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졸업(2)
설혁은 효민을 업고 나머지 4,000마리의 레드스콜피언을 학살하며 돌아다녔다. 한 손으로는 효민의 엉덩이를 받치고 있으면서 손 하나만으로 괴수의 머리를 돌려서 따는 설혁의 기술은 최고였다.
“ 동글이 너 그 기술 나에게 쓰면 안 된다. ”
설혁이 괴수 머리를 따는 것을 보며 효민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설혁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 응? 너 돌리기 좋아했잖아! ”
“ 아래쪽으로 쓰는 기술 말고. 그건 다른 기술이라 해야지.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은 그제야 효민의 말뜻을 이해했다.
“ 아! 맞다. 너 거기 되게 예민하지. ”
“ 내 몸의 비밀에 대해 함부로 떠들지 말아 줄래? 남들이 들을 수도 있잖아! ”
“ 여기는 괴수뿐인데? ”
“ 그래도 조용히 해. 얼른 괴수나 죽여. ”
“ 네네. 공주님. ”
설혁은 효민의 명령에 따라 괴수를 죽였다. 괴수들은 설혁을 만나자 너무나 쉽게 죽였다. 괴수가 아니라 장난으로 개미를 죽이는 것 같았다.
“ 동글아! 근데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진 네가 진짜 나랑 밤에 같이 있으면 좋아? ”
효민이 얼굴을 붉히며 설혁에게 질문을 했다. 원래 남녀 사이에는 이런걸 묻는 게 아니라지만 너무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효민의 질문을 들은 설혁은 피식거리며 웃었다.
“ 지금처럼 너를 업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거든. 밤에 너랑 있으면 당연히 좋지. ”
“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정신적인 만족 말고 육체적으로도 만족하냐고.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효민은 설혁이 어떤 대답을 할 것인지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러자 잠시 후 설혁이 입을 열었다.
“ 밤에 힘 조절하느라 엄청 힘들기는 한데. 그래도 난 좋아! 밤에 너랑 있으면 높은 산을 오르는 기분이라고 할까? 최후에 순간에는 정복욕과 엄청난 만족감을 느껴. 물론 육체적으로 만족을 하고. ”
“ 네가 좋다면 됐어. ”
말을 하고 난 뒤 효민은 얼굴을 붉히며 설혁의 목덜미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설혁의 귓가에 속삭였다.
“ 그리고 그거 알아? 네가 산 정상에 오른 기분을 느낀다고 했지? 나는 천국까지 올라가는 기분을 느껴! ”
효민의 속삭임을 들은 설혁이 짐승처럼 웃었다.
“ 으흐흐흐흐. ”
“ 동글아! 웃음소리가 이상해. 꼭 짐승의 소리 같아! ”
설혁의 웃음소리를 들은 효민이 질겁하자 설혁이 피식거렸다.
“ 네 말 때문에 흥분했잖아! 얼른 사냥 끝내고 집으로 가자. 오늘은 아무래도 에베레스트에 올라야 할 것 같아!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설혁의 목을 감싸 안으며 말했다.
“ 짐승, 네가 에베레스트에 오르면 난 오늘 우주여행 하는 거야? ”
“ 안드로메다까지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공주님. ”
말을 마친 설혁은 바람처럼 움직이며 남은 괴수를 순식간에 모두 죽였다. 사냥이 끝나고 두 사람이 게이트에서 뱉어지자 기사가 김진만 부장과 함께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 와우, 대단하시네요. 4시간 만에 끝내신다더니 정확히 3시간 50분 만에 사냥을 끝내셨습니다. ”
“ 마음이 급해서요. 그럼 이만. ”
“ 네? 차 타고 안 가십니까? ”
“ 차는 느려서요. ”
말을 마친 설혁은 효민을 업은 채로 뛰어가려고 했다. 그것을 본 김진만 부장이 효민을 불렀다.
“ 저기 정산받으셔야죠. ”
“ 얼음공주팀 계좌로 알아서 넣어주세요. ”
“ 얼마 인지 확인도 안 합니까? ”
김진만 부장의 말을 들은 설혁이 고개를 저었다.
