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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남의 딸로 인생 대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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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까르보치킨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3.12 20:06
최근연재일 :
2021.04.15 07:1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5,869
추천수 :
346
글자수 :
193,549

작성
21.03.25 07:10
조회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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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주제를 알라(1)

DUMMY

병철은 일주일 전 자신의 작업실에서 들었던 일을 차 안에서 곱씹었다.


‘콘서트라···’


첫 앨범 만에 단독 콘서트가 기획되는, 엄청나게 이례적인 일이 발생해버렸다.

믿겨지지 않아서 몇 번이고 되물어봤던 것이 아직도 엊그제 일 같았다.


‘은혜는 잘 있겠지?’


은혜는 오늘 같이 오지 않고 집에서 시터와 함께 놀고 있는 중이었다.

같이 가고 싶다고 울면서 격하게 떼를 써서 곤란했는데, 카메라를 통해서 보니 지금은 잘 지내는 것 같았다.


“곧 도착합니다!”


그날 콘서트 소식을 전한 매니저가 명랑한 목소리로 병철에게 녹음실에 도착했다고 알렸다.

최단 기간 차트 1위 달성, 매진 행렬, 그리고 회사의 유일무이한 탑 스타 강 보라와의 듀엣 결정.

거기에다 화룡정점으로 단독 콘서트까지 결정되었다.

이렇게 대단한 스타를 맡게 되어 자신의 어깨도 드높아졌다나 뭐라나.

병철은 활기차게 떠드는 매니저의 찬양에 조금 부끄러워하며 그저 감사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제 이런 대접도 익숙해져야 할 텐데.’


하지만 자신은 언제까지고 이런 상태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익숙해져서 교만해지는 것보다 지금처럼 유지하는 편이 나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병철은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도 전에 어느새 보라와 한 녹음실에 같이 있었다.

병철은 녹음실에 도착하자마자 보라의 열렬한 축하 인사를 받았다.


“단독 콘서트 열게 된 거 축하드려요!”


보라는 이미 단독 콘서트를 여러 번 열어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콘서트는 좌석이 거의 1초 만에 매진되는 터라 티켓 경쟁이 무시무시하게 치열할 정도였다.

그렇게 대단한 콘서트의 대가에게 축하 인사를 받으니 병철은 쑥스럽기도 하면서 기쁘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힘내겠습니다.”

“병철 씨는 잘하실 거예요.”


병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단독 콘서트.

모든 가수 지망생들의 커다란 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꿈을 이렇게 빨리 이루게 된 것이 정말 기뻤다.


‘게다가 늘 동경하던 보라 씨하고 듀엣 곡을 앨범에 넣을 수 있게 되다니.’


병철은 설레는 마음으로 보라와의 듀엣 곡을 살펴보았다.

원래는 더 빠른 시기에 나올 곡이었지만, 듀엣을 같이 할 만한 남가수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며 보라가 거절하는 바람에 빛을 보지 못한 곡이라고 했다.


‘완벽주의자라는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병철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악보와 가사를 천천히 보았다.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한 미지의 곡이 보라와 자신의 보컬을 통해 세상에 나온다는 것이 가수로서의 병철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저번에 앨범 녹음했던 대로, 가사를 읽어본 후 그 뜻을 음미해보자.’


은혜에게 받은 재능으로 가사를 단숨에 외워버린 병철은 눈을 감고 가사에 담긴 절절한 이별과 사랑의 감정을 헤아렸다.

이번에도 문제없이, 마음이 절로 울릴 정도로 가사 속에 담긴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음, 좋아.”


병철이 준비를 마치고 일어섰다.

그리고 녹음실에 향하려던 찰나, 커다란 덩치의 남자와 마주쳤다.

보라와 함께 온 매니저였다.


-


보라가 가수로서 크게 성공한 이후로, 회사에서 로드 매니저 이외에 따로 붙여준 중요 직책의 매니저였다.

그 매니저는 병철을 힐끔 보더니 인사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보기에 바빴다.


“안녕하세요, 수고 많으세요.”


병철은 조금 기분이 나빴지만 먼저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매니저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충 인사를 하고는 병철에게 물었다.


“녹음실 들어가시게요?”

“네. 저는 준비가 다 됐거든요.”

“벌써 준비가 다 되셨다고요? 보라 씨는 아직도 보고 있는데.”


그 말투에는 순수하게 병철의 능력에 놀라는 것이 아니라, 말도 안 된다는 듯 비웃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병철은 일단은 큰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다.


“보라 씨는 신중하시니까요.”

“우리 보라 씨가 좀 그렇긴 하죠. 병철 씨도 조금 더 보시는 게 좋지 않겠어요?”


