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 회귀 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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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달
작품등록일 :
2021.03.16 20:15
최근연재일 :
2021.06.27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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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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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장 [아가레스를 죽이려는 자] (4)

DUMMY

==========



델라는 수풀을 헤치고 나아갔다.

주변을 둘러본다. 기감을 열자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약속된 장소다.


“테인?”


그녀가 허공에 말을 했다.

그러자 나무 위에서 인영이 하나 나타난다.

산한 인상의 마인이었다.


“잘 지냈어?”


델라는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와. 무슨 일이야? 그렇게 다급하게 메시지를 날리고?”


날아들어온 메시지 마법은 그의 것인 모양이었다.

마인은 훌쩍 바닥에 내려왔다.


“급히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그렇구나.”


대체 무엇이 물어보고 싶어서 꽤 멀리까지 나온 이곳에 왔을까?

의아한 느낌이 들었지만 의심하진 않았다.

델라는 테인을 오래 알았다.


테인은 암살자들의 아이돌, 혈겁의 일원이다.

혈겁에서 잘 아는 사람이라고 했던 이가 바로 테인이었다.

이전에도 몇 번이나 요긴한 정보로 도움을 받았었다.

물론 ‘정보료’는 내긴하지만, 비즈니스적 파트너로서는 신뢰하고 있다.


‘그나저나 테인도 칼리토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


델라는 같이 다니는 혈겁에 대해 생각했다.

벌써 그녀는 둘의 혈겁을 안다. 아이돌을 둘이나 안다.

물어보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해졌다.

그전에 테인이 물었다.


“그나저나 누구랑 같이다니고 있더라?”

“아, 알고 있어? 칼리토랑 같이 다니고 있어.”

“칼리토 말이지?”

“맞아. 정말 능력이 대단한 구울이야. 혈겁의 칼리토라는데 알고 있어?”


델라는 칼리토에게 잠깐 지도도 받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테인의 눈썹이 올라갔다. 이내 사라진다. 씩 웃었다.


“혈겁의 칼리토. 알지. 잘 알고 있어.”

“역시 너도 아는 혈겁이구나.”


그만한 능력의 혈겁을 테인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직 그가 왜 왔는지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일단은 줄게 있어.”

“뭔데?”


그가 오른손을 꽉 쥔 채 들어올려 흔들었다.

쳐다보았지만 꽉 쥔 손안에 뭐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테인은 웃으면서 다가왔다.

지척의 거리였다. 그가 오른손을 펼쳤다.

그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푹.

그런데 배에 깊숙한 고통이 느껴졌다.


테인은 오른손으로 시선을 유도하고 왼손의 단도로 델라를 찔렀다.


“ㅇ..왜...?”

“뭘 모른다는 눈치야. 배신자가. 네가 같이 다닌 놈이 아가레스잖아. 목표랑 같이다니면서 흔적을 지우고 있어?”


델라의 눈이 흔들렸다.

테인은 어쩌면. 어쩌면 그녀가 모를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관없다. 적을 돕는 배신자인 것은 다름이 없다. 그들을 죽이면 추적에 더 용이해질 것은 틀림없다.


그는 배 속에 박은 칼날을 비틀었다.

델라의 눈이 크게 뜨여지며 비명을 질렀다. 테인은 무정하게 쳐다본다.


“칼리토는 무슨. 칼리토는 지금 본부에 있는 걸 확인하고 왔는데. 그리고 칼리토는 구울이 아닌 데스스토커야.”


테인은 왼손의 단검을 놨다.

오른편에 있는 검에 손을 가져간다.


“잘 가.”


순식간에 발검했다.

테인은 델라의 머리를 날렸다.




테인은 숙련된 검사다.

혈겁은 암살자들의 정점이고, 그는 정보특화이긴하지만.

검술에 있어서도 일가견이 있다.

최소한 눈앞에 있는 개체의 목 하나 못 벨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감각이 없었다.

테인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누구냐.”


주변은 고요하다.

테인의 물음. 그에 답이 있었다.


“다짜고짜 칼질이라니, 거 살벌하네.”


한 구울이 나무 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구울이 말했다.


“혈겁의 칼리토라고 한다.”



========



테인은 식은땀이 흘렀다.

깨닫고 나서는 앞에 있던 델라가 사라졌다.

정말 순간이었다. 최소한 상대가 자신보다 실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려움이 일었다. 그것은 높아진 언성으로 나타났다.


“혈겁의 칼리토는 데스스토커다! 네가 칼리토일리 없다!”

“혈겁의 칼리토의 미래의 가능성일수도 있지.”

“개소리 하지마라!”


테인이 외쳤다.


