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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제로의 골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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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드
작품등록일 :
2021.03.17 13:23
최근연재일 :
2021.05.07 13:16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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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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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제5장. 축구바보 박수지 기자

DUMMY

제5장. 축구바보 박수지 기자


“와~! 정말 탄환이 땅! 하고 발사되는 것 같지 않습니까?

어떻게 저런 무너진 자세에서 저런 순발력이 나올 수가 있죠?“


느린 그림을 본 이동재가 혀를 내둘렀다.

박준성은 여전히 말을 더듬는다.


“그, 글쎄 말입니다.... 완전히 중심을 잃고 주저앉아서 바, 발바닥이 땅에 붙어있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저런 잔상이 남을 정도의 도약력을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말이죠. 그렇다면, 경기 초반에 강민우 선수가 공격수가 치고 들어오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거리를 좁히지 않고 기다린 것도 의도된 행위였을까요?

저희는 그때 단순한 경험부족으로 봤었는데요.“


이동재는 박준성의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을 건드릴까봐 조심스럽다.


“그 당시엔 누가 보더라도 경험부족의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이제는!

이 모든 놀라운 것들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한 지금 이 시점에서는 다른 평가를 내려야 할 듯도 합니다!“


“그렇네요. 공은 둥글다라고들 하지 않습니까?

축구란 게 정말 언제 어디서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될지 모르지 않습니까?

방금 장면에서처럼 공이 수비수 맞고 굴절된다든지,

공격수 발에 밟힌 공이 오히려 같은 팀 선수에게 가는 절묘한 패스가 된다든지...“


이동재가 말끝을 흐리며 박준성에게 손짓을 한다.

박준성이 이어 받는다.


“그렇습니다.

강민우 선수도 지난 한 해 동안 생활인 리그에서 많은 경기를 치루면서 이런 돌발상황들을 여러 번 맞았을 텐데,

지금까지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고 모두 다 성공적으로 처리해 왔다는 것은 이런...


... 항상 모든 돌발상황을 염두에 두고 공을 끝까지 보고 움직이는 철두철미함!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건 물론 지금 보셨던 것과 같은... 거의 초인적인 순간 스피드와 순발력이고요.“


박준성이 자신의 실책을 쿨하게 인정하자 이동재는 슬금 한 발자국 더 나가본다.


“그리고 아까 페널티킥이 과학적으로는 99.9%가 골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런데 강민우 골키퍼의 경우는 과학적으로도 99.9%가 아닌 것 같지 않습니까?

벌써 다른 골키퍼들과는 반응속도가 다르지 않습니까?

막는 방법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오직 피지컬 때문에 선방했단, 경기초반 제 말이 성급했단 걸 인정해야겠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막는 방법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른 골키퍼들처럼 점프 준비동작을 취한다거나 초조하게 발을 구르지도 않습니다.

그냥 큰 대(大)자로 서 있을 뿐입니다.

무릎조차 굽히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 자세 그대로에서 엄청난 스피드와 높이의 도약이 나옵니다.

방금 매카트니 선수의 슛을 막는 장면에서 여실히 보여주었듯이.

전 지금 진짜 놀라고 있습니다!...”


박준성은 지금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지 모르겠다.

세월에 밀린단 생각 같은 건 어느새 잊었다.

가슴이 쿵쿵 뛰고 있는 것이다.

맨 처음 해설위원 마이크를 잡았을 때 마치 그날의 설렘처럼.


이때 이규진 주심이 흘끔흘끔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삡...삐이이~~~익!


전반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길게 울렸다.


(후반 26분)


박준성의 예상대로였다.

성미동 선수들은 후반 들어 눈에 띄게 떨어진 체력으로,

차태민과 박인주, 그리고 지금 막 교체해 들어간 윤성원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선수가 걷다시피 하고 있었다.


체력으로 안 되니 이제 거의 사석(捨石)작전.

(*사석작전 : 바둑에서 효용가치가 없어진 돌을 버리면서 그 대가로 실리를 챙기는 전략)


경고 누적으로 퇴장이 2명, 지금 9명의 선수로 완전히 망신창이가 된 채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굳게 닫힌 강민우의 성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는 듯,


“아, 벌써 6개째 페널티킥이었는데 이진우 선수, 이번엔 그만 초조해진건지 아예 어이없게도 골대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실축을 하고 말았어요.

그만큼 강민우 선수의 피지컬과 스피드에 압박을 받고 있단 증거죠?"


“그렇습니다. 골문이 바늘귀처럼 좁아 보이니까, 평소에 하지 않던 저런 어이없는 킥이 나오는 겁니다.”