매니저는 여전히 삐딱한 태도로 병철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러다 녹음을 망치기라도 하면 저희 쪽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서. 그쪽이야 뭐 보라 씨 이용해서 뜨면 좋겠지만.”

“말이 심하시네요. 이용한다니요?”


병철이 신인이라 그저 굽실거릴 줄만 알았던 매니저는 병철의 반박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희는 동등한 입장에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된 겁니다. 무례한 발언 하지 말아주세요.”


병철은 당당하게 맞섰다.

예전의 쥐뿔도 없었던 자신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유명 가수의 매니저를 상대한다고 해도 살살 굽힐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 네네. 죄송합니다.”


사과는 했다지만, 상대는 자신의 잘못을 똑바로 인정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병철이 대놓고 얼굴을 굳혔음에도 매니저는 그저 똑같이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지 다른 곳에서 악보를 보고 있던 보라가 둘에게 다가왔다.

매니저는 적당히 둘러댔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병철은 매니저의 뻔뻔한 태도에 화가 났지만, 녹음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아서 보라에게 알리지 않았다.


“병철 씨는 벌써 녹음실 들어가시게요?”

“네. 저는 언제든지 시작해도 됩니다.”


보라는 자신만만한 병철의 태도에 잠깐 놀랐다.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가수도 보라와 작업을 한다고 하면 부담과 긴장감이 어느 정도는 보였다.

하지만 병철에게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녹음을 아주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들떠보였다.


‘재밌는 녹음이 될 거 같네.’


아까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 때문에 걱정했지만, 병철의 태도에 보라는 안심한 듯 빙긋 웃었다.


“저는 아직이라 죄송하지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물론이죠. 보라 씨가 만족하실 때까지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매니저는 잠시 통화를 한다고 하며 둘에게서 멀어져갔다.

보라도 다시 녹음 준비를 위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병철은 바로 녹음실에 들어가려다 아까 그 일로 목이 타 물을 마시기 위해 정수기 쪽으로 다가갔다.


“그렇다니까. 저 녀석 일정 맞춰준다고 정작 보라 씨는 뮤비도 제대로 못 찍었어.”


정수기 반대쪽으로부터 불만 섞인 목소리가 병철의 귀에 들어왔다.

아까 그 매니저였다.


-


병철은 몸을 숨긴 채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노래는 잘 부르는 거 같긴 한데 보라 씨가 그렇게 목매는 이유는 이해 못하겠어. 내가 추천한 사람들은 다 물리더니 이제 겨우 첫 앨범을 냈다는 신인을···”


병철은 그 풋내기가 자신을 가리키는 것을 바로 눈치 챘다.

매니저는 병철이 듣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볼멘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자기가 추천한 사람이랑 안 했다고 지금 이러는 건가.’


병철은 매니저가 자신을 고깝게 보는 이유를 드디어 알 수 있었다.


“아까 잠깐 얘기도 해봤는데 되게 건방져. 신인이면 좀 겸손하기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병철은 앞에서는 사과 해놓고 구구절절 나쁜 말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지금 당장 뛰쳐나가서 따질까?’


하지만 녹음 전에 격하게 감정싸움을 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다 정말로 녹음에 지장이 가게 될 지도 모르니까.


“분명 오늘 녹음도 망칠 거야. 잘하던 가수도 보라 씨 옆에 있으면 제 컨디션을 못 내더라고. 휴, 나만 머리 아프게 됐다.”


병철은 매니저의 말을 듣다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 자리를 떠났다.


-


드디어 보라의 준비도 끝나 둘은 함께 녹음실에 들어왔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아니에요. 오히려 기다리는 동안 보라 씨가 어떻게 부를지 너무 기대되던걸요.”


병철과 보라는 화기애애하게 곡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병철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출중한 경력을 갖춘 보라와 혜성처럼 뜬 신인 병철의 조합은 녹음실에 있는 모두의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럼 병철 씨부터 녹음 들어갈게요.”


녹음은 병철이 먼저 녹음을 하면 보라가 먼저 병철의 파트를 듣는 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잠시만요.”


병철이 갑자기 진행을 멈추자 녹음실에 있던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병철에게 주목했다.


“갑자기 부탁드려서 죄송하지만, 보라 씨가 먼저 녹음에 들어가시면 안 될까요?”

“네?”


보라가 놀란 얼굴로 병철을 바라보았다.


-


이번 듀엣 곡은 아직 신인인 병철보다 보라가 좀 더 수고를 들이는 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왜냐하면 그 편이 안전하게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관계자들이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아직 첫 앨범밖에 나오지 않은 병철의 역량을 먼저 파악해보려는 의도도 있었다.


