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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남의 딸로 인생 대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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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까르보치킨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3.12 20:06
최근연재일 :
2021.04.15 07:1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5,877
추천수 :
346
글자수 :
19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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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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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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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언제나 함께(完)

DUMMY

라디오 방송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병철은 멍한 상태였다.


“아빠! 아빠!”

“응?”

“졸려?”

“으응, 아냐. 아빠가 좀 생각할 게 있어서.”


병철이 대충 얼버무렸지만, 운전하고 있던 매니저가 끼어들어 병철이 지금까지 멍했던 이유를 말해주었다.


“은혜야, 아빠가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피아니스트랑 공연을 하게 될지도 모른대!”


매니저의 말에 병철은 그저 멋쩍게 웃었다.


“피아니스트?”

“피아노를 치는 연주가를 말하는 거야.”

“아빠도 피아노 칠 줄 아는데!”


은혜가 신이 나서 대답하자, 매니저는 환한 얼굴로 은혜에게 설명해주었다.


“맞아. 그 피아니스트가 병철 씨의 피아노 영상을 옛날에 보고 관심 가지게 됐었다고 하더라.”

“우와! 아빠, 아빠도 피아노 치는 거야?”

“그, 글쎄···아빠는 아무래도 노래만 부르지 않을까?”


아직 계획이 구체적으로 세워져 있지 않아 병철은 어영부영 대답했다.

빅토르와 병철의 일정에 맞춰서, 공연은 병철의 뮤지컬 공연이 끝난 이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설마 그때의 일이 이렇게 연결될 줄은···’


병철은 저절로 은혜를 데리고 피아노를 쳤던 그때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때는 내가 이렇게까지 유명해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아직도 자신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신나게 노래를 부르던 은혜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이제는 알아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공원에 나가 피아노를 치는 일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 됐다.

병철은 자신의 상황이 그렇게 변한 것이 새삼 놀라웠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네. 그동안···’


어느새 조용해졌다 싶더니 옆에서 은혜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병철은 자신의 무릎에 은혜의 머리를 눕히고 재웠다.

은혜는 머리를 대자마자 금방 잠들었다.


‘은혜가 없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거야.’


어두운 밤거리를 달리는 동안, 병철은 간만에 은혜와 함께했던 나날들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다.


-


집에 돌아오자마자, 병철은 간단하게 씻고 은혜와 함께 금방 잠들었다.

갑자기 엄청난 소식을 듣는 바람에, 머리가 복잡해지고 쉽게 피곤해졌다.


“병철아.”

“으음···”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상냥한 목소리에 병철은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병철과 많이 닮은 얼굴의 미인이 병철의 눈앞에 앉아있었다.

병철은 깜짝 놀라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정도로 눈을 크게 떴다.


“어, 엄마?”

“우리 병철이, 많이 컸네.”

“어, 어떻게 된···”


병철은 허둥대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옆에서 자고 있던 은혜도 없었고, 애초에 자신의 방도 아닌 전혀 다른 공간에 와있었다.

주위에는 어머니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꿈인가?’


이미 오래전에 죽은 어머니를 본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은혜를 처음으로 만나게 된 것도 꿈속에서···아니, 그게 꿈이었는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당황한 병철이 말을 잃자, 어머니 쪽에서 먼저 병철에게 말을 걸었다.


“많이 당황스럽겠지만, 오랜만에 이야기나 나누지 않겠니?”


어머니의 제안에 병철은 잠시 고민했다.

솔직히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아무것도 파악되지 않았다.


‘그래, 어차피 꿈이라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병철은 어머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래요. 나도 엄마 많이 보고 싶었어요.”


최대한 담담하게 말하려고 했는데, 말을 내뱉는 순간 가슴이 절로 울렁였다.


‘무슨 일이 있겠어. 날 저승 데려가려고 오신 건 아니겠지.’


머릿속으로 괜히 우스운 생각까지 하며 병철은 마음을 다잡으려고 애썼다.


“혼자 두고 가서 미안해. 이 말을 제일 먼저 하고 싶었어.”

“아니에요. 어쩔 수 없었잖아요.”

“괜찮아, 아들. 솔직하게 말해도 돼. 엄마는 그게 더 마음 편해.”


어머니의 말에 병철은 입술을 깨물었다.

