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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자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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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w5058
작품등록일 :
2021.03.08 16:34
최근연재일 :
2021.06.0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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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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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DUMMY

별채에 있기도 싫고, 마을 구경도 포기한 케일리가 최근 재미를 붙인 건 마술학회였다. 황제는 자신이 인재 발굴과 기술 발전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항상 말했는데, 마술 학회가 그런 기관의 중 하나다. 이름 없는 평민도 재능만 있다면 마술학회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존재했던 마탑은 능력과는 별개로 지나치게 폐쇄적이었다. 아는 것이 힘인 세상에서 그들은 지식을 독점하고, 고의든 아니든 마술을 권력처럼 휘둘러왔다.


그 권력의 탑은 겨울이 오며 휘청거렸다. 대기의 마나 농도가 약해져, 새로 마술을 배우는 자들이 이전과 같은 술식을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들은 그토록 오랫동안, 소중히 쌓아온 지식을 버리고 새로운 술식을 만들어야 했다.


시간이 있었다면 마탑은 어쩌면 다시 일어설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마술을 권력처럼 사용한 마탑은 적이 너무 많았다. 더는 마술사를 양성하지 못하게 된 마술 조직의 말로는 뻔한 것이다.


그 후로 세상엔 새로이 5명의 마법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주의 아마메쟈, 구현의 갈맥로나, 신비의 오르디아, 영원의 페리에, 신의 무레나. 겨울을 극복하고 현시대에 맞는 새로운 마술을 정립한 그들은 마술사들에게 신으로 군림하고 있다.


마탑의 실수를 더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다섯 세력은 다른 세력과 필요 이상의 경쟁은 하지 않고 적극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 마술학회에는 각 세력에서 파견한 마술사와 마술을 배우려는 자들로 항상 시끌벅적했다.


“케일리 언니.”

“리린. 오늘도 있었구나.”


평소엔 잘 웃지 않던 리린이 환하게 웃었다. 마을에 있을 때 비하면 혈색도 좋아지고, 과하게 말랐던 몸에 살도 붙었다. 다크서클이 좀 늘어난 것만 제외하면 그녀는 이전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다.


마술학회에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리린은 최근 마술을 배우고 있었다. 진사리안이 붙여준 교수에게 강의를 듣고 학회의 연습실에서 연습, 도서관에서 공부. 그녀는 아주 훌륭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다.


재능이 없는 마술을 배우려고 하는 점만 제외하면.


우선 리린이 마술 자체에 재능이 없는 건 아니다. 그녀는 신체를 변화시키는데 특화된, 아마메쟈의 마술에 재능이 있다. 하지만 그녀가 관심이 있는 건 오르디아의 마술이었다.


신비의 마법사라는 이름답게 오르디아의 마술은 겉보기에도 반짝이고 화려한 경우가 많다. 변할 때마다 힘줄이 드러나고 근육이 불어나며, 육탄전을 장기로 삼는 아마메쟈와는 다른 우아함이 있다.


그 모습이 문득 장검을 두 자루 들겠다고 난리를 쳤던 자신과 겹쳐 보여서, 케일리는 조금 웃고 말았다. 응원한다는 뜻으로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 준 다음, 케일리 자신도 배정받은 연습실을 찾아 자리를 옮겼다.


모든 연습실은 예약제로 진행되고, 당일만 예약이 가능하기에 아침마다 혈투가 벌어진다고 하는데 황제에게서 전용 연습실을 받은 케일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케일리님!”

“어···. 하루. 맞아?”


“기억해주셨군요.”

“이번에도 옆에서 관람해도 되겠습니까?”

“지난번처럼 조용히 있겠습니다!”


“마음대로.”

“감사합니다!”


그녀의 허락에 마술 생도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이래서야 기껏 다른 자들의 시선을 피해 온 보람이 없지만, 저렇게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고 허락해주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케일리의 마술 연습은 별거 없었다. 겨울 이전의 마술을 정리해둔 책을 편 다음, 전부 하나씩 사용해본다. 최상급 마술은 아직 쓰지 못하지만 다른 마술은 단 한 번도 실패한 적 없고 위력도 책에 서술된 내용보다 한참 강했다. 별도로 노력을 했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녀가 마술의 대가인 엘프기에 그런 것이다.


