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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남의 딸로 인생 대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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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까르보치킨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3.12 20:06
최근연재일 :
2021.04.15 07:1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5,868
추천수 :
346
글자수 :
193,549

작성
21.03.2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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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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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1쪽

최종 우승자

DUMMY

경욱이 전화를 받는 사이, 병철은 유유히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뭐라고! 그게 새어나갔단 말이야? 아니, 난 조심했는데···”


누군가에게 변명을 늘어놓는 경욱을 한 번 보고는 병철은 자신의 대기실로 들어갔다.


-


병철이 무대에 올라섰다.

악성 기사들이 넘쳐남에도 병철이 등장하자마자 그 어떤 참가자보다 환호소리가 컸다.

사회자에게 병철을 잠깐 인터뷰하기 위해 마이크를 들이댔다.


“병철 씨, 여기까지 올라온 소감이 어떠신가요?”

“너무 영광입니다. 하지만 과분하다고 하진 않겠습니다. 저는 그만큼 매 무대마다 최선을 다해서 여기까지 올라왔으니까요.”


그동안의 무대로 실력을 증명한 병철이기에, 그 자신감이 병철의 존재감을 더욱 빛내주었다.

보라는 웃으며 병철을 격려하듯 말했다.


“이번에도 최선을 다한 무대를 기대하겠습니다.”


사회자가 다시 한 번 병철에게 마이크를 들이대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신가요?”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있었지만, 병철은 떨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이번 무대는 저와 함께 힘내준 은혜를 위한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병철은 잠시 고개를 떨궜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원래는 은혜와 함께 부르려고 준비한 곡이었지만 은혜가 참가하지 못해서 저 혼자 부를 수 있도록 조금 바꾼 곡입니다. 그러니, 은혜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고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회장에 있던 모두가 숨을 죽인 가운데, 병철이 입을 열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노래를 들으며 전문가였던 심사위원들은 누구보다 빨리 눈치챘다.

병철이 은혜의 파트였던 부분을 크게 바꾸지 않고, 자신의 음색을 바꿔서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여긴 원래 은혜 양의 파트였구나.’


보라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였지만, 꾹 참으려 애썼다.

하지만 카메라는 보라의 붉어진 눈가를 제대로 포착했다.

그리고 곧이어 참관객들도 아버지와 딸의 대화를 그대로 노래로 바꾼 듯한 곡에 빠져들었다.


‘무리해서 어린아이를 흉내 내는 게 아니라, 본인의 색과 시선으로 곡의 분위기를 바꿨군.’

‘듀엣곡을 솔로곡으로 바꾸면 어딘가 빈 느낌이 나는 건 피할 수가 없는데. 정말 대단한 편곡이야.’


그때 병철의 호소력 짙은 음색이 고음 파트를 훑고 지나갔다.

보라를 포함한 심사위원들은 등줄기에 소름이 쫙 끼치는 것을 느꼈다.

보라 이외의 심사위원들도 끝내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큼, 큼···”


한 심사위원은 심지어 쓰고 있던 안경을 내려두고 거의 흐느끼듯 손수건으로 눈을 찍어누르고 있었다.


-


병철이 노래를 끝마치자, 좌중은 잠시 조용해졌다.

껌껌한 와중에 관객석에 앉아있던 한 중년여자가 손수건을 눈물로 끊임없이 적시고 있었다.


“어, 엄마. 왜 그래?”

“너, 너희들 낳았을 때가 생각이 나서···”


두 자매와 중년 여자 같이, 무대를 보고 울음을 터트린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조금씩 새어 나왔다.


-미쳤다···이번 무대 진짜 역대급이다.

-나 지금 엎드려 울고 자빠져가지고 우리 집 뽀삐가 막 낑낑거리고 난리남;;

-지금 회사인데 눈물 나서 혼났네요. 두 아이 아빠로서 너무 공감 가는 가사와 무대였던 거 같습니다.

-야, 벌써 우승 각 나옴.


SNS에서도 열성적인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병철의 학대 의혹에 대해 반박하는 사람들도 생겨날 정도였다.


