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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제로의 골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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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3.1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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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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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칼자루

DUMMY

제12장. 칼자루


노트북 모니터에서 채현성 기자가 올린 속보를 읽은 준성과 수지가 허탈한 표정으로 각자 자리에 가 앉았다.


"뭐래?"


박문철이 마치 남의 일처럼 퉁명스런 목소리로 묻자 박준성이 대답한다.


"응. 예상했던 대로지, 뭐. 강민우의 딱한 사정을 듣고 모시러 왔대.

12살 꼬마 강민우에게 당시 한국이 행한 조처는 매우 잔인한, 비인도적인 것으로서,

엠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 Amnesty International)에 보고한다네.

차~, 그럴 자격이나 있는 놈들이 그러면 말을 안 해...“


혀를 끌끌 차면서 계속 말을 잇는다.


“... 뭐, 일본은 강민우에게 강한 인간적인 연민을 느낀다나 어쩐다나.

강민우가 상처를 잊을 수 있도록 인간 대 인간으로서 아주 따뜻하게 안아 주겠다는데?!

이놈들 언제부터 이렇게 세계주의자가 됐지?

강민우가 들으면 아주 가슴이 찡~하겠어!


이렇게 천재적인 선수가 이번 월드컵에서 못 뛰면, 세계 축구계로서도 큰 손실이래.

역시 대국이야, 일본은...

그리고 강민우가 불행했던 과거를 잊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일본축구협회가 진짜 모든 지원을 다 해준다네.

거의 백지수표 수준이야. 이거...


가능하다면 당장 오늘 밤 비행기로라도 모시겠다는데?!

빠른 수속과 진행을 위해 이민국과 외무성 고위관리까지 대동하고 왔고.

뭐, 골자는 이 정도야."


말을 마친 박준성이 입맛을 쩝쩝 다시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건 한국 내 갑론을박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아예 그 사이를 노려서 가로채 가겠다는 거네요..."


수지가 잔뜩 억눌린 소리를 내었다.


“일본놈들다운 짓이지...”


박준성의 이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 장내에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박준성이 문득 생각난 듯 박문철에게 삿대질을 한다.


"근데, 이게 왜 니 책임이야? 응? 일본 신문사 한국 주재원들도 있고, 더군다나 인터넷 세상에, 이게 왜 니 책임이냐고!"


"그건 그렇지만... 일본이 이토록 발 빠르게....

이놈들이 자기 정부 쪽 인사들하고 이렇게 빨리 의견조율을 하고, 체계적으로 움직인 건,

내가 괜한 이슈를 만들어 일본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서,

인도적이네 뭐네... 저네들의 야비한 행보에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구!"


"임마, 아무리 그래 봤자, 길어야 진짜 하루 정도야. 우리 땜에 하루 정도 더 빨라진 거라고. 너 그런 식으로 인생 살지 마라. 수명 짧아진다."


"그 하루가 결정적일 수도 있는 상황이 됐잖아! 이제!"


박문철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 됐어! 됐어.... 암튼,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우리 냉정하게, 냉정하게..."


하면서 고개를 약간 수그리던 박준성이 갑자기 손으로 탁자를 탁! 친다.

두 눈이 황황히 빛났다.


"아니야! 이건 오히려 기회야!"


2쌍의 의아한 시선이 박준성의 부릅뜬 눈을 향한다.

박준성은 빙긋, 선생님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위기는 기회라고.... 자고로 외세의 침입은 항상 내부세력의 결집으로 이어지지.

이건 명백한 외세의 침입이고, 특히나 일본놈들의 침입!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축구협회 나리들에게 현실을 제대로 인식시켜 줄 수 있는 기회라고!


이 양반들, 지금쯤 아마 쇠망치로 뒤통수를 한 방씩 얻어맞은 기분일 껄!?

이제야 제대로 된 현실인식이 찾아들겠지.

정작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자기들이 아니고 강민우였다는 사실 말야!“


"어! 그렇네요. 분명히 그런 긍정적인 효과도 있겠네요!"


수지의 목소리치곤 대단히 큰 목소리였다.


"뭐, 그런 건 분명히 있겠네요."


문철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문제는 강민우 본인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단 건데....솔직히 말이죠..."

"응? 뭐, 솔직히 뭐?"

".... 우리가 강민우에게 조국애 같은 걸 기대한다는 건 너무... 염치없는 짓 아니에요?"


이 말에 모두가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이때 수지가 문득 생각난 듯,


"이제 귀화 문제가 완전히 수면 위로 떠올랐으니 하는 말인데요.

강민우 선수가 현재 가석방 상태인데 귀화가 가능한 건가요? 법적으로? 절차적으로?"


사회부 기자 출신인 박문철이 받는다.


"그게 말야, 결론은....... 아쉽게도 무조건 가능하다는 거야.

왜냐면, 귀화란 건 오직 본인의 의사, 그리고 받아주는 나라의 의사가 키(key)이지, 국적포기 여부는 귀화하는 덴 전혀 문제가 되지 않거든.


그래서 본인이 원하고, 귀화대상국가가 이를 받아주기만 하면 귀화는 무조건 성립이 돼.

왜, 그래서 미국교포 중에 이중국적자들 엄청 많잖아.


단지 범죄자들이 귀화를 못하는 건,

귀화대상국가가 그 사람이 자기 국민이 된 후 자기 국가에 피해를 끼칠까봐 안 받아줘서 못 하는 거지,

지금처럼 어서옵쑈~! 하고 고위관리까지 와서 모셔가는 경우엔 전혀 문제가 없지."


"하긴, 미국에 계신 저희 이모도 거기서 시민권을 획득하면서 현재 이중국적 상태이니깐..."