“보아하니! 네가 아가레스구나! 칼리토를 사칭하는 구울이 있다더니, 바로 네가 아가레스였어!”


격정적인 반응이다.

그에 대응하는 구울은 정적이었다.

품속을 뒤적이더니 단검하나를 꺼내 날카로움을 빛에 반사시켜본다.

아주 느긋하게.


“야.”

“뭐, 뭐냐!”

“지원군은 없어.”

“.......”

“네가 그렇게 크게 외친다고 한들 지원을 올 주변 녀석들은 모두 없다는 이야기다.”


구울이 테인을 똑바로 본다.

구울의 껍데기는 변화가 없었지만,

씨익 웃은 것 같았다.


“모두 죽였거든.”


테인은 솜털이 곤두섰다.

그의 발이 본능적으로 뒤돌았다.


‘도망쳐야 해.’


그가 발을 놀렸다.

그런데 발목이 화끈했다. 감각이 사라졌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시선이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져내렸고

초목 속에 방울방울 퍼지는 핏방울이 보였다.

그의 발목이 베여있었다.

테인은 이것을 안다. 암살자라면 다 안다. 절삭력이 높은 실로 이루어진 발목트랩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테인도 암살자라는 것이었다.

그가 눈치도 채지 못할 순간에 이미 트랩이 설치되었다는 것이다.


‘대체. 어느새?’


미친 암살기술이다.

이건 암살기술을 배웠다는 수준이 아니라, 암살기술 그 정점이나 다름없다.

한 가지 생각했다. 흔적을 지운 건 고작 시에르 혈단의 델라자매 따위가 아니다.

오로지 아가레스 혼자서 해낸 것이다.


아가레스는 그들의 생각과는 다를지도 모른다.

고작 구울 따위가 아닐지도 모른다.


“암살자라면, 항상 평정을 유지하라고. 깨지는 그 순간이 허점이니까.”


어느새 그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테인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구울은 장막 안으로 돌아왔다.

투명 장막이다. 그 안에 몸을 숨기고 있던 델라가 있었다.

델라는 묘한 표정으로 구울을 바라본다.

그녀는 알게되었다.


구울은 칼리토가 아니다.

그리고- 아가레스 일지도 모른다.

많은 의문점이 들었지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구울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델라에게 다가갔다.


“상처치료 한다.”


그녀가 헝겊으로 움켜쥐고 있는 복부를 풀었다.

아까 응급조치를 해놨지만 오래 두면 위험하다.

복부에 꽂혀있는 단도가 보였다. 파열된 근육에는 검은 물이 고여 있다.

배에 꽂혀있는 단도에 손을 댄다. 델라가 식겁했다.


“빼, 빼낼려고?”

“그럼 칼 꽂은채로 살아갈래?”


틀린말은 아닌데. 배에 칼꽂히고 그걸로 한번 비틀었던거다.

그걸 뺄 때 얼마나 큰 고통이 찾아올까. 저도 모르게 울상이 되었다.

그에 오히려 구울은 악동처럼 씨익 웃었다. 껍데기니까 표정은 안보이지만 분명 웃었다 저거.


“이 악물어.”

“조, 조금만 마음의 준비를...”

“싫어.”

“흐익!”


촤악.

복부의 칼을 빼냈다.


그런데 당차게도 델라는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그녀의 인내가 강해서일까?

아니다.


“어라? 고통이 없어.”


그녀의 복부는 피를 게워내고 끔찍한데, 남의 사진을 바라보듯 고통이 없었다.

구울은 빼낸 칼을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그럼 아플 거 뻔히 아는데 조치도 안취할까봐? 통각 마비 마법을 걸어놨지.”

“천잰데? 미리 좀 말해줬으면 놀라지 않았을걸.”

“겁에 질린 표정이 재밌어서.”


구울은 회복마법을 썼다.

손에 빛이 어렸다.


“신성의 회복.”


흉측하게 허물어졌던 배의 상처가 빠르게 아물어갔다.


“흉터는 나중에 지워줄게.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까.”

“구울이 회복마법을 쓴다고?”

“위대한 구울 홀리 파이톤이니까.”


구울이 일어섰다.

더 이상 아픔은 없었다. 델라도 일어선다.

구울은 이동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델라는 구울을 멍하니 바라본다.


“왜 그래? 이제 네 동생도 위험해. 이제는 빠르게 이동해야해.”

“아가레스.”

“......”

“아가레스 맞지? 아가레스라고 생각하니까. 꽤 이상했던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은데.”


구울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 왔다고 생각했다.


“고작 혈단에 불과한 우리에게 아가레스를 죽이라고 명령이 떨어졌던 것. 아가레스가 구울로 전락했기 때문에. 구울치고는 너무나 강했던 것. 아가레스이기 때문에. 개인치고는 너무나 큰 정보를 알고 있었던 것. 아가레스가 구울. 이라고 하면 모두 이해가 돼.”


