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 회귀 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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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달
작품등록일 :
2021.03.1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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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7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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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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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아가레스를 죽이려는 자] (2)

DUMMY

================



이것도 인연인데 밥이나 한 끼 먹자고.

혈겁의 구울이 제안했다.

혈겁은 암살자계의 아이돌이다. 존경할만한 대선배라는 말이 더 적확할지도 모르겠다.

델라와 델룬은 그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어디 식당으로 가야할까 생각했다.

구울은 품속에서 다크디어 고기를 꺼내더니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술도 한 병 나왔다. 능숙하다.


“그나저나 구울이 식사도 하나보네.”

“위대한 구울 홀리 파이톤이거든. 미리 말해두자면 구울이 화장실도 간다.”

“와우. 구울이 화장실을? 그럼 거기도 있어?”

“닥쳐. 예의범절도 모르는 새끼.”

“궁금할 만 한데.”


델라가 씩 웃었다.

기본적으로 누나인 델라는 활기차고 말이 많았다.

델룬은 낯을 가리고 싹싹하진 못 했다. 남매가 반대의 습성을 타고 났다.

말을 하는 건 대부분 델라다.

곧 요리가 완성 됐다. 요리를 먹은 남매는 둘 다 놀랐다.


“맛있어.”

“정말. 최근 한 달 먹은 것 중에 제일 맛있는데.”

“혼자 지내다보면 요리는 늘게 되지. 해줄 사람이 없으니까.”


큼지막한 고기를 푹 찍어 으적으적 씹어먹는 구울이 물었다.


“근데 너넨 여기 왜 있냐?”

“그야 작전회의 하고 있었지.”

“무슨 작전?”

“무슨 작전이긴 무슨 작전이야. 아가레스 암살 작전이지.”

“으엥?”


멈칫.

달그락.

식사를 맛있게 하던 구울의 손이 멈췄다.

곧 포크가 덜커덩 손에서 벗어나 식기에 떨어졌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 아가레스 암살 작전?”


동공지진.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가더니 중얼거린다.

그게 벌써 있을 일이던가.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되었나?

그 반응에 델라도 크게 당황했다.


“뭐, 뭐야! 모르고 있었어?”

“아, 알고 있었지!”

“개소리 집어쳐! 누가봐도 모르고 있었구만! 아가레스를 죽이라는 임무를 받았다고. 혈겁인데 그 정돈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

“누나. 멍청하게 임무를 떠벌린 거 같은데. 이거 완전 임무 실착인데?”

“......시, 시끄러. 혈겁이라면 그 정도는 알고 있을 줄 알았단 말야. 야! 구울 똑바로 말해! 마음만 먹으면 알 수 있는 거지?”

“아, 알 수 있지 그럼 그럼 마음만 먹는다면 그, 그, 그 그 정도 정보쯤이야. 사실 이미 아가레스 암살 작전이 있는 건 알고 있었다고!”

“그렇대잖아! 델룬!”

“누나. 저게 지금 당연히 알 수 있다는 표정으로 보여?”


동생아 분위기를 읽어 줘. 팩트폭행은 안 돼.


분위기가 거칠었다.

일기장도 거칠게 펄럭이고 있었다.

구울은 일기장을 보더니 험악해지더니 외쳤다.


“닥쳐!”


일기장이 날아다니는건 신기했지만,

빈 일기장에 화내는 혈겁을 보니 델라는 혈겁 구울의 판단능력이 더 의심스럽다.


“칼리토?”

“칼리토를 갑자기 왜 불러! 아, 나였지. 그래. 왜!”

“......”


그리고 지 이름도 헷갈려 한다.

델라와 델룬은 할 말을 잃었다.

구울은 머쓱했다.


“가명을 쓴지 오래 돼서 그래, 칼리토 이름 못 들은 지 일 년은 됐다.”

“그런 걸로 하자, 더 파고들어봐야 피곤하니까.”

“더 파고들면 치부가 밝혀지니까 부끄러운 거겠지, 누나. 내가 지 이름도 모르는 저런 사람한테 당했구나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말이야.”