“병철 씨, 괜찮으시겠어요?”

“네. 제가 보라 씨 노래를 먼저 듣고 보라 씨에게 맞는 방식으로 부르겠습니다.”


병철의 발언에 녹음실에 있던 사람들이 크게 놀라 웅성거렸다.

병철은 차분하게 이유를 설명했다.


“제가 곡을 봤을 때, 보라 씨가 저한테 맞추는 식으로 부르는 게 아니라 보라 씨가 자유롭게 해석해서 제약 없이 부르는 게 훨씬 잘 살 것 같습니다.”

“그럼 병철 씨는 보라 씨한테 맞출 수 있는 자신이 있다는 겁니까?”


잠자코 듣고 있던 매니저가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병철에게 물었다.

병철은 전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네, 자신 있습니다. 제가 오늘 녹음에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하차하고 배상도 원하시는 대로 해드릴게요.”

“병철 씨,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어요.”


보라가 깜짝 놀라 병철을 말렸다.


“제 욕심입니다.”

“욕심이요?”

“보라 씨도 이 곡에 욕심을 가지고 있죠? 저도 그렇습니다. 똑같이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 망친다면 제대로 책임 질 각오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병철의 진지한 눈빛을 보고 보라는 일순 부끄러워졌다.

병철과 동등하게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병철은 자신보다 이 곡에 관심이 없을 거라고 치부해버렸다.


‘병철 씨는 원래 이런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지.’


그리고 그 자신감을 항상 실력으로 증명해냈다는 것을 누구보다 심사위원이었던 보라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알겠어요. 저는 병철 씨 믿어볼래요. 제가 먼저 녹음 들어가겠습니다.”


모두의 우려 속에서 보라의 녹음이 시작되었다.


-


병철은 눈을 감고 차분하게 보라의 녹음을 들었다.


‘역시 대단해.’


부드러우면서도 심지는 강인한 목소리.

시원하고 안정적인 보컬이 고막을 시원하게 뚫어주고 있었다.

여성 파트라 고음 구간이 많음에도 보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해내었다.


‘흥, 분명 자기가 잘못 생각했다고 무릎 꿇고 빌겠지. 그러게 큰 소리는 왜 쳐. 자기 주제도 모르게 건방지게.’


보라의 매니저는 조용히 보라의 녹음을 듣고 있는 병철을 노려보았다.

후에 자신이 병철을 어떤 눈으로 보게 될지 그때까지만 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담당자가 박수를 치며 녹음을 마친 보라를 칭찬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주 훌륭했습니다.”


보라의 녹음은 당연하게도 완벽했다.

하지만 보라의 녹음이 완벽할수록 그 다음에 들어가게 될 병철의 녹음이 걱정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그, 그럼 병철 씨···녹음 들어갈게요.”


모두가 불안한 표정으로 병철을 녹음 부스에 들여보냈다.

병철이 헤드폰을 끼는 순간까지 모두 긴장을 놓지 못했다.

모두의 따가운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병철이 담담하게 마이크 쪽으로 다가가 녹음을 시작했다.


‘음?’


병철이 한 소절을 떼자마자 가장 먼저 이상함을 감지한 것은 보라였다.


‘나랑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부르고 있어···’


이별을 이겨내겠다는 듯 힘 있고 강인하게 부른 보라와 달리, 병철의 보컬은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애절했다.

숨소리를 많이 넣어 마치 흐느끼는 것 같은 느낌을 추가하기도 했다.


‘나한테 비슷하게 맞추려는 게 아니야. 스스로 서서 곡의 서사를 이끌어나가고 있어.’


그때, 마치 울음을 터트리는 것 같은 느낌의 하이라이트가 병철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아아아~다시 너의 미소를 볼 수만 있다면~」


병철은 힐끔 녹음실 부스 너머의 풍경을 보았다.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보라와 그대로 입을 벌린 채 굳어버린 그 매니저의 모습이 바로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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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콘서트는 무조건 마친다(3) 21.04.04 352 4 12쪽
23 콘서트는 무조건 마친다(2) 21.04.03 349 7 12쪽
22 콘서트는 무조건 마친다(1) 21.04.02 365 9 12쪽
21 콘서트 티켓팅 21.04.01 350 6 12쪽
20 예상치 못한 접점(2) 21.03.31 346 5 13쪽
19 예상치 못한 접점(1) 21.03.30 370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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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대로 알아봤어(2) 21.03.28 399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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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주제를 알라(2) 21.03.26 413 7 12쪽
» 주제를 알라(1) 21.03.25 441 7 12쪽
13 이사하기 좋은 날 21.03.24 454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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