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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제로의 골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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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3.17 13:23
최근연재일 :
2021.05.07 13:16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23,940
추천수 :
430
글자수 :
194,421

작성
21.03.31 14:18
조회
776
추천
14
글자
5쪽

제9장. 봄비

DUMMY

제9장. 봄비


봄비다.


작년에 출감할 때도 오늘처럼 봄비가 내렸다.

그래서인지 기분이 차분해졌다.

그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기분이지만 그래도 좋은 쪽이다.


"강민우 선수다!"


한 꼬마 녀석이 나를 발견했다.

오늘 아침부터 이런 일이 생겼다.


하지만 걱정할 건 없다.

그들은 항상 멀리서 보기만 할뿐 감히 다가오지 못한다.


내가 4명이나 죽인 살인자라서 무서운 모양이다.

내 몸매가 흉폭스러워서 더 그런 지도 모른다.

오히려 다행이다. 귀찮게 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어? 근데, 녀석이 나를 향해 뛰어온다.

이런 적은 오늘 처음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역시 다가오지 못한다.

그냥 걱정스런 눈초리로 보고만 있다.


“싸, 싸인 좀 해 주실 수 있어요?”


녀석이 메모지를 내밀며 나를 올려다본다.

녀석의 눈망울이 선량하다.

녀석의 눈빛은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다. 간절히.


내가 가만히 있자 녀석의 눈빛이 흔들린다.

조마조마해 하고 있다.

그때 나처럼.... 그 응급실 의사 앞에서.

나는 왠지 그 의사 같이 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이름이 뭐니?"


녀석의 눈빛이 기쁨으로 빛난다.


"기, 김.희.운. 이요!"


잠시 머뭇거리던 녀석은 이내 정신을 차린다.

한 자, 한 자, 또박 또박 제 이름을 발음한다.

혹시나 틀릴까봐, 혹시나 빗소리에 가려질까봐.


"김.희.운? 참... 좋은 이름이구나..."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내 이름을 쓰자.

나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 또박 그린다.


‘강.민.우. 2030년 봄비 속에서 희운이예게.’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나는 말을 잘 안 해서 말도 서툴지만 글씨도 잘 못 쓴다.

가끔 틀린 글자도 쓴다.


글을 쓰거나 읽은 지가 너무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독방에 있을 때가 많았고 소년원 수업시간에도 항상 머릿속에서 축구만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예게’가 조금 이상하게 보인다.

예게...에게?... 아니다. 다시 보니 맞게 쓴 것 같다.


그러나 정성 들여 썼는데도 별로 이뻐 보이진 않는다.

초등학생 낙서 같은 글씨에 녀석이 실망하지나 않을까...

나는 변명을 한다.


"희운아, 근데 내가.... 싸인을 해 본적이 없어서...."

"어! 그럼, 내 것이 최초네요?!"


녀석이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른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녀석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게 미소인진 잘 모르겠지만. 별로 해 본 적이 없어서.... 또 변명이다.


"우와~!"


녀석이 우산을 확 내 던진다.

부모들이 깜짝 놀란다.

하지만 멈칫 멈칫 다가오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른다.


빗줄기가 녀석의 통통한 뺨을 사정없이 때린다.

그래도 녀석은 아랑곳 않는다.


"그, 그, 그럼, ㅆ,써 주실 수... 있어요? 너, 넘버 완이라고...."


나보다 더 말을 어눌하게 하면서 입술까지 벌벌 떤다.

왜 이리도 기뻐하는 걸까?

그냥 초등학생 낙서 같은 글씨 몇 자인데.

난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녀석이 하자는 대로 해 준다.

어차피 내친 걸음, 하는 김에 풀서비스다!

옆에다 싸인보다 더 큼지막하게 쓴다.


[No. 1]


메모지를 받아 든 녀석이 행여나 빗물에 젖을까,

고이 접어 자기 가슴팍에 집어넣고 몇 번이나 턱턱 친다.

잘 있는지 확인이라도 하듯.


그길로 만세를 부르며 자기 부모들을 향해 냅다 뛴다.

땅바닥에서 녀석의 우산이 혼자 비를 맞고 있다.

우산이 안 돼 보인다...

나는 우산을 집어 든다.


"희, 희운아! 우산 가져가야지!"


녀석이 뒤돌아본다.

다시 냅다 뛰어 와서 상장 받듯 두 손으로 공손히 받는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나에게 배꼽인사를 한다. 무려 3번씩이나.


자기 부모들에게 간 녀석은 자랑스럽게 내 사인 종이를 펼쳐든다.

흠칫 놀란 표정을 짓던 부모들이 나에게 인사를 한다.

고맙단 표시인 것 같다.


상대가 저렇게 나오면 나도 그냥 있을 순 없다.

나도 그들에게 목례를 한다.


멀어지면서도 녀석은 깡총 깡총 뛰며 빙글빙글 돈다.


섬섬섬섬...


이 간지러움은 무엇일까?

나쁜 기분은 아니다.

나도 모르게 가슴을 문지른다.

그러나 가려운 데가 닿지 않는다.


젠장, 오히려 더 심해졌다.

이젠 온 몸이 다 간지러운 것 같다.


‘뭐지?... 뛰자!’


이럴 땐 뛰는 게 제일이다.

나는 희운이처럼 우산을 확 집어 던진다.

이 간지러움처럼 녀석에게서 옮은 모양이다.

그리고.....


..... 뛴다. 전속력으로!

봄비가 얼굴을 때린다.

바람이 쉥쉥 귓가를 스친다.

눈앞에서 빗줄기가 좍좍 갈라진다.


‘시원하다...’


오늘 밤은 어쩌면 악몽을 꾸지 않고 잠을 잘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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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23장. 유럽! 유럽! 1 (뜻밖의 제안) +4 21.04.15 667 12 11쪽
22 제22장. 10년간 준비된 치밀하고도 잔인한 복수극의 서막 21.04.14 658 13 9쪽
21 제21장. 강민우의 태극기 모독 사건 +2 21.04.13 682 12 12쪽
20 제20장. 박스프리(box-free) 골키퍼 +4 21.04.12 674 12 8쪽
19 제19장 반역의 피 +2 21.04.10 691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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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17장. 아름다운 비행 1 +2 21.04.08 687 11 15쪽
16 제16장. 라리가의 명장 파이뇨 감독이 내한한 진짜 이유는... +2 21.04.07 712 1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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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10장. 새 아침 21.04.01 775 11 14쪽
» 제9장. 봄비 21.03.31 777 14 5쪽
8 제8장. 버팀목 +1 21.03.30 810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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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6장. 불쌍한 놈 1 +1 21.03.28 865 15 11쪽
5 제5장. 축구바보 박수지 기자 21.03.27 878 17 17쪽
4 제4장. 검정 장갑 21.03.26 923 16 15쪽
3 제3장. 축구의 상식 21.03.25 969 17 15쪽
2 제2장. 미스터 제로 +1 21.03.24 1,191 17 18쪽
1 제1장. 오로라를 가진 사내 21.03.17 1,477 25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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