-딸을 위해 이런 노래를 쓸 수 있는 사람이 무슨 학대를 했다고 한 건지. 기레기들 다 반성하길ㅉㅉ

-무대 하나만 가지고 어떻게 암 순진하긴

-네 인터넷 찐따는 빠지시고요

-약쟁이보다는 백배천배 나음


여론은 점점 병철의 편으로 기울고 있었다.

대신 비난의 화살은 마약 의혹 기사가 퍼져나간 경욱에게 향했다.


-어쩐지 그 놈 눈부터 약쟁이 같았음

-뛰쳐나간 밴드가 현명했던 거지

-방송 잘 보면 그 놈이 먼저 밴드한테 X같이 군 거 다 보여.


잠시 시간이 흐른 후, 거의 눈물 범벅이 된 보라가 먼저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다른 두 심사위원도 일어나 병철을 향해 박수를 쳤다.

박수는 어느새 퍼져나가 회장이 그야말로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병철은 머리와 이마가 땀으로 흥건한 채 정신없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일어나있던 심사위원들이 다시 자리에 착석했다.

이번에도 보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정말 인상적이고 멋진 무대였습니다. 은혜가 이 무대를 본다면 정말 행복해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병철의 목소리가 물기를 머금은 채 떨리고 있었다.

늘 자신만만하고 당찼던 병철이었기에, 이런 약한 모습은 시청자들과 관객들의 동정심을 불러일으켰다.


“울지 마! 울지 마!”


병철은 관객들의 격려에 코를 훌쩍거리며 괜찮다며 웃어보였다.

펑펑 우는 모습보다 억지로 의연함을 가장한 그 모습이 시청자들의 인상에 더욱 깊게 남았다.


“이런 무대를 보게 된 제가 정말 행운아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심사위원들의 극찬 세례가 이어졌다.

병철은 감격과 기쁨으로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참가자분들, 모두 무대에 올라와 주세요.”


드디어 결과 발표가 시작됐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세분 중 한 분이 탈락하고 최종 2인을 뽑아 마지막 결승전을 진행했어야 했지만,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우승자가 정해졌습니다.”


사회자의 설명에 병철과 유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때 몇 시간 만에 얼굴이 10년은 더 늙은 것 같은 경욱이 손을 번쩍 들었다.


“이의 있습니다.”

“네?”


경욱의 돌발 행동을 보고 관객들이 술렁거렸다.


“제 기사 때문에 실력을 보는 게 아니라 억지로 탈락시키려는 거면 인정할 수 없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일제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기사요? 무슨 기사를 말씀하시는 거죠?”

“그, 그게···”


병철은 발악하는 경욱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


병철은 며칠 전, 어느 클럽 앞에서 잠시 대기하며 누군가를 기다렸다.

곧이어 만나기로 한 사람들이 나오자 병철은 정중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바쁘실 텐데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병철이 만나기로 한 사람은 바로 경욱과 팀을 꾸렸던 밴드 아우라였다.


“아니에요. 무대 잘 봤습니다.”


밴드 일원들과 병철은 하나하나 악수를 나눴다.


“우리도 병철 씨하고 같이 팀 됐으면 좋았을 텐데.”

“맞아, 맞아.”


병철은 가볍게 감사를 전한 뒤, 본론으로 들어갔다.


“혹시 저와 관련된 기사를 보셨나요?”

“그, 애기 학대했다는 그거요? 그거 분명 그놈이 퍼트린 걸 거예요. 틀림없어요.”


밴드 사람들은 거의 확신하듯 병철에게 동조했다.


“사실 저도 경욱 씨가 퍼트린 거 같아서 지금 증거를 모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서 이렇게 부른 거였어요.”

“우리가 도움 드릴 만한 이야기를 해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태도 같은 거야 뭐, 무대 박차고 나간 저희들 논란으로 덮어버린 거 같고요.”


병철은 밴드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덮어버렸다라···’


자신의 태도 불량을 더한 태도불량으로 덮어버리는 전략을 쓰다니.

