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 회귀 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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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달
작품등록일 :
2021.03.1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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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7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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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9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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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장 [델라 남매] (3)

DUMMY

========


그의 목소리가 대지를 울렸다.


바사고가 아가레스를 따른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런데 동부 끝자락에서 갑자기 바사고를 부른다고 오겠냐고.

무슨 순간이동 능력자야?


생각했는데 저 하늘에서 빛줄기가 하나 내려왔다.

초고속으로 이동한다 싶더니만 이쪽을 향해 유성이 떨어져내렸다.

콰광! 먼지를 흩날리며 떨어져 내렸다.

손을 한번 휘저었다. 흙먼지는 사방으로 흩날렸다.

그 속에서 혼자 미남 백작의 실눈이 모습을 내비친다.

바사고다.


“콜록콜록. 야 이시끼, 먼지 다 날리잖아!”

“아차, 죄송합니다. 아가레스님.”


그가 다시 손을 휘젓자 먼지가 수직상승하여 어딘가로 사라진다.


“미, 미사일이냐고...”

“부르면 진짜 오냐고...”


악마 중 누군가가 두려워하며 말했다.

말하니까 온다.

아가레스는 새삼스럽지 않은 눈치다.

저 스토커는 언제 어디서나 그를 주시하고 있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소름끼친다, 진짜.


하여튼 좌중은 그 미사일에 잠시 멈췄다.


“바사고? 바사고라고!?”

“미친! 절대자가 왜 갑자기 나타나는데!”


멈출 수밖에 없다.

그는. 마계의 절대자 중 하나. 남부의 변경백. 바사고다.


바사고는 주변을 보았다.

귀족청과 아가레스 일행이 대치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귀족청을 향해 몸을 돌렸다.

놀랍게도, 단 한사람의 몸짓에 수백의 몸이 움찔했다.


“위대한 아가레스시여.”

“눈앞의 모든 적을 죽이면 되겠습니까?”


바사고 광오한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것은 허언이 아니다.

변경백 바사고. 마계의 절대자.

그의 참전 하나만으로 판도는 거대하게 바뀐다.

손가락하나로 수십의 마족이 격살당하고 손짓한번에 한쪽의 진영이 붕괴할 수 있다.

모두는 침을 삼켰다. 목숨 줄을 잡고 있는 절대자 아닌가.


단숨에 전황이 뒤바뀌었다. 귀족청 수백이 공포에 질렸다.

그들은 아주 간단하게 아가레스의 수급을 가져갈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모른다.

이곳 귀족청의 전부의 목숨을 걸어야만 아가레스의 목숨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가레스는 고개를 저으며 발작했다.


“닥쳐! 네 도움을 받았다가 나중에 어떤 참혹한 대가를 치루려고!”

“...이 바사고. 위대한 아가레스를 따르는데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습니다.”

“악마가 하는 말을 믿으라고?”

“실례이오나, 아가레스께서는 남부 모든 악마, 마족들의 총수, 아가레스십니다.”

“닥쳐!”

“예.”


그가 몸을 풀며 앞으로 나섰다.


“이 새끼들은 내가 정리한다.”


어줍잖았다. 쓸데없는 똥고집이다.

아가레스가 강하긴 했으나, 그저 강한 정도다. 모두를 해치울 능력은 없었다.


바사고도 그것을 안다. 현재의 아가레스는 꽤 강하다.

하지만 저쪽에는 그 아가레스만한 무력을 지닌 자가 셋이나 있다.

그 밑의 수하는 무수하다.

그에 반해 이쪽의 전력은 무력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주민들에 특급 암살자 둘. 아가레스 휘하의 병력 십 수 개체. 상대가 되지 않는다.

바사고가 말했다.


“외람되오나, 전력의 차가 여실하여...”

“닥치라고.”

“예.”


아가레스는 앞으로 걸어간다.

그의 오른 손목에 있던 팔찌를 하나 풀어냈다.

뭔가 크게 변하는 것은 없었다.

다만.


여태껏 아가레스는 외부의 기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외부의 기를 끝없이 흡수하기 시작한다.

공기가 들어가는 풍선처럼. 그것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터질 듯한 풍선처럼. 그것은 위태로워보였다.

그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분명 그때였을 것이다.

바사고의 붉게 눈이 빛나고 눈앞의 작은 인간을 경애하는 표정이 된 것은.


“바사고. 내가 널 부른 이유는 하나다.”

“하명하십시오, 위대한 아가레스시여.”

“만약 내가 여기서 죽으면, 또는 폭주해서 제 정신을 찾지 못하면. 뒤의 개체 모두를 수습하여 챙겨줄 것.”

“명을 받듭니다. 허면, 아가레스께서는? 정작 아가레스께서 생을 잃으시면 의미가 없습니다..”