“ 어차피 뻔한 액수인데 알아서 넣어주세요. 지금 우리에게는 돈보다 중요한 급한 볼일이 있단 말이에요. ”
말을 마친 설혁은 효민을 업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김진만이 입을 쫙 벌렸다.
“ 혹시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 아닐까? 저런 속도로 움직인다니 설혁씨가 D급을 넘은 헌터가 아닐까? ”
김진만 부장이 중얼거리자 설혁과 효민의 전용 기사인 김한석이 자신의 사촌 형인 김진만의 어깨를 두드렸다.
“ 형, 동글씨가 D급이든 C급이든 무슨 상관이에요. ”
“ 그게 무슨 말이냐? ”
“ 어차피 명문대 나오고 기사 노릇하는 저나, 헌터전문학교 전교 1등 입학에 전교 1등 졸업 예정자인 설혁이나 얼음공주님의 이동수단일 뿐인 건 마찬가지인데요. 뭐. ”
설혁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김한석을 본 김진만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야. 이동수단이라고 같은 줄 아냐? 딱 봐도 공주님과 설혁은 그렇고 그런 사이로 보이는데. ”
“ 에이. 형님. 그 정도는 저도 압니다. 그래서 저도 동글처럼 저만의 공주님을 만들려고요. 비록 지금은 얼음공주의 전용 기사라도 일단은 협회 소속의 공무원이고 연봉이 8,000만 원이니 나만의 공주님 하나 못 구하겠습니까? ”
김한석의 말을 들은 김진만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 하긴. 설혁이 대단해서 옆에 있는 네가 별로인 것처럼 보이지. 알고 보면 너도 1등급 신랑감이구나! ”
김진만의 말을 들은 김한석이 고개를 저었다.
“ 아뇨. 전 누군가의 신랑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그저 동글이를 타는 얼음공주처럼 저를 타줄 공주님이나 여왕님을 원합니다. ”
김한석의 정신 나간 발언을 들은 김진만이 김한석의 머리를 가볍게 때렸다.
“ 여자는 차에 태우고 너는 그냥 기사나 해라. 기사가 네 천직이네. ”
김진만은 김한석을 한 대 때리고 난 뒤 괴수 사체 비용을 정산했다. E급 괴수지만 한구에 600만 원을 쳐 주었다.
“ 다른 헌터들이 괴수 사체 단가가 너무 떨어졌다고 사냥 안 하겠다고 난리를 친다고 하던데. 얼음공주팀도 참 대단하지. 게이트만 잘 선별해주면 한국이 소모하는 E급 이하의 괴수 사체를 단일팀이 모두 공급 할 수 있다고 했던가. ”
한국의 괴수 사체 가격은 일일 등락 폭이 무척 컸다. 얼음공주팀이 사냥하는 날이면 사체 값이 폭락했고 얼음공주팀이 사냥을 안 하는 날이면 괴수 사체 값이 폭등했다. 그러다 보니 협회에서 괴수 사체 수출 불가 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을 하는 판이었다.
얼음공주팀 한팀이 사냥을 더 한 것뿐인데 식량 자급률이 100%를 넘어서 버린 것이다.
한편 집으로 돌아온 설혁과 효민은 둘이 같이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그리고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누가 누구를 타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다. 다만 둘 다 만족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렇게 둘이 서로의 탈것이 되어가며 시간을 보낸 지 어언 두 달, 해가 바뀌고 2월이 되었다. 둘의 졸업식이 된 것이다.
졸업시즌이 되자 효민에게 연락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그동안은 헌터학교의 학생 신분이었기에 효민에게 접근할 수 없었던 일반기업과 길드에서 효민에게 연락한 것이다. 물론 협회와 한국에너지 공사에서도 효민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다른 기업이나 길드에서 효민에게는 연락하면서 설혁에게는 연락을 안 했다면 한국 에너지 공사에서는 설혁에게도 연락을 했다.
