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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제로의 골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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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3.1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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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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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미스터 제로

DUMMY

제2장. 미스터 제로


4월 말.

나뭇가지 사이사이 남아있던 잔 낙엽들이 쌓여있던 눈처럼 우수수 날려 떨어졌다.

비가 오려나 보다. 식물들의 향이 짙어진다.

바람결에 라일락 내음이 실려 왔다.


성미동 조기축구회는 강민우 골키퍼의 압도적인 활약에 힘입어 드디어 대망의 FA컵 4라운드에 올라 수원삼성과 그 첫 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이는 한국 조기축구회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로 연고지인 성미동 주민들 사이에선 큰 화제를 몰고 왔지만...


<성미동 조기축구회 vs 수원 삼성> (FA컵32강전)


“오늘 경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SBS 스포츠 이동재 캐스터는 왠지 힘이 없어 보이는 눈빛이다.


“이 경기는 뭐 솔직히 결과보다는 과연 어떤 형태의 축구경기가 펼쳐질까에 더 관심이 가는 경기인데요...”


해설위원 박준성은 말하면서도 연신 자료들을 뒤적인다.

사실 그는 자신의 해설위원 인생 최초로 어젯밤 숙제를 안 했다.

아무런 대비 없이 그냥 중계석에 앉은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차가 밀리는 바람에 방송시간에 펑크를 낼 뻔했다.

허겁지겁 경기장에 들어서서 긴장했던 스텝들에게 사죄도 하는 둥 마는 둥 오던 길로 마이크를 잡았다.

역시나 재수 없는 날.


세월 앞에 죽죽 밀려간다는 생각...

올해는 대망의 월드컵 100주년, 2030 중국 월드컵이 열리는 해.


그러나 이번 월드컵 때도 분명 스타플레이어 출신 해설위원 송영환에게 밀릴 것이다.

특히 한국팀의 경기는 죄다 송영환이 맡을 것이고,

자신은 오늘처럼 맥 빠진 경기의 패전마무리(?) 해설위원으로 쓰일 것이다.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한 채 평소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목소리를 억지로 한 옥타브 높인다.


“.... 일단 수원삼성 입장에서는 텐백이라는, 정말 비정상적인 전원수비 포메이션을 깨야 하는 상황인데요.

그러자면 아무래도 일단 원톱이 수비라인을 밀어주는 역할을 하고,

전체적으로 20미터 슛을 노리는 전략이 주효할 듯합니다.

또 완전한 밀집이 되면 원톱 혼자 해결한다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2선과 측면 쪽 선수들이 공간을 넓고 길게 벌려줘야겠죠?“


틀에 박힌 말들, 약 파는 앵무새 같단 생각을 한다.

정신줄 놓고 있어도 녹음테이프처럼 알아서 술술 나온다.

그때마다 물 먹은 솜처럼 힘이 빠지는 걸 느낀다.


“그렇네요. 뭐, 사실, 맥이 빠지는 경기이긴 하지만, 그런 형태적인 면에 관전 포인트를 두고 보시면 또 색다른 흥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수원삼성이 조기축구회라는 정말 순수 아마추어 팀을 맞아서 과연 몇 골이나 넣을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고요.

뭐, 시청자 분들끼리 스코어 알아맞추기 내기를 걸어 보시는 것도 재미있겠어요. 하하하.“


눈빛과 소리가 다른 공허한 웃음이었다.


(전반 2분)


“슛~~. 고올... 아! 골키퍼 손 맞고 아웃됩니다!

와~! 대단한 선방인데요?! 마치 막은 게 아니라 공이 저절로 강민우 선수의 손에 가서 맞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요!

특히 이번 건 정말 진짜 잘 찬, 골키퍼들이 가장 어려워한다는!... 무릎 바로 아래쪽을 강력하게 스치는 공 아니었습니까?“


이동재는 눈을 동그랗게 뜨지만,


“착각이 아니라 정말로 공이 가서 맞은 거죠?

야구에서도 힘껏 휘두르다 보면 가끔 공이 배트에 와서 맞기도 합니다!