“어차피 귀족청과 우리의 전력 차는 절망적이야. 이런 것도 못하면 죽어야지.”

“아가레스께서 생(生)을 거신다는 것을 납득은 못하나, 말씀의 요지는 이해했습니다.”

“그럼 간다, 시발.”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가레스는 그렇게 적진으로 홀로 뛰어들었다.

끝없이 마력을 몸안으로 흡수하며 그것을 마법으로 바꾸어 분출해냈다.

때론 검술이, 연금술이, 암살기술이 하나의 몸에서 폭풍처럼 뻗어나갔다.


그것은 곧 풍선이 커졌다가 줄어들며 터질 위험을 반복해 보는 이들에게 숨막히게 만들었다.


“저게... 대체.”


그것은 문외한도 매료시킬만큼 매혹적인 광경이었다.

그리고.


“생명이.. 생명이 움직인다. 아아- 아아- 위대한 아가레스시여.”


절대자 바사고는 홀린 듯이, 끝없는 존경을 아가레스에게 보내고 있었다.





========



========




발을 내리찍을 때마다 특급의 마법이 터져나갔다.

마법의 발동을 막고자 전사들이 접근하면 검술 또한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치졸하고 사악한 각도에서 암기가 빗발치면서 전사들이 쓰러진다.

수백의 인원이 접근도 못했다. 원거리도 어쩔 줄 몰랐다.

이상하다. 그는 분명 절대자의 경지에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저게 절대자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냐.”


귀족청의 코튼 후작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바사고가 직접 참전하지 않는다는 건 낭보였다.

하지만 저 날뛰는 아가레스는 비보다.

수백의 전력이 아가레스에게 압도되고 있었다.


수백의 개체는 이 상황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다.

바사고도 참전하지 않았는데 참패할 순 없다.


누군가는 저런 무위를 절대자도 아닌데 오래 지속할 수 없겠지. 장기전에서 해답을 찾았다.

누군가는 새로운 시도를 하며 빈틈을 찾았다.


그리고 누군가는 해답을 주민들에게 찾았다.

아가레스의 행적에서는, 그가 모든 이의 시선을 잡아끄려는 목적이 보인다.

주민들을 지키려는 의도가 어렴풋이 보였다.

그들은 주민들의 안위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지만.

주민들을 학살하고 시선을 분산시키면, 저 아가레스에게도 허점이 드러날 것이다.


지휘관 하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코튼가 4대대는 적의 후방을 기습하라! 모든 이를 말살하라!”


일부 마족들이 아가레스가 아닌 그 뒤를 넘봤다.


아가레스는 그것을 느꼈다.

그는 여기 있는 모두를 막을 순 없었다.

뒤를 향해 외쳤다.


“라인을 지켜!”


고작 십 수 명밖에 되지 않는 아가레스의 부하들이 병장기를 들었다.

치고 들어오는 적을 방어한다.


하지만 실력적으로도 밀렸고 이미 지쳐있었다.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 했다. 두셋의 목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위태위태했던 방어선이 뚫렸다.


귀족청의 기사가 난입했다.


“으악!”

“살려줘!”


모두 한가락 하는 귀족청의 날고기는 기사들이다.

전투능력도 제대로 없는 주민들은 학살당한다.


델라는 점차 다가오는 귀족청의 기사들을 보며 말했다.


“이런, 전장이 이쪽으로 옮겨 붙었어. 이제 그만 도망가자, 동생!”


누나는 동생의 손을 끌었다.

허나 동생은 움직이지 않았다.

말뚝처럼 그 자리에 박혀.

학살당하는 주민들을 똑똑히 바라봤다.


“동생!? 여기는 위험해! 어줍잖은 생각을 하다간 정말 생명을 잃을 수도 있어!”


누나가 동생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전황은 험악해지고 있었지만 바사고는 하늘에 떠서 그저 관망만한다.

아가레스는 그런 바사고를 보고 더욱 이를 악물었다.

저 사이코는 주민들의 생명. 기사들의 수백의 생명따위는 가치도 없을 거다, 분명.

내킨다면 수천의 수만의 악마들도 학살하는 게 바사고다. 결단코 믿을 것이 못 된다.


바사고의 참전은 없다.

그 사실이 누나의 마음을 다급하게 했다.

그녀는 동생을 설득하고자 했지만.


동생,

델룬의 심장이 뛴다.

주민들의 피가 하늘 높게 솟아오르는 게 느리게 보였다.

심장이 멈출 때마다, 자신의 맥박이 크게 들렸다.


분명 바로 옆에서 외치는 건 누나의 목소리인데, 그것은 멀리 들렸다.

이상하게도 저 멀리서 외치는 아가레스는 목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지켜야 한다고. 살아남아야 한다고.