“우리 동생, 못 할 말이 없네?”

“더 말해줘? 혼잣말 많고 일기장이랑 대화하는 머리에 탈모 있는 어디 불쌍한 구울한테 심리전에 말린 안타까운 우리 누나는 ‘그 이하’라고도 할 수 있지.”

“이게!”

“아파. 아파. 아파파팟!”


동생의 발칙한 말에 델라는 그의 머리채를 잡아 뜯는다. 옆에서 조곤조곤 팩트 폭행 당한 구울은 잘한다고 손뼉을 쳤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셋은 이 사안에 대해 더 이상 말을 삼갔다.

금기어가 되었다.


델라는 고기를 뜯으며 생각했다.


‘내가 더 강하기만 했어도 협박을 해서라도 입을 막았을 텐데 내가 더 약하네.’


남매가 둘이 덮쳐도 도저히 저 구울을 이길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름 둘 다 일류 암살자인데 말이다. 혈겁은 과연 혈겁이다. 또라이 같지만.


‘이걸로 정보가 새 나가서 실패하면 손가락 두 개쯤 잘리려나? 어쩌면 왼손 손목위로 날아가겠는데.’


고기 씹으면서 하는 생각이 대담하다. 표정변화가 그다지 없는 것도 쿨하다.

델라는 그저 그가 적당히 비밀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밥만 먹고 얼른 헤어지자.’


저건 또라이니까 별로 상종하고 싶지 않았다.



10분 뒤.



“아, 잘 먹었어.”

“잘 먹었어, 아저씨.”


각각 델라와 동생 델룬의 말이다.

그들은 밥만 먹고 바로 헤어지려 했다.

구울이 술병을 흔들었지만 쳐다도 안 봤다.

이거 기가막힌 술이라고 타일렀지만 델라와 델룬은 외면했다.


떠나려고 하니까 구울은 질척인다.


“아, 같이 다니자. 응? 내가 잘해줄게.”

“내가 시체 페티시가 있다고 해도, 당신은 좀 아닌 거 같아.”

“야이, 시체 페티시가 있으면 나만큼 쌔끈한 구울이 어딨냐! 지금 마차 떠나면 다시 못잡는다.”

“안 잡아. 이제 우리 헤어지자.”

“아, 좀. 왜 그렇게 싫어하는데.”


구울의 질척임에 동생이 같이 다니기 싫은 이유를 조곤조곤 말했다.


“혼잣말 하는 아저씨. 자기 이름도 모르는 아저씨. 일기장한테 중얼거리는 아저씨. 머리에 탈모 있는 아저씨. 그러니까 상종하기 싫은 아저씨.”

“뭐 이 새끼야!? 너 혈겁 한테 못하는 말이 없네. 게다가 나 풍성충이야!”

“어딜 봐서 탈모 아저씨.”

“이게 머리를 뜯어서 보여줄 수도 없고 거참.”


티격태격 댔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남매는 구울과 헤어질 생각만만이었다.

구울은 이대로라면 헤어짐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


작전을 바꿨다.

매달리다가, 근엄해졌다.


“이봐. 나랑 헤어져도 되겠어?”


그의 무게 잡는 말에 델라는 불안해졌다.

그에게는 임무가 누설되었다.

약점이 잡힌 셈이다. 델라도 진지해졌다.


“작전을 방해할 셈이야?”


침이 꿀꺽 넘어갔다.

그의 대답에 따라, 작전실패로 델라의 손가락이나 손목이 잘릴 수 있다.

구울이 말했다.


“아니. 작전을 도와줄 셈이다.”

“엥?”



한없이 진지하게 말한다.


“사실 내가 네 임무 목표인 아가레스가 어딨는 지 알고 있다.”

“!?”

“이 일기장은 사실 마도구야.”


그가 일기장을 꺼내들었다.

여태껏 익히 보았던 일기장이다. 자기 스스로 움직이고 펄럭이는 일기장이 보통일 리가 없다.