하하하. 하늘도 감복한 걸까요? 행운까지 따라주는 성미동 팀입니다!“


하면서 박준성은 엄한 표정을 한다.


“하지만 다행히 운이 좋아 망정이지! 이런 장면은 역시 강민우 선수가 아마추어 선수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거기서는 누가 보든지 앞으로 나가서 각도를 좁혀 주어야 할 시점이었거든요!“


“그런데 강민우 선수, 그냥 가만히 제자리에 서서 이지훈 선수가 치고 들어오는 걸 구경만 하고 있었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프로와 아마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프로선수들이 축구로 먹고 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호탕하게 웃고 있는 박준성의 옆구리를 이동재가 당황한 표정으로 쿡쿡 찌른다.

어째 안 하던 지각을 할 때부터 이상했다.

15년 콤비 이동재는 박준성이 숙제를 안 해왔다는 걸 비로소 눈치 챈 것이다.


“어! 그런데 박위원님께서 준비해 온 자료를 보면은, 아주 특이한 사항이 하나 있는 것 같은데요?!”


자신이 준비해 온 자료를 펼쳐놓고 손가락으로 톡톡 친다.


‘고맙다 동재야. 역시 이놈은...’


“스~읍.....”


숨을 들이키는 척 자료를 빠른 눈으로 스캔한다.

왕방울만한 눈이 더 왕방울만 해진다.


“아~! 이 문제의 강민우 골키퍼 말입니다!

지난 1년간 무실점 행진 중임은 이미 알만한 분은 아는 사실이지만... 이게 말이죠.

승부차기에서조차 단 한 골도 먹은 기록이 없습니다!

전 어제 기록검토를 하면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옥타브가 절로 올라갔다.

정말로 깜짝 놀랐기 때문이었다.


“오, 그렇습니까? 그럼 이건 진짜 이상하리만치 대단한데요?!”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동재는 눈을 또 휘둥그레 뜬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생활인 축구에서 였다곤 해도 승부차기에서조차 무실점....

그것도 아니죠?... 이번 FA컵 예선라운드엔 K리그 챌린지 팀, 또 대학팀들도 있거든요...“


하면서 박준성은 눈매를 좁히며 제 턱을 쓴다.


“... 음... 조금 더 자세히 기록들을 살펴보자면요...

성미동 팀이 FA컵 1, 2, 3 라운드를 통과하여 최종 4라운드에 올라오기까지 필드에서 비기고 승부차기로 이기고 올라온 경기가 무려... 9차례나 되는 데요.


상대팀은 전부 다 빵, 빵, 빵입니다. 올 셧아웃! K리그 챌린지팀이고 대학팀이고 할 것 없이!

승부차기에서조차 강민우 선수를 상대로 단 한 골도 넣지 못 했습니다!

아무리 아까처럼 운이 따라줬다 해도 정말 엄청난 기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아, 그렇다면 이건 정말... 물론 아까 같은 운도 작용했겠지만, 역시 핸드볼 골키퍼 선수 출신답게 순발력 하나는 인정해줘야 한 단 소리네요!

그런데 그렇다면 아까 장면도 다른 식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핸드볼 골키퍼 출신이라는 것도 몰랐거니와 박준성은 의아해하는 눈치이다.

이동재가 부연설명을 한다.


“아까 이지훈 선수가 치고 들어오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었던 것도 사실은 자신의 순발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

즉 모든 것을 끝까지 보겠다!... 공은 둥글다. 모든 돌발상황에 최대한 대비하겠다!...


말씀하신 것처럼, 마치 야구에서 배트스피드에 자신이 있는 타자가 공을 최대한 오래 보고, 또 최대한 몸에 붙여 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요!“


이동재는 열변을 토하지만, 그러나 대학원에서 스포츠과학을 전공했던 박준성의 입장에서 봤을 땐 너무나도 황당한 얘기.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스~읍(숨 삼키는 소리), 뭐 물론 순발력도 좋은 편입니다. 말씀하신대로 핸드볼 골키퍼 출신답게, 체격에 비해서.