그 외침 하나하나가 소년의 귓전에 울렸다.


동생의 눈에 파란색 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델룬은 그 선을 막연하게 지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스태프를 휘저었다.


샤샤샥


“!”


신나게 주민을 학살하던 마족은 위험을 느끼고 몸을 뒤로 움츠렸지만 늦었다.

누군가는 팔이 베이고 누군가는 팔이 베였다.


“적이다!”

“조심해!”


학살하는 마족들은 경계를 외쳤다.

하지만 늦었다.

어느 순간 그들은 거대한 얼음 송곳에 전신이 뚫려있었다.

주민들과 적아를 가리지 않고 뒤엉켜 있었는데, 정확하게 그들만 꿰뚫었다.


주민들 사이로 거대한 기류가 흐른다.

모두의 시선이 그 기류를 향해 한곳으로 모인다.


그곳에는 델룬이 지팡이를 그들에게 뻗고 있었다.

난입했던 기사들은 모두 죽었다.


델룬은 지팡이를 좌에서 우로 그었다.

불투명한 장막이 주민과 귀족청의 사이를 갈랐다.

델룬의 기존 허용치를 넘는 막대한 마력이 그곳엔 담겨 있었다.


“델룬?”


누나는 동생의 변화를 눈치 챘다.

동생의 한계가. 깨져있었다.

무언가를 넘어서고 있었다.


델룬의 눈은 적안으로 빛나고 있었다.



델룬.

델룬은 외쳤다.


“여기서부터는 내 영역이야. 내 영역안의 누구든! 목숨을 거둬가려면 이 사신한테 허락을 먼저 받으라고!”


암살자가 수호자로 각성하는 순간이었다.




=============




좋은 꿈이었다.

마치 영웅의 역사서 한 페이지를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꿈의 깨어남 또한 느닷없이 찾아온다.

눈을 끔뻑끔뻑인다.

누나의 등이 보였다.

누나는 자신을 업고 달리고 있었다.


“야! 니 동생 깨어났다. 제 발로 걸으라고 해라, 시벌. 바빠 죽겠는데 짐만 되네.”

“내 동생한테 말 함부로 하지 마!”


잠깐 멈췄다.

동생이 일어났으니

짧은 휴식시간도 겸해

직접 두 발로 달리게 하기 위해서다.


“괜찮아, 동생?”


누나가 말했다.

동생은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조금 어지럽다.


“여태 푹 잠만 잤는데 괜찮지 그럼 나쁘겠냐?”

“야 임마! 내 동생한테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델룬은 구울을 쳐다본다.

누나는 말했다.

그가 아가레스라고.


델룬은 아가레스를 방금 보고 왔다.

꿈속에서의 아가레스다.

다만 그 아가레스는 인간이었다.


‘그런데. 느낌이 비슷해.’


꿈속의 그것과 지금 현실의 그것을

방사형으로 겹쳐보았다.


크기는 비슷했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인간 아가레스는 구울 아가레스가 되었다.

몽롱하게 델룬이 툭 내뱉었다.


“구울. 혹시, 인간이야?”

“무, 무,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네. 누가 봐도 구울. 누가 봐도 위대한 구울 홀리 파이톤 아니냐?”


말한 델룬이 깜짝 놀랐다.

실제로 아무리봐도 구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꿈속의 아가레스라면. 상식을 벗어나는 마법을 다루던 그것이라면.

환술로 일급 암살자 한둘 속이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을 것이다.

델룬이 말했다.


“아가레스.”

“왜. 시벌.”

“그냥.”

“개 싱겁네. 중요한 때에. 빌어먹을.”


날선 아가레스의 반응에도

델룬은 말없이 웃었다.

아가레스는 얼척이 없었다.


“재수없게 웃지 마라. 지금 상황이 무슨 상황인줄 아냐?”



무슨 상황일까.


델룬은 어쩌면 맨 처음 만났을 때의 친밀감의 이유를.

그들에게 잘 맞았던 구울의 이유를 조금 알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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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5장 [추격] 21.06.13 52 2 6쪽
44 5장 [아가레스를 죽이려는 자] (4) 21.06.10 62 4 11쪽
43 5장 [아가레스를 죽이려는 자] (3) 21.06.04 57 4 8쪽
42 5장 이상한 놈들 21.06.01 66 5 10쪽
41 5장 [아가레스를 죽이려는 자] (2) 21.05.25 65 3 8쪽
40 5장 [아가레스를 죽이려는 자] 21.05.24 87 5 12쪽
39 짜깁기 추가편 21.05.21 93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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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4장 [돌란 영지] 4 +1 21.05.16 103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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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4장 [돌란 영지] 2 21.05.16 116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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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입안자는 모르는 계획 (1) +1 21.04.19 199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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