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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제로의 골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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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드
작품등록일 :
2021.03.17 13:23
최근연재일 :
2021.05.07 13:16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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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4,421

작성
21.04.1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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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제20장. 박스프리(box-free) 골키퍼

DUMMY

제20장. 박스프리(box-free) 골키퍼


하프타임. 한국팀 라커룸.


“최진욱! 후반 교체출전한다!”


우거지상을 쓰고 있던 최진욱의 입이 갑자기 떡 벌어졌다.


“저, 저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킨다.


“그래, 원래 이 경기는 너의 평가무대 아니었나? 이미 태민이의 합류는 확정됐으니, 이제 원래대로 너에게 기회를 줘야지.”


비릿한 미소를 띠며 일어선다.


‘크흐흐흐.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역시 감독님은 나를 버리지 않았어!’


최진욱이 이런 착각을 하게 된 건, 이치수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으로 발탁되기 전까지 현재 그가 소속된 전북현대를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이 찢어지고 있는 최진욱과는 달리 이 말을 들은 많은 선수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역적, 김수용의 얼굴을 노려본다.


‘이건.........위험신호다!’


차태민 대신 반드시 공격자원만 빼란 법은 없으리란 선수들의 우려가 현실화 되는 순간이었다.

결국, 대체불가능 자원인 골키퍼 자리를 제외하곤 그 누구라도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소리.


더구나 이치수 감독은 ‘닥공’ 감독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한 골 먹으면 한 골 더 넣으면 된다.’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공격지향적인 감독.

이제 강민우란 든든한 수문장이 있으니 보다 더 공격지향적인 축구를 구상하고 있다면,

공격자원보다 오히려 미들 또는 수비 자원이 그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컸다.


라커룸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나 이치수 감독은 내심 입을 함지박만하게 찢고 있었다.


차태민이 골을 넣는 순간 벤치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던 건 표정관리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선수들의 사기를 고려한 리버스(reverse) 표정관리.


물론 차태민의 태극호 승선이 무산되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만, 그보다는 강민우란 보배의 무한한 전술적 가능성을 발견한 기쁨이 훨씬 더 컸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지장(智將)!


사실 그는 수원삼성과의 경기 영상을 보는 순간, 이미 강민우의 골키퍼로서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일본 사이토 감독만큼 후하진 않았지만.


이런 골키퍼를 페널티킥 전담요원으로만 쓰는 건 정신병자나 할 짓이었다.

하지만 그는 강민우를 의도적으로 격하시켰다.

그리고 앞으로도 언론에는 적당히 격하된 평가를 흘릴 예정이었다.


그 이유는 조선호텔에서 실제 만나 본 강민우의 첫 인상.

한 마디로 정에 굶주린 단순무식한 놈, 조금만 정을 주면 자신의 간까지도 빼 줄 놈이었다.

특히 차태민을 향한 일편단심은 선죽교에서 철퇴 맞아 죽은 정몽주가 아닌가.


한창 성장기 때 감옥에만 있어서 그런지 정서적으로 아직 소년의 그것을 못 벗어나고 있었다.

이런 감화 받기 쉬운, 단순무식한 녀석들의 마음을 꽉 잡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엄하게 꾸짖은 후, 따로 불러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며 정다운 목소리로,


“쟈식, 아까 기분 많이 나빴지? 쟈식, 사실은 말야.........”


이러면 대부분 운동만 한 단순무식한 놈들은 진짜 눈물 찍~ 흘린다.


더군다나 이놈은 고아라고 했다.

자신이 강민우에게 있어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면, 향후 자신의 캐리어는 말 그대로 비상의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누가 아는가? 이번 월드컵이 끝날 즈음엔 ‘차태민 딜’이 ‘이치수 딜’로 바뀌어 있을지.


그래서 이놈의 마음을 꽉 잡기 전까진 더 이상 밖으로 내돌릴 생각이 없었다.

오늘 후반전을 포함해서 월드컵 본선 경기 전까진 더 이상 강민우를 경기에 출장시킬 의도가 없었다.

혹시 페널티킥 상황에서 ‘완타임 릴리프’ 개념으로 잠깐 교체해 줄 순 있겠지만.


별 인기도 없는 FA컵 수원삼성전, 이 한 경기만으로도 벌써 파이뇨란 왕파리가 한 마리 달라붙지 않았는가.


전술적인 측면에서도 이건 도움이 된다.

강민우 정도면 거의 전술핵 수준이다.

이건 즉 세계 그 어느 팀과도 해 볼만하다는 것.


핵이 무서운 건 최소한 양패구상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강민우가 있는 한, 양패구상(0대0)은 곧 승리를 의미한다.


‘크흐흐, 월드컵 조별예선리그에서 3무(승점3점)로 탈락하는 불상사만 생기지 않는다면.....’


무슨 무력시위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전술핵급 비밀병기를 적에게 노출시켜 상대팀이 미리 대비토록 하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물론 강민우 본인에게만은 이런 사실을 귀뜸해 줄 것이다.


“너만 알고 있어. 사실은 말야, 우리.... 속닥속닥...”


비밀의 공유만큼 사람 사이를 돈독하게 해주는 것도 없지 않은가.


실제 현장에서 본 강민우의 경기력은 정말 어이를 상실할 정도였다.

정확한 송곳 드라이브, 그 장엄한 함포사격(버저샷), 그리고 그 엄청난 주력이란.....