수지는 매우 아쉽다는 표정이다.

문철이 부연설명을 한다.


"뭐, 우리나라에서 강민우를 안 놔준다 해도, 그냥 이중국적 상태에서 뛰게 하면 그만이고 말야.

물론 법무부에서 가석방 상태라고 딴지를 걸어서 출국금지 조치 같은 걸 내릴 순 있겠지.


하지만 그렇더라도 일본 대사관이나 외무성이 후견인을 자처하면,

출국을 금지시킬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게 문제지.


왜냐하면 가석방 제도의 보호관찰이란 결국 재범방지가 그 취지인데,

남은 형기 동안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무려! 한 국가의 정부가 책임을 져 주겠다는데,

그걸 거부하는 건 억지에 불과하지. 뭐.


정 안되면, 일단 일본이 귀화절차를 끝낸 후에,

이제 강민우가 자기 국가 국민이 되었으니, 자기들이 보호관찰 주체가 되겠다고 그 이관을 요청해올 수도 있고.


그리고 이제 자기들이 책임지고 다시는 강민우가 한국 땅 밟을 일 없게 해 주겠다고 약조해 주면...

앞으로 설사 강민우가 범죄를 저지른다 해도 일본이 그 피해를 보게 되는 건데, 우리로선 뭐 할 말 없어지는 거지...."


고개를 끄덕인 박준성이 바통을 이어 받는다.


"물론 이중국적을 문제 삼아서 우리가 FIFA에 제소할 순 있겠지.

하지만 이건 진짜 국제망신의 지름길이라고!

솔직히 강민우 사건 이거... 진짜 21세기 장발장, 진짜 말도 안 되는 사건이잖아~.


일본 애들 보나마나 또 인권이네, 아동학대네... 이러면서 동네방네 떠들면서 엠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 Amnesty International) 동원할 거고.

서양사람들은 진짜, 특히 아동인권에 관한 한 정말 편집(偏執)적이거든.

자기 아들 뺨따구 몇 대 쳐도 옆 집 사람이 곧바로 경찰에 고발 한다구. 아동학대로.

그러면 경찰이 와서 진짜로 잡아가!“


“맞아요! 미국에 사는 제 이모 말 들으면, 정말로 경찰이 와서 곧바로 잡아간대요. 정이고 뭐고, 뭐 진짜 예외 없대요! 원리원칙대로 현행범으로 곧바로 수갑 채우고.”


잠시 동감의 텀을 뒀던 박문철이 화제를 전환한다.


"근데, 우리나라에선 말야.

일부 축구인들 사이에서조차 단 1경기로는 아직 검증이 부족하단 얘기가 있는데,

얘네들은 어찌 그리 빨리 움직인 거지?

강민우가 수원삼성전에서 비록 무실점이긴 했으나, 골대 맞은 공이 8개나 된다는 건 결국 운도 많이 따라줬단...."


"어이! 너, 근데 그거 알아?"


박준성이 박문철의 말을 끊었다.


"뭐요?"


"그 골대 맞은 공들 중 골대에 다이렉트로 맞은 건 단 한 건도 없고,

전부 다 강민우 손 맞고 골대에 맞았다는 거 말야.

게다가 그 공들도 전부 골대 바!깥!쪽!으로 튕겨 골라인 아웃됐지.

골대 안쪽 방향으로 튀거나, 골대 맞고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온 건 단 한 건도 없어.


나도 긴가 민가 해서, 시합 당일 날 밤에 면밀하게 시합영상을 다시 돌려 보면서 몇 번이나 확인해 본거야."


"형, 지금 설마, 그게 의도적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뭐, 그건 물론 나도 확언할 순 없지만, 생각해 봐!

8대0이라고. 확률적으로 봐도 결코 우연으로만 치부하기엔 조금 부담되는 수치 아냐?"


"그, 그건 말이 안 되는 게... 결코 인간의 능력일 순 없지...."


"너, 강민우란 놈에게 상식의 잣대를 들이 대려하면 큰 코 다쳐! 알어?

앞으로 세계 축구계는 곤혹을 치르게 될 거야!

당연히 너처럼 상식의 잣대를 들이댈 테니 말야.


잘 생각해 봐, 임마, 그저께 경기가 과연 상식적인 경기였는지,

과연 축구의 상식이 통하는 경기였는지.

20미터 프리킥에서 수비벽을 안 쌓는 게 과연 상식인 건지!


강민우에 관한 한, 이미 ‘상식’이란 잣대는 무용지물이야.

강민우만을 위한 새로운 잣대가 필요하지. 마치 엿가락처럼 유연한.

내가 지금 새로 만들고 있는 잣대처럼 말야. 흐흐."


"아무리 그렇다고, 야~~, 이거 진짜, 형, 아주 강민우에게 단단히 빠졌구만. 완전히 눈에 뭐가 씌었네. 이거."


"그만한 매력이 있는 놈이지. 이 강민우란 놈은 말야..."


박준성의 눈빛이 영롱해졌다.


이때,


띠리릭! 띠리릭!


이번엔 박수지의 폰이었다.


"어! 모르는 번호인데...기사 제보인가?"


척.


"네, 동양일보 스포츠부 박수지입니다."


박수지가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저......강민우입니다.


"네에!? 가, 강민우 선수?!"


두둥!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박준성과 박문철이 스프링이 튕기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네. 다름이 아니라, 그때 못한 인터뷰 지금 할 수 있을까요?

지금 사람들이 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은데, 거기에 대해 제 입장을 좀 밝히려고요.


수화기 너머 강민우의 목소리가 국어책을 읽는 초등학생처럼 또박또박 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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