솔직하게 말하라니, 병철에게는 그것이 너무나 잔인한 말이었다.


“어떻게 그래요···”


지금까지 괜찮다며, 자기 자신을 달래며 10년 넘게 살아왔다.

그 모든 것을 여기서 단번에 부정하란 셈이 된다.


“흑··· 흐읍···흑···못해요···”


병철은 어깨를 들썩거리며 울먹거리다 결국 서럽게 울음을 터트렸다.

쭉 가슴 속에만 담고 있었던 말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왔다.


“날 왜 혼자 두고 갔어요! 왜 더 오래 살지 못 했냐고요!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엄마···엄마···”

“미안해···병철아.”


꿈인 것을 알면서도, 어머니의 따스한 체온이 느껴져 병철은 더더욱 서럽게 울었다.

한참을 어머니의 품에서 울고 나서야 병철은 빨개진 코를 훌쩍이며 겨우 진정했다.


‘씁···이렇게 울어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


실컷 울고 난 병철의 등을 도닥거리며 어머니가 말을 이어나갔다.


“엄마가 병철이 놔두고 가버려서 많이 힘들었지? 그래서···”


어머니는 잠시 말이 없다가 힘겹게 입을 뗐다.


“엄마는 병철이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었어.”


행복이라는 단어를 듣고, 병철은 어머니를 향해 자신 있게 말했다.


“괜찮아요, 엄마. 지금 난 충분히 행복해요. 꿈도 이뤘고, 가족도 생겼고. 엄마가 지금까지 살아계셨다면, 은혜랑도···”


다시 목이 메는 바람에 병철은 잠시 말을 멈췄다.

지금까지 살아계셨다면, 어머니랑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병철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전 정말 행복해요. 엄마. 그러니까 엄마도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나도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충분히 행복해졌단다.”

“네?”


어머니의 예상치 못한 대답에 병철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니가 병철에게 내민 것은 머리핀이었다.


‘어, 이건···’


그 머리핀은 병철이 은혜에게 선물로 사줬던 토끼 모양의 머리핀이었다.

병철은 이걸 왜 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엄마?”


하지만 그 대화를 끝으로 병철은 꿈에서 깼다.


-


“아빠아! 일어나!”

“응?”

“아침!”

“으응···아빠···지금 일어날게···”


은혜의 우렁찬 모닝콜 덕분에 병철은 하품을 하며 상반신을 일으켰다.

몽롱했지만, 꿈에서 봤던 어머니의 모습이 생생히 되살아났다.


‘꿈 치고는 엄청 현실감 있네. 정말 어머니를 만난 것 같아.’


병철은 아침부터 기운이 넘치는 은혜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은혜가 머리 꽂은 핀이 덜렁거리고 있었다.


“은혜야, 혼자 핀 꽂은 거야?”

“응!”

“아빠가 다시 꽂아줄게.”


은혜가 웃으며 병철에게 달려왔다.

병철은 은혜의 핀을 다시 꽂아주려다 멈칫했다.

꿈에서 어머니가 보여줬던 토끼 모양의 핀이 꽂혀있었다.


-


<병철 킴 주역 뮤지컬, 전 좌석 매진!>

<공연할 때마다 발전, 나 희철 감독의 ‘날개’ 연일 호평행진>

<주역의 연기가 가장 볼거리? 뮤지컬 ‘날개’의 매력 다섯 가지!>


뮤지컬 공연이 시작되자, 거의 신드롬급이라도 봐도 될 정도로 뮤지컬은 크게 인기를 끌었다.

아름다운 노래, 감동적인 서사와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합쳐져 양질의 뮤지컬에 목말라 있던 팬덤은 물론 평소에 뮤지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관객석으로 끌어들였다.


-병철 킴 주말 공연 티켓 15만에 양도합니다

-병철 킴 주말 공연 티켓 프리미엄 붙인 거 사지 마세요

-병철 킴 주말 공연 티켓 양도 구합니다ㅠㅠ


많은 성공 요인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성공의 주역이라고 자신 있게 꼽을 수 있는 건 병철의 열연이었다.

평일 캐스팅도 나쁘지 않았지만, 주말 팀에 비하면 박력과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았다.