그 일기장과 대화하는 구울은 더더욱 이상하고 말이다.


“이 일기장이 펄럭였던 거 기억하냐? 아가레스라느 말이 나왔을 때 펄럭였지. 무엇을 숨기랴. 사실 이건 특정인물의 기운을 따라가는 아티팩트지. 아가레스의 기운 또한 이걸로 쫓아갈 수 있다.”

“!!!”


델라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정말 가공할 마도구다

저 말대로라면 아무리 숨더라도 저 마도구 하나면 숨을 사람 하나 없는 것 아닌가.


“원하는 위치를 가리켜주지. 이를테면. 일기장아. 아가레스. 대 귀족 아가레스의 기운을 추적해 줘.”


구울이 일기장에게 명령했다.

일기장이 저항하듯 펄럭였다.

그러자 일기장 종이를 북 찢었다. 저항한다. 더 북북 찢었다.

그러자 일기장이 두둥실 떠올라 한군데를 가리킨다. 가리키는 모양도 할 수 있다니 신묘한 일기장이다.


“아, 일기장을 찢는 건 아티팩트를 발동하는 술법이야. 어려운 부탁일수록 많이 찢어야 하지.”


일기장이 저 말에 뭔가 움찔했다. 묘하게 심리가 보이는 신기한 일기장이다.


델라는 멍하니 그것을 지켜봤다.

머리가 복잡하다.

옆에서 동생이 명쾌하게 정리해준다.


“누나. 저거 약 파는 아저씨야.”

“......”

“누나. 저거 믿어? 믿으면 저 아저씨 미만.”


누나는 동생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아파아파 아파팟


구울은 두 남매의 눈치를 봤다.

이것조차 잘 먹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구울이 말했다.


“아, 혈겁의 칼리토가 아가레스 찾아준다고. 나 떼어놓고 갈 거면 나보다 강하든가!”

“......”



그들은 함께 다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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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5장 [델라 남매] +1 21.06.18 57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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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5장 [추격] 21.06.13 52 2 6쪽
44 5장 [아가레스를 죽이려는 자] (4) 21.06.10 62 4 11쪽
43 5장 [아가레스를 죽이려는 자] (3) 21.06.04 57 4 8쪽
42 5장 이상한 놈들 21.06.01 66 5 10쪽
» 5장 [아가레스를 죽이려는 자] (2) 21.05.25 65 3 8쪽
40 5장 [아가레스를 죽이려는 자] 21.05.24 87 5 12쪽
39 짜깁기 추가편 21.05.21 93 2 9쪽
38 4장 [돌란 영지] 5 21.05.21 95 4 15쪽
37 4장 [돌란 영지] 4 +1 21.05.16 103 8 12쪽
36 4장 [돌란 영지] 3 21.05.16 123 3 11쪽
35 4장 [돌란 영지] 2 21.05.16 116 3 7쪽
34 4장 [돌란 영지] 21.05.13 113 4 11쪽
33 4장 [은검] 3 +2 21.05.11 122 7 9쪽
32 4장 [은검] 2 +1 21.05.08 119 8 10쪽
31 4장 [은검] +1 21.05.08 147 5 9쪽
30 4장 우리 정말 처음 봤던가요? +1 21.05.03 138 5 10쪽
29 3장 / 4장 여는장 21.05.01 130 4 8쪽
28 폭죽놀이 +1 21.04.28 121 7 11쪽
27 동상이몽 (2) 21.04.27 149 4 8쪽
26 [동상이몽] +2 21.04.25 136 5 10쪽
25 [입안자는 모르는 계획 3] +1 21.04.25 143 3 8쪽
24 입안자는 모르는 계획 (2) +2 21.04.21 195 9 9쪽
23 입안자는 모르는 계획 (1) +1 21.04.19 199 10 11쪽
22 3장 위대한 아가레스 (2) +6 21.04.16 264 23 9쪽
21 3장 위대한 아가레스 (1) +3 21.04.15 235 1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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