하지만 전 순발력보다는 말이죠... 이 강민우 선수의 엄청난 피지컬에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


“페널티킥에서 공이 골라인을 통과할 때까지 통상 0.35초에서 0.4초가 걸리고 골키퍼의 반응속도는 0.5초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과학적으로는 99.9% 골이지만,

심리적인 압박 때문에 못 넣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런데 지금 강민우 선수 함 보세요! 키커들이 느낄 심리적인 압박!

키가 197에 몸무게가 무려 142킬로! 얼핏 배가 임산부처럼 부른 스모선수를 연상시키는 숫자입니다만,

그것이 아니고 온통 근육으로만 똘똘 뭉쳐있는 142킬로그램 말입니다!“


“그러네요~! 문전 풍경이 중계하는 저희들 입장에서도 낯섭니다.

골키퍼가 아니라 마치... 천하장사 헤라클레스나 골리앗, 또는 불교의 사대천왕이 성문 앞에서 창을 들고 떡 버티고 있는 느낌인데요.

킥하는 선수의 눈에는 골대가 도저히 틈이 바늘구멍 같이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습니다. 페널티킥을 차러 나갈 때 선수들의 심정을 축구팬들께서는 모르십니다. 정말 눈앞에 캄캄합니다! 세상에 혼자 선 것처럼 정말 외롭고 두렵습니다.”


박준성은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대학교 때까지 축구선수 생활을 했었다.


“그래서 흔히들 11미터 러시안 룰렛이라고 부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금 강민우 선수 함 보세요!

물론 골키퍼 중에서도 197, 198 되는 선수들은 많지만,

강민우 선수는 지금 위로만 클 뿐 아니라 옆으로도 퍼졌지 않습니까?! 아, 말이 조금 이상한데요. 아무튼... 옆으로도 크지 않습니까? 팔과 다리도 정말 엄청 길고요.


이거는... 물론 조그만 차이지만 차는 선수 입장에서는 골문이 정말 엄청 좁아보이는 겁니다. 완전 좁은 문이 되는 겁니다!“


“그 심리적인 압박이 엄청나단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사실 몇 10센치 차이이지만 키커 입장에서 볼 때는 그것이 마치 몇 미터 차이로 확대되어 보일 겁니다.

말씀하셨듯이, 전혀 눈에 익지 않은 문전 풍경이란 소립니다.

저런 골키퍼가 저렇게 문 앞을 막아서고 있는 모습을 이제껏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러네요! 중계방송하는 저희들 눈에도 설은 데 차는 선수 입장에서는 어떻겠습니까? 마치 거대한 산이 하나 막고 선 느낌일지도 모르겠습니...”


이동재가 말을 끊었다.

수원삼성 왼쪽 풀백 이치성이 달려들면서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슛을 날렸기 때문이었다.


“오우~!... 살짝 빗나갑니다!”


그런데 이 슛을 육탄방어하려던 성미동 한 선수가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었다.

머리가 많이 없어진 이 40대 사내는 왼쪽 발목을 한 손으로 부여잡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아, 백넘버 7번... 박성배 선숩니다. 성미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고 계시는 박성배 사장님, 아, 아니 선수인데요.”


“아까 무리한 동작을 했어요. 지금 수많은 관중 앞에서 긴장해서 그렇습니다. 아마도 발목을 엎질린 것 같은데요...”


느린 그림이 나왔다.


“아! 뛰어들었다가 착지하면서... 왼발이 많이 돌아갔어요...”

“게다가 연세가 48세이십니다. 괜찮아야 할 텐데요...”


“연세는 많으시지만 이 박성배 선수는 유도선수 출신으로 188에 87킬로의 당당한 체격, 지금 성미동팀의 주장이자 붙박이 중앙수비수를 맡고 있거든요.

과연 마땅한 교체카드가 있을지...”


잠시 경기가 중단되고 성미동의 팀닥터가 황급히 의료가방을 들고 뛰어 들어왔다.


“.... 성미동에서 한의원을 개업하고 계시는 한의사, 문상길 씨입니다.