그녀에겐 하품이 나올 정도로 간단한 일이었지만 마술 생도들은 감탄하기 바빴다. 강의를 위해 파견 나온 5대 마법사의 제자들도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신의 신체를 변화시키는 아마메쟈, 주변의 금속을 이용하는 갈맥로나, 빛과 보석을 사용하는 오르디아, 에너지체를 만들어내는 페리에, 아예 종교에 기반을 둔 신의 무레나.


겨울이 온 후에 마술은 다른 것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기 중의 마력이 부족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위력이나 효율성 같은 게 아니라 환경이 바뀐 것이다. 이전이었으면 간단한 화염구를 만드는 마술조차도, 현대의 마술사들은 할 수 없다. 언젠가 세상에는 마법이, 마법의 열화판인 마술마저 사라질지도 모른다.


몇몇 사람들은 그때야말로 인간의 시대가 올 거라며 부르짖지만, 그 말을 하는 인간이 그때까지 살아는 있을지, 케일리는 궁금했다.



˟ ˟ ˟ ˟ ˟



마술학회 밖에는, 누가 이야기라도 퍼뜨렸는지 마을 사람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많은 사람이 기도를 올리고, 묵례를 하고, 절을 했다. 형태는 다를지라도 다른 대상을 숭배한다는 기본 골자는 같았다.


그런 자들만 있었으면 케일리는 냅다 하늘을 날아서 도망쳤겠지만 그들 선두에 있는 수많은 어머니를 보니 그럴 수도 없었다.


“부탁드립니다.”

“한번만 이 아이를 만져주세요.”


갓난아이들의 생존력이 떨어지는 건 어디서나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들은 마음의 위안 외에는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을 그녀의 손길을, 희망이라도 되는 양 움켜잡으려고 했다.


“그래요. 한 분씩 앞으로 와 보세요.”


케일리는 그들의 부탁을 별생각 없이 들어주었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녀는 예전에 있던 마을에서도 아이를 싫어하진 않았다.


“건강하게만 자라게 해주세요.”

“태양인이 되게 해주세요.”


아이들은 그녀의 손길에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따뜻하니까 움켜주는 아이. 먹을 걸 주나 싶어 관심을 보이는 아이. 경계하며 내뺐다가 어미의 재촉에 마지못해 손을 뻗는 아이. 그리고 상처 입어서 움직일 수 없는 아이.


그 아이는 병 때문에 상처 입은 건 아니었다. 팔이나 얼굴에 멍이 있으니 돌팔이라도 병 때문이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아이를 데려온 어미의 상태도 아이와 똑같았다. 아직 제대로 수습도 못 한 듯 팔이나 얼굴에는 여전히 피가 났다.


경험자로서, 케일리는 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주변 사람들 악의 가득한 시선을 보면 틀림없었다.


“빌어주세요.”

“···뭐를요?”


“복수요.”

“···누구에게요?”


“감히 황제 폐하를 떠난 제 아비에게요.”


-됐다. 하르타. 타리쉬에게 이 자가 필요한 걸 전부 제공하라고 전해라.-

-저···. 폐하. 그자는···.-


진사리안의 신임을 한껏 받던 신하, 타리쉬는 어느 날 소리소문없이 제국을 떠났다. 추적자들은 소식이 끊어졌다.


황제가 신으로 군림하는 제국에서, 탈주는 반역이자 신성 모독이었다. 이미 도망친 자에게 해코지할 방법이 없으니, 사람들은 타리쉬의 가족에게 죄를 물었다. 가족들은 당연한 일인 양 죗값을 받아들였고, 해코지를 한 자들보다 도망친 타리쉬를 처벌해달라고 빌었다.


“내가 너희들 위로 군림하는 날, 너 같은 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죄는 죄인만 치르면 된다.”

“···감사한 말씀입니다만.”