“ F급인 설혁씨를 E급인 효민 씨가 언제까지 사냥에 데리고 다닐 거라 생각하십니까? 버림받기 전에 우리 에너지 공사로 오시죠. 원하시면 미인 헌터님과 팀을 짜주겠습니다. ”
“ 아! 생각해주셔서 감사한데요. 효민이가 절 버릴 일은 없거든요. ”
“ 세상일이란 게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우리 공사로 오시죠. 설혁씨가 효민씨 따라 E급 게이트에 들어가는 것도 솔직히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탈것이 필요하면 오토바이를 타고 사냥을 하시면 되지 왜 애꿎은 설혁씨를 타고 다닙니까? 여성 상위 시대라 이겁니까? ”
에너지공사의 직원은 말을 하다가 흥분을 했다. 그러자 설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저기요. 여성 상위 시대라 하기는 좀 그래요. 그게 사실 침대 위에서는 평등해요. 아니 어쩌면 제가 더 많이 상석을 차지하는 것 같은데요. ”
설혁의 말을 들은 에너지 공사 직원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 아! 그런 사이셨군요. 죄송합니다. 미인 헌터를 붙여 준다는 말은 잊어주세요. 특히 효민 양에게는 비밀로 해주세요. ”
“ 알겠습니다. ”
통화를 끊은 설혁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 아! 내가 너무 머슴처럼 보였나? ”
고민하던 설혁은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효민에게 물었다.
“ 효민아! ”
“ 응? ”
“ 내가 너무 머슴같이 행동했나?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잠시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 응, 마님을 번쩍 드는 강인한 체력. 밤에는 마님을 울게 하는 밤의 제왕. 생각해 보니 동글이 너 딱 머슴인걸.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피식거리며 웃었다.
“ 흐흐흐, 그런 게 머슴이라면 난 계속 머슴 할래. 마님 제가 번쩍 들어도 되겠습니까? ”
설혁이 웃으며 다가오자 효민이 뒷걸음질을 쳤다.
“ 동글아! 잠깐만. 지금 식사 준비 중이잖아! ”
“ 난 다른 배가 고파! ”
결국, 설혁은 효민을 번쩍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었다.
“ 효민아! 요즘 너에게 전화 많이 오더라. ”
“ 응. 다 스카우트 제의야. ”
“ 그래서 어디로 가기로 했어? ”
“ 응, 아무 데도 안 갈 건데.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 아니 왜? ”
“ 그게 사람들이 원하는 게 우리 팀이 아니라 나 하나만 원하거든 너랑 사냥 같이 안 할 거면 내가 뭐 하러 사냥해. ”
“ 그건 그러네. ”
설혁은 침대에 누워서 자신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로 있는 효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그러고 보니. 어젯밤 느낌으로는 네가 D급이 된 것 같은데.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얼굴을 붉혔다.
“ 아, 몰라. 뭘 그런 걸 느껴? ”
“ 하지만 특별히 쫄깃했는걸. ”
“ 으이구. 짐승. ”
효민은 짐승이라 하면서도 설혁의 품에 머리를 더 파고들었다. 그러면서 배시시 웃었다.
“ 확실히 D급이 된 것 같아. 몸의 회복력이 장난이 아니야. 오늘은 안 업혀 다녀도 될 것 같아!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 그것 좀 아쉬운데. 매일 너의 엉덩이를 주무를 수 있어서 좋았는데. ”
“ 바보. 거기는 밤에 만지면 되지. ”
“ 밤에는 다른 곳을 주물러야지. ”
“ 내가 너에게 나한테 돌리는 기술 쓰지 말라고 했었지?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피식거렸다.
“ 흐흐흐, 그걸 아직 안 까먹었어? ”
설혁은 미소를 지으며 두 손으로 무언가를 돌리는 시늉을 했다. 찰스 채플린의 모던 타임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효민이 두 손으로 자신의 봉긋한 그곳을 가리며 설혁에게 한마디 했다.
“ 동글이 변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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