이 경기를 위해 오늘 하루 병원을 휴업하고 나와 계십니다.“


“저런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이 있었기에 오늘 또, 일개 조기축구회 팀이 거함 수원삼성과 이런 기적과도 같은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경기장에는 정말 많은 성미동 주민분들께서 나와계십니다!”


카메라가 성미동 측 스탠드를 비추었다.

많은 플래카드들이 보였다.


[성미동 아파트 부녀회 연합]


이라고 쓰인 큼직한 펜스 플래카드 뒤로 제 각각의 손에 자랑스럽게 펼쳐 든 각양각색의 플래카드들이 보인다.


[우리 지후 아빠, 최고!]

[우리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성미동의 목표는 우승이다!]

[보라! 성미동의 슈퍼철근맨 강민우, 그가 이제 역사를 쓴다!] 등등...


강민우는 아마도 생계를 위해 그 우월한 힘을 이용하여 노동판에서 철근을 나르고 있는 모양이다.


“야~ 정말 많이들 나와 계시네요! 가족동반으로 오신 분들이 많은 듯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도 많이 눈에 띕니다.”

“그만큼 이 조기축구팀의 활약이 지역사회에 큰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는 반증이죠?!”


전광판 화면에 자신들의 모습이 나오자 서로들 손가락질을 하며 연호소리가 더욱 커진다.


“박성배! 박성배!”

“강민우! 강민우!”

“박성배! 박성배!”............


“아주 훈훈한 장면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이들이 있었기에 성미동 팀은 외롭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때 화면이 바뀌며 방금 전 이치성의 중거리슛 장면이 다시 나왔다.


“정말 깻잎 한 장 차이였죠?”


이동재는 다시 화제를 경기를 돌리고자 하지만,

박준성은 느린 화면 대신 골문 앞에 묵묵히 서 있는 강민우만 계속 바라보고 있다.


“거기다가 강민우 선수, 저 눈빛을 함 보세요! 축구경기는 11명이 하는 경기이지만 페널티킥은 그야말로 1대1 승부이지 않습니까?”


“그러네요...”


“아까 제가 경기 전 몸 풀 때도 유심히 봤었는데요.

몸집이 너무나 우람해서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고요.

연예인 축구에서도 볼 수 없었던 문전 풍경, 그래서 저는... 저 몸집이 과연 골키퍼로서... 맞는 체격인가? 사실 의심스런 눈으로 말이죠.


근데 한 가지 더 특이한 점은,

많은 관중들 앞에서 흥분되어 있는 성미동 팀의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정말 표정이 없었어요!

마치 세상일에 전혀 무관심한 눈동자, 약간 오만해 보일 정도로 말이죠. 오싹할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아직 경기 전이라 그런가?... 했었는데 지금 보니까 그게 아닙니다. 항상 그렇습니다!


자신이 선방을 해도, 위기가 와도, 성미동 선수들이 무슨 실수를 해도, 아까 박성배 선수가 부상을 당해도 말이죠. 전혀 얼굴에 감정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아마 페널티킥 때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열변을 토한 박문철이 물컵을 들자 콤비 이동재가 이어받는다.


“그래서 비록 22살의 나이 어린 아마 선수에 불과하지만 나이 많고 노련한 프로선수들도 오히려 심리적으로 지고 들어간 단 말씀이시죠? 그런데 말이죠....”


물을 들이키고 있는 박준성의 옆구리를 이동재가 또 톡톡 치고 있었다.


“그런데 또, 해설위원님께서 준비해 온 자료를 보니,

강민우 선수와 이 페널티킥과 관련해서 특이한 기록이 또 하나 있는 것 같은데요?!

말 나온 김에 좀 같이 좀 소개해 주시죠.”


박준성은 물컵을 내려놓으며 자료를 훑는다.


“.....음..... 네! 말씀드린 대로 성미동 팀이 4라운드에 도달하기까지 승부차기 게임들을 많이 치르고 올라 왔는데요.

강민우 선수가 직접 마지막 키커로 나선 적이 많았습니다.

아니.... 항상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키커로 나섰습니다!