“다른 자들도 잘 들어라. 더 이들을 괴롭히지 마라.”

“알겠습니다.”


케일리의 말에 그들에게 돌을 던졌던 자와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방조한 자들, 쉽게 말해서 주변에 있던 모두가 몸을 숙였다.


탈주한 것만으로 가족의 갓난아이까지 돌을 던질 정도로 황제에게 충성하던 제국민들은, 자신들 위로 군림하겠다는, 반역에 가까운 말을 듣고도 당연한 일인 것처럼 명을 받들었다. 케일리도 자신이 그들 위에 군림할 게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자신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게 이상한 거라는 자각조차도 없었다.



˟ ˟ ˟ ˟ ˟



“그동안 잘 지냈나?”

“두신호귀. 스승님은?”

“나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네. 때가 되면 돌아오겠지.”


저녁이 되어 별채로 돌아오자 두신호귀가 그녀를 맞이했다. 별채 위치를 어떻게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정보통인 그가 마음만 먹으면 못 알아낼 것도 없을 것이다.


별채는 유물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자들, 그러니까 케일리와 아브리엘, 두신호귀. 세 사람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분명 사용인들은 두신호귀도 섬기게 되어 있지만, 어째서인지 그의 곁으로 오려는 자는 없었다. 물론 두신호귀는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마침 잘 왔어.”

“궁금한 게 생긴 모양이지?”

“맞아.”


심심함을 달랠 겸, 케일리는 도서관에 가서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장르 소설을 읽는 것과 다른 책을 읽는 건 완전히 달랐다. 이 떠들기 좋아하는 정수의 유용함을 깨달았을 뿐이다.


“그래서 뭐가 또 궁금한가?”

“그 이름 모를 마술사가 나한테 한 말이 있는데 말이야···.”


-소생 제한 마술을 걸지도 않았고, 저주를 걸지도 않았으며, 고작 목숨을 빼앗으려 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


겨울 이후의 마술에는 부활 마술이 없다. 반사 상태에서 되살아나서나, 예비 육체를 준비해 두는 등의 수단을 준비해두는 경우는 있지만, 이걸 부활이라고 부르긴 민망하다. 겨울 이전에 있던 즉사 마술에 당하면 아무 것도 못하고 죽는다.


그 즉사 마술에 대응되는 부활 마술은 최상위 랭크 마술이며, 케일리도 아직 한 번도 성공해 본 적 없는 몇 안 되는 마술. 심지어 사용할 때 필요한 촉매도 비싸서 어지간한 자는 연습할 엄두도 못 낸다.


부활을 제한하는 마술은 당연히 부활 마술보다 상위 마술이겠지.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 걸 보면 놈들은 겨울 이전의 마술을 인간보다 한참 높은 수준으로 구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마술들에 대한 지식 있어?”

“아직 인간이 아는 마술도 제대로 못 쓰면서, 그런 것에 대해서 알아서 뭐 하려고 그러나.”


“그래야 그 뭣 같은 놈이 다시 찾아왔을 때 대책을 세우지. 말 나온 김에, 그런 마술에 대항할 방법은 없어?”

“유사 신비를 가지게.”


“그게 안 되니까 하는 소리잖아!”

“나도 그것 외엔 방법이 없어서 하는 말일세. 그런 마술에 쉽게 대항할 수 있을 리가 있겠나.”


태초에 존재했으나 서서히 사라져 가는 신비. 그 신비가 열화된 유사 신비.


신비는 고대 고위의 신비에 복종하고 신비롭지 못한, 자격 없는 자를 거부한다. 마술도 약한 유사 신비니, 유사 신비만 가지면 저런 걸 걱정할 필요는 없긴 하다.


이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자는 한 명도 없지만, 가지지 못한 자들의 대표주자인 인간이 신비로워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유사 신비는 인간이 중요시하는 칼싸움, 주먹다짐, 마술 등을 잘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고생해서 인간이 신비로워졌을 때 그 자는 이미 인간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엘프라고 다를 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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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화 21.04.27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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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21.04.08 13 0 11쪽
13 12화 21.04.06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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