호귀!”

“···뭐 하느라 이렇게 늦었지?”


“케일리는?”

“빨리 꺼내게. 숨을 안 쉬어.”


결국 산사태의 폭력에 굴복했는지, 두신호귀의 방어마술은 이미 부서져 있었다. 농담기가 없는 두신호귀에서 일의 심각함을 알아챈 아브리엘은, 진짜 무덤이 될 뻔한 흙무덤에서 그들을 끄집어냈다.


“숨을 안 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응급처치 해야지. 할 줄 모르면 비키게.”


두신호귀는 익숙한 솜씨로 그녀에게 인공호흡을 했다. 그는 이런 잔기술이 많다.


“커억. 커억.”

“케일리!”


“···스승님.”


그녀가 천천히 양팔을 내밀었다. 어미의 품을 갈구하는 어린 양처럼. 아브리엘은 엉성한 자세로 그녀를 안았다. 200년 만의 포옹은 그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어색했다. 아브리엘도 그녀를 품에 안고 나서야, 얼마만큼 힘을 줘야 상대방이 안심할지 헷갈렸다.


그 뒤로 이어질 행동만 아니었으면 훈훈한 모습처럼 보였을 것이다.


“크읍!”

“···저런.”


그녀를 안아주던 자세 그대로 아브리엘이 무너졌다. 종족을 불문하고, 남자라면 다 가지고 있는, 다리 사이의 약점을 그녀가 걷어찼기 때문이다. 그 고통을 짐작한 두신호귀가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어디 갔다가 이제 돌아왔습니까!”



˟ ˟ ˟ ˟ ˟



“그자가 사진 속에 있던 그자였다고?”

“그래. 이 보호자처럼 있는 자 말이다.”


놈은 이전에 하리타가 보여준 사진, 그리고 얼마 전에 황제가 보여준 사진에 찍힌 자였다. 쌍둥이라도 있지 않은 이상 틀림없이 놈일 것이다.


“놈이 사용한 마술은 대체 뭐냐?”

“모르겠네. 4대 마법사가 쓰는 마술 중에서도 그런 건 없었어.”


나름대로 마술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두신호귀도 집히는 바가 없었다. 고전에서나 나올 마탑의 마술사거나, 신대 시절의 마술사거나. 어느 쪽이든 나빴다.


“뭐 하다가 이렇게 늦었나?”


사실 아브리엘은 자주 밤 산책을 떠났었다. 정수의 걸음걸이를 생각하면 멀리 떠나지도 않았고, 금방 돌아왔기에 두신호귀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평상시보다 훨씬 늦었고, 일이 생겼다.


“···오는 길에 라라를 봤다.”

“여기 멀쩡히 있는데요?”


“몽유병이라도 얻었나?”

“···아니. 하지만 분명 라라였다.”


자신을 불렀다고 생각한 라라가 아브리엘의 머리 위로 날아왔다. 그가 봤던 건 분명 라라였지만 이 라라는 아니었다. 그녀는 말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녀는 울고 있었다. 평생 이별했던 상대를 다시 만난 듯, 한없이 기쁜 얼굴로 웃으며 아브리엘을 구할 거라고 했다.


“네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때 그녀는 시간여행을 하고 있었겠군.”

“시간 여행?”

“라라는 시간의 요정이다.”


그가 본 라라가 다른 시간대의 라라인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중요한 건 그녀가 어느 시간대에서, 왜 왔는지다.


“이유는 못 물어봤나?”

“말을 끝내자마자 도망쳤다.”


라라가 전속력으로 날면 얼마나 빠른지 아브리엘은 오늘 처음 알았다. 그도 쫓을 때 애를 먹을 정도였으니. 빽빽한 밀림에 손바닥만 한 요정이 이리저리 날뛰니 아브리엘은 그녀를 시야에 넣는 것도 힘들었다.


간신히 라라를 따라잡았을 때 그녀는 갑자기 사라졌다. 그때 그녀는 이 시간대를 떠난 것이다.


“···공교롭군.”


금방 돌아올 예정이었던 아브리엘은 다른 시간대의 라라를 만나 늦었다. 아브리엘이 없는 사이 일행은 정체 모를 자의 습격을 받았다.


증거는 없지만 둘이 연관이 있을 가능성은 꽤 높다고 봐도 좋다.


아브리엘은 곁에 있는 라라를 봤다. 시간의 요정이라도 미래를 알 리는 없지만,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한 걸까.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불사조의 갑옷을 찾는다.”


이유가 뭐든, 아브리엘은 이 일을 포기할 수 없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시간대를 떠난 라라도, 모습을 감춘 이름 모를 자도, 단서가 없었다. 그렇다면 놈들이 오게 하면 될 뿐.


놈은 이 유물들을 찾는 건 그만두라고 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불사조의 갑옷도 관련 있는 유물일 가능성은 높다. 볼일이 생기면 놈도 다시 찾아올 터.


그때 만나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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