“또 그만큼 수원삼성 선수들이 초조해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요!”


“그렇습니다. 지금 수원삼성이 초조할 수밖에 없는 게요.

스코어 상으로는 1대0이지만 사실 두 골을 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왜냐하면 승부차기로 가면 무조건 지는 겁니다!

지금 강민우 선수, 오늘만 해도 페널티킥 6개를 모조리 막아내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프로 골키퍼의 벽이라는 마지막 변수가 있긴 하지만...

조기축구회 선수들이 프로 골키퍼란 벽을 쉽사리 넘을 수 있을까... 라는 마지막 변수가 남아 있긴 하지만,

최소한 퍼펙트샷을 기록하고 있는 강민우 선수 본인만은 넣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쨌든 필드에서 승부를 내야만 하는 수원삼성입니다!“


“그렇네요. 이제 남은 시간 동안에 반드시 두 골을 넣어야 하는 수원삼성입니다.

하지만 두 골... 그리 쉽지 않아 보입니다.“


(후반 34분)


“아, 또 골대 맞고 아웃됩니다!

후반 들어서만 벌써 골포스트를 6번째 맞추고 있는 수원삼성입니다.

정말 지독한 골운입니다.

강민우 선수, 정말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정말 좋은 선수네요!“


“하하하, 뭐 운도 실력이라고들 하지 않습니까!? 이거 수원삼성 선수들 모슨 기우제라도 한번 지내야 할 거 같아요... 정말 안 되는 날입니다.”


(후반 39분)


수원삼성의 일방적인 파상공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아, 안타깝습니다. 성미동 팀 선수들은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동재의 연민의 탄성이 흘렀다.

구부정하게 옆구리를 잡고 숨을 헐떡이는 게 서 있는 것조차 힘겨워 보이는 선수들도 여럿 보였다.


“아, 수원삼성, 또 기회 왔죠?”


수원삼성 이지훈이 마치 허수아비 사이를 지나듯 한 사람 제치고 두 사람 제치고 거침 없이 오른쪽 터치라인을 질주한다.

흘끔 골대 쪽을 바라보며 여유 있게 조준까지 한 뒤 낮고 강하게 차올린다.


쇄도하던 수원삼성 왼쪽 풀백 이치성이 헤더를 박아 넣으려고 벼락처럼 달려든다.

이때 강민우도 공을 향해 뛰쳐나왔다.


쾅~!


“아, 이 때 레프리 휘슬! 골키퍼 차징인 듯합니다.”

“골키퍼 차징 맞죠?!”

“네, 맞습니다. 강민우 선수가 먼저 와서 자리를 잡았어요.”

“그렇습니다. 역시 이규진 주심, 지금 골키퍼 차징을 선언하고 성미동 팀에게 프리킥을 주고 있습니다.

어? 근데 이치성 선수 좀 다친 것 같죠? 지금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공을 옆구리에 낀 강민우가 쓰러진 이치성을 위에서 물그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지금 옐로카드가 나올 듯하죠?!”

“맞습니다. 이규진 주심 , 누워 있는 이치성 선수에게 성큼 성큼 다가가 옐로카드를 보여 줍니다.”


“하~, 지금 오늘 경기에서 수원삼성이 총 4번의 골키퍼 차징을 범했는데요.

그 중 지금 3명의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뒹굴며 신음하는 채로 옐로카드를 받고 있어요~!

정작 차징을 당한 강민우 선수는 말짱하고요.“


“뭐, 몸은 몸대로 상하고 카드는 카드대로 받고.

수원삼성으로서는 정말 악몽 같은 경깁니다!“


“아, 이치성 선수, 충격이 크겠는데요. 자신이 달려들던 방향으로 한참을 되튕겨 나가면서 떨어졌거든요~!

일단 정신은 차린 것 같습니다만, 제발 큰 부상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강민우 선수, 정말 몇 번을 봐도 대단한 피지컬입니다.

정말 흔해 말하는대로 온 몸이 흉기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거구의 이치성 선수가 달려오는 힘을 이용해서 온 몸으로 부딪쳐 왔는데도,

그 충격으로 그저 상체가 공중에서 약간 제껴지는데 그쳤을 뿐,

공중에서 그대로 침착하게 공까지 잡아내고 안정되게 착지 했어요.


지금 이치성 선수도 신장 188에 91킬로의 당당한 체격, 한국의 드록바라고 불릴 정도로 피지컬이 좋은 선수 아닙니까?

아~ 그런데 뭐... 강민우 선수에게 대니까 이건 마치...“


“... 초등학생과 대학생 같죠?”