그리고 성미동 팀이 페널티킥을 얻은 경우에는 항상 강민우 선수가 키커로 나섰습니다!“


“아, 또 그런가요? 그렇다면 킥이 아주 좋단 소린데요? 팀 내에서 가장 믿음직한 키커라는 건데... 이른바 골 넣는 골키퍼라는 거죠?!

페널티킥은 결국 멘탈 게임, 아까 말씀하셨던 강민우 선수의 강력한 멘탈 역시 한 몫 했겠고요.”


“그렇습니다.

뭐, 가까운 예로 과거... 우리 김병지 선수도 그랬고,

파라과이의 호세 루이스, 브라질의 호제리우 세니, 또 콜롬비아의 호세 네레 이기타 등은 소속팀이나 국가대표로서 페널티킥이나 프리킥으로 60골이상을 득점했던 스페셜리스트 골키퍼이기도 했죠?

마찬가지의 경우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또 놀라운 건 말이죠!...“


말하면서 자료를 계속 살피던 박준성의 눈이 또 휘둥그레졌다.


“... 강민우 선수, 이제까지 단 한 번의 실축도 없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생활인팀 리그 경기 기록에서도 그렇고...

이번 FA컵에서도 성미동팀이 1, 2, 3 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총 11번 키커로 나서서 단 한 번의 실축도 없었어요!”


“아, 그렇습니까?! 정말 놀라운 기록이네요! 진짜 뭐, 다 막고 다 넣고...”


“아마도 강민우 선수의 체격으로 봤을 때... 아주 정확하고도 강력한 킥을 갖고 있지 않을까 예상되는데요!”


“마치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시속 160킬로의 광속구 투수처럼요. 아, 말씀드린 순간...”


박성배가 치료를 위해 잠시 아웃되고 다시 속개된 경기장을 내려다보던 이동재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아! 열렸어요! 열렸어요!”


박준성 특유의 외침에 이어,


“... 아! 골키퍼 손 맞고 아웃됩니다!

와! 이번 것도 대단한 선방인데요?! 완전히 모서리로 감아 돌아가는 걸 쳐냈어요!“


“잘 차고 잘 막았다는 거죠?”


“아~ 역시 강민우 골키퍼, 핸드볼 골키퍼 출신답게 순발력 역시 뛰어나단 게 다시 한번 증명되는 순간입니다.

아, 말씀 드린 순간 다시 수원삼성의 공격입니다.

완전히 그라운드의 반만 사용되고 있는 상황, 슛을 막자마자 곧바로 다시 슛이 날아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동재는 경기보다는 강민우에게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말이죠!

이렇게 되면 강민우 선수가 이제 마감이 얼마 남지 않는 2030 월드컵 최종 엔트리 멤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도 있단 걸까요? 조기축구회 선수가...


... 아시다시피 현재 골키퍼 자리는 붙박이 주전 없이 아직 3, 4명의 선수들이 혼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이제 강민우 선수가 그 경합 선수 중 한 명이 될 수도 있단 걸까요?

아까 말씀하신대로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필드 경기는 못 뛴다 하더라도,

정 안되면 페널티킥 전담요원으로라도...“


이동재의 얼굴에서 간절한 소망이 보인다.


“글쎄요~....원체 전례가 없는 일이라... 시간도 너무 임박해 있고.

또 절차적인 문제 같은 것도 좀 있을 거 같고요...강민우 선수, 현재 협회 정식 선수로 등록조차 안 되어 있는 상황이거든요.“


박준성은 신중하다.

그러나 이동재는,


“왜냐면요. 지금 보면은... 벌써 각종 SNS가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거든요!

성급한 팬분들 사이에서는 벌써 ‘강민우 골키퍼를 국대로! 안 그럼 나 이번 월드컵 안 본다!’... 이런 과격한 말까지 나오고 있고요.“


“아,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속된 말로 진짜 반응들이 장난이 아닙니다!

아무튼 이렇게 되면 강민우 선수는 이제 이 경기를 통해 국내외 프로팀의 눈길을 받게 될 수도 있겠어요~. 나이도 아직 22세, 골키퍼로서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나이 아닙니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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