시에르 혈단의 델라.

그녀는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쥐었다.

구울을 바라본다.

구울도 맞춰 단검을 꺼냈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아.”


단검을 꺼내들었지만, 구울을 향해 겨눌 순 없었다.


“왜 우리를 가르쳐 준거지? 왜 나를 구해준거야? 왜. 우리랑 즐겁게 어울려다닌 거야.”


델라는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구울은 델라에게 다가갔다.

델라는 구울이 다가오자 물러선다. 암살대상을 두고 암살자가 물러선다.

구울이 그녀의 단도에 목을 슥 들이대자 놀라며 손을 뺀다.


“뭐하는 거야!”

“너야 말로 암살대상이 죽어주려는데 왜 단도를 뒤로 빼는데.”

“......”

“델라. 생각해 봐. 어차피 넌 시에르 혈단에서 배신자가 되었어. 혈단과 혈겁이 너넨 죽이려 한다고. 그럼 살아남으려면 혈단을 벗어나 다른 곳에 의지해야 돼. 그런데 어머나. 좋은 거처가 될만한 곳이 있네?”


구울이 스스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델라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구울이 손가락 세 개를 들어올렸다.


“질문 세 개만 받는다. 그 뒤론 안 받아. 우리 급해. 너랑 너 동생 모두 살려면 빨리 움직여야 해.”


델라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알고보면 정기연락이 오지 않았다.

메시지 마법을 의도적으로 눈앞의 아가레스가 차단했을지도 모른다.

배신자로 낙인 찍히도록 눈앞의 구울이 의도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얻는 이득이 뭐지?

무엇을 위해 델라 남매에게 접근한 것 인가.


델라는 손가락 세 개를 빤히 바라본다.

입을 열었다.


“너는 아가레스야?”

“맞아.”


손가락이 하나 접혔다.


“우릴 이용한 거야?”

“맞아. 이 상황을 유도했지.”


손가락이 두 개 접혔다.

두 개의 질문이 순식간에 솜사탕처럼 녹았다.

이용했다고 긍정했다.

델라는 잠깐 현기증이 돌았다.


마지막 질문이다. 델라는 좀 더 건설적인 의구심이 많았다.

현재 그들은 배신자고,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요건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고, 혹은 아가레스의 전락과정에 대한, 아주 깊은 정보에 대해서 궁금증이 일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마지막 질문은.

가장 궁금한 것은. 구울과 그들의 관계였다.

어쩐지. 그것만이 쓰라렸다.


“우릴 이용한 목적이 뭐야.”


구울은 어째서 델라 남매에 개입했는가.

마지막 손가락이 접혔다.


“너네를 도와주려고.”

“뭐?”


구울이 델라 남매를 이용했다.

시에르 혈단과 오해가 생기게 만들었고, 배신자로 만들었다.

지금은 목숨을 위협 받는다.

그런데 도와주려고 라고?


아귀가 맞지 않는다.

말장난인가 싶으면 구울의 분위기는 진지했다.


“못 믿어도 좋아. 하지만 분명한건, 너넨 지금 혈단의 배신자가 되었고, 빌어먹을 혈단을 나오지 않으면 못 배길 상황이지. 그리고 살아남으려면 당장 움직여. 움직여야 해. 분명히 말하지. 난 너네를 도울 거야. 그리고. 좀 더 ...”


행복하게 만들어 두고 싶다.

라는 말을 구울은 삼켰다. 남우세스러우니까.

구울이 손뼉을 쳤다.

짝.


“질문시간은 끝이다. 움직여. 시간 없으니까.”




==========


작가의말

최대한 빨리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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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5장 [델라 남매] +1 21.06.18 57 4 10쪽
46 5장 추격 21.06.13 65 4 10쪽
45 5장 [추격] 21.06.13 52 2 6쪽
» 5장 [아가레스를 죽이려는 자] (4) 21.06.10 62 4 11쪽
43 5장 [아가레스를 죽이려는 자] (3) 21.06.04 57 4 8쪽
42 5장 이상한 놈들 21.06.01 66 5 10쪽
41 5장 [아가레스를 죽이려는 자] (2) 21.05.25 64 3 8쪽
40 5장 [아가레스를 죽이려는 자] 21.05.24 87 5 12쪽
39 짜깁기 추가편 21.05.21 93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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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4장 [돌란 영지] 21.05.13 11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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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동상이몽] +2 21.04.25 136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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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입안자는 모르는 계획 (2) +2 21.04.21 195 9 9쪽
23 입안자는 모르는 계획 (1) +1 21.04.19 199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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