“그렇습니다. 그런 거구가 마치 보이지 않는 벽에라도 부딪친 것처럼 급작스럽게 멀리 튕겨져 나갔어요.

그건 말이죠. 물론 두 선수의 몸무게 차이도 있겠지만,

저는 그보다도 두 선수의 몸 안에 내재된 파워의 차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 정도로 강민우 선수의 파워가 어마어마하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거의 상식 파괴의 수준입니다.

씨름에서도 몸집이 작아도 힘이 좋으면 상대방이 함부로 못 들지 않습니까?”


“그러네요. 와~! 특히 저 허벅지 굵기 좀 보세요~! 뭐 사이클 선수나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의 허벅지는 저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치성은 의식은 회복했지만 여전히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강민우는 여전히 이치성을 물그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들것이 들어 올 것 같죠?”


이때 카메라가 강민우의 얼굴을 화면 가득히 클로즈업했다.


“아, 강민우 선수 정말 표정이 없어요. 정말 목석같은 사나이입니다.

처음 큰 무대에 선 22세의 청년이라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묵묵한 모습입니다.

뭐, 사람이 아니라 골 막는 기계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돈데요.

경기 내내 웃는 모습은 물론이고....“


이동재가 잠시 말을 끊었다가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간다.


“..... 지금 이치성 선수를 내려다보면서도 미안하다거나 근심스러워하는 표정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정말 오만하다든지 냉혹하단 오해를 살 수도 있겠어요....“


“글쎄요... 제 생각 엔, 물론 제가 오늘 강민우 선수의 플레이에 원체 매료되어서,

제 눈에 뭐가 씌인 건진 모르겠습니다만...

... 왠지 쓸쓸해 보입니다. 뭔가 깊은 사연을 갖고 있는 선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잔뜩 굳은 박준성의 얼굴을 보고선 이동재가 분위기를 전환한다.


“그래서 벌써 네티즌들은 ‘돌바위 얼굴’이란 애칭을 붙여주고 있죠?”


박준성도 표정을 풀며 얼른 호응한다.


“하하하, 그렇게 되면 강민우 선수는 ‘철벽’이 아니라 ‘절벽’이 되나요? 공격수들을 항상 절망으로 몰아넣는 바위절벽 말입니다.”........


*************


‘그래, 그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도 저런 표정이었지...’


동양일보 보도국 스포츠부.


널찍한 공간에 모든 기자들이 외부취재 나간 듯 빈 자리만 빼곡하다.

한 쪽 구석에 전성기적 김태희를 쏙 빼 닮은 곱상한 외모의 긴 생머리 여자가 하던 일도 내 팽개치고 TV화면에 열중하고 있다.


곱게 빗어 뒤로 넘긴 귀밑머리가 유난히도 고와서 머리를 안 감아도 샴푸냄새가 날 것만 같았다.

합장하듯 가슴에 곱게 두 손을 깍지 낀 모습은 뭔가 벅찬 감동에 빠진 사람처럼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 지금 TV에 나오고 있는 강민우 골키퍼는 자신이 맨 처음 발견했다.

몇 달 전, 아직 수습기자로 빡쎄게 구르던 시절.

혹시나하고 생활인 리그 쪽 기록들을 살펴보다가 아주 특이한 기록을 발견하고 한 달음에 달려가 취재해 왔다가,


이런 게 뭐라고 취재해 왔냐며, 기자로서의 기본이 안 되어 있다고, 다시 한 번 나가서 돌고 오라며,

사수인 축구담당 박문철 기자가 자신이 정성들여 작성해 온 취재파일을 휴지통에 와삭 구겨 던졌을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을 찔끔거렸던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그 선수가, 꾸겨져서 휴지통에 직행했던 그 휴지통 선수가...


... 오늘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마치 세상을 얕잡아보듯 오만한 모습으로.

스타탄생도 이런 스타탄생이 없었다.


어렸을 적부터 축구라면 사족을 못 썼다.

별 달리 노력하지 않아도 전교 수석을 다툴 정도로 뛰어난 재원이었지만,

축구장에만 들어서면 IQ가 두 자리 수로 내리막 쳤다.


K리그 2부 리그 부천 FC 감독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일 것이다.

아버지와 손 잡고 축구장에서 보냈던 유년시절의 추억들.

축구장에서 함께 지샌 수많은 나날들.


행여 경질 당하지나 않을까, 문책 당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하던 아버지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고뇌...

이를 옆에서 묵묵히 바라보며 성장했다.


어머니를 일찍 잃은 후 아버지는 자신을 혼자 키웠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진 원정경기에도 항상 데리고 다녔다.

