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일곱 살이 된 설혁이 엄마에게 달라붙어서 징징거렸다.
“ 엄마! 유치원 가기 싫어! 난 엄마랑 떨어지기 싫단 말이야! ”
징징거리면서도 나름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아들을 보면서 연주는 미소를 지었다.
“ 혁아! 혁이는 이제 7살 형아가 되었으니 형아들이 가는 유치원에 가야지. 언제까지 아기로 있을거야. ”
“ 힝, 엄마랑 떨어지기 싫은데. ”
“ 혁아! 이제 그만 징징거리고 유치원에 가자. 뚝! ”
처음에는 웃던 연주였지만 아들인 설혁이 계속 징징거리자 딱딱하게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설혁은 눈물만 뚝뚝 흘리며 엄마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치원이란 곳을 갔다.
유치원에 도착한 설혁은 엄마 손을 꼭 붙잡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눈을 부릅떴다.
“ 천사다! ”
“ 혁아? 뭐라고? ”
설혁의 엄마인 연주는 무언가에 정신이 팔린 자기 아들을 불렀다. 그러나 설혁의 귀에 엄마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꼭 붙잡고 있던 엄마의 손을 과감히 놔버린 설혁은 보는 순간 자신의 영혼을 강탈해간 여자애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 안녕. 난 설혁이라고 해! 너 되게 예쁘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아! ”
여자애는 속사포처럼 말을 하는 설혁을 무심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연주는 자신에게 딱 달라붙어 안 떨어질 것이라고 울먹이며 징징거리던 아들이 순식간에 변심을 하자 멍한 표정으로 아들을 쳐다보았다.
설혁이 예쁘장한 여자애를 한번 보더니 자신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놔버리고 여자애에게 쪼르르 달려가자 연주는 아들에게 배신감까지 느꼈다.
“ 허 참! 나랑 죽어도 안 떨어진다더니 예쁜 여자애를 보더니 바로 떨어지네. ”
연주가 한숨을 내쉬는 동안 설혁은 여자애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열심히 말했다.
“ 넌 내 생애, 최고의 미녀야!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
고작 7살 주제에 얼마나 오래 살았다고 자신의 생애를 들먹이며 여자애에게 수작을 부리는 설혁을 본 연주는 뒷목을 잡았다.
“ 저 배신자. 어제까지만 해도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하더니. ”
“ 첫눈에 반했어. 나랑 사귀자. ”
설혁의 말을 들은 여자애는 시크하게 설혁을 한번 쳐다보고 고개를 돌렸다.
“ 싫어! 저리 가! ”
여자애는 차가운 도시 여자였다. 생애 최고의 미녀라는 말을 듣고도 설혁을 무시했다. 그러자 위기에 몰린 설혁이 유치원에 가는 조건으로 엄마에게 받았던 사탕을 꺼내었다.
사탕을 본 여자애의 눈빛이 흔들렸다. 여자애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확인한 설혁이 씩 웃으며 말했다.
“ 나랑 사귀면 이 사탕 줄게. ”
여자애는 사탕과 설혁의 얼굴을 번갈아 가며 보았다. 그녀는 사탕을 보고는 입가에 침을 주르륵 흘렸다. 그리고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응. ”
설혁은 그렇게 사탕 하나로 자신의 눈에 세상에서 제일 예쁘게 보이는 여자애를 여자 친구로 만들었다.
“ 그런데 네 이름은 뭐야? 난 설혁이라고 해! ”
설혁의 말을 들은 여자애는 사탕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대답했다.
“ 최효민! ”
“ 와! 이름도 예쁘다! ”
설혁은 사탕을 먹는 효민이를 보며 행복한 듯 아빠 미소를 지었다. 그런 설혁을 보며 연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아들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더니. 아들! 엄마 간다. ”
“ 응. 엄마 잘 가. ”
설혁은 엄마가 간다고 하는데도 돌아보지도 않고 손만 까닥거렸다. 7살 설혁, 엄마에게서 독립하여 남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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