여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진짜 어이없어. 우리보고 집중하라고 할 땐 언제고 그 새끼는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는지.”

“팀 연습 때 자주 이탈했었나 보네요.”

“맞아요. 나갔다와서는 뭔가 좀 상태가 이상했어요. 좀 맛 간 거 같다고 해야 하나.”


병철은 귀를 기울여 밴드 사람들이 하는 말을 유심히 들었다.


“처음에는 담배 피고 온 줄 알았는데 담배 냄새랑 뭔가 좀 다르더라고요.”

“눈도 확 풀려가지고···”


그 뒤로도 계속 병철은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었지만, 밴드 사람들의 개인적인 감정이 섞이기까지 해서 그렇게 큰 소득을 얻지 못했다.


‘태도 논란으로 맞받아칠 수 없다면 무슨 수단을 써야하지···’


병철이 한숨을 내쉬며 돌아갈 채비를 하던 찰나 누군가 병철을 붙잡았다.


“저, 병철 씨···”


병철을 붙잡은 것은 밴드의 여성 드러머였다.


“사실 저···아까 애들 있을 때는 말씀 못 드린 게 있어서요.”

“네? 그게 뭐죠?”

“그 자식, 마약 하는 거 맞아요.”


병철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담배 냄새는 아니면서 사람이 갑자기 맛이 갔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마약을 떠올리긴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증거가 없어서 그냥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저도 조금···하거든요. 그래서 알아요. 다른 애들한테는 비밀이지만.”


여성 드러머는 놀랍게도 경욱이 쓴 주사기까지 갖고 있었다.

드러머는 혹시 밴드의 앞길을 망치려 든다면 자백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걸 써서 경욱을 망하게 만들 작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저한테 이걸 알려주시는 이유가 뭔가요? 밴드를 위해 쓸 수도 있었을 텐데.”


드러머는 쓸쓸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냥···병철 씨가 잘 됐으면 좋겠더라고요. 그···아이랑 노래 부르시는 거 보니까 저도 병철 씨 같은 아버지가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전 부모 없이 자랐거든요.”


동질감이 들어 병철이 말없이 바라보자 드러머는 병철의 시선을 피했다.


“이상한 소리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우승할게요. 마지막 무대까지 지켜봐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병철은 돌아섰다.

하지만 이대로 떠나기는 마음에 걸려서 결국 한 마디 덧붙였다.


“저, 제가 당신 아버지라면 몸 상하는 약하는 거 원하지 않을 거 같아요.”


드러머는 멍한 얼굴로 병철이 떠나는 것을 계속 지켜보았다.


-


병철은 경욱의 뻔뻔함에 치를 떨며 속으로 생각했다.


‘약하다가 판단력도 흐려진 건가.’


경욱의 마약 혐의 기사가 터졌을 때 이미 심사위원들은 회장에 올라간 후였다.

관객들이 경욱을 향해 격한 야유를 보냈다.

보라가 마이크를 들고 차분하게 경욱의 말에 반박했다.


“저흰 경욱 씨에 대한 그 어떤 기사도 사전에 접하지 않았습니다.”


단호한 대답에 경욱은 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우승자를 발표하겠습니다.”


병철은 조용히 결과를 기다렸다.

심사위원들이 입을 열기까지의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우승자는 김 병철씨! 축하드립니다!”


동시에 꽃가루가 터져 나오며 병철의 머리 위로 꽃가루가 휘날렸다.

병철은 아직 실감이 안 난다는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유미 씨.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병철은 유미와 정중하게 악수를 나누었다.

망연자실한 얼굴의 경욱에게도 병철은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경욱은 껄끄러운 얼굴로 결국 그 손을 잡았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경욱이 뭐 씹은 얼굴로 병철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병철은 은은한 미소로 응대할 뿐이었다.

그때 병철의 뒤에 있던 스크린에서 무언가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뭐지?’


영상의 정체를 알게 된 병철은 눈을 크게 떴다.


“아빠아~”


스크린 속에서 은혜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병철이 멍한 얼굴로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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