이치수는 어서 빨리 강민우의 100미터 기록부터 재봐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척 보기에도 여느 수비수 못지않은 안정된 볼 키핑능력,

달려드는 육중한 선수도 튕겨버리는 그 무지막지한 피지컬,

핵탄두 같은 중거리슛.


아직 22세라는 어린 나이란 걸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리베로 또는 윙백까지 겸직이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로 키워도 될 것 같았다.

과거 멕시코의 호루에 캄포스처럼 어쩌면 스트라이커까지도 무난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페널티 에어리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골키퍼!

그 엄청난 주력에 의한 신속한 복귀능력을 감안한다면,

어쩌면 '박스 투 박스(box-to-box) 골키퍼'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페널티 박스를 넘나드는 ‘box-free 골키퍼’는 가능해 보였다.


이런 골키퍼를 가지고 있다면,

1950년대 브라질 국대팀의 전매특허였던 철저한 공격지향적 포메이션 4-2-4까지도 가능하다.

맨처음 축구의 포메이션이 적용된 2-3-5까지 가능할지도 모른다.


아니, 기존 포메이션 이론 자체가 의미가 없다.

완전히 판을 다시 짜야 한다.

강민우라는 상식파괴에 철저히 맞춘 상식파괴 포메이션!


자신이 선호하는 공격축구 스타일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유럽팀을 상대로 한국 축구역사 상 최초로 4점 이상 차 대첩을 거두는 것도 꿈만은 아니다.


금상첨화격으로, 이 혹덩어리 차태민이란 놈도 아주 젬병은 아니었다.

일단 수치상으로 완벽했다.

자신이 훔쳐간(?) 한 골을 빼더라도, 왕따로 전반만 뛰어 1골, 1도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성적표.


이 혹덩어리가 전반을 통틀어 공을 잡았던 건 딱 4번.

그중 3번을 사실상 골로 연결시켰다.


1. 전반 16분. 송형준이 준 강한 패스를 못 간수해서 뺐긴 것.

2. 전반 27분. 강민우의 라인드라이브 송구를 받아 VAR 상황으로 연결시킨 슛.

3. 전반 41분. 김수용 골 어시스트 상황.

4. 전반종료 직전. 자신이 직접 감아차서 성공시켰던 16미터 대각선 골.


특히나 이 4번, 먼 쪽 포스트 위쪽 모서리에 정확히 가서 박혔던 16미터 대각선이 그려낸 곡선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있는 곡선이 아니었다.

자신조차(?) 내심 전율했을 정도로.


조기축구회 선수가 감히 흉내내기는커녕,

오히려 프리미어 리그 주간 베스트에 선정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아름다운 곡선이었다.


이래저래 이치수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표정관리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


후반, 차태민과 강민우가 빠진 한국은 총공세로 나선 덴마크에게 시종 밀리면서 2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역습상황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2, 3차례 맞기도 했지만, 한 차례 골대를 맞추는 불운까지 겹치며 득점에는 실패해, 결국 경기는 2대2 무승부로 끝났다.


강민우의 말대로 축구는 오직 골로 말함을 철저히 인식시켜 준 경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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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32 렌지임다
    작성일
    21.04.12 17:28
    No. 1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6 체인지드
    작성일
    21.04.12 17:45
    No. 2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joonsung..
    작성일
    21.04.12 23:52
    No. 3

    작가님..주인공 캐릭터가 이상합니다
    소년원에서 억압받고 불운하게 지내며 학업을 못해
    사회를 잘 모른다는건 알겠는데...

    사회적이지 못한거와 멍청한건 다른건데
    소년원 생활하며 오히려 더 나쁜물? 이 들어
    교활하든지 영악하던지 하면 이해하겠는데

    왜 주인공을 멍청하게 만드셨나요?
    어릴적 동생 아프다고 병원찾고 난리피운거 보면
    지능이 낮은것도 아닐텐데 작가님 캐릭터 설정이..
    읽다보면 답답함을 느켜 적어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6 체인지드
    작성일
    21.04.13 00:04
    No. 4

    강민우, 절대 멍청한 놈 아닙니다. 당장 다음 화부터 나오겠지만... 스포가 될 거 같아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오해하신 건 물론 제 부족한 글솜씨 탓이겠지요. 죄송하단 말씀드립니다. 소중한 의견, 길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죽 참조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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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23장. 유럽! 유럽! 1 (뜻밖의 제안) +4 21.04.15 695 12 11쪽
22 제22장. 10년간 준비된 치밀하고도 잔인한 복수극의 서막 21.04.14 683 13 9쪽
21 제21장. 강민우의 태극기 모독 사건 +2 21.04.13 714 12 12쪽
» 제20장. 박스프리(box-free) 골키퍼 +4 21.04.12 706 12 8쪽
19 제19장 반역의 피 +2 21.04.10 720 12 13쪽
18 제18장. 아름다운 비행 2 +4 21.04.09 706 11 14쪽
17 제17장. 아름다운 비행 1 +2 21.04.08 724 11 15쪽
16 제16장. 라리가의 명장 파이뇨 감독이 내한한 진짜 이유는... +2 21.04.07 738 12 16쪽
15 제15장. 안 서면 지는 거다. +2 21.04.06 763 12 14쪽
14 제14장. 동키호테 21.04.05 755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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