아버지는 축구, 그리고 딸, 축구 그리고 딸, 축구 그리고 딸 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디든 맘만 먹으면 갈 수 있을 수능점수를 받았지만,

이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훤칠한 여자는 연세대학교 스포츠 레저학과를 선택했다.

실기시험은 당연히 축구로.


‘아! 믿을 수가 없어...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이런 일이....’


그녀의 우상은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작년에 은퇴한 라이오넬 메시.

그의 한 클래스 위인 듯한 압도적인 플레이가 좋았다.


아버지 팀에 메시 같은 선수가 있다면,

아니 우리나라에서 그런 전설급 선수가 나올 수 있다면...

그것은 유년시절부터의 간절한 염원이자 꿈이었다.


그런데 그 꿈이 실현될 지도 모른다.

그 선수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

축구바보 박수지는 꿈결 위를 걷고 있었다.


그러나 수지의 이 꿈결은 오래가지 못했다.

날카롭게 생긴 30대 후반의 사내가 동양일보 보도국에 들어선다.


중키에 아무렇게나 풀어헤친 넥타이, 꼬질꼬질 구겨진 허름한 양복.

그러나 분위기가 정돈되었고 피곤해 뵈는 것이 오히려 섬세한 눈매를 돋보이게 한다.

11년 차 베테랑 축구전담 기자, 박수지의 사수 박문철이었다.


박수지와 더불어 축구전담이기 때문에 서둘러 귀사했다.

오늘 밤 잠실에서 있을 세계 유도 선수권대회 무제한급 결승전 현장 스케치를 위해 지원취재 나갔다가.


역시나 이 어리숙한 신참 부사수(박수지)는 자신이 왔다는 것도 모르고 TV화면에 넋을 놓고 있다.

훤칠한 청바지와 긴 흑단머리가 역시나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내 진아와 2년 전에 태어난 딸 예진이를 죽도록 사랑하기에 여자로서 보는 것은 아니었었다.

단지 풋풋한 젊음과 싱싱한 정열에 대한 순수한 경외였다.


어떤 눈빛을 하고 있을 지도 눈에 보인다.

극장 맨 앞 열에 목을 쭉 빼고 앉은 10살짜리 꼬마 같은 눈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럴 만도 하지, 저 축구 바보가. 자신이 흙속에서 발굴한(?) 진주가 마침내 온 세상에 빛을 발하고 있으니...’


FA컵이 시작된 이후 내내 강민우 경기를 쫓고 있단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체했다.

지은 죄(최초 강민우 취재파일을 휴지통에 집어던진 것)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실에 취재 나갔던 보도국 직원들에게는 지금 진돗개 하나가 떨어졌다.

강민우란 알파성(星) 급 혜성의 등장, 월드컵 100주년을 맞는 국민적인 기대.


한국의 신성 김천수 vs 일본의 유도영웅 고바야시의 빅 매치이긴 하지만 패색이 짙은 경기. 비할 바가 못 됐다.

그래서 현장스케치 지원취재 나갔던 다른 기자들도 원래 담당 두 명만 남기고,

오히려 강민우 취재를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정작 축구담당인 자신이 이 기동취재에 동참하지 않고 귀사한 건 차별화를 위해서다.

축구의 상식을 깨뜨리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경기.

내일 모든 매체들이 앞을 다투어 보도할 건 명약관화한 일.

강민우 얘기가 봇물을 이룰 것이다.


단순히 경기적 측면 외에 국대 합류 문제와 얽혀서 상당히 복잡하다.

그 초점을 어디에 맞추어야 할지,

키스테이션으로서 박수지와 둘이서 각 기동취재에서 들어오는 정보들을 취합하여 심사숙고, 최종결정해야 한다.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서 독자의 관심을 한 눈에 잡아끌 수 있는 충격적인 헤드라인, 그 한 마디는?

이것이 지금 박문철의 첫 번째 과제였고 두 번째 과제는...


“이봐, 지금 그러고 있을 때가 아냐!”


깜짝 놀라며 뒤돌아본다. 역시나 눈매가 촉촉해져 있었다.


“아, 알아요! 지금 강민우 선수...”


수지는 들뜬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즉각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사수 박문철이 유도경기장에 있다가 강민우 때문에 급히 귀사했음을.


“노노노.... 그게 아니... 아, 강민우 때문인 건 맞는데 지금 문제가 심각해!”

“무, 무슨??”

“어? 지금 방송에도 나오네!”


의아해하는 수지의 두 눈이 다시 TV화면으로 빙그르르 돌아간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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