사람들의 수요는 확 주말로 몰렸고, 병철이 공연하는 날은 전 좌석이 거의 1초 만에 매진되었다.


“오늘이 드디어 마지막 공연이네요.”

“어쩐지 섭섭하네요.”

“원래 마지막 공연은 그런 법이에요.”


이제 병철은 재호와 꽤 친하게 말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너무 섭섭하시면 다음에 또 작품 하시면 되겠네요.”

“하하, 또 이런 기회가 올까요?”

“그럼요. 병철 씨를 캐스팅하고 싶어서 다들 안달 나 있을걸요. 우리 음악감독님은 물론이고.”


병철은 쑥스러워하며 웃었다.

무엇보다, 재호가 자신을 인정하고 이런 말을 해줘서 기뻤다.


“저도 기회가 있다면 병철 씨랑 또 같이 작품 하고 싶어요. 정말 많이 배웠거든요. 그때 병철 씨한테 혼나지 않았다면, 전 변하지 못했을 거예요.”

“혼낸 건 아닌데···제가 뭐라고···”

“그때는 박력 있게 잘 말해놓고서 왜 이제와서 빼는 거예요!”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던 병철과 재호는 시간이 되자 대기실 의자에서 일어섰다.


“자, 이제 슬슬 나가야겠네요.”

“네. 마지막까지 잘 해봐요.”


병철은 힘찬 발걸음으로 무대로 향했다.


-


뮤지컬 공연이 끝난 후, 병철은 자신에게 곧장 달려오는 은혜랑 만나게 되었다.


“아빠아!”

“은혜야, 아빠 보러 와줬구나!”


병철은 은혜를 번쩍 안아 들었다.


“저기, 오빠랑 같이 봤어.”

“오빠?”


병철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은혜가 가리킨 곳을 보았다.


“안녕하세요, 미스터 김.”


금발의 잘생긴 소년이 유창한 영어로 병철에게 말을 걸었다.


“비, 빅토르?”


병철은 깜짝 놀라 소년의 이름을 외쳤다.

빅토르는 웃으며 병철에게 악수를 청했다.


“저를 이미 알고 계시다니 영광이네요. 그 어떤 어려운 곡을 연주하는 것보다 병철 씨의 뮤지컬 티켓을 구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나도 엄청 고생했지 뭐야.”

“누나, 쉿. 쉿.”


가족하고는 러시아어로 대화했지만, 언어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병철은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병철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영어로 말하며 빅토르와 악수를 했다.


“뮤지컬까지 보러 와주시고 감사합니다.”

“훌륭한 공연이었어요. 한국어를 못해서 내용을 다 알아듣지 못한 게 아쉽더군요. 하지만 병철 씨의 연기와 노래가 정말 뛰어났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빅토르는 눈을 빛내며, 특히 자신이 어떤 대목에서 감동을 받았는지 병철에게 줄줄 늘어놓았다.

빅토르의 누나이자 매니저인 아니카가 못 말린다며 고개를 저었다.


“아, 이런. 제가 실례를 범했네요.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나중에 더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죠. 공연에 대해서.”

“네, 다음에 봬요.”


병철은 빅토르를 배웅하며 손을 흔들었다.

빅토르 역시 차에 타는 순간에도 병철에게 계속 손을 흔들어주었다.


‘천재 피아니스트라고 하지만, 이렇게 보니까 그냥 평범한 내 팬 같아. 어쩐지 기분이 들뜨는 걸.’


웃음이 가득한 병철의 얼굴을 보고 은혜가 갑자기 물었다.


“아빠, 기분 좋아?”

“기분 좋냐고? 갑자기 왜?”

“그냥.”


병철은 의아해하다 웃으며 은혜에게 대답했다.


“아빠는 은혜랑 있으면 늘 기분이 좋아.”

“와아, 나돈데!”


은혜는 병철의 목을 꼭 끌어안으며 활기차게 말했다.


“아빠, 그럼 앞으로도 은혜랑 늘 같이 있자!”

“그래!”


병철도 환하게 웃으며 은혜를 꼭 끌어안았다.

그날, 그 꿈을 꾼 이후로 마음이 묘하게 후련해지고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앞으로도 은혜를 더욱 행복하게 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언제나 함께야.’


병철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은혜와 함께 걸어 나갔다.


작가의말

끝까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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